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연구소 - 24. 남극 이야기 1

갑과을 작성일 22.01.25 16:39:49
댓글 21조회 5,876추천 41

오랜만입니다.

인륜지대사를 마치고 난 뒤에

생각보다 시간이 나지를 않더라구요.

그래서 “어휴 이렇게 된거 그냥 흐지부지 날릴까?”했지만

그건 인간적으로 도의가 아닌 것 같아

다시 한 번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기다리다 지치지 않도록

잡설은 줄이고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이 게시글은

유튜브 “3프로 TV”의 코너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

 

  1. 남극에 대한 썰들을 보면

 

짱공유에서도 남극에 대해서 종종 언급이 되곤 합니다.

대다수의 게시글 내용은

 

남극썰중에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찍기 대결이겠지요.

(결국은 피를 보고야 말았지만)

 

아무래도 남극 역사상 가장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었으니 만큼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최준영 박사님도 아문센 VS 스콧을 이야기 하셨지만

워낙 인지도가 있는 소재고

짱공유에서도 이미 몇 차례 언급되었으니 만큼

이 부분은 과감하게 패스를 하고

 

이제까지 짱공유에서 다루지 않은 남극에 대한 부분을

이번 게시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남극엔 왜 가?

 

사람들이 남극을 왜 갈까요?

사실 목적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아문센과 스콧에게 묻는다면

“조국의 영광을 위해” 라고 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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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관광을 가는 분들께 묻는다면

“기왕 가는거 거기까지 가보는 거지 뭐.”라는

대답이 나올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남극에서

추위와 싸우며

“과학기지”에 계신 분들은 그곳에 왜 가는 걸까요?

 

이쯤되면

“연구하러 가겠지 뭘 그런걸 새삼스럽게 묻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럼 질문을 추가해보겠습니다.

남극 과학기지 대원들은 남극에

“무엇”을 연구하러 가는 걸까요?

 

 

남극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심을 가진 분들은

“남극에 자원이 엄청 묻혀 있다며.”

“석유도 왕창 있고 석탄도 어마 어마 하다던데?”

“그럼 그런 애들이 대충 어디에 묻혀있는지는 알아야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산성’이라는걸 놓고 본다면

남극의 자원개발.....? 글쎄요? 물음표가 좀 뜨는 부분입니다.

 

잠깐 이야기를 돌리자면,

우리나라도 자원이 꽤 있는 편입니다.

한국이 가진 별명 중 하나가

“자원의 표본실”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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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표본실인 우리나라

 

자원의 종류는 꽤나 많은 편이지만

 수량이 ‘딱 표본으로나 쓰기 좋은 수준’으로 적다보니까

채산성이 떨어지는거에요.

 

그나마 석회석, 텅스텐, 석탄 이런 애들은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강원도 지역에서 이런 것을 캐는

광업이 크게 발달했었지요.

예전에 “광산 마을에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흥했습니다.

 

그것이 퇴락해버리게 된 원인이 바로

채산성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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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채취의 변수인 채산성

 

 

남극으로 돌아가서

여러분들이 남극에 운 좋게 가서

땅을 파보니까

지하수 나오듯이 석유가 콸콸 나온다고 쳐 봅시다.

이걸 가져다 팔 때

이익이 날까요?

 

일단 철조차도 추워서 깨져버릴지 모르는

-89℃의 추위 속에서도

깨지지 않을 소재로 시추 타워를 만들어야 하고

마찬가지의 소재로 드럼통을 만들어야 하며

그걸 다 어찌어찌 담아도

365일 태풍급 바람이 부는 남극해를 뚫을

유조선을 띄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유조선은

방심하다가 아차 하는 순간

유빙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얼음을 깰 만한 쇄빙 기능도 갖춰야 하겠군요.

 

 

이렇게 채산성이 제로에 수렴하다 보니까

 

“남극에서 대량의 석유가 있어!”

“남극에 엄청난 석탄이 있다고!”

해도

 

“어 그래 잘 알았어. 그거 참 좋은 소식이네.”

하며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던 거지요.

 

만약 남극이 조금이라도 따뜻했다면

전 세계 강국들이 그걸 가만히 뒀겠습니까?

 

남극 조약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채산성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렇다면

일단 돈은 안 되는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연구하러 남극에 가는 걸까요?

