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뱀 이야기

츄르먹고갈래 작성일 20.08.05 2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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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 뒷집 할머니와 얼굴을 트면서 서로 농작물을 나눠먹고 갈때마다 인사하고 배울것도 많아 늘 갈때마다 커피를 얻어마시며 짧은 담소를 나누곤 한다

 

계속되는 장마에 할머니가 호박부추전을 부친다고 막걸리를 사오라 하시길래 몇병 들고 갔더니 동네 어르신들이 다 모이셨다

 

술이 좀 들어가니 각자 얘기 끝에 누군가가 뱀을 보았다고 했다

 

ㄱ 어르신: 내가 얼마전 산책을 갔는데 거기서 커다란 구렁이를 봤어 또아리를 틀고 있더라구 그래서 가라고 막 그랬는데 슬그머니 가더라구 근데 그 다음날 또 거기 있더라구 비오기 한 이틀 전이었나봐

 

뒷집어르신: 비 많이 온다고 알려줄라고 나왓나보네 거기 살아도 잘 안나오는데 (지난 일요일 새벽 산사태가 조금 나서 물이 길로 흘 러 뒷집 할머니 고추밭과 우리 고구마밭에 흙이 들어와 많이 놀랐음)

 

ㄱ어르신: 내가 여기서 삼십년을 살았지만 구렁이는 처음 봤어

어찌나 놀랐던지

 

뒷집어르신: 난 저 위 암자에서 쥐 귀가 달린 뱀을 봤어 십년 전인데 정말 귀가 쥐랑 똑같애 스님한테 말했더니 스님이 뱀한테 가더니 자꾸 모습을 사람한테 보이면 안된다고 가시라고 해서 보냈어 스님이 그게 이무기라고 하던데 사람한테 모습을 보이면 용이 안된다고 하더라구

 

나: 에? 뱀이 귀가 있다구요??? 

 

뒷집어르신: 내가 분명히 봤어 쥐 귀랑 똑같은게 두개 있었다니까 그리고 예전에 산에서 뭐가 떼굴떼굴 굴러오는데 자세히 보니 뱀 여러마리가 뭉쳐서 교미를 하는거야 꼭 세숫대야만한데 수십마리가 그렇게 뭉쳐있는 것도 첨봤어 

 

나: 그냥 보고 계셨어요? 뜨거운 물 한바가지 끼얹어버리지

 

뒷집어르신: 아니여 미물이래도 그렇게 하면 못써 그러는 거 아니여 뱀이 을매나 똑똑한데 저가 사람을 물면 그 사람 죽었나 안죽었나 확인하러 사흘 안에 꼭 찾아온다잖아 

 

ㄱ 어르신: 어, 나도 그거 들었어 어디 사는 **이 아부지가 뱀에 물려 다리가 이만하게 부었는데 사흘만에 뱀이 문앞에 나타나서 **이 아부지를 쳐다보고 갔더래 또 뉘집 딸래미 ♧♧이가 뱀에 물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맣게 뱀살이 되버려서 의사가 다리에 약을 주사하니까 물린 구멍 주위에 노란 물이 계속 나왔다잖아

 

각종 정보가 넘치는 21세기에 이무기에 용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싶어 검색해보니 타지역에서도 예로부터 귀달린 뱀이 있다고 나온다

 

 

우리 밭에도 뱀이 출몰한다

첫해 아무 생각없이 둘러보다 쎄한 기분에 땅을 봤는데 무늬가 또렷한 꼬리를 보고 후다닥 도망갔었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 확인해보니 쇠살모사란 놈이었다

 

개울 근처에 갈땐 일부러 노래를 큰 소리로 틀고 갔는데 뱀의 귀는 퇴화해서 듣지 못하고 그대신 진동을 느낀다 한다

근처에 뱀이 있을까 걱정된다면 일부러 발을 쿵쿵거리거나 나무로 바닥을 치면서 걷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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