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연구소 - 28. 르완다 개관

갑과을 작성일 23.01.16 03:11:35
댓글 8조회 23,683추천 28

오랜만입니다.

저번달 말일을 끝으로 직업적인 성수기가 끝나고

당분간은 직업적으로 비수기가 찾아왔습니다.

 

약 2주동안은 그야말로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내다가

이제는 방전됐던 육체와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좀이 쑤시는 통에 다시 키보드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비수기가 끝나기 전에 얼른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시글은, “3프로 TV”의 코너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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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이번에 다룰 나라는

 

최준영 박사님이 『가장 애정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나라입니다.

지구본 연구소 게시글을 통해서든, 아니면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이끌든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채널을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어느정도 짐작하시겠습니다만,

 

최준영 박사가 다루는 나라들 중에서,

유독 이 나라에 만큼은

뭔가 응원을 해주고 싶고,

뭔가 잘 됐으면 좋겠고 하는

이른바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저도 그런 영향인지, 어쩌다보니 장기 연재를 하게 된

지구본 연구소라는 시리즈를 처음 다룰 때

카타르와 더불어서 이 나라를 놓고

어느걸 먼저 다루지? 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타르는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긴 나라였고

이 나라는, 최준영 박사의 영향을 받아 흥미를 가진 나라였으니 만큼

결국은 『내가 다루고 싶은 나라를 다뤄야지』라는 생각으로

약간 후순위로 밀렸던 것 같네요.

 

그럼 사설은 이만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다룰 나라는

『1,000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르완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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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2. 르완다의 지리적 특성

 

르완다....... 많이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르완다라는 나라에 대한 제 첫 기억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때, 팔다리는 삐쩍 말랐는데, 배만 불룩 튀어나온

아프리카의 흑인 꼬마아이가 우수에 찬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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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첫 만남

그때, 르완다의 내전에 대해서 처음 접했고,

성금을 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르완다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채

『지구 어딘가에 저렇게 불쌍한 아이가 있다.』 정도로만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구본 연구소를 통해서 르완다를 접할 때

상당히 흥미가 당기더라구요.

약 20여년 전에 냈던 내 성금이 과연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지 말이죠.

 

 

 

2-1. 일단 르완다의 위치를 찾아보려면......

 

정말 쉽지가 않을겁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르완다는 진짜 쪼꼬미 나라거든요.

우리나라도 10만㎢로 한 쪼꼬미하는데

르완다는 26,338㎢로 우리나라의 1/4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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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쪼꼬미임을 알 수 있음

안그래도 메르카도르 도법으로 인해서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실제 크기보다 평가절하되는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은 녀석이,

손해 보는 위치에 놓여있기까지 하니

찾기는 정말 쉽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한 번 의지를 가지고 나서보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드리자면

 

Step 1. 아프리카 중앙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찾는다.

Step 2. 콩고민주공화국의 오른쪽에 『탄자니아』를 찾는다.

Step 3. 콩고민주공화국과 탄자니아 사이에 쪼꼬미 두 개를 발견한다.

Step 4. 두 쪼꼬미 중, 위에 쪼꼬미가 르완다이다.

찾으셨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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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아보셨나요?

 

 

 

 

2-2. 이렇게 쪼꼬미이지만

 

놀랍게도 이 쪼꼬미 녀석이 아프리카에서 제일 작은 나라는 또 아닙니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지라, 작은 걸로 등수를 매기자면 한 손안에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얘가 그래도 밑에서 4등, 즉 메달권은 아니거든요.

 

얘보다 작은 나라를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 순서로 나열을 해보자면

 

아쉽게도 르완다보다 아주 살짝 작아서 동메달을 수상한 나라는

23,200㎢의 지부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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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있는 나라인데요.

위치를 보시면 알겠지만,

아덴만을 아주 기가 막히게 점하고 있는 나라다보니까

이 쪼꼬미 나라에 미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매하게 작아서 아쉽게도 은메달로 만족해야 하는 나라는

17,365㎢의 에스와티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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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특이하게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속에 파묻혀 있어요.

사실은 얘가 특이하다기보단, 남아공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남아공은 지 몸속에

에스와티니와 레소토, 두 나라 들을 품고 있거든요.

마치.....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달걀을 깼는데

그 속에 노른자가 두 개 들어있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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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특이한 녀석인 남아공

에스와티니라는 말이 조금 낯설다면

스와질란드라는 나라 이름은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스와질란드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이 나라가 2018년에 독립 50주년을 맞아서

영국 식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나라 이름을 에스와티니로 리모델링 했다고 합니다.

