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그렇게 고요한 시간이 잠시 흐르고 주선자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효린이 땡땡이 님이 그 쪽 분이시구나..아..하하하"
주선자의 어색한 농담에 다시 조금씩 분위기는 술 마시는 분위기로 조금씩 흘러갔고,
오른쪽에 앉은 해철이도 웃음을 겨우 참는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효린이 미친년님 반가워요~키키키키"
"야...고마해라.."
당황한 내 모습을 보며 계속 놀리던 해철이는 앞에 있던 맥주를 따라 혼자 킥킥 거리며 마셨다.
왼쪽에 앉은 어떤 여자는 내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나만 빼고 전부다 화기애애한 그런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던 중 안쪽에 앉아 있던 머리칼이 긴
여자가 나를 훔쳐보며 계속 웃고 있었다.
-아까 그 상황이 계속 떠오르나 보네..저 여잔..뭐가 그리 웃겨서..-
혼자 맥주를 벌컥 마시던 중에 머리칼이 긴 여자가 자기 잔을 들고 내가 앉은 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인사소리가 들렸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한번 쓱 쳐다보고 다시 술을 마셨다.
다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효린이미치...하여튼 님~"
효린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서 있는 그 여자를 앉아서 우러러 쳐다보고 있었다.
"네??"
"아까 소개가 너무 화끈하시던데요~"
"아..네..."
"효린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미쳤기에~~"
"아뇨...그냥..그게.."
"아니면 그 쪽을 아프게 했거나? 그쵸?"
"아...네.."
머리 긴 여자는 내 옆자리에 자연스레 앉으면 말했다.
"저는 비비안...아니.. 영주라 해요~"
"네??"
"제 이름이 예영주라고요~"
"아..그렇구나..."
"그 쪽은 이름이~?"
"네.. 승훈입니다.. 강승훈요..."
"별명보다 이름이 더 이쁘네요~"
옆에 앉아 영주라는 여자를 자세히 보니 그다지 크지 않는 키에 짙은 쌍커플 긴머리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내가 유심히 보자 영주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한 잔해요~ 승훈씨~"
수줍게 맥주잔을 들고 영주와 건배를 했다.
그리고 수줍게 맥주를 마실 때 두어 모금 정도 마신 영주가 나를 다시 뚫어져라 봤다.
"아까 닉네임 말할 때랑 지금이랑 완전 다른 이미지인데요?"
"아...네.."
"사실 저 앞에서 승훈씨 봤을 때 예전에 사귀던 사람과 너무 닳아서 이쪽으로 온 거거든요.."
"아 그래요?? 그렇게 많이 닳았나요?"
-오~ 영주 나한테 작업을 거는 건가?? 오늘 꾸미고 나오길 잘했네~~-
내가 되묻는 말에 영주는 또다시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별로 안 닮았네요~"
"아 그래요...닮았으면..."
"닮았으면??"
"욕할려고 했죠~히~"
-뭐야..이 여자...??-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고 나를 다시 찬찬히 보며 말했다.
"별로 안 좋게 헤어졌거든요.."
"아...그래서 욕하려고 했구나~"
내 말이 우습게 들렸는지 영주가 약간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한 대 쥐어박으려고 했죠~히~"
-뭐지?? 이 여지 도통 감이 안 잡혀...-
"아..네..저 맵집 약하니깐 때리면 안 돼요~~~~"
"에이~ 맵집 좋게 보이는데~"
-뭐지??? 진짜 때리겠다는 말인가..-
그 때 옆에서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해철이가 말했다.
"저는 맵집 너무 센데~~ 타이슨에게 몇 대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예요~"
-해철이는 또 왜이래?? -
-이런 분위기가 카페 모임 분위기인가...-
-이런 분위기 맞춰 줘야하나??-
"그럼 다음에 만날 때 우라늄 가지고 올 테니 우라늄 쥐고 저 핵펀치 한번 날려주세요~"
-아..농담 이렇게 하는 거 맞나?-
그 때 영주가 썰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재미없다..저 다시 저쪽으로 갈래요.."
"아...네..."
영주는 일어서서 다시 맥주잔을 들고 아까 앉았던 자리에 갔고, 영주가 자리를 뜨자 해철이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귓속말로 말하며 작게 웃었다.
"형~~ 아까 우라늄?? 아 유치해..진짜 형아 개그 이 정도였어??"
"쫌 이상했냐?"
"그러니깐 저 여자 그냥 저 쪽으로 가죠~"
"아...우라늄.."
다시 맥주를 들이키며 해철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 때 등에서 누가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보니 영주가 서 있었다.
