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HBO 체르노빌 사고가 말하는 반이성주의 경고

사과맛요플레 작성일 23.05.01 15:13:53 수정일 23.05.01 15: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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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적 사실을 거의 그대로 옮겨담은 재현 다큐멘터리 형식인 이 드라마에

스포를 걱정하는게 의미가 있을가 싶지만

 

평소에 나름 관심을 갖고 있었던 역사적 비극적 사고였음에도 기술적 원인이라던가,

당시 소련 정부의 무능한 정도가 이 정도였는지는 필자도 처음 알았기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체르노빌 원전 노심 폭발 사건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딱 2가지 원인으로 압축하자면

 

열등생의 눈먼 자긍심과 인사체계에 있다 단정 짖고 싶다.

 

 

열등생은 과학 경쟁에서 초기에 엄청난 노력으로 잘 나가다가 

꼭 미국이라는 타고난 천재에 의해 역전되는 꼴을 번번히 맞이하는 소련 그차제이다.

 

우주 탐사도 그들이 먼저 시작했고 초기엔 거의 그들의 압도했었지만 결국 달 표면에 첫 인류 발바닥은 미국이 최초로 찍었다.

핵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훨씬 더 발전된 이론으로 시작하였지만 결국 핵 무장을 먼저 한 것은 미국이었다.

 

그런 그들이 핵 발전소 만큼은 미국보다 먼지 건설하였기에 그 자긍심은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소련의 자신들의 핵 발전소 자랑은 단순한 자긍심을 넘어서 냉전 시대에서 핵 기술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어느정도 자신들의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 그들의 RBMK 핵 발전소의 긴급 원자로 운행 중단 스위치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KGB 주도하에 철저히 숨겨왔다.

 

아니 그들도 멍청이들이 아닌데 왜 긴급 중단 스위치에 치명적 문제가 있는 것을 감추고 그 문제가 있는 상태로 건설을 하게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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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지 않을 일을 왜 걱정하는가?

 

 

결국 다른 레토릭에서 사용한 말이긴 하지만 사실을 폭로한 발레리 교수를 취조하는 KGB 책임자의 이 말이 소련 정부의 무능을 가장 잘 한줄로 표현하는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체르노빌 같은 RBMK 발전소가 긴급 중단 스위치를 눌러야만 하는 시나리오는 너무나도 극단적이고

그 긴급 중단 스위치가 긴급 중단 대신 기폭재가 되는 시나리오는 더더욱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선 “일어나지 않을 일” 이라고 묻어버릴 정도의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일어나지 않을 일”은 대체 어떻게 일어났을까?

 

 

 

그게 2번째 이유인 인사체계다.

 

바로 자신의 업무 능력보단 소위 말해 “줄을 잘 서야” 높은 자리로 가는 공산주의 사회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암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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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극단을 잘 설명해주는 역사가 바로 마오쩌뚱의 중국인민 5천만명 이상을 굶겨죽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당장 인민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한데 상부로부터 질책이 내려오는 것이 두려워 계속 상황이 양호하다고 상부로 보고하고

그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결국 계속 되는 거짓 보고로 인해 지들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지들은 먹고 살만하다고 보고를 받은 마오쩌둥은 그 와중에 소련을 도와주려고 마지막 남은 농기계까지 희생해서 지원을 한 결과 적게는 4900만 많게는 7000만이 넘는 인민들을 굶겨죽이는 결과가 왔다고 한다.

 

위의 차트에서 다른 독재자들이 악의와 고의성을 가지고 사람을 학살했다면

마오쩌둥은 그의 무능으로 고의성이 없이 가장 많은 사람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되는 인물이 된 것이다.

 

정확히 이런 프로세스가 체르노빌에서도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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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노답 3형제 실제 모습(아래) 과 극중 연출 (위)
소장-부소장-최고 기술고문

 

사건 시작 시점이 폭파 직후부터 시작하는 만큼

현장 책임자이자 시험 가동의 책임자였던 아나툴리 부소장의 현실 부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사고가 터지면 논리적인 가능성 순위부터 검토를해야하는데 달려온 직원은 원자로가 폭발되었다 하니 

 

“저 녀석 패닉했구만 여기서 내보네!” 라고 말하는게 이해가 되는 듯 했다.

 

물론 바로 그 뒤에 나가서 외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원자로 감속재인 흑연 덩어리를 보고도 이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현실 부정이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다가

 

최종화의 재판장에서 전말이 들어나니 그의 행동의 괴씸죄가 몇배가 되는 정말 영리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성을 취한 이유는

그렇게 최고조로 올라갔던 시청자의 분노를 다른 어떠한 픽션적인 장치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인해

 

‘이런 미친짓을 하고도 사실 최종 가동 긴급 중단 버튼이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라는 최종 책임 소재는 소련 정부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 시킬 수 있는 훌륭한 연출이다.

