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가는 여인의 유리벽

그럴수가야 작성일 17.04.04 02:01:59
댓글 13조회 3,657추천 1

올해 초에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서에 여직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업부상 일주일에 3일 정도 그 부서에 왔다갔다 할일이 있는데 

그러다가 가끔 얼굴 보는 사이였고 복도에서 마주치면서 서로 인사하는 정도 사이였습니다.

한 두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자리도 같이 했구요.

저한테 이래저래 말도 많이 걸더군요. 어떻게 여기로 이직하게 되셨냐. 어려운 사람은 없느냐

성격이 참 밝고 붙침성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30대 초반이고 그 여자는 20대 중반입니다. 서로 7살 차이가 납니다.

 

서로 피상적으로 만나다가 하루는 제 책상에 놓여 있는 텀블러를 보고 

이거 얼마냐 어디서 샀느냐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그냥 이래저래 대답해 줬는데

2주 지나고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아는 사람한테 사면 싸게 살 수 있는데

고르면 사오겠다고요. 이래저래 고민하더니 제가 장난친답시고 너무 다크쳤나 봅니다.

고민 좀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냐고

대박이라고 하면서요... 그럼 살 마음으로 물어본게 아니라 그냥 물어본건가 싶더군요.

 

그런데 제가 집에 안 쓰는 새 물건이 있어서 그냥 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인데 부담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3만원 넘는 물건을 3개월도 안 만난 피상적인 관계에서 너무 과하지 않나

부담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 여자도 필요하기도 한데 아는 동생도 하나 사줘야 하고 이래저래 돈이 많이 나간다 하는걸

옆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안 쓰는건데 선심써서 주자 결정하고 저희 사무실 왔을 때 

줬습니다.

 

이거 안 쓰는건데 필요하시면 가지시라고요. 팔수도 있고 친구 줄 수 있는데 마침 필요하다니까

기쁜 마음으로 드리는거니 부담갖지 마시라고 했지요. 그냥 받기 뭐하면 커피라도 사라고 했지요.

 

쭈뼛쭈뼛하더군요. 이거 받아도 될지 그러면서 어색하게 받기는 받았습니다.

그날은 보람도 있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거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만났는데 뭔가 눈치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얼버무리고... 

그날 밤에 생각해 보니 내가 뭐 얻을려고 좋을 소리들을려고 선물한건 아니지만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 줄 수 있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섭섭하기도 하구요. 당일날은 경황이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그 다음날 문자라도 한통

보내 줄 수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했는데

 

이틀 뒤 비닐가방을 제 손에 쥐어주더니 '이거 못 받겠어요'하면서 도망치듯 나가더군요.

당황했지만 다른 직원들도 있어서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받았습니다.

 

조금 마음이 무겁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그렇게 어색하게 대했구나...

부담스러워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다른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나이가 26인데 모태솔로라고 하더군요.

외모를 봤을 때는 인기도 많았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왜 나한테 그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남자 경험이 없으니 경계심이 많구나 이해한거지요.

그리고 최근에 회사일이 너무 몰려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빨리 떨쳐버리고 싶어했구나 싶더군요. 그래도 섭섭한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좀 더 지혜롭게 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본인 상황이 여유가 없으니 이해합니다만...

 

그리고 어쩌다 동료직원에게 듣게 된건데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군요.

워낙 다른 직원들에게 밝은 친구라서 원래 성격인가 싶었는데 오래 봐왔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또 남자직원들하고도 친하고 밝게 지내는데 이성적으로 다가오면 경계심이 강해진다고 하더군요.

 

친해지면 확 친해지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

그런데 전 3개월도 안보고 들이댄것 처럼 됐으니... 이제 저를 경계하는건가 싶더라구요...

그 여자랑 같은 부서에서 5년 있다가 회사를 나가게 됐는데 직원이 있었는데

그 남자 직원(참고로 얘있는 유부남입니다)에게 그 여자가 이제야 친해졌는데 나가시냐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남자 직원이 황당해 하면서 나랑 같이 5년이나 있었는데 이제 친해졌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되묻었던 이야기를 옆에서 하는걸 들었습니다... 

 

문자를 보내도 이어지지도 않구요. 뭔가 빨리 끊을려고 하고 예의상 대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군요.

이건 제가 너무 예민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친밀한 관계도 아니었고 서로 속마음 터놓고 얘기 한번 해 본적도 없는 사이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제 입장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거 같네요.

 

지금은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합니다. 그런데 뭔가 좀... 어색해진 느낌은 지울 수 없네요.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구요. 본인은 늘 대하던 대로 하는 걸 수 도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 상황에서 뭐라 판단내리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네요.

원래 친밀하게 지냈던 사이가 아니다보니...

 

제목도 철벽이 아니라 유리벽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점 때문입니다.

사람이 평소에는 밝은데 저한테는 그다지...(제가 예민한걸 수도 있구요. 아직 온지 얼마 안되서 그렇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뭔가 예전하고 그렇게 크게 달라진거 같지는 않은 예민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느낌?

 

저에게 부담을 느끼는거 같아서 저도 말걸기가 부담되더라구요.

 

만나거나 문자로 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나고 더 움츠러들게 할까봐 

그냥 아무말 안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자주 마주치기는 하지만 우리 부서도 아니고 무시하고 지내면

그럴수도 있는 사이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조금 신경쓰입니다. 완전 푹 빠진건 아니지만 호감 정도 있었고 자주 봐야하는 사이에서

인간 관계에 뭔가 갈등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그게 힘드네요.

 

시간이 해결해 줄까 싶기도 한데 언제가지 이렇고 지내야하는지...

친한 상사에게 이 고민을 얘기하니 회사가 작고 자주 보니까 언젠가 친해질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하더라구요. 

 

그냥 좀 답답하네요. 

그럴수가야의 최근 게시물

연애·결혼·육아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