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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기적과 함께] - (여는 글) - 1. 기적의 시작
벌써 10년 전 일을 어찌어찌 쓰고 출판사에 투고라는 걸 해봤는데… 결과는 뭐….ㅋㅋㅋㅋ 작문이란 걸 배워본 적도 없고,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읽는 편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뭐,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실망은 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ㅋㅋㅋㅋㅋ 이벤트라는 것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랐던 마음에 썼던 글이기에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ㅎㅎ 여는 글 ‘카미노(산티아고 순례길)가 허락한 사람만이 카미노를 걸을 수 있다.’10년 전 9월 그 길을 걸을 때 어느 한국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수십, 수백 년 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약간의 체력과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니 아직도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누구나 걸을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선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순례자’의 저자 파울로 코엘류가 ‘알레프’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프랑스길’만 해도 800km에 육박한다. 다른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걷기만 했을 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에게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다.그럼에도 그 길을 갈망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만 간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그 길로 이끄는 걸까. 그때나 지금이나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이제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0년 전 처음 그 길을 걸을 때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같은 질문을 할지 모른다. 왜 10년이나 지난 지금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그동안 참아왔던 대답은 ‘이제야 쓸 수 있게 됐다.’이다.걷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성한 여행기가 있었기에 내용을 잊을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한 달여의 시간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기에 여행기를 보더라도 가끔 기억이 가물가물한 날이 있다. 어라? 뭐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왜 이런 내용을 쓴 거지? 도대체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거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진을 보며 그날로 돌아가 본다.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그날의 내가 되어 길을 더듬어 걷다 보면 며칠 전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10년이 흘렀음에도 마치 첫사랑과의 추억처럼 그 길은 아련하지만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다만 그때가 영영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이따금 찾아오긴 했다.순례길은 걷는 이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지와 사연들이 공존한다. 그들 모두 원하는 답을 얻거나 의미를 찾는 건 아니다. 길 위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첫발을 디딜 때와 마지막 발을 뗄 때 바라고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무언가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무 것도 얻지 못하거나 산티아고라면 치를 떨며 다시는 스페인 쪽으로 오줌도 안 눌 거라던 사람도 있었다.다행히 난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첫발을 디딜 때 바라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그 길이 내게 준 것인지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800km란 긴 거리를 걸으며 스스로 얻은 깨달음인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선물이 삶의 방향과 형태를 바꾸고, 10년의 세월 동안 시나브로 삶과 의식을 다듬어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것만은 확실하다.지난 몇 년 동안 더욱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이 찾는 그 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며, 세상 모든 진리가 그 길에 있다거나 그 길을 걸어야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 남자가 낯선 길을 걸으며 만났던 아름답고 소중했던 일들을 혼자만 기억하기 아까워 함께 나누고자 함이다. 지인의 여행담 듣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길 바랄 뿐이다. 1. 기적의 시작 Promise(약속), Devotion(헌신), Destiny(운명), Eternity(영원), and Love(그리고 사랑)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이 낱말들을 나는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오랜 시간 다짐하고 간직해왔던 소중한 진실을 알리려는 듯 낮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 그리고 잔잔하게 울리는 드럼 심벌 너머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가 이어진다.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의 노래 ‘Here I stand for you'의 내레이션과 첫 소절이다.97년에 발매된 이 곡을 들었을 때 고작 중학생이었던 난 가사 내용처럼 ‘운명’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 운명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것 같이 화려하고 멋들어지며 누구와도 공유될 수 없는, 오직 주인공에게만 허락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어느새 어른이 된 그 시절 소년은 이제 더는 운명을 믿지 않게 됐다. 초월적 존재의 힘으로 인해 내 의지를 벗어난 사건이나 미래가 존재한다는 건 자유의지의 부정을 의미한다. 무수한 우연 속에서 스스로의 결정과 노력만이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 운명이니 기적이니 하는 것들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벌어지는 비상식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이거나 그런 것들을 가치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표현 수단일 뿐이다.지난 10여 년 동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어른이 된 소년의 가슴 속을 가득 채웠던 운명은 이제 더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그런데…….2011년 8월 프랑스 남부의 한 시골 마을에 도착한, 운명을 믿으며 10대를 보냈지만 성인이 되어 더 이상 운명을 믿지 않게 된 어른의 입에서 탄성과 같은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운명인가?” 그해 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WYD(World Youth Day[세계청년대회]의 약칭,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 종교행사)가 열렸다. 수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행사답게 공통 일정은 열흘이 넘었고, 거주 지역의 ○○교구는 대략 18일의 일정으로 행사 참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는 앞뒤 주말을 포함한 9일, 연차도 넉넉하게 남아있으니 규정상 안 될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회사는 휴가 외의 연차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정받는 사원, 5년이라는 시간을 성실히 달려온 덕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삶으로 향하는 과정의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 스페인엔 갈 수 있을 거야. 세계청년대회가 아니라도 비슷한 행사, 혹은 다음 기회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 아직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삶이 안정되고 수입이 어느 수준에 오르면 나도 남들처럼 1년에 한두 번씩 해외여행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다. 하지만 마음에 품었던 것을 포기하기 위해선 그런 식으로 자위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선 현실과 주변의 목소리와 전혀 다른 목소리가 아우성쳤다.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네가 지금까지 꾸준히 했던 이야기잖아. 17살에 가는 여행과 20살, 군대를 다녀온 20대 중반, 경제력이 조금 생긴 20대 후반까지 느끼는 감성은 전부 다르잖아.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불확실한 미래일지라도 언젠간 같은 곳을 갈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의 네가 보고 느끼는 걸 미래엔 절대 느낄 수 없는 거야. 마음의 소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인근 물가로 1박 2일 여행 허락을 받기 위해 아버지께 드렸던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로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했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눈앞에 놓인 자신의 현실엔 이렇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게 참…….가자.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행복을 맡기는 건 너무 아깝잖아. 호기로운 다짐과 달리 과정은 한심했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혼자 다녀본 적 없는 놈에게 해외여행 준비는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왕 회사까지 그만두고 가는 마당에 비자가 허락하는 한계까지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 긴 기간의 여행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모르는 길이면 물어서라도 가야 할 텐데 뭔 배짱인지 인터넷이나 책을 조금씩 뒤적이는 것 외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준비다운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죽어서야 고칠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커져가는 압박감과 달리 몸과 마음은 앞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 느긋했다. “여기 어때?”퇴사를 마음먹은 뒤로 수개월 동안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식의 막무가내 계획만 가지고 있던 미련한 여행 고자에게 마리아 누나가 불쑥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순례자들의 고향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길이라… 성지(聖地) 같은 곳인가? 책 표지의 마른 땅을 걷는 이들의 사진을 봐선 일반적인 관광지보단 성지에 가까워 보였다. “몰라?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도 했었는데. 스페인 북쪽에 있는 순례길인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여자 혼자 다녀도 될 정도로 엄청 안전한 길이래.”“걸어요? 얼마나 가야 하는데요?”“보통 한 달은 더 걸린다고 하던데? 800km 정도 된대.”여자 혼자 다녀도 될 정도로 안전한 길, 스페인 북쪽, 도보나 자전거 같은 말들은 단 두 마디에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한 달 이상 걸리는 800km의 길. 말이 되나? 그 긴 거리를,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할 정도의 거리를 맨다리로 걷는다고? 왜? 종교적 신념 같은 건가? 난 그 정도로 독실하진 않은데. 물론 스페인에 가는 첫 번째 목적이 WYD라는 종교행사이긴 하지만 그 뒤에 있을 잿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라 성지나 순례는 마음속 깊이 다가오진 못했다.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장소와 과정에 대해 흥미가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매년 수만 명의 사람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걸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기에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걷기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800km. 만약 그 길을 온전히 걸음만으로 완주한다면 꽤 쓸 만한 경험담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순례길에 대해 약간의 흥미를 보이자 한사코 책을 권하는 마리아 누나의 호의를 최선을 다해 사양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흥미일 뿐이다. 흥미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빌리는 순간 흥미는 선택으로 바뀌고 선택에 구속될 것 같았다. 800km? 