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오후가 되면 문득문득 그때 기억이 떠올라 한번 써봅니다.
음슴체로 쓰겠음..
당시는 00년도였을꺼임..
내가 00년 2월에 입대했고
썰의 주인공은 나보다 2추 차이나는 후임이였음.
난 군대에서 말하는 '꼬인군번' 이였음
한마디로 병장 달아도 난 소대 서열(?) 중간쯤.
여튼 내가 이등병 노란딱지 땠을때쯤 채00이랑 동기 윤00이 입소했음.
채00이는 신학교 출신 신병이였음..
신부님이 되기위해서 신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있다고했는데
신교대때 난 불교지만 천주교가 뭔지 궁금해서 몇번 갔다가
채00일병 처음 만났음
키도 제법크고 덩치도있고 운동도 잘하고 늘 웃는상이였음.
근데 눈이 너무 가늘어 표정을 읽을수 없었던것같고 늘 뭔가 좀 숨기는것같기도 했고.. 그랬음
내가 일병 달았을 즈음 어느날
주말에 채일병이 위병소 근무나갔고
선임들 및 몇안되는 후임 들은 한가롭게 티비보면
주말오후를 즐기고 있었음
그때 부소대장 김00중사가 소대로 들어왔음.
부소대장...
키작고 대머리에 사병들이랑 졸 친한 사람이였음
근데 좀 모솔기질이 있었음 ㅋㅋ
까불거리고 활발한 성격이였지만 속깊은 사람
나도 일병 막 달고 휴가때 부모님 이혼소식 듣고 복귀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관심사병 되어있었는데
복귀하고 몇일 후 경계근무 나가려고 신고하고 탄체크하고 위병소 빠져나가는데
야 소포왔다 하길래 뒤돌아보니
이혼하고 혼자 지내시던 아버지가 보내신 과자랑 간식 박스가 왔었음.
그거보고 갑자기 아버지 생각나서 경계근무 복장 그대로 엉엉울었는데
부소대장 뛰쳐오더니
웃으면서 뭘 남자새끼가 우냐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소총이랑 탄띠 다 거둬들이고 있었음
진짜 정신없이 울었던것같음
다른선임 대신 근무 보내고
나랑 앉아서 1시간정도 우는 나를 앉혀놓고 위로도 해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했는데
참 정많은 사람이였음
그런 부소대장이
주말에 갑자기 소대로 들어와서 소대원을 모이게 했음
채00일병은 경계근무 가있었고....
부소대장이 전한 소식은
채일병 아버지가 간암 초기라서 잘못하면 큰일날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했음.
알고보니 채일병 집 엄청 가난해서 아버지가 일도많이하고 술도 많이 드셨는데
병원비도 여유가 없어서 상황이 심각해 보였음
부소대장이
십시일반 중대원, 간부들 돈 조금씩만 모아서 채일병 도와주자고 중대장한테
건의했는데 통과됐고
그렇게 해서 채일병 모르게 돈을 조금씩 모았다.
사병들 돈 모아봤자 얼마 안됐을거고..
간부들이 좀 많이 냈다고 들었음.
난 당시에 만원인가 이만원 냈던것같음..
여차저차 돈이 모였을때쯤
채일병에게 부소대장이 상황 설명해줬고
채일병은 아버지 수술날 맞춰서 특박 나갔는데
분대장한테 특박신고하고 나갈때 표정이 진짜 착잡해보였고
미안함과 슬픈감정이 막 뒤섞인 처음보는 표정이였음
그리고나서
원래 같은 소대였던 채일병이랑 소대개편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는데
난 본부소대 그대로였고
채일병은 1소대로 넘어감.
채일병 휴가 복귀했을땐 이미 우리소대 사람이 아니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휴가를 제법 길게다녀왔었음.
한달쯤?? 지나고 전투화 닦는데 채일병을 첨 봤음
나랑 동기가 수술 잘됐냐고 잘다녀왔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면서 잘 된것같다고 하더니
지는 군대에서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금전적 도움을 받게되서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등등 얘기를 하는데
이색히 막 눈물이 뚝뚝 떨어졌음
나랑 동기도 찡 해져서 그냥 닦던 전투화 계속 닦으면서 못본척했고
같은자리 있던 고참들은 괜히 일이나서 뿔뿔이 흩어져 담배한대씩 핌
우리소대에 장00병장이라고 진짜 어느상황에서도 개드립치는
그런 또라이인지 천재인지 모를 그런 사람도 그냥 씩 웃기만 했음
몇안되는 후임들은 뻘쭘해서 그냥 하던일 하고
여튼 잘되서 천만다행이였음
그렇게 세월이 흘러흘러
채00일병은 1소대에서
난 본부소대에서
이주차이로 전역했는데
전역하고 이메일을 보내왔었는데
인도에 봉사활동 하러 갔다가 거기 환경이랑 고통받는 아이들 보고
몇달 눌러앉기로 했다고 소식들었던게 마지막 연락이였음 ㅎ
문론 아버지는 수술 잘되서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심
의지강했고 신앙심 깊음 친구였으니까
지금쯤 어느 성당의 신부님이 되어있을 채00 이 보고싶네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