 

 

일단 뭐

남극에 사는 펭귄도 연구할거고

거기에 사는 생물도 연구하겠지만

그거야 워낙 뻔한거고

 

여러분들이 들었을 때

“으응? 그걸 연구하러 간다고?” 할만한 소재를 뽑자면

『천문관측』을 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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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 하기 좋은 남극

 

“응? 하늘에 별 보러 간다고?”

하실 텐데요.

 

일단 북반구에서 볼 수 없는 별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있고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알려진

푼타 아레나스로부터

제주도 ~ 싱가포르 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은 별을 관측하는 데 방해가 되는

 

“광해”라는게 없습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광학 망원경으로 우주를 탐사하기보단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를 탐사하기 때문에

별을 관측하는 데 직접적으로 방해가 되는 건

“광해”라기 보단

 

지구 내부에서 생산되어

도처로 퍼지는 각종 전파들이겠지요.

 

남극 권역에서는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를 탐사하는데

노이즈를 일으키는 전파들이란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광학 망원경이든

전파 망원경이든

남극은 우주를 탐사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인 것입니다.

 

 

물론 별만 보려고 가는건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남극을 갑니다.

북극과 남극을 종단하는 극지위성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미세조정을 하기위해

남극점을 지나가기도 하고

 

 

조금 뜬금 없기도 하겠지만

화성탐사를 할 때 이곳에서 전지훈련 비슷하게 한다고 합니다.

일단 지구에 있는 곳중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곳이 남극이라고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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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닮아있는 화성과 남극

 

화성의 평균온도는 –63℃니까....

남극보단 좀 온화한 편이긴 하네요.

 

 

 

3. 여기까지 빌드업을 했으니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게시글에서는 ‘남극 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볼까요?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남극에 기지를 지으려면

“남극 조약”에 서명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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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약은

“남극에 기지를 지을 수 있는 쿠폰”임과 동시에

“당분간은 이 땅에 영유권 주장은 안 할게요.”

라는 잠정적 소유권 포기 각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남극 조약에 서명을 했고

그럼 이제 기지를 지어야겠죠?

 

기지도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영구적이냐 임시적이냐』는 여부일 텐데요.

 

영구기지는 남극의 여름~겨울 모든 기간 동안

풀타임으로 운영되는 기지일 것이고

임시기지는 남극의 여름 기간에만 운영되는 기지에요.

 

물론, 이번 게시글에서는

풀타임으로 운영되는 영구기지에만 한정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3. 가장 먼저 필요한 것?

 

남극에 기지를 짓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보일러?

건물?

 

일단 이런 친구들을

날라서 남극에 가져다 두어야 하기 때문에.....

가 필요하겠죠?

사실 배만 필요한건 아닐겁니다.

 

 

배도 필요하고, 헬기나 비행기도 필요하고

그런 애들이 뜨고 내릴 활주로도 필요하고....

 

일단, 그런애들을 뭉뚱그려서

“교통수단”이라고 해 봅시다.

 

이번에는 남극에 갈 때 필요한 교통수단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4. 쇄빙선

 

남극으로 가는 교통 수단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겁니다.

 

일단 유조선, 통통배 같은 귀여운 친구들로

이 거친 바다를 가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차하면 주변이 꽝꽝 얼어붙어 그대로 갇혀버리게 되거든요.

이런 극지를 갈 때는 특수한 배가 필요합니다.

바로 쇄빙선이라는 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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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쇄빙선 아라온호

 

우리나라에서는 ‘아라온’이라는 쇄빙선이

한 척 있습니다.

‘뭐여? 딸랑 한 척?’이라고 생각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나마 그 한 척도, 사람 목숨하고 바꿔서 마련한 배라는 사실.....

그 사연은 차후에 언급하도록 하고

쇄빙선에 대해서 딥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쇄빙선에 대해서 우리가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건

“바다에 언 얼음을 깨고 다니는 배”일 거에요.

 

물론 사실입니다만, 쇄빙선이라고 해서

아무 얼음이나 다 박살내고 다니는 건 아닙니다.

 

쇄빙선의 스팩에 따라서

깰 수 있는 얼음의 레벨도 결정된다고 합니다.

 

괜히 1랩짜리 꼬꼬마 쇄빙선이

랩 15짜리 준 보스 얼음을 깨겠다고 덤벼들다간

혼쭐나고 돌아오게 되는 거지요.