 

스와질란드건, 에스와티니건 그 뜻은 『스와티 족의 땅』으로 동일한데요.

음...... 영어식 이름을 고유한 말로 바꾼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유를 굳이 해보자면

『조선』이라는 한자식 표현을

『아사달』이라는 우리말로 바꿨다고 하면 되지 싶네요.

 

 

마지막으로 제일 쪼꼬미로서 영광의 1위를 차지한 나라는

11,295㎢의 감비아입니다.

 

얘는 진짜 찾기 힘들더라구요.

저도 아프리카 지도를 놓고 한참을 끙끙거려야 했습니다.

 

얘를 찾는데 도움을 드리자면

Step 1. 아프리카 북서쪽에 알제리를 찾는다.

Step 2. 알제리 서쪽에 모리타니를 찾는다.

Step 3. 모리타니 남쪽에 세네갈을 찾는다.

Step 4. 세네갈을 얼굴로 치면 입술같이 생긴 녀석을 찾는다.

Step 5. 그게 감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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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서 보면 정말 말도 안되게 생겼음

 

감비아는 감비아 강을 따라 쭉 이어진 나라에요.‘

짐작하시겠지만, 강 이름이 나라 이름이 된 사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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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아 강을 따라 형성된 감비아

 

얘는 서 아프리카에서 영국의 지배를 받은 몇 안되는 나라인지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얘랑 세네갈을 대체 무슨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

짐작하시겠지만 유명한 말 있죠?

 

『세계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영국을 찍으면 대충 걔가 범인이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 만악의 근원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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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 마려워서 혼났습니다

 

 

원래 세네갈 근처에는 졸로프 왕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약 300년 가까이 존속되던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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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과 감비아의 어머니 격인 졸로프 왕국

 

 

이웃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풀라족에 의해서 1875년에 멸망하게 됩니다.

한 지역을 300년 동안 다스린 국가가 멸망하니

당연히 힘의 공백이 생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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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판 몽골제국인 풀라족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세계 만악의 근원

영국과 프랑스가 군대를 끌고

세네갈 지역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뇌피셜을 굴려보자면

프랑스가 영국보다는 좀 더 접근하기 쉬웠을거라 생각됩니다.

왜냐..... 프랑스는 당시에

 

구글로 치면 플레이 스토어

애플로 치면 앱 스토어 같이

프랑스만의 식민지 플랫폼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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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프랑스만의 플랫폼이 있다고

 

 

바로 『프랑스령 서아프리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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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식민지 플랫폼

 

 

프랑스 입장에선

“어? 세네갈이 지금 무주공산이네?”

“그럼 뭐 잘됐지, 여따가 합병 진행시켜.”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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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진행 시켜”

 

그렇다면 영국은 대체 왜.....? 하실텐데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프랑스 공들이는 곳에 영국은 당연히 어깃장을 놓는다.』

일종의 과학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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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에 야스오가 있다면……

 

 

그것도 얄밉게 입지가 좋아 보이는 곳만 쏙쏙 골라서

“외교적이든 물리력이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무조건 기가 막힌 곳에 알박기 한다.”라는 게 영국의 기조였습니다.

그렇게 영국이 얄밉게 알박기 한 네 개의 나라가

가나, 감비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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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알박기 발싸!!!

 

 

감비아 같은 경우는 감비아 강을 딱 틀어 쥐는 입지였기 때문에,

내륙과 해안의 물자 이동을 위해서 라도

반드시 틀어 쥐어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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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보는 감비아의 기가 막힌 입지 조건

 

그 덕분에......

분명 하나였던 졸로프 왕국의 세네갈과 감비아는

세네갈은 프랑스가, 감비아는 영국이 데리고 가버리면서

각각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해야 하는 비극을 겪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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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랑스의 깽판

 

 

비유하자면......

남한은 영어를 공용어로,

북한은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지 싶네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서도

세네갈과 감비아는 한참을 독립을 못하고 있다가

세네갈은 프랑스로부터 1960년에,

감비아는 영국으로부터 1965년에 각각 독립을 하게됐고

 

 

100여년 만에 “형제여 우리는 하나다 하고”

세네갈 + 감비아 = 세네감비아 연방으로 통일을 시도했습니다만......

