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호러우드 작성일 23.04.09 22:07:43 수정일 23.04.09 22: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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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 지미 소니, 로브 굿맨이 공저한 이 책은,

정보이론의 아버지인 천재 ‘클로드 섀넌’의 전기이자, 정보이론의 발전에 대한 역사서이기도 합니다.

 

클로드 섀넌은 1930~40년대에 정보이론의 구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수학자이자 공학자로,

 

1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논리연산은 열고(1) 닫는(0) 디지털 전기회로로 구현 가능하다는 것과

2

‘정보’가 왜 ‘확률’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고 수학적으로 풀어내서

 

현대 디지털 시대의 기반을 만들었던 위대한 학자입니다^^

아울러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정보엔트로피, 비트, 데이터압축에 대한 개념을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죠.


 

우선, 당시에 ’회로를 설계한다‘는 것은 공학자들이 행하는 예술적 행위이자, 직관적 활동이었습니다.

여기서 섀넌은 기계를 직접 조작하며 회로를 건드리지 않고, 불대수와 이진수를 이용한 간단한 방정식과 논리계산으로 설계의 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단순화된 방법을 제시하며,

직관에 의존하던 당시의 전기회로의 설계를 과학의 분야로 끌어올렸죠.

이 시스템은 시간이 흘러 계속 발전해서 단순한 끄고 닫는 ’전자회로‘에 그치지 않고,

온갖 분야에 활용되며 지금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컴퓨터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보’라고 하면 떠오르는 개념들은

소식, 이야기, 아이디어, 측정 가능한 어떤 것 등

직관과 연계되는 추상적인 연상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유선으로 주고받는 ‘정보통신’에 있어서

‘잡음(통신할 때 유실되는 부분)’이라는 개념은 어쩔수 없이 붙어서 따라오는 것으로, 절대 없앨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사회의 통념이었습니다.

바닷물 속이나 공간을 가로지르는 전선에서는 전자들이 유실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다시 말하면,

당시에 유선으로 정보를 나누는 ‘정보통신’이라는 것은,

일단 압축없이 그대로를 주고 받아야하기에, 그 데이터의 덩치가 무척 크고,

‘잡음’에 의해 소실되는 정보가 너무 많기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의미전달도 명확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조악한 상황이었죠.

 

예를 들어

‘4월 10일 12시 45분에 남산타워에 공습이 있을 예정입니다’

를 당시의 정보통신으로 보내려면

상당히 큰 덩치를 지닌 이 음성 데이터를 그대로 보내야함과 동시에,

케이블을 따라가며 많은 양이 유실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었죠.

예를들어 위의 메시지는

‘4...10..시45분에 …남산...에… 공..이 있을 예정..니다’

과장이 있겠지만 뭐 이런식으로요 ㅎㅎ

잘못된 데이터를 받게되면 다시 되묻는 과정이 필요하고,

되묻는 데이터를 보내고 되받고 또 보내는 과정이 되풀이되며 많은 낭비를 낳게되죠.
 

여기서 클로드 섀넌은 ‘정보 전달‘의 핵심이 의미와 의도를 배제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강하게 보내서 잡음과 싸우듯이 잡음 사이를 뚫어버리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잡음, 즉 일정 부분의 데이터 소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부 데이터가 소실되더라도 정보전달에 전혀 지장이 없어야 되겠죠^^

여기서 섀넌은 일단 데이터에서 의미를 배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의미를 제거한 데이터의 소스를 불확실성, 즉 확률에 따라 재배열하고,

이를 디지털화하고 잘 추리고 압축함으로써 소실이 있더라도 받아서 풀어보면 정확한 데이터의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책에서는 다양한 예를 들어 섀넌이 정립한 정보전달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압축에 대한 간단한 예 하나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A, B, C, D라는 네가지 문자가 있고,

네가지 문자의 출현 빈도를 각 5, 3, 2, 1로 봤을때,

A~D로 가득 채워진 문서를 전송한다고 가정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ABCD의 네가지 문자를 비트로 풀면

A=00

B=01

C=10

D=11

보통 이런 식으로 나타내겠죠^^

 

하지만 섀넌은 여기서 가장 흔한 문자에 가장 적은 비트를 할당하고, 가장 드문 문자에 가장 많은 비트를 할당합니다.

다시 말해 가장 덜 놀라운 문자를 가장 적은 비트로 부호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섀넌의 식으로 비트를 풀면

A=0

B=10

C=110

D=111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의미는 소실되지 않지만, 통신의 정보량은 상당히 줄게되지요.

이런 경우 단 한 자리(digit)도 낭비되지 않는 최상의 정보밀집도를 지녔다고 하며, 현재에도 데이터 압축의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책으로 돌아오면,

저자는 섀넌의 어린시절부터 성장, 위의 업적들의 탄생, 그리고 노년까지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일평생 저글링과 외발자전거, 체스에 빠져 살았고,

저글링하는 기계, 체스두는 기계, 불을 뿜고 트럼펫을 부는 로봇, 미로에서 치즈를 찾는 쥐로봇, 최초의 웨어러블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취미삼아 개발했던 공돌이로서의 일화들도 나옵니다^^


 

정보통신이라는 학문의 탄생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전기이고

해당 분야에 지식이 없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교양과학서이니

관심 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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