확실히 드러내기 좋은 수치인 건 확실하다.인정욕구라고 해야 할지 허세라고 해야 할지. 순례길을 걷겠다는 다짐 한 번 구체적으로 한 적 없으면서도 첫 해외여행을 축하하고 걱정해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 길에 대해서 떠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스페인 북쪽에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길이라는 곳이 있는데 무려 800km에 달하며 한 달 이상을 걸어야 하는 길이다. 아직 확정 짓진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누군가는 걱정하고 누군가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신비한 길에 대해 궁금증을 보이거나 응원해 줄 거라 생각했다. 혹은 부러움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리라. 하지만 지인들의 반응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헛된 꿈, 시간 낭비, 무모함, 오판…….쉽지 않은 기회와 용기로 선택한 해외여행, 그것도 볼거리가 많은 유럽까지 가면서 왜 한 달 이상의 시간을 걷는데 낭비하는가? 말 그대로 순례를 위한 길이니 그만큼의 종교적 신념이 없다면 의미 없는 걸음이며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도전이니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해라. 한 달의 시간 동안 걸음 속에 얻어지는 건 부상뿐이며 보상은 미진할 것이라는 훈계 아닌 훈계들이 대부분이었다. 얼씨구, 이거 은근히 약 오르네. 왜 내 선택을 당신들이 평가하는 거지? 내가 해외여행 한다고 돈 한 푼 보태줬어? 여행지를 추천해 줬어?(실제로 두 가지를 모두 도와주신 분들도 있지만) 왜 참견인데? 진짜 확 걸어서 보여줘?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곳이 어떤 곳인지?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울컥하는 성격은 누구에게나 있고 홧김에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아니다. 좋은 말로 용의주도지만 일반적 표현으로 잔머리 굴리길 좋아하는 얍삽한 놈이기에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고생을 자처할 정도로 단순하진 않다. 그래서 그 뒤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본 정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이라는 곳에서 출발한다는 것과 그 마을에 있는 순례자 등록소에서 크레덴시알(Credencial)이라는 순례자용 여권을 만들어야 하며 알베르게(Albergue)라고 하는 순례자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놈이 다른 여행에 관한 것도 딱 이 정도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길 바랐다. 그 나라의 문화가 살아있는 그런 곳이길 바랐다. 도시의 화려함과 볼거리도 좋지만 앞으로의 3박 4일은 그런 것과 동떨어진 곳이어야 했다.이틀의 파리 관광 후 교구 일행이 향한 곳은 프랑스 남부의 바욘이었다. WYD행사의 일환인 교구 행사를 위해서였다. 1박 2일의 짧은 오프닝 행사는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다. 기대해 마지않던 건 오로지 뒤이을 3박 4일의 홈스테이였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을지라도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기회를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홈스테이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리투아니아 청년들과 함께였다. 한가로운 시골길을 버스는 느긋하게 달렸다. 리투아니아어와 한국어가 뒤엉켜 맴도는 버스 안의 소란은 내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홈스테이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던 탓에 사소한 불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 앞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주황색 기와가 인상적인 조용하고 예쁜 마을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도 몰랐다.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조촐한 환영회에서도, 나와 비오를 맞이해준 쟝자크 가족을 만나 그들의 집에 도착했을 때도 알지 못했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그들 가족과 즐거운 저녁 식사와 낯설지만 편안한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아침 식사 후 교구 일행을 다시 만났을 때도, 그들의 목에 나와 비오가 걸고 있는 것과 비슷한 가리비가 걸려있는 것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이어 하루 만에 다시 만난 교구 일행들과 자연스러운 인사 속에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놀라운 진실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그것은 어제 도착해 하루를 묵고 지금 두 발로 서 있는 이 마을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프랑스 길’의 시작 마을인 ‘생장’이라는 사실이었다.운명인가?뭐지? 난 어차피 이곳에 올 운명이었던 건가?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다. 운명 같은 건 없다. 그럼 기적인가? 아니다. 기적 역시 운명과 같은 표현방식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하지? 그저 엄청난 우연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단순히 그렇게 이해될 수 있을까?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토록 부정했던,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일어난 비상식적 상황을 억지로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운명이니 기적이니 하는 단어를 찾고 있는 건가? 아니다. 그저 믿고 싶은 것이다. 운명, 기적 같은 그럴듯한 단어를 써서라도 이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고 그 단어들이 갖는 의미가 내 현실에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이날 운명을 다시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산티아고로 향하는 걸음 속에서 이날의 일이 기적이었음을, 앞으로 이 길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기적의 시작이었음을 알 게 되었다. 사진은 첫 걸음이었던 10년 전과 둘째 걸음이었던 3년 후의 사진을 같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워낙 똥손이라 사진을 못 찍는데 첫 걸음 땐 더 심한 똥손이었던 덕에 건질 사진이 별로 없네요..ㅎㅎㅎ)
도리돌2작성일
2020-09-01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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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도박소설 - 카지노에 관한 썰(내용길어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 가짜인물이 섞인 픽션입니다.예전에 타 커뮤니티에서 쓰던 글인데 반응해주시면 좀더 올려보겠습니다.-----------------------------------------------------------------------------------------------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둔 2015년 5월 소위 불알친구라 자부하던 꼬추들의 첫 해외여행지는 재수없게?도 홍콩/마카오 였다. 군 면제 후 무역회사에서 일찍 회사생활 시작한 자칭 '홍콩통'이라는 친구의 안내를 받아 이른 아침 홍콩공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 센트럴을 돌아 다녔고, 공항에서 맥모닝으로 대충 배를채우고는 늦은 오후까지 오로지 젊음이라는 에너지하나로 홍콩을 돌아다니던 우리에게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중간에서 먹은 완탕면은 그야말로 진정한 천국의 맛. 홍콩은 쇼핑과 음식의 천국이었다. 그날 이후 홍콩은 쇼핑하러 몇번간 것 말고 가보지 않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홍콩 첫 여행을 떠올리면 음식이 엄청 맛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홍콩1박 마카오2박의 일정이었는데 오전에 호텔로비에 짐만 던진 후 체크인도 미루고 나와선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마지막이 란콰이펑이었나..흑인들이 '두둥'하고 서있는 듯한 술집들에서 춤추는 아가씨들을 구경하면서 맥주로 거나하게 취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홍콩 숙박시설은 모텔급이란 얘기에 기대를 내려놨음에도 너무 좋지않았다. 로비만 리모델링은 한것인지 비좁고 더러운 방상태에 넋을 놓고 있을때 자칭 '홍콩통' 친구가 아직 마카오행 페리가 있다며 카지노에서 돈따서 좋은방에서 자는건 어떤지 제안을 던졌고 덥썩 받았다. 홍콩<->마카오 페리터미날은 두개가 있는데 셩완 구룡이었던가 아무튼 터미날에 갔더니 제트보트가 끝났길래 셩완으로 갔나 그 반대였던가. 어쨋든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40분간 제트보트에서 코를 곯았던 것 같다. 거의 도착쯤 눈을 떴더니 샌즈라 써있는 화려한 카지노가 먼저 보였다. 택시를 잡아 우의대교를 넘어 타이파로 건너가는데 생전 처음보는 화려함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택시를 타고 우의대교에 들어서면 가까이는 샌즈 멀리는 엠지엠 윈이 보이고 대교가 끝날때쯤 알티라호텔과 갤럭시가 보이고 공항쪽을 돌아 윈팰리스와 씨오디 샌즈코타이 베네시안이 보일때쯤엔 아주 미쳐날뛰었다. 여긴 미친세상이다 그냥 그런 미친세상에 들어왔다는 사실하나로 울렁거릴 정도의 묘한 긴장을 느꼈다. 2박 잡아놓은 숙소가 베네시안 스위트 였기때문에 무작정 베네시안으로 목적지를 정했고 베네시안 로비에 들어갔을때의 그 화려함 코를 찌르는 향수냄새..크..아직도 베네시안이나 파리지앵 샌즈계열 호텔에가면 그때가 생각날정도니 역시 첫경험이 중요하다. 호텔입구를 좀 지나 짐을 맡기고는 카지노에 입성했을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바카라도 모르고 룰렛이나 블랙잭 정도만 알았고 마바리 테이블조차 무서워서 구경만 했었더랬는데 테이블에서 만달러짜리 칩 하나에 130만원 이라는 소리를 듣고 세상의 돈이 다 마카오에 있다고 생각했다. 입을 벌리고 테이블을 구경하다 친구들을 따라 기계룰렛이나 식보를 깨작거렸는데 기계룰렛에서도 한게임에 홀짝 미니멈 5달러에서 최대 2천달러 까지 쳐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음 생각해보니 그당시 우리에게는 깨작이 아니었지싶다. 여행경비로 모아놓은 돈 8천달러 외에 각자 한5천씩 가져와서는 돈따면 무조건 방부터 잡자고 해놓고 꾸벅꾸벅 졸아가며 날이 밝을때까지 식보, 룰렛에 붙어있었다. 경비 5천달러(홍콩에서3000씀) 빼고 개인돈이 0원이 됐다. ㅋㅋㅋㅋ 그야말로 여윳돈 없이 그지가 됐는데 밥쳐먹으니 또하고 싶고 담배피고보니 또하고 싶고 체크인이 오후3시여서 싯팔좃팔해가며 자는건지 걷는건지 구경하는건지 꿈꾸는건지 모를 상태로 베네시안 주변을 돌아다니다 결국에 네명이 밥먹고 남은 4천달러로 체크인 전에 복구를 위한 게임을 하기로 한다. 마바리에 보면 중간에 원형으로 생긴 바카라 룰렛 식보 모니터가 있다. 가운데서 딜러들은 오지게 카드만 까고 룰렛공만 굴리는데 카메라로 비춰주고 기계로 베팅할 수 있다. 거기는 미니멈 50달러인가 그런데 150만달러까지 걸렸다. 여기가 승부처다. 친구새끼들은 총대를 나에게 건냈고, 나는 처음으로 바카라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판만 봐도 아 시바 두개카드 합이 높은놈이 이기는거고 두세판을 보니 영어써져있는 새끼들을 모조리 10으로 친다는 것도 알겠는데 보면볼수록 왜 저게 카드를 더 쳐받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나는 친구들을 등에 엎고 2천달러를 지르기로 했다. 좟밥들이 뱅커 플레이어도 빨강 파랑도 모르고 쩝쩝거리던 때라 일단 이름이 은행인 녀석한테 2천달러를 던졌다. 그냥 은행은 돈을 돌려줄 것 같았다. 처음했던 바카라가 아직도 너무나도 선명한게 뱅커 연4개에 들어갔는데 뱅커 그 십새가 꺽여서 인사하고 슈끝까지 돈을 주었더랬다. 뱅커 17개 장줄이다. 무섭게 빨간점이 찍혀 내려갔다. 아무튼 이상한 배팅방법으로 2천 걸고 1천걸고 2천걸고 2천걸고 4천걸고 4천걸고 6천걸고 9천걸고 1만걸고 2만걸고 이쥐랄로 뱅커만 걸어서 17만이 넘었는데 친구넷이 느낀건 미칠 것 같은 '환희'였다....환락인가. 체크인시간이 남아서 마사지를 검색해서 사우나를 다녀왔다. 아니 이런 미친 왜 목욕하는데 음악이 나오냐 어쩐지 마카오 사우나가 줜니게 비싸더라. 음악이 나올때마다 비키니 미녀들이 나오는데 캬 마카오는 돈이 있으면 천국이구나 이러면서 친구들과 마카오유흥을 엄청 검색했다. 일정대로라면 이시각에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넘어와 체크인을 했어야 했다. 비록 잠은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호주머니가 든든하니 피곤한것도 모르고 돌아다니다 저녁이 다되서야 베네시안 맞은편 씨오디 면세점(티갤러리?)에서 헤네시XO 두병을 사 숙소에 들어와 룸서비스로 안주가 될만한 음식들을 엄청 시키고는 한명씩 잠에 들었다. 첫 도박의 설레임 때문인가 긴장 때문인가 저녁9시쯤 잠들었는데 새벽2시가 안되서 일어났더니 친구새끼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 미친넘들 잠도 안잔건가..이부자리를 보아하니 다들 잔것같은데 내가 코를 곯아서 일어났나...소변과 갈증을 해결하고 다시 잠깐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3시반 아직 밖은 어두웠다. 친구한놈이 담배한대 물고는 심각하다. 니들 다 어디갔었냐? 라고 물었더니 이상하게 다같이 1시에 일어나서 씻고 도박하러 갔단다. 근데 왜 올라왔냐고 하니 가지고 내려간돈 만달러를 다 잃어서 올라왔다가 내가 일어나면 천천히 같이 내려가려고 담배피고 있었단다. "그래? 씻고 같이 내려가자." 다시 게임을 시작하지. 처음도박을 접한 이후로 지금까지 마카오의 수 많은 호텔을 가봤지만 어메니티 상태가 국내 샴푸 바디클랜저보다 향은 좋을지언정 깔끔함 느낌이 없다. 뭔가 머릿결은 더 뻣뻣해지기 때문에 컨디셔너를 꼭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컨디셔너 뚜껑 딸 생각도 못하고 바디클랜저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만 실컷 문지르는 샤워를 끝내고는 세면대 얖 놓여져있는 물한모금에 담배를 피우며 수건으로 몸을 털었다. "애들 상태는?"이라고 피곤이 몰려와 눈이 새빨개는 친구녀석에게 물으니 나만 잠든 두시간 동안 인생 사연이 있을법한 표정으로 "나랑 비슷해" 하고 짧게 대답했다. 