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본인경험담) 당신은 우울증에 맞아본적 있으신가요

락킷걸 작성일 19.04.06 1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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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 저는 자살 고위험자입니다.


긴 글이 될 거 같습니다.

 

어둡고 답답한 내용이 이어지므로 감정 기복에 예민하시거나 민감하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기 전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전 현재 20대 후반, 지금은 직장이 없는 남성입니다.

 

6개월 정도 무직 상태이며, 이전엔 대형마트에서 약 3년간 근무하고 심각해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해 퇴직했습니다.

 

저는 자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여 신고를 당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며칠간 입원한 적도 있었고,

 

최근에도 자살 기도를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제 자살 기도의 원인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입니다.

 

요즘은 우울증 공황장애 대부분 들어는 보셨을 것이고, 그거 그게 별거냐,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분을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제 귀에는 이명 증상과 공황증세가 다시 느껴집니다…..

 

 

제 공황장애 증세는 온 몸이 따끔거리고, 온 몸이 그냥 떨립니다, 밤에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거릴때도 있고요.

 

별거 아니겠지 하면서, 금방 나아질 거야! 싶으면서도 제 안의 검은 씨앗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만개하여 제 마음속에 또 다른 우중충한 늪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늪지대를 다시 푸른 잔디밭으로 만들어놓고 뒤 돌고 나면, 그 푸른 잔디 위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개가 뛰놀고 있네요.

 

벌써 8년째입니다.

 

 

- 이 지독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답은 없습니다. 케바케죠.

 

누군가는 어렸을 때 지속적인 학대 및 정신적인 스트레스(트라우마 등)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뇌 속 신경 물질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거나 생성이 되질 않아서 발병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수십만 원대의 깊은 정신감정 및 생체 정밀진단 판정 그런 걸 해서 어느 정도 유추를 할 수 있지만,

 

저는, 모르겠네요, 해도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왜 이 개고생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금액도 부담스럽습니다. 이게 참.

 

특히 저 같은 경우는 군대에 있을 때 가장 심해져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가장 심각할 때 치료를 시작하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도 못한 거죠, 찾아도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요.

 

 

-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공황장애는 없었습니다.

 

공황증세는 우울증을 겪으면서 치료하는 시기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뒤통수가 얼얼하죠...

 

(공황장애를 앓고 힘들어서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는 자주있지만, 우울증을 앓고있다가 공황장애를 겪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데 저도 정확한건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아니라서요...)

 


흔히 우울증을 이렇게 일컫곤 합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입니다.


친숙하게 표현하고자 가볍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폐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들립니다. 이제는….

 

 

- 우울증의 심경변화는 정말 제 멋대로입니다.

 

흔히 동남아 쪽에 열대 소나기라고 불리는 스콜 현상을 아시나요?

 

뜬금없이 x대로 우울한 증세가 오고 싶을 때 오고, 안 오고 싶을 때 안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네가 왜 우울해? 네가 왜 우울증이야? 꾀병 부리지마, 관심받고 싶어?


실제로 제가 들었던 말이기도 하구요.

 

저도 우중충하게 나.... 우울해지고 싶어....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죠,

 

 

이런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는 게 흔히 알려져 있죠.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전까지는 정신과 하면 진~~짜 미친 사람들만 가는 줄 알았어요.

 

(TMI - 지금은 정신의학과로 말도 많이 순화됐습니다.)

 

- 근데 막상 가면? 겁 무지하게 먹었는데 진짜 별거 없습니다.


그냥 한 달 정도 있었던 일 얘기하고 자기 생각 느낌 얘기하면서

한 10~30분 대화하면 의사 선생님이 적절히 처방해주십니다


그렇게 약 먹고요,

처음엔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병원도 주기적으로 잘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약 먹는 것도 너무 힘들고 병원 가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뭔가 의무적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이 느낌? 이 자꾸 옥죄여 오는 기분이,

너무 답답하고 힘듭니다... 진짜


음...  쉽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제가 로스트아크를 즐겨 했었는데,

이 x나 재미없는 게임이 하루 3지령서 / 3레이드 / 3카오스던전을 시키듯이 해야 한다는 게

너무 의미 없고 지루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져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직장은 가야 하고, 병원 갈 시기에 늦고, 약도 안 먹다가 늦게 받아서 다시 먹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꾸 한 박자씩 엇갈리고 만 거죠.

