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개봉했을 당시에 주변에서 재밌는 일이 많이 있었는데

조커를 보고 온 사람들을 향해 다른 사람들이

"그래서 그 영화 재밌었냐?"라고 할 때

그 영화를 굉장히 인상깊게 보고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 대단한 영화에 대해

"응 재밌었어"라고 말하길 꺼려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 대단하다."는 쉽게 나와도

"이 영화 재밌다"는 표현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재미에 대한 경고를 할 때

"액션이 안 나오니까 참고하라"

라는 레퍼토리가 많았던 점이 흥미로웠다.

즉 많은 이들이 잘만든 액션 / 볼거리 = 재미로 동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무조건 그렇다고 하기도 어려우니 재밌는 부분이다.

이런 일은 커뮤니티에선 물론이고 일상의 대화에서도 꽤 자주 일어난다.

실제로 좀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거나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잔잔한 톤 앤 매너를 가지고 있거나

난해하고 어렵거나

혹은 스케일 크고 화끈한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 영화를 몰입해서 봤다 하더라도

"그 영화 재밌다"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종류의 분위기나 자극을 전달하든

얼마나 쉽든 어렵든 액션이 있든 없든 간에

그 영화가 나를 매혹시키거나 몰입시키는데 성공했다면

바로 재미있다는 표현을 쓰는 편이기 때문에

그 재미에 대한 조심스러운 표현이 더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마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감상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익히 '일반적인 재미'를 기대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재미를 충족시키지 못할 시에 찾아오는 비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화법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점점 다양해지는 관객의 반응이 더더욱 표면 위로 드러나는 요즘 시대에

내가 영화의 재미를 단정짓기를 조심스러워하는 태도일 수도 있고.

 작품의 '재미'에 대한 복합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어떤 영화를 재밌느냐고 표현하냐에 대해서도

영화 팬들끼리는 재미있는 토론거리가 될 듯 하다.

당신은 어떤 영화를 자신 있게 '재밌다'라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