 

그럼 쇄빙선이 어떻게 얼음을 깨는지

레벨 별로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쇄빙선은 어떻게 얼음을 깰까요?

 

얼음이 쭉쭉 펼쳐져 있으면

“지나갈게요~”하면서 그냥 무식하게

밀고 들어가는 걸까요?

 

배 위에 망치 같은게 있어서

배가 지나가기 전에

얼음을 깨면서 가는 걸까요?

 

 

후자의 경우는

“아니 무슨 개드립이야 수준 떨어지게.”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이 방식은 저랩의 꼬꼬마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다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물론 망치가 달려 있는 건 아니고

얼음송곳 같은 쇠꼬챙이가 배 앞에 달려있다고 해요.

걔를 가지고 배가 지나가는 앞에 있는

얼음들을 찔러서 쪼개는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저랩 몬스터 마냥 허접스러운 얼음을 상대로 할 때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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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저랩 용 방식

 

그럼 고랩의 쇄빙선은

고랩의 얼음을 어떤 방식으로 깨고 다니느냐.....

고랩의 얼음을 만나면

일단 뒤로 후진을 했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은 거리까지 떨어지면

전속력으로 얼음을 향해 달려서......

 

얼음 위로 올라 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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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랩은 이런식으로 올라탑니다

 

갑자기 수륙양용 느낌이 확 나죠?

실제로 얼음 위로 올라간 다음에

그 위에서 마치 물개가 꾸엉꾸엉 하는 느낌으로

얼음 위에서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며 발버둥을 치면

얼음이 그 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거에요.

 

이런데 얼음이 안깨지고 배기겠나

 

실제로 이런 게 가능하려면

배의 무게중심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장치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벨로스터 탱크”라고 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벨로스터 탱크는

배를 앞 뒤로만 움직이게 만드는게 아니라

좌 우로도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얼음은 앞 뒤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자고 있는 동안 배의 좌 우에도 얼 수 있기 때문에

 

출근 시간 지옥철에 구겨져 있다가

내려야 하는 역에서

“저 이번에 내려요!”하며

온몸을 비틀어가며 간신히 빠져나가는 직장인처럼

좌 우로도 움직여줘야 배가 얼음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는 거지요.

서울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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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절반은 이렇게 살고 있음

 

 

이런 쇄빙선들을 많이 만드는 나라야

북쪽에 적을 두고 있는 나라겠지요.

 

노르웨이

러시아

캐나다

미국

덴마크

 

아무래도 북쪽 바다를 이용하니

얼어붙은 바다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왔다면

 

 

요즘은 중국에서

쇄빙선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뭐..... 명분이야 간단하죠

 

“요즘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이하여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를 다니면서 안전하게 항행하기 위해

쇄빙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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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빅픽쳐

 

일단 중국하면 눈에 색안경을 장착하고

“저저 곰돌이 푸새기가 뭔 나쁜짓을 하려고”

하며 노려보시는 분들이 많은걸로 알고있는데요.

 

그렇게 노려보시는게 맞는거 같아요.

 

 

일단 명분이야

“안전한 항행을 위하여”라고 하지만

 

중국 측 쇄빙선에서 뚫는 항로로는

아무래도 중국 상선들이 많이 드나들 것이고

일종의 “암묵적 중국 길”이 형성되겠지요.

 

그렇게 중국 길이 형성되면

배들이 오가면서 물건도 보급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할 일종의 휴게소도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런걸 지을 땅도 필요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적당하다 싶은 곳에 슬쩍

“여기 우리 땅 좀 하자 ㅇㅋ?”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쇄빙선을 우리나라도 만들게 되었는데

설마 아라온호만 딸랑 한 척 만들진 않겠지요.

 

기왕 만든거 다른나라에 가져다 팔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나라는 쇄빙선 기술을 LNG선박에 결합해서

쇄빙 LNG선박을 만들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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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 LNG선

 

원래 북극권을 항해할 때는

쇄빙 선단이라고해서

선두에 쇄빙선이 얼음을 부숴서 길을 개척하면

그 뒤를 나머지 선박들이 졸졸졸 따라가는 형태였는데

그러다보면 배가 많이 필요하겠지요.

