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에딩거 Erdinger] 예찬

거리의연주자 작성일 23.03.22 0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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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의도치 않은 일이었다. 수입 맥주 가격이 만만치 않은 때여서 국산 맥주도 감사하며 마실 때였

 

다. 집 옆에 대형마트가 있어 아내가 퇴근하면서 장을 보곤 했는데 독일 맥주 [파울라너]가 500ml 한 캔에 5천원 하는 것을 아

 

내가 알고 있던 듯 했다. 그런데 반값 이벤트를 해서 2500원에 파는 것이었다. 그래도 국산 맥주 두 개 값이라 나는 엄두도 

 

못 내는데 아내는 할인 폭에 예민했다. 아내는 실제 가격 대비 원래 가격의 할인 폭을 중시했고 끝내 샀다. 그리고 개선 장군

 

처럼 당당하게 집에 와 나 아니면 누가 이런 걸 사주겠냐고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그것이 수입 맥주와의 첫 만남이었다. 반

 

값 이벤트는 종종 했고 그 때마다 아내는 자랑스럽게 [파울라너]를 사서 귀가했다. 

 

[파울라너]는 알다시피 보리 맥주가 아니라 밀 맥주이다. 밀 맥주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일품이다. 그렇게 나

 

는 [파울라너]를 통해 밀 맥주의 맛을 알아갔고 [파울라너]는 내 최애 맥주가 되었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밀로 만든 흑

 

맥주도 마셔보고 다른 밀 맥주도 찾아 보았다. 그러다 [에딩거 Erdinger]를 알게 되었다. (독일식 발음으로는 ‘에어딩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식으로 ‘에딩거’로 한다). [파울라너]도 그렇지만 [에딩거]는 당시 흔하게 보이진 않았다. 마침 새로 이사 

 

간 집 주변 식자재 마트에 [에딩거]를 2500원에 팔았고 나는 득템한 기분으로 [에딩거]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부서진 머리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한 달 정도 의식이 없었고 의식이 

 

돌아온 이후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고 다시 걷기 위해 재활 병원에 2-3년 입원해 있었다. 결국 다시 걸었지만 병원에서 정

 

기적으로 하는 피검사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와 아내가 맥주와 치킨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도 몰래 마트에서 [기네스], [필

 

스너 우르켈], [칭따오] 등의 수입 맥주를 사서 마셨지만 달콤한 밀 맥주만 못했고 밀 맥주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다 결심하고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집 주변의 편의점을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에딩거]를 파는 곳을 찾았다. 4캔

 

에 만천원. 다치기 전보다 천원이 올랐지만 [에딩거]를 찾은 게 어디냐 싶어 사왔다. 그리고 감자튀김 등 안주를 준비하고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데 입 안에서 꽃향기가 터졌다. 은은한 달콤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안주가 필요 없었고 오히려 맥

 

주 맛을 방해했다. 오로지 맥주 맛만 느끼고 싶어지고 안주는 걸리적 거렸다. 사고 전 [에딩거]를 마셨을 때도 나는 입에서 꽃

 

향기가 터진다고 묘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고 이후로 처음 마시는 [에딩거]는 그 이상이었다. 내 후각과 미각이 더 예민

 

해진 듯 했다. 목으로 넘어가는 은은한 달콤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물론 이건 내 주관적 평가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

 

지 모르겠다.

 

이제 내 최애 맥주는 [파울라너]에서 [에딩거]로 넘어갔다. 보리 맥주 보다 밀 맥주를 좋아하는 것만 변하지 않았다. 워낙 유

 

명한 맥주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혹시나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추천한다. 우선 밀 맥주를 추천한다. 보

 

리 맥주와 달리 밀 맥주 특유의 은은한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밀 맥주 중에서도 [에딩거]를 추천한다. 내 경험으

 

론 입에서 꽃향기가 터진다. 만약 [에딩거]를 구할 수 없다면 [파울라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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