 

“Hello bro?” [안녕 형제?]

“Salut, mon frère.” [안녕 형제?]

“What.....? I can’t understand.” [뭐.....?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어.]

“Qu'est-ce que tu veux dire?” [뭔 말 하는겨?]

 

같은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해버린 나머지

결국 둘은 눈물을 머금고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여간...... 만악의 근원들이 하는게 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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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ㅈ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 과학 듀오에게 돌을 던져라

 

 

 

2-3. 1,000개의 언덕이 있는 나라

 

어쨌거나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

우리나라의 1/4에 불과한 나라이지만

 

이 나라의 지형적 특성은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특징으로는 『산악지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입니다.

 

어느 정도냐..... 가장 높은 곳의 고도는 해발 4,500m

백두산 2배 ~ 한라산 2배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고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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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곳이 이거 두 배 쯤 됨

 

가장 낮은 곳의 고도는 해발 950m 즉,

대관령 양떼목장과 비슷한 고도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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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이 이 쯤 됨

 

이렇게 고도가 높다 보니 적도 한가운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평균 기온이 17℃ ~ 21℃ 사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입지에 따라서 (지금은 금리 인상으로 많이 죽을 쒔지만)

강남불패니 똘똘한 한 채니 이런 말들이 많았지 않습니까?

 

르완다도 사람 사는 곳이니 입지에 따라서 땅값이 다르고, 

그러다 보니,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부촌이 형성되어있습니다.

르완다의 부촌은, 고도를 기준으로 되어있는데요

고고도일수록 부유한 사람들이 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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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높아 보이는 곳에 비싼 건물들이 있음

 

 

계절도 나름 4계절이에요.

우기 2번과 건기 2번이, 번갈아서 찾아오니까요.

연교차는 크지 않은데, 비는 정기적으로 내린다.

딱 봐도 농사짓기 좋은 환경이겠죠?

 

그래서 이곳은 아프리카에서도 전통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냐..... 445명/㎢로,

아프리카 인구밀도 1위, 세계적으로는 29위라고 해요.

한반도 1/4정도 크기에, 1,126만명이 모여 사니 말 다했죠. 뭐.

여담으로 우리나라는 515명/㎢로, 세계 13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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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이 짙을 수록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

 

이렇게 좁은 곳에서 인구가 빠글 빠글한 편인데

인구 구성이 조금 특이한 편입니다.

1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3%

15 ~ 64세 (경제 활동 인구)는 전체의 53%

65세 이상 (노인층)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엄청나게 젊은 나라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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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를 피라미드 형 인구 구조라고 한다

 

그럼 대체 왜 그렇게 젊은가?

인구가 이렇게 젊으려면, 자연적인 증감으로는 불가능하고

인위적인 증감이 이루어져야 가능합니다.

 

앞서 언급했었고, 나중에 차차 언급하겠지만

르완다의 내전과 이에 수반되는 대 학살로 인해서

장년층이 증발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서 인구가 젊은 국가가 되어버렸다고 해요.

 

 

 

2-4. 그럼 이 나라는 뭘로 먹고 사는데?

 

아프리카 개관을 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물창고입니다.

당장 르완다의 옆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거기에 있는 자원만 다 캐도

24조 달러에 육박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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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만 다 캐면 2경 9,688조원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에서

“걱정 마십쇼! 제가 돈을 무제한으로 풀겠습니다!”

라고 해서 돈을 그야말로 풀빵 찍듯이 찍어낼 때의 규모가

6조 달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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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꼴랑 7,422조원

 

즉, 콩고민주공화국은 자원만 다 팔아도

2008년 양적 완화를 4번을 할 수 있는,

즉, 전 세계를 돈의 바다에 빠트릴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르완다는 예외입니다.

르완다는...... 정말 슬프게도

자원이 눈꼽만큼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인데 자원이 아예 없겠냐? 싶겠는데

그 몇 안되는 자원이 나는 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은 아니고요, 전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마운틴 고릴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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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하기엔 매우 빡센 원주민

 

“여기서 자원 캐려고?”

“우리가 여기서 몇 천 만년 동안 살고 있었는데?”

“야 이거 무슨 난쏘공도 아니고, 니들 너무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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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이걸 300쇄를 찍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함

하고 깔고 앉아있거든요.

 

 

물론, 콩고민주공화국처럼 내전의 피웅덩이에 빠져있는 나라라면

 

“아 몰라 당장 우리가 죽겠다.”

