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 기본 명제에 대한 새삼스런 숙고

NEOKIDS 작성일 08.08.19 05: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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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아 또 왔다. 그런데 왜 또 쌈질들이야 이거."

 

 


글쎄요. 다크나이트 리뷰들은 많은 분들이 써주셔서 이거 또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저 나름대로는 이 다크나이트 리뷰를 쉽게 막 쓰고 싶진 않았거든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호불호, 취향 등에 관련된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리뷰는 아닌듯 싶고.


 

그래서 한 번 영화를 본 후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과연 다크나이트는 열광할만한 영화였던가? 라고요.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열광할만하다 였습니다. 다만, 드라마의 부분에서만.

 

 

 


 

이제사 팀 버튼의 배트맨 1편이 새롭게 보이는 느낌도 오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이 기본 명제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자, 이 명제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영화들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겁니다.

 

왜냐면 영화는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개의 돌봐야 할 분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내부에서 그렇게 많은 제작 파트들이 수고해주십니다만,

 

이것을 이끌어가는 감독 자신이 단 하나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서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는 스토리가 있지만, 그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빛, 구도, 미장센 등등의 미술적 요소들도 충족해야 하죠. 거기에 사운드와 음악까지 들어가면 완전체가 되는데,

 

가장 중점은 역시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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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배트맨 1편 껄껄껄

 


팀 버튼의 배트맨 1편이 지금 보면 후잡같아도 가만히 뜯어보면 정말 대단한 점이 이겁니다.

 

이 종합예술이라는 명제를 훌륭한 수준으로 충족시키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제작비도 중가 수준. 그 당시 같은 년도에 개봉했던 인디아나 존스 3의 제작비용이 4800만달러.

 

보통 당시 블럭버스터의 제작비 수준을 여기에 맞춰본다면 배트맨 1편은 3500만 달러.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이 돈을 얼마만큼 괜찮게 썼는가일 것이고,

 

이 지점에서 매력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는 미술적 배경컨셉, 미장센,

 

배우들의 연기요소(연극적이기까지 한), 대니 앨프먼의 음악까지.

 

모든 면들이 상호작용과 조화를 이룬 결과가 결국 3억달러의 성적을 끌어낸 것이기도 하죠.

 


이런 부분에서 요즘의 영화들은 어떤 것이든 과잉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 과잉인 부분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드라마의 요소이고, 하나는 비주얼의 요소입니다.

 

드라마 과잉의 요소는 인물 중심으로 집중되고 진행되는 반면, 그 인물들의 감정 혹은 상태를 전달할 수 있는

 

미장센 등의 세세한 비주얼에 무심한 부분이 있고 (맨 오브 어쓰 같은 경우가 대표적)

 

비주얼 과잉의 요소는 역동적 비주얼과 미장센으로 모든 역량이 집중되다 보니

 

주플롯과 서브플롯에 조화되는 비주얼의 한계에서 오버해서

 

아예 플롯 자체를 축소하거나 잡아먹어버리기도 하는 경향이 있죠. (트랜스포머가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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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과잉의 대표적인 예 - 트랜스포머

 

 

 


이런 점들을 염두해두고 분석해볼 때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는 대체로 이러한 큰 특징점을 가집니다.

 

1. 주 뼈대의 스토리와 설정이 흥미롭다.

 

2. 서브플롯이 적당하고 충분하며 주 뼈대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

 

3. 드라마의 부분과 비주얼의 부분이 서로 적당한 선에서 합체되어 있다.

 

4. 이러한 조화된 면을 타이밍 면에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편집'이 잘 되어 있다.

 

5. 마지막으로 음악 또한 전달력을 도와 제 위치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자, 그럼 이러한 점에서 다크나이트를 봤을 때.

 

 

1. 이미 코믹스로 검증된 점이기는 하지만, 과거에서 그 캐릭터성이 계속 변신해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흥미를 유발했고,

 

 

2. 서브플롯 또한 악당 개개인과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자아내고 있는 점들이 아주 풍부하다는 사실도 괜찮습니다.

 

 

3. 그런데 이런 상황이 결국 드라마 과잉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만큼의 과잉은 그만큼의 비주얼을 불러야 했건만 이번 다크나이트의 비주얼들은 어느 정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비주얼은 액션장면 등등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종의 미학적 컨셉이라 보시면 됩니다.

 

미학적 컨셉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다크나이트는 조엘 슈마허가 전 시리즈에서 저질렀던 그 비주얼 과잉에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던지 철저히 현실 위주로 나갑니다만 애초에 그게 배트맨의 초현실적 느낌을 지워버리는 역효과도 발생하죠.

 

비긴즈에서는 그나마 정신병자 죄수들 씬에서 조금 특징적이었던 것이,

 

이번엔 조커의 행동 위주를 따라가면서 그런 것조차 다 없어져 버린 느낌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액션 또한 밋밋했던 건,

 

그 액션장면들 자체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상황 자체에 대한 흐름만 따라주는 정도가 강했던 탓도 있죠.