적어도 쇄빙선 만큼은 꼭 데리고 다녀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LNG 선박에 쇄빙기능을 달아놓는다면

그만큼 동원할 수 있는 배의 개수가 세이브 되니까

그야말로 갸이득이 될 겁니다.

 

 

 

5. 세종 과학기지를 짓기까지

 

우리나라는 남극에 2개의 과학기지를 지어놓았습니다.

하나는 가장 잘 알려진 세종 과학기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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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기지

 

다른 하나는 장보고 과학기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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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

 

지어진 년도를 살펴보면

세종과학기지는

우리나라가 한창 올림픽에 열을 올리고 있던

1988년에 지어졌고

장보고 과학기지는

2014년에 지어졌다고 해요.

올해가 2022년이니까 햇수로 치면 9년차가 되고 있는 겁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는 네이밍 센스를 참 거지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네이밍 타이밍이라고 해야겠지요.

 

세종대왕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해보면

가장 최신, 가장 좋은 것에다가 가져다 붙여야 할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지어서, 가장 낡았고, 심지어 남극 본토도 아닌

인근 섬에 지어놓은 기지에다 “세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이순신장군호를 생각할 수 있어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세계 해전사에서도 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의 이름을

구축함에다 붙여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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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함

 

해군 출신은 잘 알고 있겠지만

배의 크기는

항공모함 > 전함 > 순양함 > 구축함이거든요.

 

거의 막내급 배에다가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붙여버리니 참.....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에 최초의 남극 탐사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2년뒤인 1987년에

“우리나라도 남극에 과학기지를 짓자”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빨리빨리”는

종족 패시브인 것 같아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단순히 성질머리가 급해서

빠르게 결정을 한 건 아닙니다.

 

 

세종과학기지를 짓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줬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요인 중 첫 번째는

바로, 우리 머리맡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북한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이 당시 중국과 연계해서

남극에 과학기지를 짓고자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데는 몰라도

절대로 얘들한테는 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2개가 있죠.

 

하나는 일본

다른 하나는 북한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군사정부시절

북한과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수교맺기 외교전을 펼친 바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미술관에 미쳐있을 시절

과천 미술관에서 했던 기획전에서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국가의 수교 기념품이

전시된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때에 있었던 일을 다룬 영화가

모가디슈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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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외교전을 그린 모가디슈

 

그런 배경이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하면 당연히 우리도 할 수 있고

북한이 못하면, 당연히 우리가 해서 앞서나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 정책 당국자들에게 깔려 있었기 때문에

 

“뭐? 북한에서 남극 기지를 짓는다고?”

“무조건 걔들보다 빨리 지어!”

를 시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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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갓과 좃날두 같던 남북한

 

 

거기에 요인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남극조약이 1961년에 효력이 발생했는데요.

『30년 동안은 남극의 영토에 대해서 불문에 붙이자』라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즉, 그로부터 30년 뒤인

1991년부터는

남극의 영토권에 대해서 뭔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라는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럼 그 논의가 나오기 전에 우리도 발 하나는 걸쳐놔야 한다』

는 계산이 나왔던 거지요.

 

근데 남극에 발을 어떻게 걸치냐.....

ADCP라고 남극조약 당사국이라는 회의체에

회원국 자격이 있어야 발언권이 부여되었습니다.

 

그럼 이 ADCP에 어떻게 가입을 하느냐......

회원가입비를 내는건 아니고

남극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과학적 탐사 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 실적을 토대로 남극 과학기지를 지을 ‘분양권’을 얻게되는 겁니다.

 

사실 세종과학기지를 지을때는 어느정도 운이 따랐던 것이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 조지 섬은

남극의 멘하탄이라고 불릴만큼 많은 과학기지들이 있습니다.

저번 게시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남극 과학기지를 지을때는

먼저 기지를 지어놓은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시누이 놀음을 당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꽤나 후발주자였지만

그 시누이 놀음이 그나마 덜 할 때였고

덕분에 큰 잡음 없이 킹 조지섬의 분양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만약 가상의 국가 A국이 킹 조지섬에

분양권을 받으려고 하면

훨씬 고강도의 시누이 놀음을 받아야 하고

차라리 그러느니 남극 본토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쫓겨 갈 수 밖에 없다고 해요.