“좋은 말로 할 때 방 빼.”

 

하고 총질을 해댔겠지만,

르완다의 경우에는

 

“우린 쟤들과는 다르다고.”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이야.”

 

하면서,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인도주의적인 명분 뿐 만 아니라

 

‘캐봐야 뭐 얼마나 나오겠냐.’ 하는 것과

내륙국이라, 국제적으로 욕먹어가며 자원을 캐도

외국으로 수출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수반됐기 때문이겠죠.

 

 

그럼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제일 빠글거리는데

자원은 쥐 눈물 만큼도 안 나오고

그나마 있는 자원도 고릴라들이 알박기를 하고 있으니 힘들고

 

이 나라는 대체 뭘로 먹고 사느냐하는 궁금증이 드실텐데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자급자족 농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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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농경의 예시

 

전 국민의 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농업도 자급자족이 있는가 하면

플랜테이션이라고 해서, 상품성 있는 작물을 길러서

가져다 파는 농업도 있을겁니다.

 

후자라면, 농업이 전체 GDP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겠죠.

하지만, 르완다의 전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합니다.

 

전 국민의 90%가 농업을 하는데

거기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33%라는 건

이걸 농사지어서 옆집 순이네랑 바꿔먹을 생각도 없고

그냥 우리 가족이 1년 먹고 산다라는 개념의 농사라는 이야기이에요.

 

마치 산업사회 이전의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였을 시절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르완다의 경제수준은

“앗 아앗......” 하는 수준입니다.

1인당 GDP가 822달러, 2023년 1월 15일 기준

1,048,050원을 벌고 있어요.

1년에 100만원을 간신히 넘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물가를 반영한 지표인 PPP로 따지면

간신히 2,000달러, 원화로 따지면 240만원

하..... 제 한 달 월급 조금 안되는 돈이네요.

 

 

농업사회의 특징이라면, 도시화율이 낮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르완다의 수도이자 제 1도시인 키갈리는

1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어요.

“어? 꽤 큰데?” 하실 수 있겠지만

 

5,000만명이 사는 한국에서 수도 서울은 1,000만명

즉, 전체 인구의 20%가 살고있는데

1126만명이 사는 르완다에서 수도 키갈 리가 100만명이라는 이야기는

전체 인구의 10%도 모여살지 않는다.

즉, 도시화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쨋거나,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보면

르완다의 모습에서, 『검정 고무신』 시절의 한국이

언뜻언뜻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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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습에서 내 과거가 떠올라

 

자원은 더럽게 안 나는데

사람만 빠글빠글 모여사는 나라.

그래서인지 르완다도 후술하겠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길을 모색하고 있어요.

 

자원은 안나는 데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을 교육 시키면 되겠어.

“사람이 자원이야.”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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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가 그리는 미래

 

 

 

2-5. 르완다의 인종?

 

르완다의 지금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면

한 가지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다문화로 인해서 많이 희석되었습니다만

초등학교~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이야기는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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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것에 국뽕을 주입하지는 않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긴 해요.

그걸 굳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건가? 하고 말이죠.

물론 한 편으로 생각해본다면

단일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국가는

이질 집단으로 구성된 국가에 비해서

국력을 집중하기가 쉽긴 하긴 하겠습니다만

 

굳이 여기에 국뽕을 주입시킬 필요까지는 있었는가 싶기는 합니다.

 

 

어쨋건, 르완다도 그래요.

르완다도 인종적으로는 단일민족 국가입니다.

『바냐-르완다』 인종이라고 해서,

유전적으로는 하나의 인종입니다만,

 

문화적/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후투족”과 “투치족”으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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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함

 

 

즉, 후투족과 투치족은 유전적으로 분리되는게 아니라

일종의 계층, 계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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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가장 가슴 때리는 블랙코미디였던 수저 전쟁편

 

 

후투족의 비율은 전체의 85%이고

투치족의 비율이 전체의 15%에요.

그럼 대충 누가 지배층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수가 많은 후투족이 아무래도 피지배층일 것이고

수가 적은 투치족이 역사적으로 지배층을 구성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해서, 투치족이 르완다에만 짱박혀서

안방 챔피언을 하는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서구 열강들이 지도에다가 빨간펜으로 쫙쫙 그은 것이기 때문에

투치족은 그들이 지도에 줄 긋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일정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었거든요.