약간 수줍은 표정과 장난기가 섞인 표정으로 내 얼굴을 다시 유심히 보며 말했다.
"다음에 제가 우라늄 쥐고 때릴려면 연락처를 알아야 겠죠?"
"아..네.. 그러니깐...제 번호를??"
"네~ 효린이 미친년님에게 전화번호 따는 거예요..."
아까 내가 말하는 닉네임을 영주 입에서 들으니 얼떨떨해서 멍하니 있었더니 다시 영주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영주 미친년까지 만드실 거는 아니시죠~~~?"
술이 약간 올라오고 당황하니 어떻게 대답을 할 지 몰라 버벅거렸다.
"아뇨..아뇨..."
영주가 내가 밷은 말을 웃으면서 따라했다
"아뇨?? "
"아니 그게 아니라..네..네.."
"네?"
당황해서 아마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당황하는 영주는 갑자기 큰소리로 빵 터졌다.
"푸핫...승훈씨 너무 귀엽다~ "
"아..네..제 번호는요..010-6350-7258 이랍니다.."
"넹~ 입력 다 했어요~ 그리고 제 번호는요~"
"네 불러 주세요~"
"안 가르쳐 줄 거예요~푸히~"
그렇게 웃으면서 영주는 다시 저쪽자리로 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해철이가 넌지시 나에게 말했다.
"우와~ 형~ 오늘 하나 건졌네요~"
장난을 치던 해철이에게 장난을 받아주려 말했다.
"내가 아니라 저 여자가 날 건진 거지~흐흐흐"
또 다시 내 왼쪽 자리가 비었고, 해철과 술을 마시며 저 멀리 앉아 있는 영주의 눈치를 살피던중
2층 입구 문이 열리면서 또 한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그 여자는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저 좀 늦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빨간 모자에 모자 달린 점퍼를 입은 여자가 보였다.
-저 여잔 또 뭐지~-
또 주선자가 그 여자 앞으로 다가가 러브마운틴 회원인가 물었고, 내 옆자리가 빈 것을 보고 내 쪽으로
그 여자를 보냈다.
그 여자는 내 옆에 앉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20여명의 회원들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3일전에 가입한 우슬기 입니다~!!"
-정말 씩씩하게 말하네...-
앉은 상태에서 왼쪽에 서 있는 우슬기라는 여자를 올려 봤다.
턱선이 너무 이뻐 보였다.
우슬기는 자리에 앉았고, 자기 왼쪽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오른쪽에 앉아있는
나에게 고개를 돌려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슬기씨.."
내가 닉네임인지 이름인지 모를 슬기라는 호칭을 쓰자 슬기가 그냥 빙긋 웃었고, 앞에 놓은 맥주를
따라주려 잔을 건네려고 하자 슬기는 내 잔을 사양하며 말했다.
"저는 배가 불러서 맥주타입은 아니고 소주 마시는데..소주 시켜도 되죠?"
"네...그래도 될 것 같은데..저도 여기 가입하고 처음이라서.."
"아~ 그래요? 잘지내봐요~ 신입끼리~"
"네.."
"그런데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앗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효린이 미친년 그러면 날 뭐로 볼까...아 그래 줄여서 효미라고 그러면 되겠네..-
"저 효미라고 합니다.."
"효미요? 무슨 뜻이죠? 여자이름?? 아니면 애인이름??"
"뭐 그냥 저냥 별명 이예요..소,,주 시키면 되죠?"
"네~"
자꾸 닉네임을 파고들어서 소주를 시키며 위기를 모면 할 때 저 앞에 있는 영주가 슬기랑 대화하는
날 쳐다보며 나에게 걸어왔다.
-아..뭐지..이 불긴한 느낌은...-
그 때 마침 해철이가 나에게 말했다.
"형,,,맥주를 마셨더니 소변이 아렵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해철은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갔고, 내 오른쪽 빈자리에 약속이나 한 듯 영주가 앉았다.
-오른쪽에는 영주...왼쪽에는 슬기..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지???-
그냥 얼어서 정면만 보고 있을 때 호프집 알바가 맥주를 가져왔고, 왼쪽 옆구리를 누가 콕콕 찌르는
느낌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슬기가 소주잔을 내밀며 말했다.
"효미씨 한 잔 따라주세요~"
효미라는 말에 오른 쪽에 앉은 영주가 조용히 생각하는 듯 나지막이 말했다.
"효미??효..미? 아~ 효린이 미친년??? 푸하하하하"
또 빵 터져서 혼자 웃고 있는 영주에게 왼쪽에 앉은 슬기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셔서~ 이유나 알고 같이 웃어요~"
-아...내가 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