 

 

 

4-1. 세종과학기지를 짓기까지....2

 

어쨌거나 1985년의 과학탐사를 통해

분양권을 획득한 한국은

 

그럼 어디에다가 과학기지를 지어볼까....하며

남극 임장을 다녀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살 때야

잘 모르면 부동산부터 찾아가 보겠지만

남극에 부동산이 있을 리는 없고

 

그냥 무작정 휘돌자니 답도 안나오고

그래서 생각한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건물도 많이 서 있고,

사람들도 북적이는 데가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국의 탐사단이 남극을 둘러다 보니

남극대륙 본토는 답도 안 나오는 겁니다.

 

“어휴.... 저기다가 건물을 짓기는커녕

쇄빙선도 없으니 접근도 못 하겠다 야.”

“야, 쌈짓돈 얼마나 있냐?”

“이걸로는 간신히 건물만 올리겠는데요?”

“그럼 답은 하나지.”

“가성비?”

“가성비!”

 

당시 가성비가 개쩌는 곳은

남극 인근에 있는 킹 조지 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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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개쩔던 바로 그곳

 

킹 조지섬은

여름에는 비교적 따뜻해져서

얼음이 녹아 땅이 드러나기 때문에

남극 본토 얼음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것 보다는

건축비도 싸게 들어가서 쌈짓돈도 아끼고

 

우리나라처럼

없는 살림 쪼개서 가성비 쫓아 온 다른 나라 과학기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뭔가 인프라도 구축하기 쉬울 것 같고

 

결정적으로

우리나라가 쫄리는 일이 있으면

헬프 치기도 편해 보였더라 이겁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분양권을 가지고

킹 조지섬에 기지를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4-2. 세종과학기지를 짓기까지....3

 

분양권도 땃겠다

임장 결과 땅 도 알아놨겠다

건물을 뚝딱 올리면 되겠구먼 하겠지만

 

아무리 여기가 남극에서도 온화한 곳이라지만

남극은 남극이라는게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땅 파고 시멘트 부어서 양생하고

철근 심어서 건물 올리면 되겠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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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할 수 없던 현실

 

그건 남극을 너무 무시하는 생각이지요.

남극의 겨울은 애초에 어떤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천상 여름에나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남극의 여름은 꼴랑 석 달 뿐입니다.

 

그리고 땅에다가 건물을 바싹 올려버리면

여러분들이 군 생활 동안 경험하셨을

겨울철 근무 댄스파티가 열리는 겁니다.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차가운 냉기를

직빵으로 맞아버리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겠지요.

 

사람이야 발이 달려있으니

어떻게든 스텝을 밟아가며

냉기를 요리조리 피해 보려고 하지만

(물론 대부분의 경우 실패로 돌아가긴 합니다.)

 

서울사람들만 안다는 바로 그것

 

땅에 붙어있는 건물은?

난방을 풀로 올려도

“오호호 한국에선 방바닥에서 온기가 올라오는데

남극에선 방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네 오호호 얼어죽겄다.”

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밖은 춥고, 안은 따뜻한 기온 차가 발생해

시멘트가 불균일하게 축소되는 과정에서

벽면이 비틀리고 타일이 깨져버리는

(지금 저희 집이 그렇습니다 ㅠㅠ)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도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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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흙….괜찮니 우리집 ㅠㅠ

 

 

그럼 이 냉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

동남아시아에서 해법을 찾으면 되는거에요.

 

동남아시아 같은데를 가보면

기둥을 세워두고, 건물을 그 위에다가 지어놓지 않습니까?

물론, 동남아시아는

비바람으로 인한 수해나, 야생동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이지만

그와 유사한 원리로

 

땅에는 기초만 박고

기둥을 세워서 그 위에 건물을 얹어놓는....

이른바 필로티 구조로 건물을 지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건물을 지을 때도

겨울철에는 공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석달 안에 모든걸 다 끝내야 하는 상황

 

이때 우리나라가 생각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 어차피 남극에는 석달 밖에 일을 못 하잖아.”

“그렇죠?”

“근데 기초 공사는 남극에서 해야 하잖아?”

“그렇죠?”

“기초 올리고 나서 건물을 지을려면 석달은 우습게 갈거고.”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요?”

“기초 올리는 동안, 미리 건물을 지어놓고”

“일단 한 번 계속 말해보쇼. 나중에 비웃게.”