 

투치족은, 르완다 인근의 여러 나라에 걸쳐서 거주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어김없이 지배층을 형성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든, 서구 열강의 식민지 시절에든 말이지요.

 

 

전통적으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식민지 시절에는 어떻게 지배층을 형성해 왔느냐

 

일단, 투치족은 강력한 무력을 기반으로

자신이 지배하는 곳에서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형성했습니다.

즉, 다스리는 노하우가 있었다는 이야기죠.

 

서구 열강들 입장에서는

“어? 투치족 녀석들 꽤나 쓸만한데?”

“얘들한테 마름 시키면 딱이겠다.” 싶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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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시키기 딱 좋았던 투치족

 

 

이런 실질적인 쓸모 말고도,

투치족에게는 일종의 전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지금 아프리카 중앙에 살고 있지만

먼 선조들이 에티오피아 출신이라는 전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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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여기서 나와?

 

에티오피아는 나중에 다루겠습니다만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기독교 국가』입니다.

 

대항해 시대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목숨 걸고 찾던 아프리카에 있는 기독교 국가

『프레스터 존』의 실제 모델로 불리는 나라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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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찾는답시고 아프리카 오만 데를 뒤졌던 포르투갈

 

즉, 유럽 입장에서는 완벽한 기독교는 아니지만

뭔가 기독교스러운 면이 있는,

혼자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 딱 좋은 상대가 투치족이었던 거에요.

 

 

안 그래도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녀석이

꽤나 쓸모 있다면?

식민지 경영의 파트너로 삼기 딱 좋은 상대겠지요.

 

그런 이유로 투치족은 르완다 뿐 만 아니라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지배층을 전통적으로 형성해 왔고

그 지위는 식민지 시절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후투족, 투치족은 일종의 계급/계층이에요.

즉, 후투족이어도,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투치족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후투족 출신인 최똘똘이

열심히 돈을 모아서 소를 10마리 샀다?

그러면 그날부터 최똘똘네 집은 투치족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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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기존 시스템

 

그런데, 이렇게 잘 돌아가던 시스템에

벨기에 놈들이 사고를 쳐버렸습니다.

 

벨기에가 콩고/르완다/브룬디를 식민지로 두면서

식민지 사람들에게 주민등록증 비슷한걸 만들었어요.

인구 관리상 필요하다는 것 까지는 오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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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거하게 싸 놓은 똥 (붉은 박스 참고)

 

신분증을 만들 거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사는 곳 이 정도만 적으면 될 것을

 

이름 - 최똘똘,

주민등록번호 - 1234-56789,

사는 곳 - 르완다 키갈리시 부림동

『인종 – 후투족』

 

이렇게 인종까지 기입을 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됨으로서,

후투족과 투치족의 계층 이동이 차단 되는 일이 벌어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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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쪼가리 하나로 무너져버린 계층 이동의 사다리

 

이로 인한 부작용은 다음 편에 차차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그럼 이제

 

르완다와 내적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밑밥은 다 깔아놓았습니다.

 

땅은 좁은데 사람은 많고

자원은 눈꼽만큼도 나지 않고

결국 교육에 투자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

 

 

거기에 (조금은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르완다의 독재자 폴 카가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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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의 대통령(독재자) 폴 카가메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 쪽

나이로 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면

 

“이야 이거 우리나라의 모 대통령이 떠오르는구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일단 이 사람의 롤 모델은

싱가포르의 국부라는 『리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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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리콴유도 사실 뭐...... 거의 독재나 다름없는

철권통치를 바탕으로 해서 싱가포르를 멱살 잡고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현실로 옮긴 인물이죠.

 

폴 카가메도 그런 인물인거에요.

 

 

뭐..... 저는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우리나라의 모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추진한 “개발독재”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는거야.”라는 말 처럼

본인은 청렴했다고하는 이야기는 있을지 몰라도

측근의 부패가 상당했지 않습니까?

그로 인해서 갉아 먹힌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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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사람 흉내 내던 시절

 

결정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침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식을 낳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판 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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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하수인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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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유린을 낳는 마법의 문장

 

운이 좋아서인지

이 사람의 독재기간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수치상으로는 성장을 거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기는 해요.

 

물론, 그 사람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제 2 공화국 시절에 이미 짜여졌다고 하니까요.

그 사람은 그냥 짜여진 계획을 실행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하죠.

하지만 일단 계획을 뒤엎지는 않은 것에서는 점수를 줄 건 주자는 겁니다.