뭐가 문제인지 듣다보니 이녀석들은 테이블에 입성한듯 하였다. 마치 또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온듯한 친구녀석은 로비행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카지노입구를 통과할때까지 두시간의 사연을 풀어 놓으며 흥분과 긴장을 예열시키고 있었다. 테이블 바카라에서는 직접 카드를 받는다. 돈을 제일 많이 건사람에게 카드를 던져주는데 자기는 소액이라 한번도 받아보지는 못했단다. 칩은 딜러에게 현금을 주면 교환해주고 어쩌고 저쩌고..친구는 나에게 간단한 테이블 룰을 설명해주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 4천달러를 17만달러로 만든 인세에 다시없을 희대 타짜인줄 알았기 때문에 마치 일제강점기의 순사처럼 그녀석을 앞잽이로 세우고는 바카라테이블로 향했다. '어떤 새끼가 내친구돈 따갔냐?' 같은 마음이었을까? 미니멈 500달러 테이블에 친구한녀석이 앉아 있었는데 땄는지 잃었는지는 마른침을 삼키다 목이 아픈인상으로 잔뜩 주름진 미간으로 알아버렸고 또다른 친구녀석은 그나마 상태가 좋은지 호주머니에 든 손을 잘그락거리며 눈썹을 치켜세우고 천달러 테이블 마실을 돌고 있었다. 나라는 이 미친쇄끼는 당시 카지노 돈은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는 내돈이라는 신박한 마인드로 사람이라고는 친구새끼와 딜러밖에 없는 그림도 없는 테이블에 착석해서는 "얼마꼴았냐?" 하고는 9천달러를 딜러에게 밀어줬는데 게임이 진행중이라 느낌상 분명 욕같은 중국어를 한바가지 얻어쳐먹고 실실거렸다. 퍼런게 2개 뻘건게 1개 다시 퍼런게 1개 빨간게3개 퍼런게1개 였던가 그냥 노상방뇨할때 리듬으로 싸질러 놓은 그림이었는데 은행을 믿어 성공한 나로써는 다시 뱅커에 운을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자리에 앉은 그때부터 희안하게 뱅커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뱅커5개 플레이어1개 뱅커6개 플레이어1개 다시 뱅커4개 플레이어1개 꼴리는대로 뱅커만 밀어넣었음에도 시작한 9천달러가 9만이 되고 이상하게 그지같은 생김새로 돈을 잔뜩 들고있는 중국형아들에게 둘러쌓이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잿빛 천달러 칩을 검정색의 만달러칩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후덕한 딜러아줌마가 섹시해 보일때쯤에 내 앞에는 어느새 20개가 넘는 칩이 쌓여있었고 이때쯤 퍼런게 나오겠지 싶어서 천달러를 걸어도 떡진머리가 인상적인 중국인 형은 2만달러를 걸었음에도 카드를 나에게 밀어주었다. 자리를 잡았고 투싸이즈, 쓰리싸이즈, 모서리를 꺽고 그림을 제대로 쪼아보는 기술따윈 없었고 대차게 돌려찍어 자신있게 카드를 던지는 내가 재미없을만도 하건만 중국인 형은 허이 허이 하면서 계속 카드를 밀어줬는데 서른판정도를 하고나서도 '어째서 뱅커가 카드를 추가로 받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16만 몇천달러를 따게됐는데 도박이라는 녀석은 배고플 시간을 안주는 듯하여 친구들을 데리고 쿨하게 국숫집으로 퇴장해서는 해장술로 마카오 맥주와 해장안주로 완탕면과 땅콩, 베트남고추가 들어간 닭요리로 배를채우며 친구들에게 1만달러씩을 돌렸다. 배를 채우고 10시가 되면 쇼핑몰을 구경하기로 약속을 했다. 방에 올라와서 다시 눈을 좀 붙여보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심장이란 땅에 지진이 방사되며 오르가즘으로 가는듯한 도박뽕이 올라왔다. '시발 이게 얼마냐' 기름먹인 회초리에 살이 데인 듯 정신이 번쩍들었다. 15만달러가 조금 넘는돈이 이제는 2천만원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심경의 변화는 나를 다시 카지노로 향하게 했다. 이제와서 하는말이지만 2천이든 2억이든 회초리를 맞았던 빠따를 맞았던 아마 그때 나는 카지노를 향해 갔을테지만 흔한 카지노인의 서툰충고를 빌리면 루즈컷보다는 윈컷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백만원을 잃던 천만원을 잃던 루즈컷은 루저로 남겠지만 윈컷만 지키면 백만원을 따던 천만원을 따던 위너가 될 수 있다. 쇼핑몰에 가기전까지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시작한 게임은 슬롯머신이다. 일단 소액으로 고액을 딸 수 있는 로또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소액이 계속 녹다보니 고액이 되는것이고... 한번에 고액을 땄지만 그동안 잃은 소액을 찾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졌지만 될놈은 되는지 지금은 없지만 그때 한창 끝물이던 메가벅스에서 메이저를 먹는 슬롯머신에 정자를 뿌릴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시끄럽기만한 이놈의 알람소리가 어찌나 사람가슴을 뛰게하는지 슬롯머신을 해본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것이다. 스팀팩과 쌍벽을 이룰만한 효과음 이후에는 돈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모를듯한 짤랑이 소리가 나는데 쇼핑을 위해 가지고 내려온 3만달러가 호주머니의 공허함을 남길때쯤 무려6배나 되는 거금을 다시 가련한 티켓한장으로 쏟아주었다.끌려나오기 싫어 벽에 손톱을 찔러넣은건지 찌걱거리는 기계소리와 함께 올라온 가련한 티켓에 찍힌 금액은 189,336HKD. "에이 C샹" 화면에 초록색 나방처럼 생긴 벌레한마리가 더 찍혔다면 80만이었을테고, 그 녀석이 친구 한마리만 더 데리고나와 화면을 가득 채웠다면 270만이라는 숫자를 보았을텐데 괜시리 쓸데없는 벌레의 충간관계를 탓하며 C샹소리와 함께 '크하'거리며 웃어준다. 티켓의 금액이 커서 캐셔에게 바꾸려했건만 알아듣지도 못할 중국어로 ATM기를 가르킨다. '니미 저 기계에는 은행이 통째로 들었는갑다' 하다가도 세상 돈이 다 모여있는 이곳에서는 쥐 알통만한 푼돈이겠구나 싶어졌다. 슬롯머신으로 만들어 낸 해피사운드가 유난할법 하건만 어째 친구한놈 곁에없는 걸 보아하니 베네시안 카지노 객장이 새삼스레 더 넓어 보였다. 수중에 19만5천 몇백달러 한화 3000만원 가까이되는 돈인데 그저 무거운 돈주머니가 거치적거려 서둘러 방으로 올라가니 방에 있는 녀석도 없어 입이 근질거렸다. 금고에서 돈을 전부 꺼낸 후 정리를 시작했는데, 잔돈 절삭하고 총 315,500HKD 중에 7만달러 정도가 500달러 지폐라 큰 지폐로 바꿀생각에 전부 챙기고 보니 거치적거려 올라온게 민망할 만큼 돈주머니로 사용중인 힙색이 다시 채워졌다. "흐윽! 돈 너무 많이 따서 죄송합니다아~~" 세면대 거울에 비친 광대가 솟구친 얼굴을 보고 괜한 미친소리를 해가며 손바닥으로 비누를 비벼 돈냄새를 지우고는 롤렉스 앞으로 오라고 단체 대화방에 톡을 보냈다. 베네시안 카지노 객장에 있는 롤렉스앞을 어슬렁 거리다 매장에 들어서니 번쩍이는 시계들이 구매욕을 애무한다. 그나마 제일 덜 반짝이는 익스플로러 가격을 물어봤는데 4만달러가 넘었다. 매장밖에 친구한놈이 다이사이 테이블앞에 서있길래 괜히 비싸서 나서는게 아닌것처럼 몸을 돌렸다. 친구가 있는 테이블은 연속해서 나온 '小'때문인지 시끄러운 중국인들이 바글거렸는데 녀석 혼자 '大'에 걸었고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3, 3, 4 / 4, 5, 1 대충보면 '大'인 것 같은 주사위 몇판이 흐를수록 중국인들은 더 시끄러워졌고 친구놈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슥 뒷편으로 가 텅텅비어있는 테이블에 돈주머니에서 대충 절반이다 싶을만큼 500달러 지폐를 꺼내주었다. 1만달러칩 2개와 1천달러칩 9개를 애가 닳게 천천히 세어 매니저를 호출했는데, 매니저의 솰라솰라를 못알아들으니 "멤버쉽카드"라고 짧게 영어로 말하는 매니저에게 필요없다는 듯 손을 저어 재빨리 친구녀석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小'의 장줄은 끝나지 않았고 머릿속에 시계생각만 가득했다. '따면 만오천달러를 보태 시계를 산다. 잃으면 3만달러짜리 시계를 사서 안차고 다니는거다.' 정도로 손에 쥔 2만9천달러의 무게를 가볍게 설정해버렸다. 온통 '小'로 도배되어 있는 모니터화면이 마음에 들지않아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마틴으로 8천달러까지 베팅한 친구녀석 어깨를 잡고 '大'에 칩을 전부 놓았다가 트리플이라는 함정이 자꾸 마음에 걸려 1천달러칩 2개를 트리플에 슬쩍 옮겼다. 빨간점 세개가 보인다.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 1, 1, 1 트리플이다. 역시 트리플에 베팅한 사람은 희대의 타짜 '나'뿐이다. 딜러는 계산을 못하는 구멍가게 할머니처럼 2만7천달러를 받았지만 1만달러칩4개와 1천달러칩 10개를 돌려주었다. 다시 2만8천을 '大'에 밀어놓고 2천을 트리플에 놓았는데 친구녀석이 언제 모았는지 모를 1만달러칩 하나를 꺼내어 함께 올렸다. 여전히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小' 장줄을 타는 상황, 다이사이 특기인 기차 성대모사를 선두로 딜러의 손이 뚜껑을 열었다. "됐다 시발!!" '아니 3, 3, 6 '大' 다 시발!!' 마틴으로 5천달러를 잃은 친구에게 칩5개를 건내주며 테이블을 빠져나와보니 구경을 하던 친구 두놈의 흥분한 얼굴이 보였다. 잔뜩 숨을 들이마시고는 어깨를 넓혀 "시발 봤냐?" 하고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짓거나니 '흐아아아...' 탄성과 같은 큰 한숨이 절로 나왔다. 1만달러칩 6개, 1천달러칩 11개를 들고있었는데 바꾼돈 2 만9천을 빼고 딱 두게임 5분만에 4만2천달러 시곗값을 따버렸다. 그렇게 "이제 쇼핑 가자"하며 움직이는데 딱봐도 동네 양아치들은 다 형님이라 부를것같이 생긴 양반하나가 새파랗게 젊은 우리에게 "형님 저 환전하는 박실장입니다."하며 명함을 건냈다. '어? 환전이라고?'하는 초짜의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니 5천만원 정도는 지금도 즉시 송금이 가능하단다. 와이파이 잘터지는 카지노입구 슬롯머신에 앉아 통장에 500만원씩 두번 입금된걸 확인하고 한화 1070만원 정도인 76500달러를 건내주었다. 바로 '환치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마카오에서 하면 안될 행위중에 하나인데 그나마 500만씩 짤라서 입금할줄아는 환전업자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만약 누군가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딴다면 그 즉시 마카오에어 비즈니스 끊어서 편하게 기내용가방에 넣어 가지고 들어오길 권해본다. 오전에 친구들과 베네시안 쇼핑몰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시곗값으로 생각했던 돈이 롤렉스 오메가 위블로 파텍필립을 들어갔다가 초라해져 버렸고 나이키에서 티셔츠 몇개와 운동화 하나씩을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베네시안 맞은편 하얏트쪽으로 내려와 친구가 미리예약한 '베이징키친'이라는 식당에서 북경오리를 먹었는데 설탕에 찍어먹는 오리껍질의 풍미가 정말이지 어마무시했다. 머드크랩, 전복, 닭요리, 돼지요리 중국와인이라는 황주까지 네명이서 이것저것 두당3천달러 어치를 먹었는데 백육십만원이 아깝지가 않았다. '아 역시 마카오는 돈있는 자에게 천국이로구나'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오니 바로앞에 샌즈코타이 카지노가 있다. 5분 전까지도 아깝지 않다던 3천달러가 나 여기있으니 데려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밥값 다시 벌어야지?" 친구들에게 말하니 세놈 다 눈빛이 바뀌며 웃는폼이 밥먹는 와중에도 어지간히 근질거렸나보다. 점심 식사 와중에 각자가 했던 게임의 룰이나 자기가 했거나 옆사람이하는 베팅법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이가놈은 '0'이 안나온 룰렛기계나 전자룰렛을 왔다갔다하며 뒤져라 '0'에다 베팅해서 10회마다 베팅금액을 올리는 마틴을 해서 4천달러를 땄고, '홍콩통' 최가놈은 바카라 테이블에서 5백달러가 이기면 다시 엎어서 1천달러를 걸고 1천달러까지 이기면 다시 5백달러를 배팅하는 방법으로 6천달러를 땄다. 김가놈은 다이사이 테이블에 함께 있던 놈인데 4번 연속 틀릴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4단계 마틴을해 꽤 재미를 보다 마지막에 내가 아니었으면 다 털릴뻔 했단다. 이참에 3천달러씩 모아서 넷이 밥값 2만4천달러를 만들때까지 함께 게임을 하기로 했고, 베팅법은 이가놈이 얘기해준 옆자리에 있던 어느 한국인의 베팅법인데 0과 가운데 라인 숫자 2,5,8,11,14,17...35까지 5달러씩을 베팅해서 안맞으면 X2 안맞으면 X2를 눌러 마틴을 하고 적중하면 3배 가까이 토해내기 때문에 잃는횟수가 많아질수록 마지막에 더 큰돈을 따게되는 방식이었다. 샌즈카지노 마바리 한켠 원형으로 된 전자바카라에 넷이 나란히 앉아서 각자 모니터링을 히고 베팅은 이가놈이 하기로 했다. 바카라테이블이 6개인데 반해 룰렛은 2개가 전부라 다소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는데 3배를 주는 스팟은 그냥 숫자 12개에만 걸면되기 때문에 3의배수 라인이던 1-12구역이던 '0'에 10달러를 걸면 최근에 5번 이상 안나온 스팟에 120달러를 걸어 마틴을 하기로 했다. 처음 베팅된 구역은 1번테이블의 0과 3의 배수 라인이였는데 3의배수가 연속으로 11번이 안나와서 서둘러 들어갔다. 2번만에 숫자'6'이 나와 12,330달러가 됐고, 바로 25~36 구역이 9번 안나온 2번 테이블에 들어갔는데 2,080달러가 베팅될 때 까지 13번이 안나오다 '0'이 나와 14,060달러가 됐다. "와 시발 한번만 더 안나왔다면 올인이었다 쫄깃하다잉?.....어? 그럼 25~36구역 14번 안나온거잖어? 야! 시발 re-베팅 들어가자!" 최가놈이 솔깃한 소리를 했고, 네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2,080달러가 베팅되고 뿌러렸다. 4,160달러가 베팅되자 잔액은 7,820달러 슬쩍 500달러 지폐한장을 이가놈에게 전달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더블베팅하고 접자." 어김없이 4,160달러가 뿌러지고 500달러가 더해진 8,320달러가 들어가자 네놈은 입을 닫고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숙여 각자의 방식대로 패를 쪼았다. '34' 잔액에 적힌금액은 23,040HDK. 네놈 모두 억지로 낸듯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싯팔싯팔 소리와 함께 티켓을 출력했다. 나는 친구놈들에게 6천달러씩 나누어주고 티켓을 건내 받아 다시 기계에 넣었다. "잔돈 삭제하고 돈 뽑고 들어가자!" 꼴리는대로 대충 바카라 테이블을 찍어 플레이어에 54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플레이어에 1,50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3,00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6,000달러를 배팅. 7,7 타이. 걱정하는 눈빛의 친구들을 돌아보며 "야! 시발 나 돈 줫나많어 새끼들아 쫄지마" 괜시리 더 신경질적으로 한소리하고는 마음에도 없는 18,000달러를 배팅하자 손끝이 눈에 띄게 떨렸다. '아 시발 내가 존경하는 뱅커형님께 베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밀려온다. 플레이어 K,5 - 뱅커 10,6 이미 진 것 같다. 한숨이 푹 나온다. 플레이어 세번째 카드는 7 '아..졌다 시발.' "어? 뭐야 뱅커 왜 또받어 이거? 왜이래?" 뱅커의 세번째 카드는 '4', 'PLAYER WIN!'이라는 코쟁이 텍스트가 화면에 올라왔다. "모야 모야 이게 왜 이기지? 푸헤헤헤" 또라이처럼 웃어 재끼는 나를 보는 친구들의 표정이 왠지 멍청해 보였다. 