“기초공사 끝나면 건물을 그 위에 얹으면 되는거 아님?”

“개 돌아이 같은 생각이네.”

“그렇지?”

“당장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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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본능

 

 

정말 돌아이 같은 발상이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현대 중공업 울산공장에서

미리 건물을 만들어놓고

그걸 바지선에 올려놓은 채로

남극까지 10,000km 넘는 거리를 갔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남극에는 연중 태풍급 바람이

윈드 쉴드를 쳐놓고 있기 때문에

그거 뚫고 가다가 건물이 기울어지고 쓰러지고

박살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배에다가 건물을 용접해 놓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세종과학기지를 만든

현대 중공업은 그로부터 26년 뒤

2014년에 장보고 과학기지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근데 둘 다 지으면서

현대 중공업이 고생을 좀 했는데요.

 

세종과학기지를 지으면서 어떤 고생을 했느냐....

당시 과학기술처에서는

“우리 남극 과학기지 지을겁니다. 무려 북한보다 앞서서요.”

하면서 동네방네 광고를 하면서

동시에 현대 건설에 이야기를 한 겁니다.

 

“야. 정주영이.”

“네?”

“우리 광고 들었지?”

“그러게요. 북한보다 먼저 짓는다니 대단하십니다. 근데.”

“근데?”

“그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는거죠?”

“왜긴, 그걸 니네가 지을거니까 그렇지.”

“?!?!?!?”

“설마 꽁짜로 지어달라고 하겠냐? 50억이면 되지?”

“어..... 일단 계약서는요?”

“왜? 싫어?”

“아니 x발 수주를 하려면 계약서부터 써야 하는거 아닙니까?”

“세무조사 맛 좀 볼래?”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 군사정부였다는걸 생각해보면

아예 불가능한 소린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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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당해봤어?

 

일단 그렇게 해서

광고를 통해 지들이 세종과학기지를 짓게 된걸 알게 된

정주영은

총무부장을 불러서 주판알을 굴려보도록 지시했고

 

총무부장이 가지고 온 견적서를 보고 물음표가 떴습니다.

 

“야, 총무부장.”

“예 회장님.”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눈이 침침한데. 숫자가 좀 많이 빈다?”

“헤헤 그렇죠?”

“요즘은 사직서를 이런 식으로 내나?”

 

정부가 주기로 한 돈은 50억

그런데 총무부장이 가지고 온 견적서에서는 15억이 더 필요한 거였습니다.

정부는 무조건 50억 이상은 줄 생각이 1도 없어보였고

도장 찍는 순간 공식적으로 올릴 가능성은 더더욱 없어질 것이고

 

이때 정주영이 내린 판단은

빤스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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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합리적 선택

 

“어이 정회장. 우리 계약서 써야지?”

“아 죄송. 저 이번에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너 북한에서 내려온 애 아니었어? 너 혼자서.”

“저는 양아버지도 없습니까? 저 쌀집 알바할 때 사장님이요.”

“뭐 그래 알았어.”

 

“어이 정회장 상 잘 치렀지? 이제 계약서에 도장 찍어야지.”

“아 죄송. 저 이번에 아들럼 생일이라.”

“아 그래? 거 잘됐네. 우리쪽에 사람 보내서 축하해 주면 되겠네.”

“에이 뭘 가족 행사가지고.....”

“세무팀 보낼테니까, 잔치상 옆에 회계자료 쌓아두고.”

“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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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아찔한 하객 맞이

 

물론 실제로 이렇게 진행됐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부분이고

왕회장이라 불리던 정주영이 회장이었을 때였으니 만큼

“야 그깟 푼돈 안 받아도 되. 그냥 해줘.”

했을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어쨋거나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현대 그룹 + 각종 계열사가 한 기여를

긁어 모아보면 책 한 권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으로 나로 우주센터도 현대중공업이 지어줬더랬죠.

이때도 현대 중공업이 고통을 받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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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고통받은 현대 중공업

 

원래 기지를 건설 할 때

발사체를 짓는 예산

기지를 짓는 예산을 한 통으로 묶어놨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해놨느냐

당시 과학기술부에서는

당연히 발사를 성공하려면

발사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

즉, R&D 비용이 가장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무원들 중에서도

가장 짠물 같은 기재부 놈들이

절대 원하는 대로 예산을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회계상의 마술을 부려야겠지요.