 

 

자 이 정도면

자칫 불편 해 질 수 있을 앞으로의 내용에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1. 르완다 EBS?

 

르완다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땅은 좁고

인구는 많고

자원은 없다시피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죽으나 사나 교육이 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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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에 묻힌 “맹모단기”

 

그래서, 르완다는 교육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일단 국가적으로 초~중등학교까지 학비가 전액 공짜입니다.

다만, 부모님이나 학생이 학교에 노력 봉사를 하기는 해야하나봐요.

 

제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셨는데요.

가끔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할머니가 “이때 느그 할아버지가 이랬다.” 하시면서

할아버지가 현직 교사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고는 하십니다.

 

이때 사진들 보면

거의 래퍼토리가 똑같아요.

 

학교에 구령대를 만들고 난 뒤에

학생 + 교사 + 학부모가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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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이런 걸 만들고 나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는 뜻

 

저는 할아버지가 교육청에서 돈 끌어다 와서 구령대를 만들었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구령대 만들 건데, 와서 돌 나르쇼.”

하고 안내를 하면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방과후에

집집마다 곡괭이, 삽, 호미 들고와서

땅 파고 공구리 쳐서

직접 구령대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지금 르완다가 딱 그런 상황인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육성회비 안 냈다고 뺨 맞고 하는 일은 없다는 거죠.

나라에서 그건 다 공짜로 하기로 했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인프라만 만들고 끝나느냐?

르완다는 2019년에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성 교육체제를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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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가 꿈꾸는 위성교육체제

 

 

말이 어려운 것 같으니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위성 통신을 활용해 집에서도 인강을 들을 수 있게 했다는 거에요.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선 물음표가 떴습니다.

르완다가? 인공위성으로? 인강을? 어떻게?

 

사실 르완다에서 인강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겠지만

인공위성을? 이라는 부분에도 물음표가 떴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르완다가 이런 선택을 한 건

꽤나 합리적이긴 해요.

 

 

일단 언덕만 1,000개입니다.

그런 언덕이 높게는 백두산 두 배 언저리에

낮은 곳은 대관령보다 높은 곳에 있는 나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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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가장 낮은 곳이 여기보다 더 높다.

 

이런 지독한 산악 지역에 인터넷 케이블을 깔 수 있을까요?

차라리 집집마다 위성 안테나를 까는 게 더 싸게 먹힐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구에 떠 있는 인공위성들은

대부분 적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왜냐? 일단 그쪽으로 날리는 것이 연료비가 적게 들거든요.

그리고 전파 감도도 적도에 날렸을 때 가장 강하고요.

 

즉, 르완다의 상공에는

전 세계가 자발적으로 날린 인공위성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자원을 놔두고 케이블 까는게 더 멍청한 짓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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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하늘에는 이런 게 넘쳐 난다는 뜻

 

또한, 언덕만 1,000개 있는 나라인데

학교를 걸어서 간다?

물론 『검정 고무신』 시절의 한국에서는 가능했죠.

왜냐? 일제 강점기를 기점으로

한국에 호랑이가 멸종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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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호랑이가 남아있다면….

 

하지만 르완다는 마을과 마을 사이에

정글이 빽빽한 곳입니다.

 

정글은, 잘못 들어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초록 지옥입니다.

안에 어떤 독충이 있을지, 어떤 위협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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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에 만나면 안되는 친구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글을 헤치고 이웃마을에 있는 학교를 가느니

집에서 인강 듣는게 더 나을 지도 모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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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도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물론 인강 체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르완다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부모님들이 노력 봉사를 하거든요.

 

 

르완다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문화인

0교시 체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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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 덕분에 0교시가 사라졌음.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교시 시작 전인 9시까지 어찌됐든 등교하면 되지만

 

르완다는, 초등학생들까지도

오전 7시에 등교해서 수업을 듣는다고해요.

 

 

 

3-2. 르완다 판 새 마을 운동?

 

앞서 이야기했지만

르완다의 독재자인 폴 카가메는

본인의 롤 모델로 『리콴유』 수상을 뽑았습니다.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길거리에서 담배피면 벌금 120만원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면 태형까지도 가능함.

공무원이 뇌물 받아먹으면 최대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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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싱가포르 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ㄷㄷ

 

 

즉, 깨끗한 환경과 그걸 뒷받침 하는

엄격한 법집행이 그것입니다.