 

이러다 보니 없던...

 


우효오옷!~~ 와타시가www 쵸 스고이한 공.황.장.애를 겟또다제~~ 초 럭-키!다아~~  하게 돼버리고...


대환장파티죠.. 네...

 


거기다 주변 인식은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x100 안 좋습니다. 우울증 인식, 정신과 약 인식.


직장동료? 얘기 못 하죠, 할 엄두가 안 나요.

 

가족?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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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제가 겪었던 개인적인 일화입니다. 잠깐 쉬고 싶으신 분들은 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요점이 있는데, 쓰다 보니 제 부연설명이 좀 길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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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족은 제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을 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갓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11군번 입대를 하여, 엄청난 소극적인 성격으로 엄청난 고문관이 되었으며,
지속적인 폭언, 이따금 폭행 등 따돌림으로 관심병사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 및 우울증 증세가 악화하였었습니다)

고문관 관심병사가 자랑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어도 무차별적인 지속적인 폭언과 이에 이어지는 폭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안의 한 가장이란 사람이, 절 미친놈 취급했습니다.

 

난, 너 같은 나약한 새끼 낳은 적 없다, 꺼지라고 말이죠. 아예 못을 박으셨어요.

 


저는 거기서 2차적으로 충격받고 가출을 했습니다.

 

아 이제 성인이고 이 집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없구나... 하면서 자살 충동이 아주 세게 왔었어요...

 


그 상태로 한여름에 반소매 반바지 슬리퍼 신고 나와서

 

의정부에서 서울 강남근처의 어느대교까지 걸어갔습니다. 하루 반나절 정도를 꼬박 굶으면서요.

 


그때 기억은 솔직히 뭐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고, 어떻게 거기까지 걸어갔는지 지금도 참 신기해요.

 

보이지 않는 해머로 뒤통수를 엄청나게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라 멘탈이란 멘탈은 가루가 돼서 군대 이후로 다시 느낀 난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 라고 느껴졌었으니까요.

 


그렇게 한강에 어느 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지나가던 행인에게 발각되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제지받고 경찰에 신고당해 인계받아 경찰서로 끌려갔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신분이 확인되지 않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절대 풀어줄 수가 없다고 신상정보를 계속 말하라고 닦달했고.

 


저는 어떻게든 여길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대충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말하고 더는 말 안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6시간 지났을까 갑자기 누나랑 엄마가 오셨는데 그때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수치심…. 최잭감…. 나에 대한 혐오스러움…. 등등…….

 

그리고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강제로 은평 쪽 큰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더라고요, 이게 절차라면서;;;

 


그렇게 정신병원에 쌘 약 받아먹으면서 강제로 한 일주일 있었나?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에 방한하셨다고 TV에서 종일 떠들고 있었는데

 

넋 놓고 TV 소리만 듣다가도 화장실 가면 갑자기 자해 욕구는 솟구치는데 감시 붙어서 아무것도 못 하던 저 자신이…….

 


그렇게 병원을 나오고 저는 집에서 핸드폰만 챙겨서 다시 가출했었습니다.

 

그렇게 파주에 숙식 가능한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가서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을했고

 

1년만 버티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지만, 공장일이 너무 고되고 외로워서 8개월만에 그만두고 잠시 본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벌었던 돈으로 치료를 다시 적극적으로 시작했어요. 가족 도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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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다시 중요한 점을 말하고 싶으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정신질환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극복하기 정말 힘든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겪어봤고요. 후유증도 정말 심각합니다.

 

불면증 기복도 겪어봤고 저는 기억력 감퇴가 제일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이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가는 부분이라서 정말 우울증이 저주스럽게 느껴지는 이유 중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나이 아직 20대밖에 안됐지만, 벌써 기억력이 오락가락 합니다

 

아 내가 뭐 하려고 했는데 뭐 하려고 했었지? 는 기본이고 가끔은 문을 잠궜나? 소변보고 물을 내렸나? 합니다.

