⛏️ 채광꾼 노엔 : 2화

음란한_노반장 작성일 23.01.27 10:11:02 수정일 23.01.29 0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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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답한 영지를 떠날 생각에 눈도 몇 시간 못 붙이고 새벽 아침이 밝아버렸다.. 3년 동안 생활했던 익숙한 곳을 떠날 생각을 하니 왠지 시원섭섭한 기분과, 씁쓸함이 밀려오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좀더 일찍 떴다면..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졌을까?' 

뒤늦게 밀려 들어오는 후회는 역시 앞으로의 결정을 흐리게 할 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생각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사실 몇 시간 더 눈을 붙이려고 해봤자 뜬 눈으로 밤을 샐 것이 뻔하니, 가지고 있던 자루 하나에 가지고 있던 짐들을 모두 때려넣고서 신기한 장화 한켤레를 꺼내어 신고, 문 밖을 나섰다. 

아직 해는 나지 않았고 육안으로도 어둑한 하늘이지만, 해가 나기 직전인지 멀리 보이는 산맥 너머에는 황금빛이 새어 나올 듯 말 듯한 느낌으로 해가 뜨기 직전이었고, 새벽의 찬 공기가 내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온 몸의 기지개를 쭉 펴며, 어깨도 돌리고 허리, 무릎, 발목을 회전시켜 온몸의 긴장을 풀며 준비운동을 했다. 

"헛, 둘, 섯, 너이.." 

젊었을 땐, 준비운동 없이 움직여도 몸이 아프지 않았는데.. 나이가 조금씩 먹다보니 준비운동 없이 몸을 움직이면, 삭신이 쑤시기에 몸을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었다.. 

채광할 때 썼던 작업화가 무거워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신발의 효능 덕분인지 몰라도, 다리와 발의 무게감이 전혀 없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평상시 곡괭이에 발등이 찍히는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서 신었던 쇳판을 덧댄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장화를 신다가, 이 장화를 신으니 맨발로 걷는 느낌, 아니..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와, 이거 진짜.. 물건이네.." 

나는 왜 이 장화를 왜 이제서야 꺼내서 신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애초에 이 마법 장화의 굽과 발등쪽에 철판을 덧대어 보강하여 작업화 대신 신었다면 이제까지 일하면서 관절들이 갈려 나가는 개고생을 겪지 않았을건데.. 지금까지 써 왔었던 작업화 보다 훨씬더 작업적인 측면으로 효율 좋게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 했다. 

산등성이에서 해가 뜨기전에 몸을 일으켜 서둘러 출발했다.. 평소 채광일을 하러 가면서 걸어다닐 때 보다 많은 짐들을 들고 다니는데도, 몸이 무겁지도 않고 무릎 통증 하나 없이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 진작에 신을걸, 아꼈다가 관절만 배렸네." 

지도를 따라서 쭉 가다보니 영지와 멀어질 수록 피로감이 더 몰려왔다.. 영지 주변으로 갈 수록 갈 깎인 포장도로인 반면에 거리거 더 멀어질 수록 지면이 더 거칠어지기 때문에 영지를 벗어날 수록 더 피로감이 들었다. 

마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로 걸어다닐 수 있지만, 마차가 자주 다니는지라 먼지바람을 삼키며 다니기는 싫고 해서, 비포장 도로 사이로 좋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 사이를 가르며 걸어갔다.. 예전의 나였다면 비포장 도로로 다니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피로감을 줄여주는 장화가 있으니 전혀 문제 없었다. 

흑망치 산맥의 도심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먼줄은 몰랐다.. 며칠 꼬박걸리는 길일 줄은 예상치 못했고, 길도 이렇게 험할 줄은 몰랐다.. 하긴 마차를 타도 거의 하루 한 나절을 꼬박 가야 겨우 도착하니 걸어가면 얼마나 오래 걸리겠는가? 

"아.. 마차를 타고 갈 걸 그랬나.. 미련하게..." 

산세가 험해서 해가 꺼질 수 록 더 빨리 어두워졌고, 길이나 맹수같은 동물들도 분간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밤에 다니는 맹금류나 맹수류가 덤빈다면 즉각 골로 갈 것 같았기에 최대한 나무 뒤로 숨어다니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어둠이 자욱하게 깔리며 한기가 숲을 에워싸고 있었다.. 길 바닥에 불을 피우면 산적이나 도적들에게 '나 여기있으니 나좀 잡아가시게' 하며 광고를 하는 거나 다름 없으니, 최대한 큰 나무 뿌리 부근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들고온 옷가지로는 잠들기에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추웠다. 