 

폴 카가메는 르완다를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로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일단 첫 번째로

르완다를 깨끗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 본인이 솔선수범해서

새벽이면 빗자루를 들고 나와서

마을 대청소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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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실화라고 함

 

대통령도 나서서 빗자루 들고 동네를 쓰는데

법무부 장관이든

행정안전부 장관이든

기획 재정부 장관이든

교육부 장관이든

국토부 장관이든

 

“아 몰라 어제 세시까지 달렸단 말이야.”라는

변명이 통할까요?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 국민이 새벽이면 빗자루 들고 온 동네를 쓸고 다니는 거에요.

 

깨끗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죠.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있다고 해요.

 

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어? 여기부터 르완다인가? 하는 시점이 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안 보이면 거기서 부터는 르완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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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깨끗한 르완다 거리

 

이 사람들이 얼마나 깨끗한 환경에 진심이나면

이 나라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비닐봉지는 죄다 불법입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봉투가 없는 나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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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여러분들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르완다에 입국하게 되었고,

직원들이 여러분들의 짐가방을 수색했을 때

비닐봉투가 나온다면

 

벌금은 기본 옵션이고요

비닐 봉투 양이 많다 싶으면

입국 거부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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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만 그런건 아니었음.

 

 

그럼 대체 이 나라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궁금하실텐데요.

그건 뭐..... 융통성 있게 알아서 처리하겠죠 뭐.

 

이건 최준영 박사님이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치 새마을 운동처럼

 

새벽마다 동네를 빗자루로 쓸고

마을 수로가 망가지면 다같이 우르르 몰려가 정비하고

마을 앞에 신작로를 깔고

학교에 학부모들 + 학생들이 노력봉사하는

 

이런 모든 활동을

새마을 운동........이 아니라

이 나라 말로

『우무간다』라고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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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판 새마을 운동 “우무간다”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르완다를 개관하면서 만든 문서를 보면

우무간다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〇 식민지 이전부터 『우부레톼』라는 마을 내 소집단에서

5일에 한 번씩 2일 동안 마을 청소, 밭 관리, 야간경비를 서는

마을 문화가 존재해 왔음.

 

〇 식민지 시절에는 우부레톼 문화를 공공근로와 연계해서

노동력을 저렴하는데 활용했음.

 

〇 1974년 하비야리마나 대통령은 우부레톼 문화를 토대로

우무간다라는 문화를 창안했음.

 

〇 발전을 위한 노동력을 집중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학교, 도로, 하수시설, 보건소, 사회기반시설 유지보수 등

경제 발전을 위해 인력을 투입함.

 

〇 수직적인 명령 체계가 아닌, 농민, 관리자, 지식인 모두가

같은 곳에서 같은 노동을 함으로서, 국민 결속을 도모함.

 

〇 전국단위의 우무간다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실시되며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모여 공공근로를 실시함.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무간다에는 무조건 참여하는게 원칙이며

불참시 벌금을 부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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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네 꼬마까지 모두 나서서 마을을 정비함

 

 

3-3. 그래도 우리가 니들보다 나은게 있다고. (1)

 

앞서 언급한거 보면

딱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층

연령대로 보면 (대개)노년층에서

 

이야 이거 참 추억 돋는구먼

녀석들..... 기특한데? 하실 텐데요.

 

 

놀랍게도 우리나라보다 더 나은 구석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모 대통령의 집권시기에는

측근비리가 아주 기승을 부렸었지요.

(알게모르게 본인도 해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는 르완다가 우리나라보다 더 나아요.

2017년도 기준으로

 

르완다의 부패인식지수는 55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4가 나왔습니다.

 

부패인식지수는 숫자가 클수록

나라가 깨끗하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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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부분은, 르완다가 우리나라를 추월한 해임.

 

일단...... 르완다랑 우리나라가 국력 차이가 몇인데

부패인식지수가 1차이 나는것도 웃길 노릇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졌다는 것은 더 웃긴 노릇이고요.

 

우리나라가 부패한 건지

르완다가 깨끗한 건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놀랍게도, 그 이전, 이후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르완다의 부패 인식지수는 한끗차이로

비등비등 한 걸 볼 수 있어요.

 

그럼 르완다는 국력에 비해서

공무원들의 사명감이 뛰어나고

우리나라는 국력에 비해서

공무원들의 사명감이 낮냐.......

라기 보단

 

르완다에서는 공무원들이

부패하기가 어려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참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하면 재미있겠는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무쉬키아노』라는 건데요.

