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메리그란데 작성일 16.03.02 12: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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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었는데 7,8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네요ㅎㅎ

연애를 해도 첫사랑이 자주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상대방한테 그런 연애를 강요하는거같아서 만나본 이성은 많지만

연애는 오래못가더라구요.

 

 

꿈에 종종 그때 기억이 떠오르는 날이면 기분이 매번 싱숭생숭합니다... 

 

 

그냥 푸념삼아 제 첫사랑 이야기좀 해볼까합니다.

좀 몇년 전 이야기라 이야기가 좀 들쑥날쑥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때는 20대 초반.

한창 공부하면서 알바를 하던 때였습니다.

 

저는 주말알바라 주말에만 일하고 평일에는 편의점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나와 

오전에 일하시던 아주머니가 챙겨주시는 폐기를 주워먹으며 연명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편의점 다른 시간대에 일하시는 분들도 자연스레 다 알게됐습니다.

 

 

그 중에 평일 오후에 일하던 여자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매우 병약해보이시던 분이었는데 나름 일 잘한다고 점장님이 칭찬을 하시더라구요.

그냥 아 그래도 일은 잘하나보네-하고 스스로 생각했었습니다.

 

 

 

평일 어느날.

그 여성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XX씨, 죄송한데 제가 지금 몸이 엄청 안좋아서 그런데 대타 한 번만 나와주시면 안될까요?"

 

물론 평일엔 공부를 해야하고 그렇게 친한 분도 아니었기에 전 칼같이 잘라버렸죠. 안된다고.

 

몇 분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죄송한데 다른 분들이 대타하시겠단 분이 없으셔서요. 부탁 좀 드릴게요..."

 

 

뭐 이정도면 정말 아픈가싶어 알겠다고하고 대타를 하러갔습니다.

 

가자마자 정말 아팠는지 고맙다고 인사를 몇 차례나 하시더니 뭐좀 드시라고하면서 음료를 사주고 가더군요.

괜히 마음이 미안해지더군요...이정도로 아픈 줄 알았으면 그냥 빨리 나와나 줄껄-하면서...

 

 

 

언제인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

그 일 이후, 정말 고마웠다고 자기가 커피 한 잔 사겠다고하시더라구요.

알겠다고하고 처음으로 그 분과 사적으로 만나게되었습니다.

 

커피먹으면서 말도 놓으면서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말놓고 좀 편해지다보니 공부하다가 스트레스 쌓이면 편의점 가서 누나,누나하면서 같이 수다도 떨고

그러면서 친해지고 그랬던 것 같네요.

 

 

동네였던지라 그 누나가 알바끝나면 같이 커피마시러 가기도하고, 같이 산책하며 걷기도하고...

 

공부하던때였지만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봤던 저에겐 정말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이 있나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기분이 너무 생생하네요ㅎ 

 

 

 

다른 날과 다름없는 날이였습니다.

 

누나가 알바끝나는 시간에 맞춰 제가 편의점으로 데리러가던 날이였습니다.

마침 그 날 비가 무지막지하게 오더군요. 우산써도 신발이 젖을만큼의....?

 

그렇게 누나를 데리러 편의점 앞에 도착해서 이제 다른 곳을 가려는데 제 우산을 자연스럽게 같이 쓰더라구요.

누나 손에는 분명 우산이 있는데... 이 누나는 왜 우산을 안펼까... 아 그냥 우산펴기 귀찮은가보다하고 카페를 향했습니다.

 

누나가 혹시나 비맞을까해서 그 쪽으로 우산을 씌워주다고비 카페에 그렇게 도착했을땐 제 왼쪽 상-하반신 부분은

거의 다 젖어있었습니다.

그 누나도 저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비가 많이 내렸던지라 조금 젖었더라구요.

 

 

카페에서 휴지좀 달라하여 서로 장난치면서 닦아주고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말을 안하고 쳐다만보고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서로 말을 안해도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구나...

 

 

누나를 택시태워보내고, 집에 들어가는데 뭔가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구나 이런 확신이 들었지만...

연애고자였던 저에겐 용기가 없었습니다....

 

 

 

다음날에 소심하게나마 그 많이 쓴다던 포스트잇에 고백도 아니고 그냥 뭐....

힘내라는 글을 적어 음료수를 붙여 카운터에 몰래 놓고가려는데 그 누나가 마침 그걸 봤습니다.

 

"내 얼굴좀 봐봐."

 

근데 이거 너무 부끄러워서 도저히 얼굴을 못쳐다보겠더라구요.

쥐구멍을 이럴때 찾는구나ㅠ하면서

 

"아냐 못보겠어. 왜 갑자기 얼굴을 보래..."

 

이러면서 얼굴을 못보다가 어쩔 수 없이 몇초를 봤는데 절 보더니 그 누나가 "사랑에 빠진 눈인데?" 이러더라구요.

괜히 제 감정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서 아니라고 그런거 아니라고하면서 어떻게 그 순간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그냥 또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게 만났습니다..

 

예전처럼 산책도 하고...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제 어깨에 누나가 기댄 채로 하늘을 보는데

하늘이 그렇게 이쁜 줄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갑자기 자기가 끼던 반지를 저한테 끼어보라고하더라구요.

그래서 "오, 비싼건가본데~내가 끼고 도망간다?"라면서 장난을 했더니 "그래~"그러면서 쭉 끼고있으라고하더라구요.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전 연애고자 헤헤....반지의 의미를 전혀 몰랐습죠...

 

근데 그 이후에 맥빠져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그 날 헤어지고 집에 가서 통화하는데 그래서 무슨 일 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점장님에게

소개팅 받은 사실을 말하더라구요.

 

"그 남자는 만나보자고하는데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좋아하긴했지만...왠지 대답하기엔 겁이나고... 비겁한 저는 공부에 핑계를 대면서 안될꺼라 생각하고

 

"누나 마음가는대로 해. 난 누나가 힘들어하는거 싫다"

라고 대답을 했더니

 

"난 너가 좀 더 용기있게 행동했으면 좋겠어"하고 끊더라구요.

 

 

 

전화를 끊고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구요. 처음으로 울어도 보고...

이때 처음으로 깡소주 먹고 뻗었...었네요.

 

 

이 날 이후...둘이 서먹서먹해져서 좀 뜸하게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그냥 솔직하게 내 마음 털어놔야겠다' 싶어서 그 누나집으로 향하는데

제가 아는 차가 그 누나집으로 올라가더라구요.

 

소개받았다던 남자 차였습니다.

(그 남자 차가 점장님 차와 똑같았던 특이한 차인지라 바로 알아챘습니다.)

 

 

 

아...

내가 너무 늦은거구나....후회를 그렇게 해본 적이 없을만큼 후회도 해보고 난 정말 못난 놈이구나

자책하면서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했습니다.

 

같이 마트에 장도 보러가고...그랬지만 이미 마음이 예전보다 못하다-멀어졌단걸 매번 느끼면서

그렇게 점점 서로에게 뜸해졌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해주길래 들었지만그 소개팅남과는 안됐습니다.

아 물론 저랑도 안됐습니다.

 

 

 

그냥 몇번씩이고 계속 생각나고 평생살면서 이런 사람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매년 매월 매일을 후회하네요.

 

 

지금의 저였다면 절대 놓치지않았을꺼라 생각하지만 쓰잘데기 없는 가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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