 

(조엘 슈마허는 감정도 없었는데 액션이나 동선만 과잉인 경우도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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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등장인물, 서브플롯, 얽혀들어가는 사람들의 관계와 상황들. 조율은 끝내주는데........

 

정작 감정선을 건드려줄만한 동적인 성향과 상황설정은 너무나 드문.....

 

 

 

4. 그나마 어느 정도는 관객이 처한 현실의 복사본이고, 그 속에서 배트맨은 고뇌한다고 설득하는 정도까지 밀어붙였지만,

 

이제 이 드라마 과잉으로 인한 러닝타임을 해결하기 위해 편집을 좀 빡빡하게 했다는 혐의가 존재합니다.

 

인물의 클로즈업 대화 직후 바로 중간 뜸들이기 없이 바로 휘떡 다른 캐릭터의 행동부분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액션을 좀 신나게 볼라치면 바로 인물로 돌아가버리고.

 

그래도 드라마가 과잉이니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봐줄만 한데, 문제는 이게 전달력에 심각한 훼손을 주고 있다는 문제죠.

 

관객은 초반의 부분에서 굉장히 수동적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흥미를 계속 가지는 접점들이 없을 때는 금방 이탈해버리는데,

 

(전 님은 먼곳에가 딱 그 짝이었음)

 

 

이 부분에서 미국의 경우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계속 유지하지만 타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점들이

 

더 많고, 그런 접점이 없으면 결국 이후 후반의 스토리들은 통째로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놀란 감독은 집요하게 드라마 과잉을 밀고 나갔던 거죠.

 

 

그럼 여기서 취향이 갈리고, 관객의 적극성이 갈려버리는 겁니다.

 

(관객이 이 극에 적극적이 됨과 동시에 극의 간격은 관객 스스로가 메꿔가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결국 감독이 염두하고 찍어놓은 장면들, 그리고 그걸 적당히 버무려주는 편집타이밍의 면에서

 

다크나이트는 스스로 드라마 과잉으로 따놓은 점수를 깎고 있습니다.

 

 

5. 그렇다고 음악이 어마무지하게 대니 앨프먼처럼 특징적이고 테마가 쎈 거면서

 

감정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냐면, 그렇지도 않았고. (무려 한스 짐머가 해준 건데도.......-_-)

 

 

 

 

 

등등의 생각을 해볼 때, 다크나이트가 잘 해준건 드라마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불만도 이런 점에서 터져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사족으로.

 

 

---그런데 이건 뒤집어말하면 이제 관객의 감정을 움직인다는 것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더 힘들어졌는가를 반증하는 것일수

 

도 있습니다. 그만큼 관객이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더 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볼 수도 있죠. 그런 점들이 디 워를 가지

 

고 기성평단을 공격하는 방식 등등의 모습으로 표출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커에 대해서 말이 많은 건 그만큼 놀란 감독이 조커에 대해서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커가 겉보기엔 그냥 절대

 

악이고 단순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그가 내뱉는 대사 등등이나 그런 사람 유형을 설명하는 집사의 말 등등에서 얼마나 놀란 감

 

독이 조커를 아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커를 아낀 것과는 반대로 그 배폭탄시험을 할 때 사람들 면면을 보여주는

 

부분은 더욱 아이러니해지는데, 조커조차도 그렇게 변하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이

 

건 환상같다는 생각이 더 커지죠. 이 부분은 솔직히 다크나이트의 최대 어거지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쓰다가 생각인데, 아예 하비 덴트를 빼버리면 더 간결하고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대신 메기 질렌홀을 그 하비 덴트 자리에 넣는 겁니다. 그것도 법조인들 내부의 부패로 인해서 신참의 검사가 맡는 것이 좋을

 

거라는 식으로. 그러면 상사병난 배트맨, 그리고 여자가 죽은 뒤의 배트맨의 행동여부 등이 오히려 훨씬 더 감정선을 건드리

 

는 형태가 되어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하비 덴트. 이러면 속편까지 무난하게 ㅋㅋㅋㅋㅋ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투페이스는 무진장 아까운 캐릭터거든요. 사실 투페이스 하나만으로도 조커에 버금가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투페이스는 늘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찬밥신세더군요. 하비 덴트라는 검사, 좋은 직장, 그

 

림같은 가족, 성공가도, 그것이 조커와 관련된 형사재판을 맡으면서 망가지고, 그렇게 망가지면서 하나 둘씩 주변의 허영과

 

허울이 벗겨지고, 그것이 왜 자기에게만 일어나는가를 감당하지 못해 악인으로 변해가는 과정만으로도 조커만큼이나 섬뜩하

 

고 매력있게 그릴 수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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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왜 그렇게 심각해? 내 명함 받고 참아."
 

쩝쩝거리며 말하는 대사빨로 인해 혐오감 상승도를 훨씬 높여줬던 조커.

 

히스레저가 조커에 먹힌 건지 조커가 히스레저에 먹힌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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