베네시안으로 돌아가는 중 돈주머니(힙색)에 손을 넣어 꼼지락꼼지락 돈을 셌다. 1천달러 지폐가 60장정도 였고, 도둑이 안들어 왔다면 금고에는 248장의 1천달러 지폐가 남아 있었다. 5백달러 지폐를 다 가지고 나와 박실장을 통해 천만원을 통장으로 보내고 이것저것 사고 먹었는데 어림 잡아도 30만달러를 넘는 돈이 아직 수중에 남아있었다. '여기는 진정 헤븐이다.' 방으로 돌아와 친구들 돈까지 싹모아서 각자 사진촬영 시간을 가졌다. '뭐 이거 14만원짜리 지폐 수백장인거 알려나 모르겠네' 하면서도 일단 자랑질을 하고싶어 카톡사진으로 설정해 두고는 미니바에서 꺼낸 커피와 함께 면세담배를 뜯으며 괜히 또 실실거린다. 오전에 쇼핑몰에서 올인원 로션을 하나 샀는데 용량때문에 가면서 버리고 갈거라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욕조에 물을 받아 유난스럽게 씻었다. 휴대폰으로 마카오유흥을 검색하고 있는 와중에 '홍콩통'이 들어와 워터쇼 보러가자고 조르는 걸 이따 저녁에 달링2 사우나에 쓰리썸 분수쇼 보러가자로 설득했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넘어온지 불과 40시간만에 돈을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 되버렸다. 타올로 고추를 털며 "야 시발 마카오에서 돈 어떻게 쓰는지 검색해봐!" 친구들이 크게 웃었다. 저녁식사는 베네시안 맞은편 씨티오브드림1층의 도쿄(마카오가아니고?)에서 미슐랭을 받았다는 일식집 오마카세와 스시를 사케와 함께 조지기로했고, 갤럭시에서 디저트를 먹기로했다. 물론 카지노관광은 덤. 샌즈코타이 전자바카라의 충격이 좀 남아있었기에 바카라룰을 검색해서 뱅커가 카드를 받는 경우를 공부(?)했다. 어두워지기 전 호텔을 나와 셔틀버스로 마카오 공항으로 갔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홍콩발이라 마카오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마카오 비즈니스석을 예매하기 위해서였는데 직접가서 현금결제를 하기로했다. 가격 4명 14,000달러 시간은 오후4시, 비즈니스석은 처음인데 살짝 설렜다. '아...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다.' 일정을 며칠 연기하자는 의견, 일요일까지 하루만 더 놀다가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토요일 밤에 복귀해서 뼈가녹는 밤을 보내고 일요일엔 각자 집에서 쉬자는 의견이 모두를 설득했다. 수월하게 항공권예매를 하고 택시를 이용해 COD로 향했다. 30만9천몇백달러 중 25만을 뺀 나머지를 다 들고 나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값에 1만달러를 쾌척했다. 예약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아 COD카지노로 갔는데 베네시안, 샌즈에 비해 조명이 약간 어둡고 뭔가 젊은? 세련된? 그냥 내 느낌에는 좀 더 자유분방했다. 저녁식사 후 갤럭시도 가야했기에 5천달러씩만 놀기로했는데 나는 바카라테이블에서 9천달러를 칩으로 교환했다. 모니터에 파란점하나 찍혀있고 아무도없는 테이블이었는데 자리에 앉아 2,000달러를 플레이어에 베팅했다. 허무하게 플6-뱅7 패배. 그럴줄 알았다는 듯 1천달러 칩7개를 플레이어에 올리고는 카드를 쪼았다. 내츄럴9 승리. 플레이어에 칩2개 베팅. 플3-뱅7 패배.플레이어에 칩12개 올인. 내츄럴8 승리.플레이어에 칩2개 베팅. 플7-뱅1 승리.플레이어에 칩2개를 베팅. 플3-뱅6 패배.플레이어에 칩7개를 베팅. 플7-뱅8 패배.플레이어에 칩17개 올인. 내츄럴9 승리. 매 순간순간 생각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행동은 단순했다. 처음 테이블에 앉으면서 결정한 플레이어에만 지조있게 칩을올려놔 플라스틱 아홉개는 서른네개가 됐고, 나 또한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새 괴물은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현실감을 무너트리고 두려움을 극복시켰다.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칩을 챙기며, 베팅하는 괴물탈을 벗고 괜시리 민망해 고수인척 딜러에게 미소와 눈빛을 한번 주었다. 슬렁슬렁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마실하다 친구한놈이 하는게임이 유튜브로 잠시 보았던 슬롯머신이라 옆자리에 앉아 구경을했다. "왜? 꼴았냐?" 친구놈의 걱정어린 소리에 '아...이제 돈따는 것도 재미없다.' 말은 못하고 칩을 보여주며 피식거렸다. 캐셔에 잠시 줄을 서 쌔끈한 플라스틱을 두리안 냄새나는 지폐로 교환하고는 흩어져있던 친구놈들을 하나씩 가로채 식당으로 이동했다. COD카지노에서 겪은 각자의 작은사연들은 훌륭한 안주였다. 음식이 맛없거나 술기운이 좀 올라오면 좀 더 맛있는 안주가 되었을텐데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어떻게 조리하지 않고 썰기만한 회따위가 혓바닥에서 녹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가 메인안주였다. "야 진심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어! 며칠 더 있다 가자!!!" 진심이라는 친구의 허튼농담에도 우리는 웃음바다가 됐다. '아...아니다...정색하는걸 보니 진담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케를 메뉴판 가격만보고 손가락으로 찔러서 계속 시켜마셨는데 잘취하지 않아 밥값만큼 술값이 나왔다. 그래도 맥주만큼 마시니 평소 붉어지지 않는 놈들이 꽤나 잘 익어보였다. 원래 계획은 갤럭시호텔로 이동해 디저트에 커피한잔 먹고 카지노였는데 다들 술한잔하니 움직이기 귀찮았는지 베네시안으로의 귀환으로 마음을 돌렸다. 담배 때문에 호흡이 딸려서인지 도박할 생각에 발걸음이 급해서인지 좀 오래걷는 기분이다. 저녁식사비로 7천달러 조금안되게 썼는데 밥값과 항공권값은 COD카지노가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준셈이다. '무슨 가는 카지노마다 그냥 들리기만해도 돈을 주냐?' 하루 전 아침만해도 만화를 찢고 나온 그지나 다를바 없었던건 기분탓이겠지... 술이 좀 올라와서였을까? 현실감이 없어져 미쳐버렸을까? 카지노 입구에서 내가 "야야야 시발 나 이거 한방에 갈꺼니까 따라와!" 돈주머니를 열어 보여주니 미친쇄끼라고 한마디씩 하고있지만 표정에는 '재미있겠다!' 라고 써있다. 단호하게 '나를 따르라' 손짓 한번에 마지못해 간다는 듯 뒤를 따라왔다. 카지노에 들어서자마자 캐셔로 직진해 1천달러지폐를 전부 건내주니 6만7천달러를 칩으로 교환해 준다. 미니멈 5백달러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듯 VIP 루비룸 근처의 2천,3천 모니터를 빠르게 휙휙 둘러봤다. 플,뱅,플,뱅,플,뱅,플플플플플플,뱅뱅 '어?! 저거 100% 뱅커다' 생각이 들자마자 후다닥 빈자리에 앉아 1만달러칩 6개 1천달러칩 7개 전부를 올려놨더니 앉아 있던 젊은여자와 중년남자 그리고 딜러가 '젊은새끼가 꽤 큰거 올리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훑었다. 중국인 특징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들 쪽으로 크게 배팅하는 사람이 황인종이면 무조건 한톨의 의심없이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중국어로 뭐라하뭐라하는데 "야 이 미친넘 진짜 다 걸었어 시발! 또라이네" 친구들의 시끄러운 한국욕이 그들의 입을 닫게 했다. '내손을 떠나 베팅되는 순간 칩은 이미 내것이 아니다.' 마인드컨트롤 해보려고 속으로 중얼거렸는데 오히려 더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딜러가 뱅커 카드 두장을 나에게 건내준다. 카드 까는건 샌즈코타이에서 어떤 중국인 어깨너머로 배웠다. 일단 세로로 놓고 아랫쪽 양 모서리를 왼쪽 오른쪽 엄지로 최대한 잘가리고 뒤집으면 그림인지 쩜이 하나인지 두개인지 확인한다. 내카드 한장은 그림이고 나머지 한장은 쩜이 두개다. 그림 오픈 J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없어 코로 내쉬었더니 콧바람이 뜨겁다. 오픈하지 않은 카드를 가로로 돌려 쪼기시작했다. 점이 두개면 4또는5 세개면 6,7,8 네개면 9,10 지금 오픈하는 이 카드는 안전하게 점 세개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시발 점이 네개다. 50%확률로 최고카드가 될수도 최저카드가 될수도 있다. 신중하게 1mm씩 까면서 심장이 늙어가는 느낌으로 부들부들 쪼아야하는데 머저리같이 너무 서툴러서 가운데부분에 점이 휙 보였다. 9를 본 순간 평온함이 찾아와야하는데 흥분감에 더 미치도록 심장이 쿵쾅거렸다. 흥분해서 딜러를 바라보고 턱을 까닥거리며 나도모르게 한국말을 해버렸다. "플레이어 카드 까" 턱짓때문인지 '까' 말고는 영어라 알아들은 건지 몰라도 딜러가 카드를 뒤집었다. '근데 어쩌지? 니가 무슨 카드를 뒤집던 나한텐 다 좟밥인데? 크크크' 마음의소리에 광대가 씰룩였다. "으왁" 하는 친구들의 탄성소리가 들렸다. 딜러가 뒤집은 카드는 4와 5. 플9-뱅9 타이. 순간 머리끝부터 짜릿짜릿한 소름이 내려오며 등이 서늘하고, 겨드랑이가 순식간에 몰아친 식은땀에 축축해졌다. 6만7천이면 9백만원이 넘는다. 술이 화-악 깨면서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와 목이 뻣뻣하다. 칩을 챙기고 발작하듯 일어나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와 C발 이 갯쌔끼들아 나 왜 안말려!! 으워 좟될뻔했네...다시 바꿔야지 존나 쫄았네" 플레이어9 - 뱅커9 타이로 구사일생한 6만7천 달러를 챙겨 캐셔로 직진해 1만달러칩 6개를 다시 현금으로 교환했다. 베팅의 쾌감일까? 극도의 긴장 때문이였을까? 잘은 몰라도 피가 안통하 듯 손,발끝이 저릿저릿했다. 바카라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1천달러칩 한개 두개 베팅해 먹죽먹죽 하다보니 목표했던 10개가 되어 얼른 현금으로 교환하고는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전자바카라에서 게임하는 친구놈 옆에 자리를 잡고 멍하게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돈 가지고 들어가는데 문제없나? 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나...''내가 도박에 소질이 있는 걸까? 그냥 운이 좋은거겠지...''카지노에서 계속 돈을 벌 수 있을까? 다시 마카오로 돌아올까?''베팅이 클수록 쾌감이 큰 것인가? 소중한 것들을 다 잃을때까지 베팅을 계속할까?' 평범했던 23살의 청년에게 첫 해외여행은, 첫 카지노는, 수 많은 질문을 만들게 하였다. "아...좟됐다..." 룰렛에서 '0'만 주구장창 베팅하던 친구, '이박사'의 탄식어린 욕설이 상념의 늪에 빠져있던 나를 깨웠다. 오로지 룰렛으로 야금야금 가진돈을 꽤 많이 불려서 우리는 이놈에게 '룰렛박사'라는 닉네임을 주었는데 믿던 룰렛에 결국 발등을 찍힌 모양이다. "왜? 잘 안되냐?" "시박 만팔천(18,000달러) 다 녹았다." 화면을 보니 '0'에 베팅된 금액이 1,000달러고 잔액이 없는걸로 봐서 마지막 베팅인거다. 나름 가능성 있어보이는 테이블을 선택해 시작했을텐데 50달러부터 조금씩 올린베팅이 1만7천달러를 녹였고 마지막 베팅 1,000달러가 녹으면 올인으로 마무리하게 될테다. 믿던 룰렛이, 믿던 '0'이 끝내 '이박사'를 배신했다. '이박사'는 애꿎은 기계에 주먹을 쿵쿵거리며 "너 여기에다 걸어라 진짜 곧 '0' 나온다" 성난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안나왔는데 계속 안나오는거 아니냐?" 말과 행동이 다르다. 재빨리 기계에 1,000달러 지폐한장을 집어넣고, 500달러를 '0'에 베팅했다. 당첨되면 18,000달러, '이박사'가 잃은돈이나 복구해주자 싶어서 서둘러 넣은돈이 베팅하기 무섭게 바로 부러졌다. 다시 500달러 베팅. 부러졌다. 연이어 3,000달러를 넣고 '0'에 800달러를 베팅. 아! '0'이라 확신했것만 야속하게 지나쳐 바로옆 '32'로 들어갔다. 머릿속에 있는 이성의 끈에 가위를 갖다대는 기분이다. 다시 '0'에 1,000달러를 베팅했다. '15'가 나왔는데 '0'으로 가다 두칸 모자르게 멈춰선거다. 남은 1,200달러를 베팅. 이번엔 진짜 '0'에 완전히 들어갔다가 뱀처럼 기어나와 서너칸을 도망간다. '당첨' 근처에 알짱거리면서 놀리는 듯 해서 슬슬 빡이친다. '미리 넣어둘껄' 인식이 재대로 안됐는지 토해내는 지폐를 보며 마음이 급해진다. 2,000달러를 베팅하고는 돈주머니를 털어 쉴새없이 돈을 집어넣었다. "어우 이거 천달러씩 올린다 따면 반줄게! 돈이 먼저 녹든 '0'이 먼저 나오든 승부본다!" 3,000 4,000 5,000 6,000 7,000 10분에서 15분정도 단 열한게임만에 총 3만1천달러가 녹아사라졌다. 8,000달러를 베팅하고 벌떡 일어서서 화면에 보이는 딜러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이년한테 갔다올게 영(0) 안나오면 다시 9천 걸어!" 딜러의 앞쪽으로 다가가서는 "헤이! 초록색에 공좀 넣어줘! 헤이! 제로!! 헤이! 그린컬러 그린! 그린!" 들리는데 못들은척 하는건지 내쪽으로 눈빛 한줌 흘리지 않고 룰렛판에 공을 돌린 딜러에게 저주를 내리 듯 오더(?)하고 몸을 돌려 돌아오는데 화면을 주시 하던 '이박사'의 턱이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져 내리며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심상치 않은 표정변화에 나도모르게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서둘러 다가섰더니 "이..이..이십팔..팔만" 진짜 얼었다 녹은놈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됐냐? 시발 나왔냐? 정신차려 새꺄! 몰카냐?" 몰카라니...정작 지가 정신 못차리는 소리를 싸질러 놓고는 모니터를 향해 몸을 훽 뒤짚었다. '280,000HKD WIN!! Congratulations!!' 말이안되는 금액보다는 콩그랫쥬레이션이 더 진심처럼 느껴지는걸 보니 28만 달러가 큰 액수이긴 한가보다. '이박사'와 나는 끄악거리며 'CASH OUT'을 연타하고는 하이파이브 한 서로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베팅을 위해 넣어두었던 19,000달러, 마지막베팅 8,000달러의 36배 288,000달러를 포함해 307,000HKD가 출력된 티켓을 현금으로 바꿔 대충 돈주머니(힙색)에 찔러넣고 "이박사! 같이 밖에서 담배한대 피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본전 빼고 순수하게 24만7천 이겼고 약속한대로 절반준다. 케케케" 홍콩 사채업자처럼 담배를 꼬나물고 돈을 셌다. 천달러 지폐 123장을 건내주니 찰나동안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았는지 '승리한 자' 답지 않은 심각한 얼굴로 애써 세어건낸 돈을 대충 한뭉텅이 떼어 돌려준다. "친구야~이정도도 충분하다 그럴리 없겠지만 다음에 오링(올인)나면 그때 도와주는건 다 받을게 진심으로 충분하다." 새로 얻은 '박사'호칭 때문인가 꼴에 사뭇 진지해서 "알았다" 짧게 대답하고는 돌려받았다. 게임하는 다른 친구들을 순찰하려다 무거운 돈주머니가 부담스러워서 방으로와 돈을 정리했다 50만9천달러 계산하니 '이박사'놈이 65장을 떼어줬나보다. 어메니티에 들어있던 머리끈으로 1천달러 지폐 500장을 한번감아 지퍼팩에 넣어 금고에 봉인하고 담배를 물었는데 속이허하니 배가고픈걸로 봐서 술이 다 깼나보다. 미니바에 3개들이 페레로로쉐를 게눈 감추 듯 먹어버렸다. 이제는 돈을 잘버는몸이라 허한속을 달래느라 소비한 만사천원이 아깝지 않을걸 보니 가성비 계산하는 대가리가 망가진게 분명한 듯 했다. 카지노로 내려가 약초캐듯 곳곳의 친구놈들을 주어담아 구석의 '드래곤누들' 식당으로 향했다. "배 안고프냐?"하면 알아서 약초가방으로 들어오늘걸 보니 이놈들도 도박에 정신팔려 술깨는줄 몰랐는거다. 짭쪼름한 완탕면 국물에 코를 박아놓고 속을 달래다가 고개를 들때마다 마카오맥주 한모금에 탕수육을 섭취시켰더니 방에서 먹은 페레로로쉐가 살짝 아까워진다. '가성비 계산 오류가 수정되었습니다.' 