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해석 (대량 스포)

Used2B 작성일 16.05.12 17: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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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누가복음 말씀입니다. 원문을 담지는 않고요,
대략적인 맥락을 짚으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고 부활하여
제자들 앞에 나타나자 제자들이 예수를 보고
귀신인 줄 알았다고 하니 예수가 내 구멍난 손 좀 봐라
만져봐라
하는 장면의 구절입니다.


즉, 의심하지 말라..(=현혹되지 말라)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영화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만큼 기독교적 장치가 많습니다.
이걸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죄.

곽도원이 황정민과 천우희에게 공통적으로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왜 하필 우리 딸이냐고. 왜 이렇게 됐냐고.
황정민이 대답합니다. 너가 시방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걸 건드렸어.
천우희가 대답합니다. 니딸 애비가 죄를 지었어.

성경에 원죄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모든 죄의 근원.
여자(이브,하와)가 뱀(악마)에게 현혹되어 선악과라는 열매를 따먹습니다.
단순한 열매가 아닙니다. 신과 같은 능력을 갖는 열매입니다.
그래서 이걸 원죄라고 부릅니다.

딸이 아픈 것은 일본인에게 찾아가 깽판 친 이후이지요.
그 이전에 뭔가 만난 것 같지만 본격적으로 증세가 시작된 건
이후입니다.
그때 딸의 할머니가 무당을 부릅니다.
남자도 허락하고 나중엔 굿까지 하게 되지요.


사실, 독버섯이나 두드러기 광기의 증상은 황정민,일본인이
뿌려놓은 미끼입니다. 이걸로 굿을 하도록 유도하면
일본인이 광기,살의를 집어넣는 것이지요.
황정민의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 건 흐름상
넘어가지만 천우희가 죄를 말하는 부분은 다릅니다.

딸을 살리려면 (구원하려면) 무당을 부르지 말고

굿도 하지 말았어야 했죠. 이걸 지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닭이 3번 울때까지 기다려.

이어서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닭이 3번 울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이것도 역시 성경적 요소가 있습니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가 새벽에 닭이 3번 울때까지 나를 부정할 것이다.
베드로는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닭이 3번 울 때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3번 부정하게 됩니다.

천우희와 곽도원의 만남은 극 초반에서 한 번
있었죠. 천우희가 일본놈이 귀신이라고 가르쳐주던
장면입니다.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지요.

아마 모두가 천우희를 진짜 범인으로 의심하던
상황이었을텐데요.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세세하게 설명해주어
다시 신뢰를 쌓아가고 닭이 두번 울 때까지 잘 넘어가나 했는데
딸의 머리핀과 좀비의 자켓,여인의 가디건을 보고 다시 의심을 하게 되어 결국 돌아서게 되지요. 

 

베드로가 3번 부정하였다면

곽도원은 3번 확신해야 했습니다.


아, 이 장면 전에 황정민이 천우희에게 항복하고
곡성을 떠나는 장면이 있지요. 서울로 가던 길에 트럭에
날파리들이 차에 들러붙어 다시 오게 되는데
아마 메뚜기 같습니다.

3. 왜 곽도원 집안은 멸망했는가

1번 원죄의 항목에서 이어져 갑니다. 기독교 관점에서 죄의 삯,
즉 죄의 대가는 사망, 죽음입니다.
천우희는 닭이 3번 울 때 까지 기다리면 괜찮다 했는데
곽도원이 이를 지키지 못했지요. 즉 죄로부터 구원받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극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두 악마에게 놀아나는 인간과
그 사이에서 매우 소극적인 구원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구원자는 가장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요.
곽도원이 악마를 잡기위해 별짓을 다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딸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했던 건 닭이 3번 울때까지의 참을성이었죠.

기독교 관점에서 구원받는 길을 '좁은 길'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악마의 수많은 현혹을 견뎌내고 의심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이지요.


4. 결말. 

 

 

결말입니다. 가장 난해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인상적인 장면은 신부(정확히는 신부 이전단계)의 친구가

일본인을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신부: 너의 정체를 밝혀라, 그럼 조용히 사라지겠다

일본인: 사라진다고? 내가 뭐라고 생각하나?

신부: 너는 악마다

일본인: 알고있네, 근데 왜 찾아왔지?

신부: 답을 듣고 싶어서

일본인: 너가 악마라고 하면 악마지.

일본인: (누가복음 성경 인용)왜 나를 보고도 알지 못하느냐?

(일본인이 손을 보여줌. 예수처럼 손에 구멍이 뚫려있음)

신부 : 주여...