 

극 연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방사능 피폭 환자들의 적나라한 묘사들도 참혹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적인 동요를 많이 일으킨 장면은 발전소 인근의 동물들을 “제거”하는 과정 묘사인데,

야생 짐승보단 대부분 대피할때 대려갈 수 없었던 반려동물들이 오랜만에 사람을 보고 반갑게 달려오는데

그들을 사살하는 장면과 이것을 처음 목격하는 신입의 받는 충격을 묘사하는 장면은 정말 보기 힘든 씬이었다.

(위 삽입 OST는 해당 씬 삽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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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무리한 테스트 가동을 하면 저 위 노답 3형제가 승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들은 무리하게 이 테스트 가동을 하다가 이 비극적인 사고가 터진다는 구조이다.

 

(이 기술적인 설명은 극중에서도 재판씬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할 정도로 길고 또 그부분은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니 관심이 생긴다면 한번 찾아보길 권합니다.)

 

사고가 터지고도 사고 수숩이 아닌 어떻게 해서든 사건 “축소”에만 관심이 있는 이 노답3형제 때문에 피해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수차례 목숨걸고 현장을 눈으로 목격하고 온 직원들의 “원자로가 폭발했습니다!” “원자로 자체가 없어졌다니까요? 폭발했다고요!”를 계속 무시하고 계속 “네가 가서 함 봐라” 시전할 때면 마지막 남은 인류애도 체르노빌 원자로와 함께 폭발할 지경까지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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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변명을 하다 말고 피폭현상으로 구토하는 장면은 약간의 쾌감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의 보고를 받은 상부는 다른 경고를 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묵살하고 위로 또 위로 별거 아니라는 보고만 올린다.

 

발레리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인근 지역에선 시간당 히로시마 폭탄급의 방사능이 퍼져나오는데

이런 오보고 덕분에 실제 중앙 정부가 사고의 전말을 제대로 전달 받는데 며칠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런 노답3형제가 실제로 10년 노역형에만 처해졌고 그 중 하나는 다시 본업으로 복귀까지 했다는건 참 기가막힌 참극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능력이 우선이 아닌 윗 사람말을 잘 드는 사람이 승진하고 성공하는 사회 구조 체계

뭐 그럴싸한 말로 관료주의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능력보단 줄 잘서기이다."

 

이러한 환경이니 시대적인 배경상 당연히 주요 관직은 다 남성들 위주이고 그리고 그 자리에 얼마나 능력이 없는 멍청한 인간들이 그 요직에 앉아 있을지 가늠을 할 수 있다.

 

사실상 주인공인 발레리 교수와 파트너로서 극중 이성적인 사고를 대변하는 등장 인물줄 유일한 가공의 인물인 율라나 교수가 여성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발레리 교수와 함께 이 재난을 풀어나가는 지금으로 치면 에너지부 장관인 보리스 장관 역시,

최초로 체르노빌 사태가 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잘못된 보고로 인해 소련 중앙당에선 딱히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보리스 장관을 보냈고 

 

이것이 유일하게 잘된 결정인 것은 보리스 장관은 그 “줄서기”에서 밀려 주요직에 앉지 못한 그나마 좀 제대로된 관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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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빅 박사.. 아니 보리스 장관과 벨라리 교수

 

 

그리고 사고 수숩의 능력도 없는 주제에 소련 정부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단

적게 잡아도 수십만에 이르는 사람 목숨으로 이를 해결해가는 가히 공산주의스러운 괴랄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소련 정부의 1987년 집계된 공식 사망자 수 31명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 한참일때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검사를 하지 않음으로 감염자 수를 줄였던

이웃 나라와 소련이 공통적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체면”을 중요시 했다는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 민주 국가에서는 인맥이나 소위 줄서기가 없는건 아니다.

당연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능력위주의 인사체계는 발동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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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공장하다 시장이 된 자가 핵물리학자의 방사능 경고를 비웃음으로 무시하는 장면.

 

요즘 과연 그러한가?

 

 

 

 

 

사법부의 특정 집단 소속이면 아무런 전문성 없이도 정부 주요 요직에 앉기 시작하고

죄를 저질러도 “그” 사법부 집단이라면 법을 구부려서라도 면죄부를 주는 어떤 정부가 있고

그 정부가 지속된다면 과연 소련 정부 조직같이 무능한 조직으로 정부 전체가 도색되는데 과연 몇년이나 걸릴까?

 

그리고 그런 정부 관리하에 핵발전소들이 과연 체르노빌의 핵발전소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일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특히나 요즘에 많은 교훈을 주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평점 8.5/10

 

휼륭한 요소라면;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세련되고 영리한 연출

불편하지도 역사적 고증을 방해하지도 않는 창의적 요소

과감없이 바로 시청자 면전에 던지는 참혹상

 

단점이라면;

소재가 소재인 만큼 너무 참혹하고 무거운 분위기 일색이라

몰아서 보면 여러가지로 좀 힘듬.

 

배우들이 영국계가 많은 것은 알겠고 극에서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쓰는 상업적 이유도 알겠는데

왜 그들의 액센트가 영국 영어인지는 아직도 좀 이상함.

그냥 러시아 액센트로 영어를 했으면 훨씬 분위기가 잘 살지 않았을까 싶음.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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