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피, 버드맨, 그리고 소재를 다루는 태도에 대해

NEOKIDS 작성일 15.03.15 19: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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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영화는 막바로 비교하기에는 매우 다른 영화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의 면에서는, 둘은 비교가 가능합니다. 그것은 소재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상상력으로 꾸민 소재든 현실상에서 존재하는 소재든 표현하려는 매체가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이상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중요한 지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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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같은 경우는 여타의 영화들에서 써왔던 인공지능과 전뇌화라는 클리셰(전형)을 차용하여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클리셰들을 써왔던 다른 여타의 명작이라 불리우는 작품들에서 배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닐 블룸캠프의 문제는 디스트릭트9 때도 이미 조짐을 보였지만, 문제적 지점들이 풍부한 소재를 그저 상황이 흘러가게 만드는 피상으로만 작용하게 함으로서 그 주제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말들까지 삭제해버리고 껍데기만 남게 만든다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허풍쟁이죠. 문제적 지점들을 들고 와서 블러핑을 치고는 그 반푼어치도 못되는 결과물을 내놓는. 클리셰를 넘어서 보는 건 아예 기대도 할 수 없는. 그러다 보니, 극의 전체 상황이 전반부 중반부는 클리셰 때문에 지루하고 후반부는 급작스런 점핑에 의한 황당함이 가득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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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도 어찌 보면 비슷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퀀스 하나하나가 장편감이 될만한 주제들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충분히 설명되거나 봉합되어지지 않은 채 스토리는 전진합니다. (사실 그렇게 될 수도 없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드맨이 더 훌륭한 점은, 바로 그 논쟁적인 소재 자체가 스토리텔링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너는 소재고 그냥 스토리텔링의 인과율일 뿐이야, 의 수준이 아니라 그 인과율이 또 불러오는 이전과 이후의 상황들이 설명은 다 되어있지 않아도 씹을 수록 녹록지 않다는 것이죠. 배우의 입지에 대한 편견, 예술을 한다는 것의 생각들, 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추구하는 것에 대한 문제들, 모든 것들이 책으로 쓰자면 두꺼운 양장본 하나 쯤은 거뜬할 듯한 것들이 캐릭터들의 갈등과 대립 속에 억지스럽지 않게 녹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인공 캐릭터의 신경증적인 면들과 또 혼합되는 상황이 되어 가구요. 

 

때문에 두 작품을 연달아 본 것이 오히려 제겐 큰 공부가 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요근래에 소재들에 대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소재 그 자체를 그냥 기계에 나사 돌려 끼우듯 턱 끼워놓는 것만으로는 매력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해석의 동물이니, 이전의 클리셰나 소재들을 보는 관점들이 놓치고 있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생각을 발전시켜보는 것. 그것이 사실 작가가 해야 할 일들이 아닐까 하는. 그런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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