"아.. 존나 춥네 진짜.. 동굴이라도 찾아야겠는데..?" 

나는 오들 오들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걸어다니며 매서운 한기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나 터널이 있는지 둘러보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십여분 정도 걷다보니, 조용한 숲에서 메아리 치듯 무거운 목소리가 귀로 흘러들어왔다. 

"그래서, 돈은 어디있나?" 

"드..드리겠습니다 목숨만은 제발.." 

거친 굵은 목소리와 목숨을 구걸하는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어디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어서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 들에게 들키지 않게 천천히 발소리를 낮추며 걸어갔다.. 걷다보니 조그만 빛이 보였는데 손에 들고있는 막대에 빛이 나는 것을 봐서는 횃불인 듯 했다. 

"이게 다 인가?" 

"예.. 남은 대금은 제가 꼭...크헑!" 

'미친, 사람을 죽이다니!'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횃불쪽이 있는 방향이 더 잘 보였다. 스무명 정도의 무장 도적들과 상인들과 용병들이 무기를 빼앗겼는지 비무장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도적중에 리더로 보이는 자가 열댓명이나 되는 용병과 상인들의 목을 베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구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전사 나부랭이나 마법사 나부랭이도 아니고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이 무거운 상황을 피해 가려고 나무 뒤로 몸을 숨겨 걸어가고 있었다. 

"콰직.." 

'아... 조졌다...' 

나무 뿌리 주변에 떨어져있던 나뭇가지가 내 발에 밟혀 부러졌고, 마침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타이밍에 메아리 울려 퍼지듯 소리가 크게 퍼져나갔다. 

"거기! 누구야?!" 

나는 죽고싶지 않았기에 전속력을 다해 달렸다.. 개발에 땀나듯이 미친듯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뛰었고, 도적들은 내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스무명 남짓 되는 도적들이 정신나간 얼굴로 횃불을 든 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달려왔다. 

"허윽 헉.." 

숨은 가슴까지 차올랐지만 달릴 수 있었다. 이 요상한 장화 덕분인지 평소보다 지구력이 더 높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의 달리기 속도가 그리 빠른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점점 좁혀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속력을 다해 계속 달렸다.. 장화를 신고 있는한, 숨은 조금 찼지만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도적들의 절반은 달리다가 지쳤는지 나가 떨어졌고, 남은 열명 남짓한 도적들이 여전히 내 뒤를 쫒고 있었다.. 장화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미 한참 전에 도적들에게 붙잡힌 채 목이 날아가고 이 세상을 하직했을 것이다. 

"헉, 아악!!" 

터널이 있었는지, 더 어두운 터널 안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헉.. 헉.. 그 새끼 어디있어? 뭐가 그리 쌩쌩해?! 쫒아!" 

도적들은 이 터널의 행방을 모르는지 어딘지도 모르는 나를 찾아 달렸고, 열댓명이나 되는 도적의 발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휴우..." 

정말 목이 날아갈 뻔 한 상황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터널이 함정인건지 아니면 그저 수풀 속에 우거진 터널인지는 들어가봐야 알겠지만, 안그래도 몸을 피할 터널이나 동굴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추위도 피할 수 있고 해가 뜰 때까지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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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 꽤 깊어보였지만 좀 두려웠다.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고 여차하면 맹수의 보금자리일 확률도 있어서.. 또다른 내 목숨에 대한 위기가 찾아올지 몰랐지만.. 바깥만큼은 아니지만 동굴 입구까지는 온도가 낮아서, 온도가 좀 더 높은 곳으로 깊이 들어가야 눈을 붙이는게 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이 걸어 들어갔고, 다행이 몇 백 미터를 걸어 들어갔는데 함정에 대한 흔적도 없었고 맹수의 변이나 발자국 조차 없었다. 

'불행중 다행이군.. 좀 더 걸어들어가서 눈을 좀 붙여야 겠어' 

"부스럭" 

"뭐..뭐야?" 

어둠에 보이지 않았지만 몸을 일으킬 힘 조차 없어보이는 난쟁이의 실루엣이 달빛에 반사되어 동굴로 들어오는 약한 빛줄기에 미약하게 나마 보였고, 움직이지 못 하는지 누워서 작고 쉰 목소리로 나를 애타게 부르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ㅁ..먹을..." 

"뭐? 좀 크게 말해봐!!" 