우리나라 말로 번역 하자면.....

전 국민 좌담회? 전 국민 토론회? 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할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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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진짜 무엇이든 물어보는 프로그램

 

 

이 우무쉬키아노가 어떻게 진행을 하느냐......

 

생방송으로 고위직 공무원들을 앉혀놓고

전 국민이 문자나 전화로 질문을 하는거에요.

일종의 전 국민 국정감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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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직접 질문 하는 시스템

 

 

당연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방송으로 진행이 되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때로는 질문을 가장한 공격이 나올 때도 있죠.

예를 들자면 이런 상황일 수 있을 겁니다.

 

 

“전 국민과 함께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임만돌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행안부 장관 임만돌입니다.”

“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장관님이 등판하시니까 질문들이 폭주하는데요.”

“네네 잘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장관님, 20년 전에 키갈리 시청에서 근무하실 때

재개발 사업 추진하면서 건축업자랑 식사하셨더라고요?

그때 입찰에서 4등하던 업체가 갑자기 대상업체로 선정됐던데 왜 그러신거에요?

“어.......그게.......”

“답변시간 15초 들어갑니다. 15, 14, 13, 12......”

“오늘부로 장관직 사퇴하겠습니다.”

 

 

물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사보타주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아 있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정말로 통쾌할지도?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장관이 국민들 질문 받고

진땀 흘리는 장면을 구경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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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식으로

 

뭐...... 우리나라는 안 될 거에요. 아마

그렇죠?

 

 

 

3-4. 그래도 우리가 니들보다 나은게 있다고. (2)

 

우리나라의 민족성하면

여러 단어가 떠오를겁니다.

 

매운 것에 진심이다.부터 시작해서

대결과 갈등에 진심이다.

냄비 근성이다.

그리고

『빨리빨리!』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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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동의하는 한국인의 특징

 

 

사실 이중에서 빨리빨리만큼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을 잘 설명하는 단어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외국에서는 이런 우리나라의 특성을

 

『졸속성』이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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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됐든 일단 목표를 최대한 빠르게 달성하고 나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건 그때그때 땜빵하면 된다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부정적이지만

게임도 쪼개서 파는 요즘 경제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이런 졸속성은 긍정적인 면도 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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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팔고, 또 파는 거야

 

그리고 이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1인당 GNP가 1953년 2천원에서

2021년 4,000만원으로

68년 사이에 2만 배나 뛰어오르는 

기적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르완다도 이런 빨리빨리를

나라 차원에서 장착하고 있다고 합니다.

 

르완다에서는

외국인이 르완다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했는데

투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 시,

그것을 정부에 문의하게 되면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서 48시간 이내에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즉, 48시간 안에 해결책을 어떻게든 만들던가

도저히 안 되면 “미안합니다. 이건 해결이 안 되네요.”라고 답을 하던가

어찌 됐든 대답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지요.

일종의 원 스톱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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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판 원 스톱 시스템

 

제가 근무하는 직업이

이쪽은 아니라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이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는 솔직히 말해서

의문이긴 합니다.

 

 

 

4. 마치며

 

간만에 키보드 앞에 앉아보니

갑자기 접신해서 신들린 듯 써보긴 했습니다만

써놓고 나니까

“어.... 이거 좀 정치적인 공방이 오갈 수도 있겠는걸?”

이라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게시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한 폭탄을 어떻게 해야

터지지 않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70년간 2만배 가까운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과연 “그 대통령”의 지분이 100%일까?

결코 아니겠죠.

 

당시 우리나라는

35년의 식민지 생활과

한국전쟁이라는 지독한 내전을 겪고

그냥 이 가난이 지긋지긋한 상태였습니다.

 

이젠 그만 가난하고 싶다

가난한 것이 질린다.

 

이런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캐치프레이즈에 동의할 수 있었고

모두가 발 벗고 나선 덕분에

엄청난 퍼포먼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르완다를 보고

“이 녀석들 기특한데?”라고 생각하며

일종의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것은

 

“그 대통령”때문이 아니라,

 

“와 내전 때문에

아주 나라가 폭망했구먼.”

“이제 더 내려갈 밑바닥도 없다.”

“이젠 가난은 지긋지긋해.”

“우리도 이젠 좀 잘 살아보고 싶어.”하며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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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국민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적

게시글을 마치면서,

이 게시글은 유튜브 “3프로 TV”의 코너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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