슬롯머신에 빠져 1만달러를 꼴아박은 김가놈의 진지해서 더 슬픈 슬롯머신 50회 마틴베팅으로 돈따는 방법, 바카라 타이에 꽂혀서 쉴새없이 테이블들을 돌며 베팅을 했더니 딴돈보다 관절염약값이 더 나오겠다는 최가놈의 얘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이박사'가 직원을 불러 계산을 했다. 여기서 김가놈이 붉은색카드를 내밀어 할인을 5%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슬롯머신이 포인트 쌓이는게 엄청나서 먹고 죽고를 잘만 반복하면 업그레이드 가능한 포인트를 하루만에도 쌓을 수 있다는 얘기에 루비카드 그까이꺼 만들기로 했다. 마카오에 있는 동안 먹고싸고 도박만했더니, 쌓인 포인트가 꽤 많아 루비등급까지 300점 정도만 올리면 업그레이드다. 쉽게 생각하고 화려한 사무라이 슬롯에 앉아 가지고 있던 9천달러를 전부 집어넣었다. 3줄 5열로 이루어져있는 게임은 1열과 5열에 닌자가 출현하면 UP△이라는 문구가 나오며 시끄럽게 상단의 돌림판 보너스가 돌아가고, 2열3열4열에 투구를 쓴 사무라이 세개가 나오면 15회의 프리스핀을 준다. 정해진 라인에 관계없이 5열에 그림만 맞으면 되는 243WAY게임이라 단순했다. 최소베팅은 30코인이고 90, 150, 300, 600코인이 쓰여진 버튼이 있었는데 1코인이 0.50달러라 최대 300달러로, 그림 한번 돌리는데 4만2천원이 베팅됐다. 4만2천원을 세번 돌리야 2포인트가 쌓였는데 루비등급까지 올리려면 400회 정도를 돌려야 하는거고, 당첨되지 않고 녹기만 한다면 한화 약 1700만원, 12만달러를 써야했다. 그렇게 계산하니 쉽지 않을 것 같아 '김가놈'이 대단해 보였다. '김가'가 알려준대로 30코인부터 50번씩 돌리고 금액을 올리려했는데 떨어지는 돈을 보고있자니 20번도 못채웠는데 금액을 올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간신히 30번을 채우고 90코인으로 올렸는데 바로 보너스에 당첨되어 귀아픈 알람소리와 함께 돌림판이 돌아가더니 2000코인, 1천달러를 뱉어냈다. 이제 좀 재밌으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김가'가 넣은돈 9,000달러를 넘었으니 다른 기계로 가란다. 줄은 장줄이요 주는놈이 계속 준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하던 내가 살짝 반발했지만 아무래도 대단한 루비등급의 조언을 무시할 수 없어 9천8백몇십을 캐쉬아웃하여 바로옆 똑같은 기계로 갈아탔다. 다시 30코인씩 30번 90코인씩 30번 150코인씩 30번을 돌렸는데 2,100달러 가량이 녹았다. 그런데 300코인으로 올리자마자 보너스에 당첨되더니 녹아내린 금액을 훌쩍넘어 7500코인, 3,750달러를 뱉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가지 게임방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미니멈에서 맥시멈까지 5회마다 금액을 올리며 돌려보고 기계를 바꾸는 방법이다. 이게 돈만 있으면 여러가지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건데 의외로 맥시멈까지 가기전에 단 1달러라도 본전을 넘겨주는 기계가 많아서 메뚜기마냥 슬롯머신을 옮겨다녔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게 체력이 다할지언정 이동할 기계가 없을 걱정은 안해도 될 만큼 수백대의 슬롯머신이 있는 베네시안이 넓었다. 2시간 정도만에 20~30개를 넘게 돌렸을까? 많이녹으면 기계 한대에 2,000달러가 녹았는데 크게 따지는 못해도 초반에 본전을 넘겨주는 기계가 많았고, 보너스나 프리게임에 걸려 베팅의 50배를 넘는돈을 던져준 기계가 두대나 있어 잔액 1만달러가 유지됐다. 현재까지도 슬롯머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권장하고 싶은 방법인데 VIP룸에서는 기계 하나하나마다 돈이 얼마나 녹았는지 언제 얼마를 뱉어냈는지까지도 기록되어 매니저가 브리핑을 해준다. 근데 마바리에 깔린 기계는 기록이 있어도 알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금광을 찾다 녹는게 쳐먹기만하는 기계에 앉아 허무하게 큰돈 녹는 것보다 낫다는게 100% 주관적인 의견. 그렇게 새벽 3시가 됐는데 루비등급까지 100포인트를 남겨두고 체력이 떨어지니 시작했던 작전과 다르게 한기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덕분에 빡베팅에 맥시멈베팅으로 무리하다 잔액이 3,000달러까지 녹았다, '그래도 포인트 많이 쌓았다. 그만하고 올라가서 자자' 애써 자위하며 티켓을 뽑아 ATM으로 향했다. 왜그런지 몰라도 '출금'을 누르고 죄진사람처럼 주변을 휙-하고 두리번거렸는데 누가봐도 '혼자 있고싶어요.' 싶은 얼굴로 '홍콩통' 최가놈이 근처 바카라테이블에 앉아있다. 그냥 모르는척 올라가려다 '봐서 그림좋으면 허무하게 슬롯머신에 녹은돈이나 찾아볼까?' 해서 다가갔다. 앞에 놓인 1천달러 칩이 꽤 많다. "뭐야? 칩 존나 많은데? 왜 곧 뒈질것같은 표정인데?" 물으니 나름 타이베팅을 잘맞추며 돌아다니다가 '장줄이다' 싶어서 앉으면 앉는 족족 줄이 꺽여 기껏 올린 2만달러를 다 털리고 방에 왔다갔다하며 3만달러를 전부 가지고 내려왔단다. 다같이 방에 묶은 돈은 서울까지 지키기로 다짐했는데 2번이나 올라갔다 올 정도면 어지간히 빡쳤나보다 싶어 튀어나오는 잔소리를 잡아두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우리가 제대로 잠도안자고 존나 놀았잖냐, 피곤하니까 될 것도 안될 수 있어." 일단 뱉어내고 위로가 맞는지 싶어 친구어깨를 힘주어 꾹 잡아줬는데 "아냐 괜찮어, 시발 진짜 장줄 만난어." 하고는 1만달러칩 2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살짝 보여주고는 1천달러칩 5개를 뱅커에 올렸다. 모니터에 빨간점 6개가 예쁘게 찍혀있는데 '최가놈' 밖에 없는게 신기할 정도여서 "나도 한번만 같이 먹어도 될까?" 하고 천달러칩 3개를 집어 뱅커에 올리고는 ATM에서 막나온 따끈한(?) 3천달러를 '최가'에게 넘겨주었다. 재수좋게 '최가'의 신념대로 플레이어가 5를 잡아도 5를먹고 0이 되주니 쫄리지 않고 힘빠진 플레이어에게 깔끔하게 3천달러씩 2번을 승리했다. 장줄을 응원하는 중국인 몇명이 모이더니 분위기가 '으쌰으쌰'되는게 재밌어서 5만달러 가까이 복구한 녀석을 일으키지 못하고 주머니에 1만달러칩 3개를 챙기고, 남은 칩 전부를 뱅커에 밀어넣는 친구를 바라만봤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 또한 '깔끔하게 1만달러만 채울까?' 하는 깔끔하지 못한 마음으로 칩하나를 뱅커에 올렸다. '더 걸사람 없으면 깐다?'하는 표정으로 딜러가 손을 저으려는데 아랍인처럼 보이는 아저씨 2명이 오더니 플레이어에 1만달러칩 4개를 올리고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 멍하니 아랍사람 하는짓을 지켜보다 "아 시발 느낌 안좋은데?"하고 고개를 돌렸더니 친구녀석이 중국인들과 함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 같은 인상으로 그들을 째려본다. 만약 이게 영화라면 아마 아랍인들이 주인공이고, 친구녀석과 중국인들은 따먹기 좋은 엑스트라 같다는 생각에 피식하다가 얼른 정색했다. 10만달러 주황색칩 1개를 올려놓은 갈치색 정장의 중국인이 웃겨 보이는 낮은 포복자세로 패를 잡았는데, 쪼기도 전에 아랍인들이 진짜 우리가 주인공 이었다는 것 마냥 재수없게 파안대소하며 '10'과 '8' 내츄럴8을 던지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렸다. 중국인들이 갑자기 "초이! 초이! 초이! 초이!"를 외친다. 우왓! 저소리는 내가 정확하게 알고있다. '초이'는 '바람불 취'자의 중국어 발음이고 점을 바람불어 날리라는 뜻으로 외치는거다. '초이'를 외치는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3' 한장이 오픈된 경우는 쓰리사이즈(싼삔삔)에 점이빠진 '6'을 노리는거다. 어찌나 낮은포복으로 까는지 나까지 중국인들과 함께 쭈구려 앉아 카드에 집중했다. 쓰리사이즈 왼쪽 중간점이 없다 '6'이면 이기고 '7'이면 지는거다 차마 함께 쳐다보지 못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친구를 보니 내 심장이 아렸다. 이렇게 영화같아도 되는건가 싶을정도로 우측중앙에 다이아 모서리가 어둠을 찢고 붉은빛으로 뚫고나와 '언럭키 세븐'이 되었고, 찰나의 정적때문에 침통함이 소리를 내는 듯 했다. 어찌됐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됐다. 승부의 무게는 싸우기전 결정하는 것이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나에게는 가벼웠던 1천달러 승부가 누군가에게는 세상 전부의 무게인 듯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칩을 만지는 친구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하자" 하고는 자리에서 일으켰다. "방금 다 걸었으면 뭐에다 갈꺼여?" 했더니 "플!" 하고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도저히 궁금해서 안될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리다 모니터에 찍히는 붉은점을 확인하고 웃으며 친구를 쫒아갔다. '진짜 그나마 다행이인거다' 친구와 함께 방으로 올라오니 방금 씻었는지 젖은머리로 스마트폰을 만지던 이박사가 "왔냐?" 하고 눈빛도 안주고 반겼다. 김가는 쇼파에 누워있다 그대로 잠에 들었는지 드르렁 거린다. 미니바에서 맥주를 한캔꺼내 따고 통유리벽 앞 차가운 대리석에 누워 적막한 야경을 바라봤다. 최가놈이 씻은건지 헹군건지 모를 속도로 나와 침대로 뛰어들어 게임하는 놈을 괴롭혔다. "시발라마!! 하지마바" 이박사의 욕설에 피식웃으며 궁상을 접고 욕실로 들어갔다. 말년에 내무반에서 삐대다가 행보관에게 끌려가 오물처리작업을 하고 들어왔을 때 보다 더 구석구석 빡빡 씻었다. 마치 그때보다 더러워진 것 처럼 말이다.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의 기분이 이럴까?' 생각했다.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뇌가 잠시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크헙"하는 요란한 소리와함께 일어나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간다. 이놈들은 가방을 싸고있는 폼이 이미 방을 나설 준비가 끝난 듯 했다. 막 일어나 정신도 없는놈에게 뜬금없이 비닐로 꽁꽁싸맨 홍달 한뭉텅이를 건냈다. "이거 공항까지만 지켜주라" 이박사가 8만 나머지가 3만씩 모아서 14만을 만들었단다. "너 3만빼면 돈 없지않냐?" 최가놈을 바라보니 1천달러 3장을 흔들며 "니가 테이블에서 바꿔준거 있다."하며 씩 웃는다. 후다닥 씻고나와 금고에서 돈을 꺼냈다. 혹시 루비등급이 안되면 어쩌나 싶어 살짝 고민하다 '에이 오링나면 빌리면 되지' 하고 전부 배낭바닥에 깔았다. 부피가 큰 면바지와 저지하나를 버려서 출발할때와 부피는 비슷했는데 무게는 훨씬 무거웠다. 배낭을 짊어지고는 "시발새끼들아 비켜 나 걸어다니는 벤츠야" 하며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방을 나섰다. 체크아웃 후 베네시안 2층 '북방관'이라는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하고 카지노로 내려갔다. 이박사는 8,000달러를 들고 룰렛으로 향했고, 나머지 두놈은 가진돈을 한방에 베팅하겠다며 사라졌다. 재밌을 것 같아 따라가 구경하려다 '쩝' 하며 근처 슬롯에 앉았다. 약간 모지리처럼 배낭을 앞으로 메고 150달러 맥시멈으로 시작했는데 거짓말처럼 서너번 돌렸을 때 물고기 다섯마리에 와일드 몇개 나오더니 30배를 줘 점심값을 내고 7천몇백으로 시작했던 돈이 1만2천달러가 됐다. 티켓을 출력해서 옆자리로 옮기는데 한방승부를 본다던 친구두놈이 언제왔는지 옆에 있었다. "뭐냐 실패냐?" 했더니 "엉~"하고는 민망한 듯 케케거린다. "담배나 피자" 하고 흡연실로 가던 중 웬일로 샌즈리워즈에 사람이 없다. 다가가서 "하우 매니 모어 포인트? 루비멤버?" 하고 여권과 카드를 내밀었더니 "오! 어쩌구 저쩌구" 하고는 잠시 투닥거리더니 붉은색 카드와 예상치 못한 백달러 프로모션칩 6개를 챙겨줬다. "아 시불 진즉에 와볼걸 뻘짓거리 했네...지금 만이천있는데 빌려줘?" 했더니 친구놈들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12,000HKD 티켓을 교환하고 흡연실에서 3천달러 씩을 빌려주니 의욕어린 눈빛을 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박사를 찾아 나섰다. 안보여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전자룰렛이 아닌 테이블룰렛이었다. 테이블룰렛은 칩의 색으로 베팅한사람을 구분한다. 달러칩을 베팅해도 되긴하지만 100달러부터 베팅이 가능하기에 금액이 적혀있지 않은 색깔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딜러에게 현금 1천달러를 교환하면 미니멈 25$나 50$, 100$에 관계없이 색깔칩 40개를 준다.(※미니멈에 따라 다르게 주는 곳도 있음) 곧 색깔칩 하나의 액수가 25$인 것이고, 색깔칩은 교환한 테이블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이블을 이동할 때에는 달러칩으로 교환해야 한다. 미니멈 50$ 테이블엔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두명, 금발의 중년남자와 동남아계 여자가 커플인 듯 함께있었다. 이박사는 초록색칩 몇덩이를 가지런히 정리해 가지고 있었는데 초록색칩이 0, 3, 15, 26, 32 숫자에 2개씩 베팅되어 있었다. 룰렛판을 보아하니 '0'을 기준 양옆두칸에 베팅한거다. "잘되고 있냐?"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더니 괴상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천달러로 시작했는데 오천 넘었다" 칩을 짤그락 거린다. 역시나 '0'에 미련을 못버려 따고도 일어서지 못하고 앉아있었단다. "룰렛박사 믿어야지?" 딜러가 구슬을 돌린 후 잽싸게 100달러짜리 프로모션칩 6개를 '0'과 '3'에 3개씩 나눠 올렸다. 버린다 생각하고 올린 칩이 '행운의 칩'이었다는 듯 구슬이 '32'를 유연하게 통과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레드에 베팅했던 한국여자로 둔갑한 돌고래 두마리가 고주파 환호성을 지른다. '3'이다. 또다시 사고를 쳤다. 300달러, 정확하게는 600달러가 10,800달러가 됐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척 조급하게 몸을 들썩이며 칩달라고 안달하지 않고 딜러가칩을 정리하는 동안 오히려 의자에 몸을 기대본다. "야 시박 어떻게 앉자마자 이렇게 쳐먹냐?" 썩을!! 눈치없는 박사녀석이 호들갑을 떨며 고수 코스프레에 초를쳤다. "영(0) 기다릴거냐?" 하고 칩을챙겨 일어섰더니 "아냐 먹을만큼 먹었어." 이박사가 함께 일어선다. 지금은 미련없이 첫 해외여행의 유흥을 마칠 때이다. 캐셔에 유난히 줄이길어 시간이 지체될까 걱정했는데 맨앞에 다른친구 두놈이 보여 이박사와 얼른 칩을 건냈다. 칩을 현금으로 교환하고 빌려준다고는 했지만 사실 받을 생각이 없었던 6천달러를 돌려주었는데 이놈들 둘이 돈을모아 바카라에서 6천달러씩 두번을 이겨서 안받는게 미안할정도로 싱글벙글이라 기분좋게 받았다. 베네시안의 로비를 나오다가 한국인 커플에게 부탁받아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도 덕분에 4명모두가 나올 수 있도록 화려한 로비에서 더 화려하게 웃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며 창문밖으로 호텔들을 바라보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3일남짓한 시간이 인생의 날만큼이나 길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마카오공항에 도착해 사람이 없는 게이트앞에서 배낭을 열어 돈을 나눴다. 나522,800HKD, 이박사97,000HKD, 최가김가 각 36,000HKD 환전하는 것도 걱정인데 인청공항에 입국하는 일이 더 큰 걱정이라 많이 따지 못한 두친구에게 1만달러씩 나눠주며 운송료 10프로라며 10만달러씩 배달을 부탁했다. "야 존나 짭잘한데? 