"머..먹을 것좀 주시오" 

가까이 보니 오른쪽 어깨에 단검흔으로 인한 상처가 보였고 목에는 둔탁한 곤봉 같은 것으로 맞았는지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이 드워프도 도적에 쫒기다가 몸을 피해 여기로 온지 한참이 됐는지 씻은지 오래된 퀴퀴한 냄새와 단검흔으로 인해 흐른 비릿한 핏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자루에는 충분한 식량과 물이 있었기에 일단 들고온 육포와 식수를 제공해줬고, 칼에 찔리고, 곤봉에 두들겨서 쓸려진 상처 부위에 식수를 뿌려 피를 씻어내 주었다. 

"크..크윽.." 

"아파도 좀 참으시게, 아니 이 동굴에서 며칠이나 있었기에 이렇게 구린내가 나는가? 정말 뒤지게 맞아 죽을 뻔한 몰골을 하고 있구먼.. 자넨 누군가?" 

"듀크라 부르시게." 

"그래 듀크, 집은 어딘가? 거동이 가능하시겠나?" 

"배가 고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여기서 굶어죽을 뻔 했는데, 이제 좀 살 것 같네.. 집은.. 흑망치 산맥의 작은 대장간에서 먹고 자고 일을 했었다네.. 이제, 집에 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흐흑..." 

그 수염이 덮수룩한 상남자 처럼 생긴 난쟁이 사내가 내가 준 육포를 씹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명줄을 이어준 구조대나 다름 없었기에 안도의 한숨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다 큰 사내가 눈물은 쯧쯧.. 나한테 육포가 더 있으니 배가 고프면 더 가져가드시고, 물도 충분하니 물도 많이 마시게..나도 마침 흑망치 산맥에 가던 길인데, 자네의 몸이 회복 되는대로 해가 밝으면 바삐 가세, 흑망치 산맥 까지 거리는 이틀 정도 걸릴테니.. 걸을 수 는 있겠나?" 

"음.. 장기간의 허기로 당장은 힘들겠네만.. 하룻밤 자면 걷기 정도는 가능 할 것 같네, 내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별 것 아닐세." 

거동 조차 불가능 했던 드워프가 식수와 육포를 먹고 나니 생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한참을 누워있다가 이제는 앉는 정도의 거동까지는 가능했다.. 아무래도 다음날 정도 되면 달리기 까지는 불가능해도 걷는 정도 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다. 

작은 대장간의 주인이라.. 내가 칼을 갈거나 보조적인 일은 했어도 철을 녹여서 철괴를 만들고, 그 철괴나 주철들로 장비를 만들어 본 대장장이에 대한 일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흑망치 산맥 출신의 아사 직전인 드워프를 살려준 은인이 되었다니,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흑망치 산맥에 도착하면 광석을 캐야 하는 일을 구해야 하는데, 육포와 식수로 목숨을 연명 해준 이 드워프가 내 인생에 있어서 꽤 괜찮은 인맥이 될 지도 모르고.. 

흑망치 산맥에 가서 거기 주민들과 얼굴도 트면서 대장질도 배울까 고민했었는데, 마침 또 모루 짬밥을 먹은 드워프 대장장이 양반이라니.. 그에게 주는 육포와 생수 값이 아깝지 않았다.. 

몇년이나 얼굴 도장을 찍어도 친해지기 어려운 괴팍하고 보수적인 드워프들인데, 아무도 찾아낼 수 없는 터널 안에서 우연치 않게 식수와 육포를 건네준 내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 없으니, 이 만큼 더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이 세상에서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어떻게든 나에게 더 신세를 지게 하기 위해서, 내 상의의 오른쪽 소매를 찢고 뜯어서 긴 천을 만들었고, 그 천으로 그가 찔린 단검흔 쪽의 상처 부분에 묶어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제 정신이 아니라서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구만.. 자네 이름은 뭔가?" 

"노엔이라 부르게." 

"노엔.. 고맙네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일세." 

"별걸 가지고 그러네, 사람이 사람 살리는게 뭐가 대순가? 쯧 쯧.. 흑망치 산맥에 가면 일자리나 주시게, 거기 도착하면 당장에야 벌어먹고 살아야하니, 자네가 대장간 주인이랬나? 대장장이질도 괜찮고~!" 

"보통은 보상금이나 일정의 재산을 달라고 하는데, 자네는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구만, 허허허.." 

"나도 재산 좋아해, 근데 자네 행색을 보니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아서 달라고 하진 않았네만, 여유가 있다면 주시게, 거절하진 않겠네." 

"크핳하하하하하핳!" 

