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므흐읏 작성일 14.03.24 18: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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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기억을 더듬을때면 누구나 그렇듯 가물가물 하기 마련이지만, 감당하기 힘들만큼 미스테리했던 기억만은 또렷이 떠오른다.
때는 찌는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던 한여름. 한창 뛰어놀기 바쁘던 철없는 소년이었을적 이야기다.

지금이야 고층빌딩과 갖은 건물들로 울창한 숲을 이루는 그 자리가 예전엔 시원한 소나무와 계곡으로 가득했고, 동네 개구장이 꼬마들은 짝을 이루어 저마다 물장구 치며 놀기 일쑤였다.
국민학교의 수업시간은 고작 오후 4시 즈음이면 종을 울렸고 나를 포함한 동네 꼬마들은 뭘 하고 놀까 궁리하기 바빴다.

친구중 가장 활발했던 A가 물놀이 가길 권하였고 함께있던 B는 혼쾌히 같이 가기로 마음먹고 덩달아 우리를 꼬득이기 시작했다.
허나, 나와 내 친구들은 그 폭염에 지쳐 물장구질 할 기운마져 없었고 은근히 가고싶어했던 친구 C의 팔목을 끌며 난 집으로 향했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지고 저녁을 배불리 먹은 나는 9시가 땡 하자마자 잠에 빠졌고, 노곤하게 꿈속으로 빠져든 나는 오후4시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가있었다.
꿈속에선 그날 겪었던 일들이 데자뷰 처럼 진행되고, 친구 A와 B는 여전히 나와 친구들에게 물놀이를 권하고 있었다.

어찌된일일까 꿈속에서 마져 나는 무더위에 지쳐있었고 C의 팔목을 잡고 집으로 향하려던 찰나, C가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난 그냥 물놀이 하러 갈란다"

어깨동무를 한채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나는 나지막하게 잠에서 깨었다.
다음날 아침 등교길, 이 요상한 꿈얘기를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나는 끝끝내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1주일이 지난 뒤에야 A와 B가 계곡에 빠져 죽었단 소릴 듣게 되었지만, C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해선 전혀 알길이 없었다.
웃 어른들에게 아무리 캐물어도 쉬쉬할뿐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그 꿈속에서 나 역시 C처럼 물놀이를 따라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 뿐이다.

난 그 후로 종종 꿈속에서 물가에 빨려들어가는 악몽을 꾸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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