내가 다 배달하면 안되냐?" 고마움을 표현하기 민망했는지 과장된 김가놈의 쥐랄에 다같이 웃었다. 마카오공항에서 잔돈(?)으로 쿠키 몇상자를 사고 에어마카오 비즈니스석에 올랐다. 정말 넓은자리에 앉아 편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기억이 안나는게 비행기 바퀴도 구르기 전에 잠깐 눈감았다 떴더니 인천에 도착한단다. 다들 피곤했는지 비슷한 상황이어서 너무 억울했는데 박사새끼만 기내식을 먹었다해서 그만큼 다시 욕을 쳐먹었다. 긴장이 무색할만큼 쉽게 세관을 지나쳐 나온 시각이 저녁 8시반, 공항 ATM기에서 20만원을 출금했다. 잔액 1,107만원 군대에서 알뜰살뜰 모은 돈에서 여행경비를 쓰고 127만원이 전재산 이었는데 8자리가 된 잔액을 보니 광대가 실룩였다. "방배고개요" 하고 체어맨 모범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집에 부담스러운 짐을 놓고 한잔 찌그리기로 했는데 집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길래 대충 가방을 던지고 삼성동으로 이동했다. '홍콩통' 최가놈이 미리 추천 받아놨다는 비싼술집이 있어 이동하는데 "이렇게 반바지에 추레한 복장으로 가도되는거냐?" 는 물음에 "이런게 간지여" 뭣도 모르면서 대답했다. 소개받은 곳 상호가 실크였는데 입구에 겁나 이쁜 누나가 섹시한 오피스룩으로 심장을 방망이질하며 자신을 지아실장이라 소개했다. 맥주와 음료, 술잔 등이 셋팅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룸에 실장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잘빨기만 할 것 같은 섹시한 입술인데 화려한 말빨로 듣도보도 못한 싸구려 술만 설명하며 현금으로 하면 이게얼마 저게얼마 설명하는게 얼마짜리 호구인가 가늠하는 역할인 듯 했다. 적당히 싸구려 술 쳐먹이고 보내려는 태도에 자존심이 상했다. 발렌타인 가격을 물었더니 17년이 60만원 30년이 110만원이라는데 '아이고 시발' 소리가 육성으로 터질뻔 했다. '그래...시원하게 쓰자' 돈있는 내가 여유있게 말했다. "우리 우습게 보지말고, 누나정도 나이되야 물고빠니까 발렌타인 서른살짜리로 세팅해봐" 친구들이 빵터지고 실장이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갑자기 신이난 듯 결혼정보회사 직원처럼 어떤 스타일의 여자가 좋은지 쓰리싸이즈까지 물어보더니 니들 취향을 다 알았다는 듯 "그럼 애들 부를게?" 하고는 자리를 비운다. "야 시발 이거 우리가 생각한데가 아닌데?" 최가놈을 째려보며 바로 이박사 입에서 한소리 튀어나온다. 영화에서 보던 것 처럼 파렴치하게 놀자며 왔는데 그냥 BAR란다. 대신 능력있으면 가게 옆 디자이너스호텔에 미리 예약해 놓은 방이 많으니 올라가서 맥주한잔 하라는데 그말은 즉 2차 비용이 따로있다는 소리다. "이럴때 헛돈 쓰는거지 또 언제와보겠냐?" 돈은 쓰고 써도 넘쳤다. 지아실장을 따라들어오는 아가씨들을 보고 불만을 토하던 입들이 스윽 닫혔다. 진정 하나같이 예쁘다는말로 표현이 안되고 그냥 젊고 아름다웠다. '크흠' "수연이는 저 오빠옆에 앉고 정이는 저기 앉고...." 초이스 따위는 없이 실장이 자리를 정해줬는데 사실 넷중 누가 앉았어도 만족했을거다. 재밌게 놀으라며 나가는 실장에게 "돈좀빼다줘" 카드를 건내주니 조용히 "얼마?" 하고 입을 벙긋거린다. "오" 하고 손가락 다섯개를 폈더니 "야 이 오빠들 진짜 잘모셔라~" 아양을 떨었다. 1차 280만, 웨이터 팁20만, 호텔비 60만, 2차 120만 네명이서 술값 480만원을 쓰고 아침에 호텔 앞 복집에 앉아 마이뱅크에 검색 된 명동환전소에 얼마까지 환전 가능한지 전화를 돌렸다. "어우 그래도 '실크' 돈값은 하지 않았냐?" 라는 이박사의 말에 "또 올라면 다시 마카오 가야되지 않겠냐?" 바로 다음 일정을 알아본다. - ㅅㅂ 잠만 잔다- 나도 생존 신고. ㅈㄴ 졸림- 배고프다 자느라 밥도 못먹음-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제 깸두세시간 단위로 다음날까지 카톡대화가 이어졌다. 아무리 젊다지만 여행 3박4일 돌아와서까지 총5일을 무리하게 달린지라 잃어버린 체력을 잠으로 채우는 듯 하다. 금새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일요일, 월요일 이틀을 버리다싶이 빈둥거리며 보내고 화요일이 되서야 할일이 많아 움직였다. 용산의 야마하 매장에서 바이크를 한대 수령하고 환전하러 명동에 갔다가 돌아오며 이륜차 등록을 해야한다. 원래 동네 마실용 50cc 스쿠터 한대가 있어 평소 바이크에 관심이 있었던터라 갖고 싶었던 'NMAX' 스쿠터 구매를 쉽게 결정했다. 김가와 최가는 환전을 맡긴다며 가진 달러를 모두 두고 갔는데, 둘이 따로 입을 맞춘 듯 나머지는 술값에 보태고 600만원을 보내라는데 아무래도 운송비를 받은게 미안했나보다. 최저가 명동환전소 한곳에서 100만이상도 환전이 가능하단 통화를 마치고 바로 스포츠백에 50만을 챙겨 집을나섰다. 바이크를 수령해 중앙우체국 옆 환전소를 향했다. 생각없이 환전소로 들어가 50만 홍콩달러를 건내고나니 그제서야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더우시죠?" 하면서 시원한 레쓰비를 하나 건내주는 친절함에 엄청 민망해 "아뇨 괜찮아요" 하고는 괜히 헛기침을 흘렸다. 현금 7200만원 오백만원짜리 백만원짜리 묶음 수십개를 주는데 144*500000=7.20000E7 라고 써진 손바닥 4분의1만한 종이쪼가리 한장 주는게 영수증이다. 5분거리의 은행이 멀게 느껴질만큼 무겁게 가져가 입금하고나니 갑갑하던 속이 뻥-뚫린 기분이다. 카지노 이후 게임도 무료해지고 돈이 잠시 우스워 보였었는데 역시 돈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거 고칠라면 500만원짜리 돈덩이 몇개 끈에묶어 덜렁덜렁 어깨에 걸치고 다니면 되는거다. 창구 이체는 수수료가 비싸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보내주려는데 1일 이체한도가 천만원이라 한놈은 다음날 마저 보내주기로 했다. 6월16일 아침 이박사와 드디어 다시 마카오를 향했다. 돈개념이 어느정도 정상화되어 에어마카오 비즈니스는 못타고 제주항공 앞자리 지정석을 이용했고, 얼토당토 않은 영어로 베네시안 프리룸을 구했는데 생각보다 4박이 쉽게 예약 됐다. 마카오에 두번째인데 수십번은 와본 사람처럼 비행기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달려가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탔다. 3주가 3년 같았는데 베네시안은 그대로다. 어딘가에서 읽은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인천공항에서 세운 계획은 선 밥값 후 식사였는데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식당으로 들어가 마카오비어와 완탕면을 시켰다. 내가 93,200달러 이박사는 47,000달러를 가져왔다. 4박일정이라 시간여유가 많았는데 6월의 마카오는 유난히 습하고 더워서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오로지 카지노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식사 후 30달러(420원)짜리 슬롯머신을 깨작깨작 거리다 2300달러(33만원)짜리 보너스 게임에 당첨이됐다. "아 쎄게할껄..." 카지노에서 백이면 백 한번씩은 경험한다는 '할껄충'이 뇌를 좀먹는다.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는다며 천천히 길게 즐기자고 생각한 건 다른놈이었다는 듯 '싯팔싯팔' 중얼거리며 체크인을 하러간다. 베네시안에 아직 루비등급이 많지 않은건지 체크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VIP창구는 텅텅 비어있다. '뭐야 이 새끼' 하는 눈으로 손을 슥 내밀길래 루비카드를 보여줬더니 "오!!" 하고 미안한 듯 앞까지 안내해준다. 사실 마침 운이 좋아 VIP창구가 비어있었던 것 뿐인데 체크인을 하고 돌아서 나오면서 괜히 시선이 주목된 듯해 우쭐해본다. 카지노로 향해 이박사를 찾아 객장을 어슬렁 거리는데 이제 막 슈를 시작해 손님 좀 불러보려고 딜러 혼자 그림을 만들고 있는 테이블에 자꾸 눈길이 갔다. 뱅커에 점하나를 찍고 주변을 살피며 쫌 기다렸다가 다시 뱅커에 점하나를 찍고 주변을 살피다 눈이 마주쳤는데 베네시안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딜러라 활짝 웃어주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대충 1천달러 지폐를 움켜쥐어 던져주니 14장이라 1만달러칩 1개를 주머니에 넣고, 1천달러칩 4개를 파란구역에 올려본다. 희안하게 모니터에 뱅커는 붉은색으로 표현되는데 테이블에 베팅할때 칩을 놓는 구역은 파란색이다.BANKER 4천달러 승BANKER 8천달러 승BANKER 6천달러 승BANKER 2천달러 승BANKER 4천달러 승1만이 될때마다 검정색칩으로 교환해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를 털어 넣었는데 뱅커점 7개가 찍히고 앉을자리 없이 사람들이 넘치게 몰리고 나니 지난번의 대승이 떠올랐는지 뜬금없이 겨드랑이에 홍수가 난 듯 땀이찬다. 긴장 때문에 '어우 안되겠다 나는 이정도가 마지노선 인가보다.'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무리하게 밀어넣은 1만8천달러가 내추럴8로 깔끔하게 승리하자 애써 안떨어지는 몸을 일으켰다. 바로 옆 빈테이블에서 손에 가득한 칩을 1만달러칩으로 교환하니 1만칩 5개 1천칩 6천개가 됐다. 칩을 짤그락거리며 베팅하지는 못하고 움찔만 거리다가 연이어 찍히는 붉은점을 야속하게 바라만봤는데 11개에서 끊어진 붉은줄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길을 옮겼다. 식은땀에 젖은 몸이 무거웠는데도 기분은 좋은게 진짜 등산이라도 한 기분이다. 다른점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며 맞은 시원한 바람에 땀이 식은게 아니라는 거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첫줄=장줄'을 지나간 그림으로만 보다가 들어가서 직접 먹어보니 과연 소문대로 맛집이 아닌가? 한번 대차게 올라간 광대가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룰렛박사, 영박사, 이박사를 찾아 전자룰렛 기계가 많은쪽으로 왔다. 이대로만 계속 승리해주면 이번 항해는 순항인데 이박사의 표정이 폭풍우를 만나 망연자실 한다기 보다 가랑비에 많이 젖은 듯 사뭇 심각해 보인다. "얼마썼길래 표정이 썩었냐? 형님이 많이 따왔다 쫄지말고해." "아냐 사천(4천달러) 땄어" 옆에 앉아 이박사놈의 얘기를 들어보니 따고는 있는데 저번에 왔을때랑 기분이 매우 다르단다. 한숫자(0)에 100번 기다려서 3백달러 남짓 이득보려고 10달러로 시작한 룰렛인데 기다리다 참지못하고 홀짝, 검빨이나 3배구역에 3백, 5백달러씩 쎄게 베팅해 수익이 발생하니, 한국에서 머리싸메고 생각해 온 시스템이 순식간에 깨져버린거다. '누구에게나 그럴듯 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전까지' 라는 타이슨의 명언처럼 이박사는 카지노의 돈으로 몇방 쳐맞았으니 심각한 표정이 이해가 됐다. 그래도 카지노에선 시스템이고 나발이고 앓는소리를 한다지만 따는게 '장땡' 아니 '내추럴 나인' 아닌가? "방키 받아왔는데 올라가자." 딴놈 일으키는 건 잃은놈 일으키는 것 보다 쉽다. 짐을 정리하고 친구는 카지노로 나는 쇼핑센터로 향했다. 큰 돈주머니(힙색) 하나 사려고 갔다가 결국 오메가에서 4만9천5백달러(710만원)짜리 시계를 질렀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브로드애로우 마지막모델, 프레드릭피게 무브먼트 어쩌구, 소장가치가 있다는 둥의 헛소리에 현혹되어 땀을 질질 흘리며 쇼핑한 덕분에 방에 올라와 다시 샤워를하며 방수인지 확인했다. '내 시계는 방수다 존나 좋다.' 자위인듯 들리는건 기분탓이다. '오 좀 놀아 본건가?' 물고기(초보)들의 시선을 즐기며 번쩍번쩍 누가봐도 방금 산 시계를 자랑하며 테이블에 양손을 올리고 앉는다. 시계를 찬 왼손으로 칩을 촤르르촤르르 만지작거리며 오른손으로 까딱거리며 패를까보라 명령하면 딜러는 패를 뒤집고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내추럴 아니면 가져와' 하며 멋지게 카드를 던진다. 이런 상상을 하며 내려왔는데 아무도 시계는 관심없고 현실은 내가 물고기다. 역시 알아주는 사람은 친구뿐이라 쪼르르 달려가서 좀전 시계매장 직원이 한말을 앵무새처럼 자랑하고 현자타임이 왔다. 쇼핑하고 남은돈 8만8천달러, 마카오에서 아직 첫날이니 오래놀자고 8천달러만 가지고 내려왔는데 찔끔찔끔 베팅하다 순식간에 빈손이 됐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1만달러만 챙기려다 3만달러를 챙기며 '이거 잃어도 본전이다' 본전에 시계값을 비벼본다. 루비룸(VIP)에서 3천, 8천, 1만9천 올인. 3만이 8천보다 더 순식간에 녹는 상황에도 '베팅을 더 쪼개서 할껄'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돈이 부족해서 졌다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부족한 돈을 탓하는 순간 바카라 귀신이 찾아 왔는지 모르겠다. 바카라 귀신은 신들린 듯 이길때에도 찾아오지만 이렇게 벼엉신같이 무너질 때에도 찾아온다. 귀신에 홀린 듯 정신없이 따고 잃다보면 어느새 부자가 되어있거나 아무것도 손에 들고있지 않게된다. 도박은 결과론이고 따면 내가 잘나서 잘한 짓, 잃으면 '할껄충'이 된다. 역시나 기다리던 붉은점이 찍히는 걸 보며 '돈 다 갖고 내려올껄' 하며 돌아서니 온몸에 기운이 없다. 방으로 들어서 침대에 벌렁 누워 감은눈으로 패배를 되새김질하다 애써 잠을 청했다. 배고파서 잠을 깨웠다는 듯 속이 쓰리고 그륵그륵 괴물소리를 낸다. 침대에 누워 4시간 전 남긴 '잔다' 라는 짧은 메세지에 이박사녀석이 COD에 룰렛 원정을 간다고 남겨놓고 다른 메세지가 없다. 9시가 넘었는데 배도 안고픈가 싶어 쌍욕부터 날리려는데 이박사가 양손가득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 얘기인즉 COD에서 당일 멤버쉽카드 발급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돌림판을 돌려 선물을 준다는데 30포인트 마다 한번씩 돌릴 수 있어 60포인트 채워서 세번 돌리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이박사는 열쇠고리 하나와 아이폰6+, 1만달러의 보너스포인트에 걸려 "대바아악!!" 을 부르짖었단다. 기분이 좋아 한잔하려고 비싼양주도 한병 사왔데서 룸서비스에 얼음과 요리 몇가지를 후다닥 시키고 미쳐서 5만달러 까지 녹아내린 좟짓꺼리를 '카지노귀신에게 당한썰' 따위로 포장해 얘기하며 우스운 표정을 지어본다. 프랑스 꼬냑 레미마르땡 XO가 얼큰하게 속을 달궈주니 5만달러를 가지고 내려가서 한방에 10만을 만들고 재차 냅다 꽂아서 20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 날 방해하지 말라는 듯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챙겨 내려오니 베팅도 하지 않았것만 심하게 목이탄다. 한쪽에 쌓인 귀여운 생수병을 짜그락 소리가 날때까지 빨아재끼고 고작 칩5개 5만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700만원을 5만원으로 만드는 최면을 걸어본다. 5만원쯤은 개미똥구멍만큼도 관심주지 않을 곳 다이아몬드룸으로 들어가 테이블을 훑었다. 겨드랑이에 사이에 덜렁 낑긴 노란색 에르메스백, 귀여운 발꼬락에 걸쳐놓은 샤넬 쓰레빠를 여유있게 까딱거리는 하얀 피부의 여자가 나를 유혹하는 듯 하여 걸음을 옮겼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앞에 10만달러칩과 1만달러칩 몇개, 1천달러칩 수십개를 쌓아올린걸 보니 분명 잘 찾아온게 맞았다. 뱅플뱅플뱅플뱅 속칭 옆줄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다같이 한마음으로 옆줄을 가는건 아니고 중국여자는 뱅커에 베팅했다. 내 느낌에도 뱅커가 올라올 것 같아 당초 엎어서 두번 먹겠다는 다짐대로 1만칩 5개를 뱅커에 올렸다. 두근두근 BANKER 6 절반의 승리. 옆줄이 끊기고 뱅커가 올라오자 여자는 싱긋 웃으며 나를 한번 쳐다보고 다른 세사람은 까불어 보라는 듯 웃으며 의자에 몸을 더 묻었다. 절반의 승리도 이긴건 이긴거다. 깨물고 싶을만큼 새하얀 목덜미를 가진 여자를 마주보며 웃었다.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까닭인지 승리의 여운에 취해서인지 심장이 요동쳤다. "한궈?" 여자의 물음에 한국인이라고 영어로 말하자 "다음번엔 어디에 걸고 싶어?" 유창한 영어로 되묻는걸보니 나보다 잘배웠거나 홍콩사람이리라. 3만을 뱅커에 올리고 천달러칩을 페어에 2개씩 타이에 하나 올렸다. 여자가 나를따라 뱅커에 10만달러칩 하나를 올리더니 뜬금없이 자기는 '옌' 이라 소개한다. "음?? 아예.." 도박하는데 쓸데없이 말걸지 말라고 알았다고 중얼거린건데 '예' 가 아니고 '옌' 이란다. '아..예..' 도박에 빠져서 이렇게 예쁜여자가 눈에 안들어온다 오로지 여자가 빨리 좋은패를 까서 이겨줬으면 좋겠다. 플레이어 K, K 뱅커9, 9 승리다. 전무후무 할 대승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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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티벳라마승 롭상 람파의 지저세계 방문기
