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h] 온천 마을에서 일어난 일

금산스님 작성일 21.03.17 0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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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 북부,

 

어느 온천 마을의 여관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벌써 20년은 더 됐다고 하네요.

 

 

 

 

관광지에 안 좋은 소문이 돌면 곧바로 매출에 지장이 오기 때문에

 

아직도 그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쉬쉬하는 사건이랍니다.

 

 

 

 

그곳은 마을 전체가 높은 산간에 있어,

 

겨울이 오면 눈 속에 파묻힐 지경입니다.

 

 

 

 

그 마을에서 2km 가량을 더 들어간 곳에,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도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호텔에서 일하게 된 지

 

몇 년 된 프런트맨이 있었다고 합니다.

 

 

 

 

온천 주변이니만큼 겨울은 성수기입니다.

 

호텔에도 손님이 잔뜩 찾아왔기에,

 

그날도 신발장에는 손님들이 신고 온 다양한 신발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신발들을 현관에 죽 늘어놓는 것이,

 

그가 맡은 일 중 하나였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하다,

 

어느 펌프스 구두를 손에 든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옅은 베이지색 구두인데,

 

안에 검붉은 피 같은 게 묻어 있다는 것을요.

 

 

 

 

구두 바닥 전체가 들쑥날쑥하게 얼룩진 채,

 

차갑게 젖어 있었습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 호텔을 나섭니다.

 

 

 

 

현관에 놓인 신발도 하나둘 줄어들더니,

 

마침내 마지막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아까 그 더러운 펌프스 구두였습니다.

 

 

 

 

11시가 넘어갈 즈음에야,

 

마침내 펌프스 구두의 주인이 프론트로 내려왔습니다.

 

 

 

 

그리 인상에 남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어딘가 음침한 인상의 여자였습니다.

 

 

 

 

싸구려인 듯한 수수한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애완동물을 넣는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담요로 막혀 있어,

 

안에 들어있는 개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에 상처라도 입으셨나요?]

 

프론트맨은 일단 물어봤습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손님 신발에 그런 것 같은 흔적이 있어서요.]

 

여자는 [신발은 애완동물이 더럽힌 거예요.]라고 대답한 뒤,

 

곧 돌아가 버렸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고,

 

방을 청소하러 간 여성 종업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까 그 손님이 묵었던 방이,

 

이상하다고 소란이었습니다.

 

 

 

 

그 방으로 가보니,

 

다다미 위에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혀 있었습니다.

 

피에 젖은 발자국이..

 

 

 

 

방 한편에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마치 귀신이 춤을 추기라도 한 듯한 참상이었다고 합니다.

 

 

 

 

욕조 배수구에는 작은 동물의 사체 조각 같은 게 잔뜩 막혀 있었습니다.

 

데리고 온 애완동물이 쥐 같은 걸 잡아 방을 더럽힌 듯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큰 피해였습니다.

 

 

 

 

다음날, 마을 주민이 수상한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했습니다.

 

국도에서 100m 가량 떨어진, 눈으로 덮인 숲속에서..

 

 

 

 

온천 마을의 보일러 관리인이,

 

숲길을 지나가다 발견했다고 합니다.

 

비닐봉지 안에서는 아기의 사체가 들어있었습니다.

 

 

 

 

땅에 아기를 내려두고 몇 번이고 밟은 것인지,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난 채였다고 합니다.

 

아마 깊은 원한이라도 있었던 것이겠죠..

 

 

 

 

그 소식은 금세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애완동물 가방은 비어 있었을 것이라고,

 

프론트맨은 곧 깨달았습니다.

 

 

 

 

경찰에게 신고한 결과,

 

다다미에 묻어 있던 피는

 

역시 사람의 것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여자는 곧 전국에 수배되었지만,

 

호텔 기록에 남긴 이름과 주소는 가짜였습니다.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프론트맨 뿐이었습니다.

 

프론트맨은 여자의 몽타주를 만드는 데 협력했습니다.

 

 

 

 

온천 마을은 소문이 나서 매출에 지장이 올까 두려워,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걸 한사코 막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 년 정도 지나,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여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어,

 

수사는 진전 없는 미궁 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어느덧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과거의 평온함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프론트맨 역시,

 

평소처럼 호텔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내일 예약을 좀 하고 싶은데요, 지난번에 왔을 때는 A씨라는 분이 담당하셨던 거 같은데..]

 

[제가 A입니다.]

 

[A씨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한동안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내 몽타주를 그린 게, 너구나?]

 

그 후, 프론트맨은 곧바로 호텔에서 사직하고,

 

도쿄로 향했다고 합니다.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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