나와 난쟁이 듀크는 동굴안에서 눈을 붙이고 아침이 밝는대로 출발하기 위해 미리 짐을 챙겼다.. 듀크에게 쓴 식수와 육포를 제외하니 딱 둘이서 먹을 이틀 분의 식량이 남아 있었고, 이 이상 허비하면 나와 듀크가 다시 조난자와 같은 몰골이 되어서 자칫 잘못하면 둘이서 같이 굶어죽을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빠르게 흑망치 산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속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도망쳤던 피로감 때문인지, 잠은 잘 왔다.. 약간 좁은 구석에 두명이서 잠을 청하니 두명분의 체온이 있어서 그런지 동굴 속이 그다지 춥진 않아서 적당히 잘 만 했다. 

다음 날 새벽즘 자연스레 눈이 떠졌고, 듀크도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킨 상태였다..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발목을 돌리고 준비 운동을 하는 듯 했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의 칼에 찔린 어깨 부분을 잡고 돌리더니 특정 각도에서 통증이 밀려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아픈 표정을 지었다. 

"듀크, 괜찮은가?" 

"걷는 정도는 괜찮네.. 내가 너와 같은 인간이 아닌 드워프라서 보폭이 좀 좁은데, 정말 이 아픈 환자인 나를 데리고 다닐셈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같은 길이니 그 정도는 괜찮지." 

"그렇군.. 고맙네..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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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잤던 곳은 개척되지 않은 광산이었다.. 값비싼 금은이나 미스릴 광석은 없었지만 이전에 일했던 영지에서 나왔던 청동광석, 철광석과 황동광석이 꽤나 많이 있는 듯 했다.. 듀크는 아직 통증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본인이 몸을 숨기고 있던 이 굴이 광산에 버금가는 채광 터널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나는 품에 가지고 있던 지도에, 현재 지점의 위치를 표기 해뒀고 나중을 위해 언젠간 여길 찾아와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군침이 자연스레 목 뒤로 넘어갔다. 

동굴 입구에서 바깥을 보니 약간 밝지만 아직 해가 나진 않은 약간 어둑한 남색 그림자가 덮혀있는 새벽이었고, 조용한 새벽에 조용한 걸음으로 우리는 흑망치 산맥으로 걸음을 옮겼다.. 3시간쯤 듀크와 걷다보니 지금 우리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신은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선사했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에 듀크가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고, 나는 주변을 살피며 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 이쯤인데.." 

"뭘 말인가?" 

"이 주변의 큰 바위를 좀 들쑤셔 주시게나.." 

"아니... 그래 알았네.." 

괜히 진을 뺐다간, 도착도 못하고 굶어 죽을 확률이 높은데, 무슨일인지도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진을 빼며 움직이는 듀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를 하려면 말을 좀 하고 뭔가를 해야지, 그저 이유 없이 바위나 굴리라는 말에 약간 빈정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산맥으로 가는길은 듀크가 더 잘 아는 편이기에 그의 말에 협조를 했다. 

"노엔, 여기 찾았네." 

듀크가 있는 곳으로 보니 딱 작은 덩치만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구멍이 나 있었고 듀크는 따라오라는 말만 남긴채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아, 살이 조금이라도 쪘으면 못 들어갔겠는데?" 

듀크는 이미 나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고 나는 낑낑대며 그 구멍에 들어간 뒤, 듀크 덕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횃불이 이백보 마다 하나씩 걸쳐져 있었고, 구멍은 정말 긴 복도식 터널처럼 끝 없이 이어져 있었다. 

"여긴.. 어딘가?" 

"흑망치 산맥방향 지름길이라네, 도적들이 모르는 지름길이지." 

"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푸르른 하늘도 볼 수 없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러 갈 수 없는 환경.. 터널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긴 했지만 도적들과 산적들로부터 피할 수 있는 '안전' 이라는 요소가 있었다. 

나는 그 위치를 기억해 이 지름길의 위치도 지도에 미리 표기 해두었고, 지도에 표기하는 내 모습을 보고서는 흥미로운 듯 듀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인간들은 뭔가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만." 

"음.. 드워프들 처럼 일머리가 그렇게 좋은게 아니라서, 자주 까먹어.. 나는 중년쯤 되니 기억력이 점점 감소하는 편이라서 자주 메모하지.." 

"그렇구만.. 혹시 육포 조금만 더 주시겠는가? 내가 돌아가면 내가 먹었던 육포와 식수는 두배로 뱉어내도록 하지.. 약조 함세.." 

"이런거 잘 받는 성격은 아니지만, 거절하진 않겠네 여기있네." 

나와 듀크는 물로 목을 축이고, 육포를 질겅 질겅 씹으며 흑망치 산맥으로 가는 지하 터널로 걸어갔다.. 인간들과 드워프들이 드문 드문 보였는데 이 터널을 지나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흑망치 산맥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터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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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침낭을 덮고 자는 여행객들도 있고, 조그맣게 불을 피운채 곡괭이를 곁에 세워두고 통나무로 된 류트를 꺼내 줄을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인간 바드들도 보였다. 