아갈타 지저세계 방문기티벳 라마승 튜즈디 롭상 람파 (Tuesday Lobsang Rampa : A.D 1910~1981年)전생에는 티벳인 라마승, 중국에 있는 의대로 유학을 왔다가 중.일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부상당한 중국군 병사들을 간호하는 시의를 담당하다 일본군에게 포로로 사로잡혀 일본 본국의 히로시마로 송환되고 그곳에서 여러 차례 고초를 겪게 된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자 대혼란을 틈타 수용소를 탈출한다. 배를 타고 소련(연해주)으로 건너가나 간첩으로 오인받아 모진 고문을 당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 육신 잃은 그의 영혼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40대 초반의 영국인 시릴 호스킨의 몸 속으로 들어가 그의 육신을 빌려서 다시 환생한다.그 후로 <제3의 눈> 외에 많은 저작을 남겼다.이후 실제로 그의 전생의 신분을 밝혀주는 서류가 티벳에서 발견되었고 결국 그가 자신의 저서들에서 언급한 전생의 일대기 및 종교적, 의학적,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된 용어들 외에 특정 정보들도 모두 사실로서 증명 되었다. 서구의 동양을 향한 정신 운동을 촉발시킨 실질적인 선구자이자 개척자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사람은 티벳이 가진 신비로운 영적 세계를 서양에 알린 대단히 중요한 공로자이다. 롭상람파의 지저문명 체험은 올랍 얀센이나 리차드 버드 제독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얀센과 버드 제독은 단순한 어부였고, 또 군인 신분이었지만 롭상 람파는 높은 정신 레벨을 가진 라마승 출신의 영적 수행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체험 내용은 얀센과 버드 제독의 단순 보고와는 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가 지저세계를 방문했던 경험을 언제 했는지를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는데, 그것은 그의 책에서 그 시기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그는 그 시기가 금성을 여행하고 돌아오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이후였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롭상 람파의 아갈타 방문 경험을 그의 저서인 <아갈타 방문 경험기>에서 인용하여 소개한다.그의 지저 아갈타 세계로의 여행은 앞서의 금성 여행과 마찬가지로 그의 스승이었던 밍야돈둡 라마의 인도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여행은 스승과의 오랜만의 영적 재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금성에 다녀온 지 몇 년 정도가 흐른 후의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몸과 의식이 이완되면서 그가 아스트랄체 상태로 자신의 육신에서 벗어났을 때 오랫동안 못 뵌 노 스승이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스승 밍야 돈둡 라마는 제자인 롭상에게 아직도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또 다른 경이로운 세계를 보기 위해 자기와 같이 여행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일주일 후에 떠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스승은 일주일 후에 집 앞에 나와 있으면 누군가가 데리러 올 것이라고 일러주고는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곧 사라졌다.그런데 롭상이 일주일 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 앞에 나와 대기하고 있자 그를 데리러 온 것은 사람이 아니라 뜻밖에도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은 UFO였다. 그는 길가에 서서 우연히 밤하늘에서 기묘하게 반짝이며 움직이는 별 하나를 주시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점점 더 빛을 발하여 커지더니 낙엽 모양으로 떨어지며 그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그 물체는 전방 약 20미터 지점에 착륙하였다. 그 내용 부분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이제는 밝게 채색된 비눗방울처럼 보이는 가운데 그 비행체는 20미터 이내의 거리에 내려앉았으며, 지면 바로 위에 약간 떠 있었다. 내부에서 방사되는 것으로 보이는 오팔색으로 빛나던 빛은 사라졌고 이제 그 우주선이 원반 형태임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양이 꼭 티벳인들이 사용하는 사발 두개를 맞붙여 덮어 놓은 것과 같았다. 그 표면은 흐릿한 회색이었고 어느 정도 발산되는 감각은 한 여름의 뜨거운 열파와 같았는데, 나는 그 물체가 의식이 있고 심지어는 지성조차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 그 우주선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원반이 그것의 의식과 함께하고 있는 나의 진정한 실체를 실험이라도 하듯이 나에게 빛을 비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우주선의 문이 열렸고, 롭상은 모종의 에너지 장이 펼쳐진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생명체도 보이지가 않았고 하얀 빛만이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의아한 상태로 서 있는 롭상 람파에게 당신을 만나서 영광이라는 환영하는 말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러자 모습을 나타내 달라는 롭상의 요청에 그 음성은 자신의 모습은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라며 자기가 롭상을 초대한 주인이고 수송할 존재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롭상은 당시의 그 느낌과 견해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 그 말들은 완벽하게 이치에 맞았다. 내가 그 원반의 밖에서 받았던 느낌, 살아 있는 존재의 현존 안에 내가 있었다는 느낌은 매우 정확했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외계의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멋진 기기나 어떤 종류의 기계장치가 아니라 내가 일찍이 상상했던 방식을 초월한 기상천외한 생물인 것이다. ” 롭상 람파가 그 UFO에게 묻기를 당신은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체냐고 질문하자 우주선은흥미롭게도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 ‘당신이 잘 아는 바와 같이’ 그 음성이 대답했다.‘ 우리 우주와 무한한 수의 다른 우주들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의식입니다. 우리 현실은 의식이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살아 있는 본질은 현실들로 알려진 전체에 걸쳐 현재해 있습니다. 그 원천은 물질세계와 아스트랄계 밖에 있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인간들, 내 자신, 그리고 모든 우주의 도처에 존재하는 셀 수 없는 다른 생명체들은 이러한 의식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것은 무한하며, 우리는 그것과 더불어 모두가 하나입니다.’ ” 이러한 답변은 마치 진리를 깨우친 존재의 설법 내용과도 같은데, 우주선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이런 대답을 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기이하면서도 놀랍기만 하다. 이 UFO는 계속해서 자신과 같은 생명체들은 시간과 공간에 속박돼 있지 않은 ‘순수에너지의 존재들’ 이라고 설명하면서 창조계 전역의 그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다른 종족들의 수송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말해주었다.이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우주선과 대화하는 가운데 우주선은 어느덧 그에게 목적지에 이미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UFO가 그를 내려 준 것은 중앙아시아 천산 산맥의 험준한 한 중턱이었다. 이윽고 롭상은 곧이어 그곳의 한 자연 동굴 안에서 모닥불을 피운 채 그를 기다리고 있던 스승과 재회했다. 동굴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시 눈을 붙이고 난 뒤 그는 드디어 스승의 인도에 따라 동굴 벽의 어느 지점을 통해 지저세계로 연결되는 터널로 들어가게 되었다. “ 동굴 안의 그 벽은 나머지 다른 부분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승께서 거기에 손을 뻗었을 때 이미 그는 그 부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고, 그곳 바위 부분을 힘껏 벽 쪽으로 밀어제쳤다.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계획적으로 설치되어 적절하게 균형이 잡혀 있던 그 표석은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서서히 옆으로 돌아 움직였으며, 감추어져 있던 입구가 나타났다. 따라오라는 몸짓을 하면서 나의 인도자는 그 바위 입구로 먼저 발을 들여 놓았고, 비밀의 통로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선 후에 그 바위는 미끄러지듯이 뒤로 움직이며 닫혀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컴컴한 어둠 속에 빠져 들었다. ‘스승님!’ 나는 당황하여 소리쳤다.‘조용!’ 어둠 속에서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성급히 굴지 말게!’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잠시 후 스승은 “보아라! 저기 빛이 있다.” 라고 외쳤고, 롭상은 눈에 힘을 주고 부릅떠 보았으나 컴컴한 어둠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는 어렴풋이 점차 이상한 빛에 의해 물체가 식별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빛은 신비로운 색채의 아름다운 빛이었는데,넋을 잃을 수도 있는 한 여름날의 너무나 파란 하늘을 연상시켰다고 한다. 그는 빛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찾아보았지만 이 멋진 빛의 직접적인 출처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것은 마치 공기 그 자체가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다아무런 빛조차 스며들 수 없는 터널 안의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이상한 빛에 관해 스승은 롭상에게 이것은 인류 이전의 지구에 있었던 존재들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의 통로는 거친 둥근 형태였고 10명의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넓었다.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은 기묘하게도 유리처럼 매끄러운 감촉을 가진 단단한 암석이었다. 그러나 바닥은 유리와는 다르게 미끄럽지가 않았고 발로 걷기에는 편했다고 한다. 명백히 이것은 자연 동굴이 아니었고 급속히 용해시킨 상태에서 굳어져 그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롭상 람파는 책에서 레이저 빔과 유산한 고에너지 장치에 대해 묻자 스승 밍야 돈둡 라마는 현생인류가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걸어 다닐 때 이미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 ‘이 통로는 어디로 이르게 되지요?’ 내가 물었다.‘ 이 터널은 우리가 이 지구세계의 중심부로 이르게 되는 긴 여로의 초입부문에 해당된다네.’ 스승님이 대답했다.‘우리는 이 행성의 중심에 있는 숨겨진 비밀의 땅을 볼 수 있도록 특별한 허락을 받았다. 우리는 신성한 <아갈타(Agarta)>로 가게 될 것이다.’아갈타! 바로 이 명칭은 내 궛전을 때리며 깜짝 놀랄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지구 세계의 왕이 통치하는 곳이고, 일찍이 살아 있는 인간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지구의중심에 있는 지저왕국인 것이다. 나는 이 이름을 무수하게 들은 바가 있지만 그와 같은 장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거의 믿지 않았다. ” 그들은 그 터널을 따라 장시간 아래로 내려갔고 지구의 중심부를 향해 계속 나아간다. 중간에 그들은 터널 안에 오래전부터 숨어들어와 살고 있던 흉측한 모습의 야수인간들과 접촉하게 되고 거기에 피랍돼 있던 지상의 여자를 구출해주는 과정이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은 생략한다. 그 때 롭상의 스승은 신성한 아갈타로부터 방문해달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제자에게 설명하면서 이타적 행위의 필연성과 아갈타로 들어가기 이전의 준비에 대해 롭상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말을 해 준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하고 우리의 몸이 신성한 아갈타가 존재하는 영역의 다른 진동의 장소에 적응되도록 하기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이다. 장차 이 지구행성에서 깨달은 영혼들을 가려내게 되는 일이 있다.