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의 추억 (3) 완결

더러운날개 작성일 22.10.12 11:59:45 수정일 22.10.12 22: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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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워크샵은 본래 업무의 연장 겸 팀 구성원들관의 친목도모 등이 목적이지만, 그때 당시는 워크샵이라면 

그저 가까운 교외가서 족구하고 게임하고 고기먹으면서 술먹고 놀다오는, 직장인의 소풍같은 것이었죠.

그런데 그 때 워크샵은 팀 워크샵이 아닌, 좀 더 큰 규모의 워크샵을 가게되었고

옆 부서였던 남1도 같이 워크숍을 가게되었습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도 그 날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A와 문자로 톡을 했거든요.  

그것도 여러명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상태에서, 상대가 바로 앞에 있는데 주고받는 문자는 뭔가 더 은밀하게 느껴진다할까요.

더구나 남1도 비록 같은 공간엔 없지만 멀지않은 곳에 있었을 것이었기때문에 왠지모를 승리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윽고 밤이되고 자연스럽게 고기를 굽고 다들 술을 마셨습니다.

그 날은 딱히 남1과 A가 대화를 한다던지, 특히 더 친하게 지내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새벽이 되었고 사람들은 한 명씩 잠자리에 들러 들어갔습니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잤는데

어차피 워크숍을 간 이유는 부서간끼리도 친해지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기때문에 딱히 부서별로 방을 나누지는 않았고,

그냥 숙소에 들어온 순서대로 대충 잤는데, 마침 남1이 제 옆에 눕게 된거였습니다.

 

우연히였습니다.  정말이도 우연히.

 

남1은 자기 전,  누군가와 톡을 하는 것 같더니 이내 폰을 머리녘에 두고는 잠을 청했고 저는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은 핸드폰을 잠궈놓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그때 당시 남성들은 핸드폰을 잘 안잠궈놓는 경향이 있었죠.

 스마트폰에 온갖것들이 다 들어있는 지금이야 보안때문이더라도, 남자들도 비밀번호를 많이 걸어놓지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더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만일 폰을 열었는데 남1이 깨면 뭐라고 설명하지.  그리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아니야. 둘이 사귀는건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어.  난 다만 확인만 하고싶은거야.  오히려 둘이 잘되길 빌어줄 수도 있어.

나는 오히려 피해자라고'

 

만감이 교차했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결국 다시없을 기회라 생각들었고 잠든 남1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1의 폰을 열어보았죠.

역시 폰은 잠겨있지 않았고, 톡을 열어보았습니다.

 

역시나 둘은 사귀고 있는게 맞았습니다.

호칭과 이모티콘 말투.  모든게 연인관계임을 보여줬고, 방금 자기전 톡도 A와 나눈 것이었죠.

뭐 이미 심증은 끝나고 확증만 필요했던 상황이었기때문에 둘이 사귀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오히려 퍼즐이 비로서 맞춰진 것처럼 후련한 기분까지 들었죠

그런데 문득 과연 언제부터 둘이 사귀고있었던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내가 언제부터 A의 치마폭에 휘둘려졌던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톡의 내용을 조금 올리게 됐는데 뜻하지 않은 사진들을 보게되었습니다.

벗고 찍은 사진들.

 

둘이 사귀는거야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예상이상의 음란한 내용의 톡과 사진들을 보게되니 슬프지도 않고 오히려 아무런 생각이 들지않았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표현같더군요.

 

물론 남자는 여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여자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가지고 놀아도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더군요.

 

그 뒤로부터는 마음의 정리가 쉽게되었습니다.

다만 그 두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계속 봐야하고, 아무런 일 없는 척 쿨하게 지내는 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다른회사로 이직하게 됐고,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자가 여자가 싫증이 나서 헤어지자하고, 여자는 매달렸지만 결국 헤어졌다는 소문을 듣게됐습니다.

딱히 고소하거나 그런 마음은 들지않았구요. 그냥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가 둘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A 아님). 지금 아내는 그 둘에 포함 안된다는 건 함정이지만,

또한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둘과 만일 결혼했다면 과연 지금보다 많이 행복할까 라는 생각도 해보는 요즘이지만..

 

지난 날 얼굴 반반했던 A 어장에서 열심히 펄떡이던 그때가 문득 떠올라서 적게됐네요ㅋㅋ

아이먹일 고기값 벌러 가봐야하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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