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태권 브이

gubo77 작성일 13.01.23 02: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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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것 같던 냉전의 시대가 끝났다. 영화가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같았던 대한민국의 로봇공학연구소도 모든 후원이 끊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지식하고 연구밖에 몰랐던 초대 소장 박박사는 끝내 자신의 연구소가  화려하게 기능하며 태권브이가 당당하게 출격하는 모습을 다시는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미국 비지니스 스쿨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아들 제임스 박은 그의 아버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연구소의 소장에 취임한지 한달만에 로봇공학연구소는 '국토해양부' 산하의 공식 국가 연구기관으로 편입되었다.

아, 왜 국방부나 과학기술부가 아니라 국토해양부냐고?

"거기가 눈먼 예산이 제일 많으니까."

라고 하신다. 제임스 박께서. 어쩌면....높은 산을 깍고 힘찬 물길도 바꾼다는 태권 브이의 위력이 그 말 그대로 가장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그런 이유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로봇공학연구소. 선대 박박사의 열정에 힘입어 태권브이의 정비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당장이라도 출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 파일럿 모집 공고가 나간후 수천명의 지원자가 지원을 했고, 엄정하고도 치열한 경쟁 끝에 파일럿이 한명 뽑혔다.

파일럿이 입사한 후 식사자리에서 연구소의 누군가가 신입사원에게 가볍게 물었었다.

"아버지 뭐하시니?"

"네. 감사원에 계십니다."

좋은 집안의 자제답게 이 젊은 파일럿 휸은 정말 뛰어났다. 그의 빼어남은 그의 첫 출격때부터 돋보였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지금까지 보았던 모든 메카물을. 한번이라도 속시원히 이겼던 적이 있었던가? 지지고 볶고 맨날 거의 죽어가다가 마지막에 역전 한방 필살기를 써서 이기는 것이 뻔한 스토리 아니었던가?

우리의 휸도 그러한 못난 선배들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만했다. 적과 마주쳐 그가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을때, 그는 태극 1장 품새를 타다가 필살기인 이단 날라차기로 적을 무찔러 내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광석화 같았던 초살 케이오였다.

하지만 그가 연구소로 돌아왔을때 제임스 박의 반응은 그가 기대했던 감탄과 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야 이 씨발 미친새끼야!! 너 개념이 있는 새끼야 없는 새끼야. 어? 니 뭐하는 건데?"

연구소 고참들도 싸늘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중얼거렸던 듯도 싶다.

"그래 씹새끼야. 잘나서 좋겠다. 니만 좋은 고과 받으면 그만이라 이거지?"

연구소 고참들이야 경쟁자의 입장에서 그럴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소장님은 왜?

"아 정말 저 미친새끼가. 야 이 개새끼야. 장전하고 나갔던 무기는 다 쓰고 돌아와야 할거 아니야? 영화찍냐? 어? 저 병신새끼가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너 내년에 예산 줄어들면 니가 책임질래? 어? 아...진짜 어디 아무로 레이같은 인재 없냐? 너 아무로 알아?"

"아...네. 초대 건담을 몰았던 전설적인 선배님 아니십니까?"

"그렇게 잘아는 새끼가. 그 분 첫 출격때 어땠어? 어? 자크하고 딱 마주첫을때 어땠냐고? 대인용 두부 발칸포를 탄창 빌때까지 다 땡기고 시작했던거 알아 몰라? 어? 전설이 괜히 전설인줄 알아?"

휸은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예산이 줄어든다면 선배들 중 누군가가 가장 먼저 잘리겠지. 아...오늘 출격때 보니까 엔진에 노킹이 좀 있던데....아....집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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