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Incendies, 2010)

ALEXS 작성일 13.10.30 14: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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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휴잭맨 주연의 프리즈너스(Prisoners)를 본 지인이 추천해준 영화입니다.

프리즈너스 감독 드니 빌뇌브의 2010년작 그을린 사랑(Incendies, 앵생디)입니다.

영화를 보는 취향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객관적인 평점을 보자면 '믿고보는'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입니다.


'앵생디'는 불어로 화재, 큰 불 이라는 뜻 외에 감정이 폭발하다는 뜻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제목을 그을린사랑으로 바꾸었지만, 한제도 원제도 영화를 보고나면 이해가 됩니다.


영화는 액자형식의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여 큰 타이틀이 붙은 릴별로 진행됩니다.

첫 시작은 너무도 유명한 라디오헤드의 노래와 함께 등장하는 오프닝 시퀀스입니다.


동영상 태그가 안나올지도 몰라서 주소도 붙여넣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GSpmwC3vrfo

라디오헤드의 노래 제목은 'You and whose arm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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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의 바깥 풍경과는 달리 긴장감이 흐르는 건물 내부에서 모여있는 소년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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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응시하며 머리를 깎이고 있는 한 소년.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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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발꿈치에 각인된 점 세개는 또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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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시퀀스의 끝 부분에는 책장 앞에서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옆모습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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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정체는 변호사. 쌍둥이 남매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을 남매에게 읽어줍니다. 어머니의 유언은 남매의 아버지, 그리고 남매의 형이자 오빠인 사람을 찾아서 편지를 각각 건내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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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남매가 보아왔던 어머니의 모습은 정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런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 아들, 그리고 아들과는 달리, 마지막 유언이니 따르자는 딸과 변호사. 그렇게 해서 아버지와 오빠/형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영화는 릴별로 저렇게 제목으로 환기시켜 줍니다. Les Jumeaux는 불어로 쌍둥이라는 뜻이네요.

그렇다고해서 흐름이 끊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시작 배경은 캐나다(그래서 불어를 잘쓰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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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과 함께 들어있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모습. 아버지와 오빠를 찾으려면 어머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부족한 단서를 가지고 어머니의 과거를 찾아가는 쌍둥이 남매.

그러나, 어머니의 과거로 들어가면 갈수록, 베일이 벗겨지면 질수록, 범상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영화는 현재에서 어머니의 젊은시절로 플래시백되어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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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왈 마르완은 중동지역 출신(어느 나라인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종교적 이념이 뚜렷한 그 곳에서는 금지된 사랑은 절대 허용될 수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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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수치라며 죽임을 강요받는 나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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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는 나왈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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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게 됨.. 금지된 사랑이 낳은 결과는 불보듯 뻔할 것. 낳은 아이는 절대 마을에서 키울 수 없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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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별을 해야합니다. 후에 꼭 너를 찾겠노라고 울며 다짐합니다. 아가야 엄마는 반드시 너를 다시 찾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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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이 지나고, 대학생이 된 나왈. 그러나,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종교적 이념은 전쟁을 야기하고, 그 속에 휩쌓인 나왈은 아직도 어딘가 살아있을 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무사히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포화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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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의 몸으로 전쟁속에서 갓난아기때 헤어진 아들을 찾기란 가시밭에서 바늘찾기.. 게다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는 목숨하나 부지하기 힘듭니다.

영화 포스터로 사용된 장면. 불타는 버스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감정도 또한 폭발합니다(incendie).

어머니 나왈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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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과거를 찾아 중동으로 날아온 쌍둥이 남매. 다행히 어머니를 기억하는 마을 주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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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내자 심각해지는 마을주민들. 어머니는 이 마을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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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종종 위의 그림과 같이 양대각선 구도를 느리게 클로즈업하는 촬영방식을 보여줍니다. 오프닝 시퀀스에 나왔던 책장앞에 서 있던 변호사도 마찬가지.

어머니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마을에 도착한 아들. 저 골목길 끝에는 어머니에 관한 진실이 있을까?


다시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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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이 전쟁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 철조망으로 뒤엉킨 울타리 저 끝에 가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희망을 버릴 수 없는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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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수소문 끝에 찾아낸 남매가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남매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아버지와 또 오빠/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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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쌍관으로 보여지는 어머니 나왈의 살아생전 모습. 초점을 잃은듯한 그녀의 눈.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영화를 보고나면 한동안 멍해집니다.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제목처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연극 원작의 영화라고 하는데, 영화에 맞게 각색하여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게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지만요. 제 개인적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감명깊게 본 영화입니다.


시간나실 때 한 번쯤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장르는 드라마...입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쟁영화는 아니고, 스릴러나 미스터리도 아닙니다.

영화 전개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몰입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면,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리뷰였고 스포는 최소화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모르겠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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