 

예산을 크게 한 통으로 받아놓고

기지를 짓는데 필요한 예산을 R&D 예산으로

목적변경을 해버리면 확보할 수 가 있거든요.

 

저도 재작년에 유사한 일을 하면서 골머리를 앓다보니

그 당시 공무원의 애환을 어느정도 짐작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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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맘 잘 알지…. ㅠㅠ

 

어쨌거나 최적의 시나리오라면

R&D로 예산을 돌리고

남은 돈으로 슥삭슥삭 삽을 파고

건물을 쫙 올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현대중공업이 고통받을 리가 없을 겁니다.

 

나로 우주센터가 자리잡고있는

외나로도는

지질특성상

 

땅을 파면 바위 덩어리가

또 파면 바위 덩어리가

또 파도 바위 덩어리가

 

“뀨 나 불렀음?” 하고 튀어나오는 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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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생각보다 길어져 버렸고

 

일은 마침내 기지를 건설하고나서

불거졌다고 해요.

 

“와 X발 드디어 다 파버렸다. 이제 발사체만 지으면 도비는 자유인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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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공업 회장의 꿈과 희망

 

“저..... 회장님?”

“왜?”

“돈이..... 없는데요?”

“돈? 뭔 돈?”

“발사대 지을 돈이요.”

“?!?!?!?”

 

현대중공업이 쌔가 빠지게 고생을 해서

기지를 지어놨는데

문제는 발사대를 만들

돈이 모두 앵꼬가 나버린겁니다.

 

현대 중공업 회장은

절박하게 과기부 공무원을 바라봤지만

과기부 공무원은 눈을 슬슬 피하며 휘파람을 부는 상황

 

현대 중공업 회장이

총무부장의 조인트를 박살 내려는 순간

 

러시아 친구들이 발사체를 들고

“여~ 즈드라스트부이쩨” 하며 나타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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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색한 삼자대면

 

더없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나로 우주센터는 잘 지어졌고

최근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발사체가

99% 발사에 성공한 걸 보면

 

뭐.... 누군가가 총대를 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난뒤에

1988년에 완공된 세종 과학기지는

2014년 장보고 과학기지가 지어지기 전까지

유일한 남극 기지로 활약했다고 합니다.

 

 

 

5. 남극의 비극 – 아라온호가 건조될 때 까지

 

우리나라의 세종과학기지는

다른 나라의 남극 기지에 비해서

평온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고 해요.

 

인터넷 강국답게

킹 조지섬에서 제일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고 말이죠.

 

물론, 앞서 게시글에서 언급했듯이

주방보조를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있기도 했고

탐사 도중에 미끄러져서 다친다거나 하는 소소한 일 정도만 있었지만

 

 

2013년에 정말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우리나라의 전재규 대원이 사망하는 일이 생겼지요.

 

최준영박사님의 언급에 따르면

당시 사수가 남극기지에 가 있고

최준영 박사는 연구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뉴스에서 남극에서 과학기지 대원 몇 명 실종이라는

속보가 떳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어? 잠깐? 그 선배 나올 때가 됐는데?” 하는 순간

연구실 전화기로 사수의 부인분께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오만 생각을 하며 환장할 노릇이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더라구요.

 

 

이제 당시의 사건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는 2013년 12월, 남극의 여름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기적으로 남극 탐사대원의 교대가 있는데요.

 

킹 조지섬에는 만이 크게 있고

그 일대에 과학기지들이 열을 지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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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 만 지역에 있었다고 함

 

다만, 남극에는 바다가 험하고

만에 큰 배가 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터라

 

먼 바다에 큰 배가 정박하고 있으면

대원들이 조그마한 조디악 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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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타고 가야할 열악한 환경

 

배와 섬을 왔다갔다 하면서

사람과 물자를 날랐다고 합니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조디악배를 타고 사람과 물자를 싣어 나르는데

갑작스럽게 큰 풍랑이 닥쳤다고 합니다.

 

당시 배에 올라있던 3명의 대원들이

“풍랑이 심해져서 기지로 갈 수 없으니

근처의 장성 기지(중국 기지)로 긴급 대피하겠다.”라고

본부에 교신을 한 뒤로, 연락이 두절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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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들이 가려했던 장성기지

 

그 뒤에 한참 있다가

“아 우리는 지금 괜찮은 상황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라는 교신이 온 뒤로

다시 두절이 됐다고 합니다.