"여긴.. 바깥에 비해 너무 평화로운데?" 

"흑망치 산맥의 영주가 관리를 하고 있어서 그렇지. 위치는 대부분 기밀리에 붙이고 알고 있는 자들 중에 돈을 벌기위해 밀고하는 자들과 그 알아낸 정보를 이용하여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암살자 길드를 불러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을 하는 방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아니.. 암살자를 부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뭐, 그 비용은 주로 채광을 하는 일꾼들이나 상인들이 대부분 세금을 꼬박 꼬박 잘 내주기 때문에 이런 긴 터널을 만들어 준 것이고, 아무튼 세금을 쓰는 만큼 영주가 이런 타지로 가는 안전한 길도 터주는 복지 아닌 복지를 해주니 흑망치 산맥 주민들의 대부분이 그 터전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거지.." 

"으흠..."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 후 듀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흑망치 산맥의 주민은 딱 공공적인 시설을 제외한 토지들을 사고 팔 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몫 좋은 도심 중앙은 역시 귀족들이나 부자 상인들이 살고 있는 편이다.. 가격이 비싼만큼 흑망치 영지에서 가장 안전하고 도적 산적이 없는 깨끗한 거리와 치안이 보장된 곳이기 때문에 도시 중앙의 땅은 매우 비쌌다.. 

반면 도시 주변의 하렘가나 빈민층이 사는 곳은 어둑 어둑하고, 별종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흑망치 부족에 소속된 경비들이 오기를 꺼려하는 곳이라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지만, 도심과 가까운 이유로 여전히 가격이 싼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도시와 동떨어진 우리가 지나왔던 수풀같은 곳이나 도적들과 산적이 들끓는 곳은 거의 헐값에 가까울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 그 광산이 있는 땅을 사면.. 그 광산도 내꺼 잖아?!' 

나는 눈을 반짝 거리며 광산을 가질 생각에 침이 고였다.. 광산 옆에 굴을 파서 은둔형 집을 짓고서 광산과 집을 연결시켜 채광일과 집을 들락 날락 거리며 광석들을 긁어모을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또 한편으로는 좀 오싹했다.. 내가 만약 이 터널에 대한 위치를 발고 한다면, 언제 또 암살자들이 나를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입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각심을 마음에 새겼다. 

빛이 없는 터널이라서 그런지, 아무리 오래 걸어도 지금이 밤인지 아니면 낮인지도 모르겠다.. 몸이 약간 피곤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해는 이미 넘어가고 밤이 드리우는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밤과 낮을 구분할 수 없는 느낌을 받다보니 좀 이질 적인 기분이 들었다. 

"듀크, 산맥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두 시간쯤 남았네? 

"뭐? 두 시간?!" 

지상으로는 이틀 정도는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자리를 펴놓고 한 숨 자고 나서 출발하려고 듀크에게 산맥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는데 겨우 두시간 남짓 남았다는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터널을 이용하면 이틀걸리는 길이 반절이나 깎이니 매우 좋은 길임에 분명했다. 마차를 타고 가도 족히 한나절 걸릴 길인데, 걸어서 한나절 약간 넘는 정도라니.. 이런 부분에서 자국 영지의 주민들을 위해 챙기는 영주가 있다는 것에 조금의 존경심과 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 켠으로는 세금을 얼마나 털어가길래 이런 복지를 하는 건지도 걱정되긴 했는데.. 세금만 탈탈 털어가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이전에 살던 영지의 영주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어느 덧 담소를 나누고, 침묵을 지키기를 반복하다 보니 우리가 들어왔던 반대편의 큰 입구가 보였다.. 터널을 나오니 어두웠던 환경에 적응 되었던 시야가 빛에 적응을 하지 못한채 내 눈앞을 빛으로 가렸고, 몇 초 정도 지나자 그 빛에 익숙해진듯 한 눈에 산맥의 모습이 내 눈안에 들어왔다. 

"오... 여기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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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 중앙에서 메아리 치는 쇠 두드리는 소리와 시끌 벅적한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말 소리.. 잘 포장된 산맥의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마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섞여 내 귀를 자극했고, 이전에 내가 살아왔던 조용한 촌도시인 블란델과는 다른 대도시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내가 선망하고, 오고 싶었던 크란 대륙의 대표의 상업 도심지중 하나인 흑망치 산맥에 도착한 것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남김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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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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