(화면 몇번 바뀌고 일본인은 악마로 바뀜)

 

영화 장르는 분명 호러물, 오컬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귀신이 들리고, 엑소시즘을 위한 굿이라는 장치와

악마, 그리고 엑소시스트인 신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신부가 다른 호러물과는 힘이 너무 없죠. 곽도원에게 휘둘리는가 싶더니 악마에게 결국 먹혀버리는..

아무 힘도 못 씁니다. 아마 가장 관객과 가장 유사한 관점을 가진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신부일 것입니다.

등장한 것도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는 일본인을 추궁하는 지점부터였죠?

 

사실 이 시점 이전의 얘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전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건과 증거들이 일본인을 가르키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일본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이때 직접적으로 일본인과 대화하며 관객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신부입니다.

 

-첫 일본인과 대면 시에 너는 누구냐? 라는 질문을 하였고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누가복음 말씀 인용)이라는 답을 들은 것은 일본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복선이었습니다.

 

-좀비와의 전투 장면을 생각해봅시다. 관객들은 저것이 좀비인지, 공격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곽도원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지요.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아직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살아야 딸도 사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극중 인물들은 좀비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이들을 말린 것이 신부입니다. 그리고 몸소 공격당하고나서야

좀비에 대한 의심이 풀리죠. 이 역시 관객 관점을 잘 대변했다고 보여집니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 결말로서 이미 관객은 일본인에 대해 악마라는 이미지를 거의 확정시킨 상황입니다.

중간에 굿판 대결을 벌이며 황정민이 일본인을 견제하는 것처럼 영화가 전개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결말에 다다르자 갑자기 예수의 손을 보여주면서 혼동시키더니 장면이 다시금 바뀌자

이번엔 악마로 변한 상태입니다.

 

 

앞서 제가 신부가 힘이 없다 했나요???

왜냐하면 영화 내에서 신부를 비롯한 교회는 신앙이 없고 의심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딱 세번 등장합니다.

 

1. 곽도원이 아침에 신부 데리러 올 때, 이 때 신부는 종을 치고 있다가 놀람.

2. 곽도원이 밤중에 진짜 신부와 딸 상담을 할 때

3. 신부가 예수 십자가 상을 바라보며, 일본인을 만나러 동굴에 가는 것을 결심할 때.

 

2번 장면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딸이 귀신 들리고 아프다, 일본인 얘기를 하니까

신부가 믿지 못하고 그냥 병원에서 의사 말 잘 듣고 있으랍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마지막 결론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습니다.

 

곽도원이 일본인이 귀신인 것 같다, 딸이 귀신 들린 것 같다, 얘기했지만

신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신부가 제대로 된 선이였으면,

딸을 보러가자거나 성수를 주거나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귀신들림을 의심했던 겁니다. 이건 자기 신앙과도 부딪치는 점이죠.

 

정말로 신부(정확히 신부 전 단계)가 악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면

십자가를 가지고 가거나 성수나 성경책을 들고 갔겠죠.

근데 정작 들고간 것은 낫입니다.

일본인이 악마인 것에 확신도 없었고 신부 자신의 신앙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을 의미 하는 겁니다.

 

몇몇 해석들은 악마가 예수의 손을 보여주는 것을 신성모독이라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신부의 확신없는 믿음이 더 중요합니다.

 

악마인지 선인지 모를만큼의 현혹 속에서 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결국 자신의 확신입니다.

 

 

 

피날레는 곽도원의 대사로 마무리 됩니다.

 

"효진아..효진아..아빠가 구해줄게...아빠 경찰이잖아..효진아"

 

인간의 무력함으로 끝나는 피날레입니다.

한 아버지가 피칠갑을 하고 백방을 뛰어도 결국 딸은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악에 현혹되어 구해보려고 하기도 하고

선의 조언에 따라 해보려 했지만 결국 다시 악에 현혹되어

구원하지 못했죠.

 

 

 

5. 결론

 

 

악마가 예수의 손을 보여주며 선인 것처럼 현혹하고..

선은 소극적인 개입으로 구해주지도 않고 마지막 구원조차도 사람에게 떠넘겨버립니다.

니가 믿으면 살것이다..쫄리면 뒈지시든지..

 

피해자 입장에서는 선이나 악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이게 결말부분에서

일본인과 천우희가 교차되는 장면입니다. 일본인은 예수의 손을 보여줬고

천우희는 죽은 자들의 소지품을 지니고 있으면서 곽도원의 손을 만지자 피부색이 변하죠.

무능력한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현혹인거나 다름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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