 

미칠거같아요. 지인들과 했던 대화가 디테일하게 생각나지 않아서 했던말을 또 하곤 해요, 상대방은 답답하죠

 

얘 했던말 왜 또 하는거지...

 

 

 

저는 처음에 자가진단과 지역보건소 확인을 끝에 치료가 필요한 상태고, 군대에서도 밖에 나가서 한번 상담을 받아봐라. 식의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알리기에는 너무 두렵고 저도 저 자신 상태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무지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댈 곳 없는 사람이 가족에게 손을 건넸을 때 가족이 그 도움을 뿌리치면.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정말 끝없는 심연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극복하기가 정말 힘들고 괴롭고 끔찍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제 과거입니다.

 


제가 누구를 죽였나요? 살인을 했나요? 심각한 중대 범죄를 저질러서 그걸 덮어달라고 했나요?

 

도박을 했나요? 뭘 잘못했죠? 전 그냥 아팠을 뿐입니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들과는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른 질병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한 것 뿐이었어요.


여기서 누군가는 질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작성자의 그 어둡고 거무튀튀한 옛 과거 알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데 왜 혼자 보고 싶지도 않은 과거를 씨불여놓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저는 손 내민 곳이 기댈 곳이 이제 없습니다. 홀로 독립한지 벌써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제는, 그저 다니는 의사 선생님과 주변 지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는 제 이야기를 여태까지 수십번은 말해왔고, 더 편하게 웃으며 선생님 제가 죽으려다가 실패했을때 느낀건데요~ 하면서 말할 자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들에게는 아직도 말을 못 하겠습니다.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달가워하진 않으이라 생각하거든요, 모두 감정이 있고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어둡고 힘든 이 빌어먹을. 이 개 같은 우울증이 제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제 지인 누군가에게 전염될까 봐 전 그게 너무 두렵고 무섭습니다.

 


- 제가 하려는 말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 가족 혹은 지인이 이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보다 가볍게, 혹은 더 심하게요.

 


그분들을 도와주세요, 금전적,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그냥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외로워서 알아주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느낄 사람이 있다는 것만요.

 


사실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살아온 저 자신이 싫어서 이렇게 살기 싫을 뿐이지.

 

하지 않아본 자살방법이 없어요, 다 할 줄 알아요. 어떻게 해야 완벽하게 죽을지도 알아요.

 


아는데, 시도도 다 해봤는데, 이제 더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실패할 때마다 비참하고 하찮은 저 자신에 염증을 느끼는 것도 지쳐요.

 

생각보다 극단적인 선택이란 거 쉬운 게 없고 전부 다 힘들더라고요……. 이 얘기를 쓰고 있는 거보다 더

 

 

이런 사람들을 이해해 주시는 거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 이런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 이야기만 들어주셔도 정말정말정말 엄청나게 많은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안 해주셔도 돼요.

 


적어도 게으른 새끼, 넌 꾀병이야, 나도 우울증인데 그렇게 심한지 모르겠는걸?

 

이런 말은 당사자를 더 절망의 늪에 빠트린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더는 제 안의 잠자고 있는 검은 개를 부르지 말아 주세요. 제 안의 검은 씨앗에 비료를 뿌리지 말아 주세요.

 

 

어둡고 읽기 거북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솜씨가 없어서 다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독성을 살리려고 노력해봤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 이 글을 통해 당신에게 저의 우울증이 전염되질 않길,

 

당신과 당신지인에게 우울증이란 존재 자체가 존재 하지 않길 염원합니다.

 

 


후기 , 우울증을 겪고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공감가길 바라며

우울증을 겪을때,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거나 혹은 가족에게 기댈 수 있는분들에게

혹여나 그분들을 감정쓰레기통으로 느끼게 하지 않았나 한번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저에게 그나마 호의적인 엄마에게 기대려다 역으로 감정쓰레기통으로 이용하지 않았나 죄책감을 느끼며

더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불행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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