 

남극 기지에 있던 대원들은

“좋아 이 당시까진 괜찮다고 하니 오케이긴 한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네.”

“중국 기지에 연락 때려보자.”

 

하고 중국 기지에 연락을 해 봤더니

장성 기지 쪽에서는

“한국 대원? 여기로 안 왔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두 가지 정보를 조합해보고

남극 기지에서는

“큰일 났다. 이거 무슨 일이 나도 났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남극 기지에서는

실종된 대원들을 찾기 위한 수색대를 꾸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장비가 한없이 열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장비는

아까 언급했던 조디악 배 3대 뿐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남극에 상설기지를 가지고 있던 나라들 중에서

쇄빙선이 없던 나라는 우리나라와 폴란드 단 두 나라 뿐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대원들은

“마, 그깟 장비가 문제야?”

“이순신, 장보고 못 들어봤냐?”

하며, 다른나라에서는 차마 나갈 수 없던 상황이어도

조디악 보트를 몰며 탐사를 해나갔었는데요

 

“이래도 괜찮았어!”라는게.....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다섯 명의 수색대가

남은 조디악 보트를 타고 수색을 위해 바다로 나섰고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큰 파도에 부딪쳐

대원 두 명이 배에서 튕겨져 나가 버린 일이 발생한 겁니다.

 

이때 바다에 떨어진 두 명의 대원 중 한명은

기적적으로 육지로 밀려 내려왔지만

 

전재규 대원은

얼음장 같은 바다 위에서 의식을 잃고

결국 그곳에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처음에 조난을 당한 세 명의 대원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분들도 기적적으로 육지쪽으로 밀려왔는데

 

다른나라 기지로 가지는 못하고

포스트라는 곳으로 가게되었다고 합니다.

 

포스트가 무엇인고 하면

남극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과학기지 근처에 마련해놓고

식량과 연료를 사용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해놓은

무인 쉘터라고 합니다.

 

 

당시 조난 당한 대원들은 포스트로 피난을 했지만

남극의 살인적인 악천후 탓에

근처 기지로 가서

“우리 안전해요.”라고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당시 일을 최준영 박사는

“순간적으로 여덟 명이나 실종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건 다 죽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다른 나라 남극기지에서도

여덞 명이나 실종됐다고? 아이고.....

하고 위로 전문이 빗발쳤다고 합니다.

 

그들도, 여덟 명이나 실종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던 거였지요.

 

 

여기에서 인류애를 느낄 수 있던 대목이

어느 기지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기지에서

무조건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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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초월한 인류애가 남극에는 있었다

 

그래야 본인들이 어려울 때도 도움을 받을수 있으니까요.

 

이런 일이 생기자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할 것 없이

모든 과학기지의 탐사대원들이 모두 나선 끝에

러시아 과학기지 헬기가 실종됐던 대원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보면 우리나라는 러시아랑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알게 모르게 엮이게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 명의 소중한 과학기술 인재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덞 명이나 실종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곱 명이나 생환했다고? 진짜 억세게 운이 좋구먼.”

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해요.

 

 

하지만

20대 대학원생의 안타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돌아오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으며 (남극의 험한 바다를 뚫어야 하니)

돌아오고 나서도

국립묘지에 묻혀야 하느니 마느니 하며

발생할 가치도 없는 논란이 발생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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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못한 전재규 대원

 

한편으로는

“우리가 남극을 너무 물로 봤다.”

“저 험한 곳에 사람을 갈아 넣었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나면서

 

늦었지만 예산과 조직이 늘어나고

2013년에 쇄빙선 아라온호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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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맞바꾼 아라온 호

 

 

그리고 그 아픔을 딛고 태어난 아라온호 덕분에

“이제 우리도 남극 깊숙한 곳으로 갈 여력이 생겼다.”라는 자신감으로

 

2014년에 남극 본토에 장보고 과학기지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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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보고 기지

 

남극 내륙에 상설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임시 기지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6. 마치며

 

어쩌다보니 글이 평소보다는 좀 짧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여의치 않은게 큰거 같습니다. ㅠㅠ

다음에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끝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기 전에 이 게시글은

유튜브 3프로 TV의 코너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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