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가가 오게 될 것이다.이런 변화들은 모든 인류의 대변형이 시작되는 발단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 여성을 구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는 자신의 이기적인 속성을 버리고 이타적인 삶의 방식을 배워야만 한다. 인류는 곧 다른 별들로부터 온 형제들과 하나로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오랫동안 관찰해 왔고, 우리 인류가 영적진화의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우리는 그들과 합류하도록 초대받게 될 것이고 창조주께서 우리들을 위해 이 우주 안에 마련해 놓으신 경이로움을 보게 될 것이다. (중략)그가 계속 말했다. ‘우리는 지금의 육체 상태로 아갈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지점으로 데려가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신속히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꿔야만 한다. 또한 나는 네가 남아 있는 시간 동안에 마음 속의 불쾌하고 불순한 상념들을 청정하게 정화하며 그대로 현실이 될 것이고, 그 풀어진 마음들은 위험한 것이 될 수가 있다.’ ” 이윽고 그들은 아갈타 세계에서 보내준 터널 전용 비행선을 타고 신성한 아갈타로 들어가는 에테르적인 입구에 도착한다. 주변의 환경은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고, 엄청나게 넓은 지하 공간에 나있는 황금의 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 ‘롭상! 이곳이 신성한 아갈타로 들어가는 에테르적인 입구이다.’ 스승님이 내게 말했다.‘ 여기가 바로 지구 내부 세계와 우리를 연결시키는 시공의 통로인 것이다. 우리 행성의 구체 중심은 텅 빈 공동으로서 대단히 많은 지저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공간들은 실질적으로 물질적 차원을 초월해 있고, 동시에 수많은 다른 차원과 현실들로 존재한다. 일단 차원의 보텍스로 진입하게 되면, 우리의 에너지 진동장은 아갈타의 높은 진동 수준에 연결되어 증폭될 것이다. 오직 이 방법을 통해서만이 우리와 같은 육체적 존재들이 아갈타로 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 롭상이 그곳에 와있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질문하자 스승은 그들은 모두가 중요한 과업 때문에 아갈타로 초대받은 영혼들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영적으로 개화된 깨달은 존재들이었고, 반드시 인류만이 아니라 수많은 외계 종족들을 대표하는 영혼들이었다. 즉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지상에서 온 인간들이었지만 어떤 이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입구가 이제는 우리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 입구의 에너지가 아갈타 세계로부터 우리의 세계를 분리시켜 놓았던 것 같았는데, 왜냐하면 그 소용돌이치는 보텍스가 우리를 집단적으로 그 안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 이렇게 해서 그들은 에너지 보텍스로 빨려들어 갔고 순식간에 시공을 초월하여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즉 5차원 진동의 지구 속 아갈타 세계로 옮겨진 것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거대한 동굴 속에 있지 않았고 어느새 웅장한 산의 허리에 와 있었다.그 성스러운 땅을 가득 메운 신성한 빛으로 번쩍이는 깨달은 존재들이 그 산의 봉우리에서부터 거대한 강물이 흐르듯이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산의 아래에 있는 광대한 평원에는 이미 롭상과 같은 엄청난 수의 여행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계속되는 인파의 흐름이 산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롭상은 자신이 최초로 목격한 지구 속 아갈타의 모습과 그 세계에 관해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지상과는 달리 지평선 대신에 그곳의 땅은 위쪽으로 휘어져 있었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로부터 멀리 멀어지더니 마침내 그것은 터키옥의 색같은 높은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하늘의 한 가운데는 장엄하게 아름다운 태양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지상에서 보는 태양보다는 어느 정도 작았고 빛도 덜 밝았지만 여전히 은은한 화려함과 황금빛을 발산하며 신성한 분위로 그곳의 전체 지형을 밝게 비추었다. 대지는 아름다움과 생명이 넘쳐 났다. 아열대성 기후의 환경 속에서 온갖 종류의 형태의 꽃들이 도처에 만발하고 있었다.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그 꽃들의 향기가 내가 감미로운 젊은 날에 기억했던 그 자극처럼 나의 후각을 어린애처럼 즐겁게 해주었다. 그리고 수정처럼 맑은 물들이 강과 시내를 이루어 숲들과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흘렀다. 또한 그곳의 공기는 새들의 지저귐과 곤충 소리가 만물의 우주적 운율과 어우러진 노래 소리가 되어 생동하고 있었다. 저 멀리에 중력을 무시한 듯이 보이는 건물들로 이루어진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도시가 보였다. 그 건물들의 구조와 모양은 멋지고 투명한 수정과 보석의 원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우주적인 장관으로 발산되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빛으로 번쩍였다. 나는 스승님이 큰 소리로 입을 열 때까지 내 곁에 서서 나처럼 우리 앞에 벌어진 광경에 대한 경외감 속에 빠져있던 그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다. 이 지구 내부의 땅에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다수의 종족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지상 인간의 삶과 비교할 때 대단히 진화되어 있으며, 보다 발전된 차원에 도달해 있다. 아울러 행성 지구 및 그 자체의 현실과 완벽한 상호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지구 출신의 인간 종족들 외에 다른 종족들은 아갈타의 차원간의 영역에 거주한다. 이곳에는 우리 우주의 수많은 다양한 장소들로부터 온 외계 주민들의 거대한 거류지가 존재한다. 이런 집단들은 또한 다른 차원의 무리들과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아갈타 세계의 수도는 ‘샴발라’ 라는 에테르 도시이다. 이 도시는 이 지구 내부문명의 가장 높은 표현이자 정수이고 아스트랄 주파수로 진동한다. 거기서 지구의 진화에 관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아스트랄 차원의 프로그램이 고안되고 마련된다. 샴발라 안에는 우주의 가장 높은 주파수로 진동하는 비범한 존재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영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들인데, 삶과 운명에 통달한 달인들이다.그들은 아름답게 예술로 장식된 화려하고 빛나는 의복을 입고 있는데, 그것은 금과 다채로운 아라비아 풍의 무늬로 자수가 놓아져 있다. 이 존재들은 보통 인간들보다 키가 더 크고 폴리네시아 사람에 비견될 수 있는 강하고 아주 활기찬 용모를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샴발라를 방문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하지 못했다. 비록 우리가 지상세계의 현 진동상태를 초월할 수 있었고 또 아갈타 지저세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샴발라에 거주하는 그 순수한 영혼들에게는 훨씬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관광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곧 모두에게 밝혀질 것이었다. ” 그들은 차원의 출입구 아래에 펼쳐진 대평원에 집결해 있던 수많은 깨달은 존재들과 합류했고 하늘의 상공에는 거대한 구형의 우주선이 떠 있었다. 스승 밍야 돈둡 라마는 롭상에게 그 비행선이 순수한 상념에 의해 건조된 영혼의 우주선이고 이 우주의 어느 곳이나 여행할 수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 모임이 현 우주의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행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롭상도 자신이 그 모임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영예로움을 느끼면서도 겸허해졌다. 이윽고 이 많은 존재들이 이곳에 부름을 받아 오게 된 이유가 곧 밝혀지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창조주 의식이 이곳 아갈타 중심 세계에 모인 모든 깨달은 영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창조주 의식은 지구 속 중심 태양을 빌려 잠시 태양으로 화현한다.이윽고 창조주 의식이 그들에게 장엄한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전체에게 전하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듣는 자에게는 그 개인에게 사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기묘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수억, 수십억의 영혼들 각자에 맞춰 동시에 적절한 메시지를 발하는 놀라운 방식이었던 것이다. 메시지의 내용은 먼저 우주의 생성에서부터 인류종족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인류문명의 위기와 그로 인한 자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서 20세기 후반에 나타날 인류의 핵재앙에 대한 공포와 함께 번지게 될 종교적 광신과 독선, 배타적 증오라는 주술에의 몰입, 종교 근본주의로의 치달음을 예측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울러 종교 성직자들이 자기들의 이기적 욕망충족을 위해 신의 뜻을 내세우고 신의 이름을 팔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를 신랄히 질타하고 있다. “지구는 또한 장차 인간세계에 속하지 않는 외계 생명체들과 접촉하는 재탄생의 경험을 할 것이다. 인류를 굽어보는 관찰자들인 이 종족들은 올바른 진화도상에서 인류를 인도하는 도움을 주기위해 비밀리에 일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세계들로부터 출현한 또 다른 존재들은 지구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여러 차원들에서 올 것이다. 이 존재들은 자신들의 영적인 측면을 깨닫지 못한 지성체들에 속한다. 그들은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인류에게 끌어당겨진 것이다. 그들은 너희들의 신성한 본성을 감지하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고자 추구한다. 그들은 올 것이고, 너희들은 수면상태에서 데려감으로써 감정적, 물리적 상처가 남지 않도록 조치를 할 것이다. (중략) 지금 소위 UFO라고 불리는 미스터리는 지구에 이끌린 존재들의 비밀스러운 특성 때문에 결코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이들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인류의 운명이다. 장차 자신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우기 위해 영적으로 진화된 인간들에게 의지하게 될 것은 바로 이들과 같은 종족들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장차 현재는 지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히 우월할지는 모르지만 영적으로는 열등한 이 종족들을 내려다보는 관찰자가 될 것이다. 롭상! 이 메시지를 네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져가 전하는 것은 너의 의무이다. 하지만 너는 나의 메시지가 발표되도록 지정된 시간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오직 적절한 시기에만 이런 나의 말들이 인류에게 전달되게끔 공개될 것이다. 인류가 나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진정한 영적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시간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한 종족으로서 너희가 다가오는 험난한 날들을 헤쳐 나가 성공할 수 있다면 너희의 미래는 너희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시공 전역에 존재하는 수천의 종족들에게도 놀랄만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빛의 존재로서 인간은 그들의 영적 진화를 이끌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곳에 와 있는 너희의 주민들과 다른 깨달은 존재들은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일을 창조하는 일을 도울 것이다. 그 선택은 너희의 몫이다.” “마지막 말씀이 종료됨과 더불어 우리를 에워쌌던 황금빛이 거두어졌고 그 창조적인 의식의 이 세계를 궁극적인 현실로부터 분리시켰던 입구를 통해 물러났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성한 빛의 마지막 폭발과 함께 그 태양은 자체적인 회전을 멈추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창조주의 의식이 전하는 말씀이 끝났고, 이제 하늘에는 외견상 어디서인지 모르게 나타난 엄청난 양의 영혼의 우주선들로 가득 떠 있었다. 그 번쩍이는 비행체들은 그곳에 모였던 존재들을 각자가 온 곳으로 태우고 가게 될 승용물들이었다. 이윽고 그곳에 모였던 모든 존재들이 차례차례 UFO에 탑승했고, 이어서 롭상과 그의 스승도 거기에 올라탔다. 그러자 그것은 수천 대의 다른 비행선들과 함께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높은 고도에서 사발처럼 생긴 아갈타의 지형을 좀 더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빛 에너지로 건조된 우주선은 산고 숲, 강과 바다를 넘어 급속도로 여행했고 지구 속 구체의 반대쪽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롭상은 그 후의 상황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멀리 광대한 도시가 나타났다. 우리가 빠른 속도로 그곳에 접근하자 공중으로 솟구친 수정으로 된 거대한 건조물을 볼 수가 있었다. 이 기막힐 정도로 정교한 외형은 아이들의 요정설화나 낭만적인 꿈에나 어울릴 법하였다. 그 도시 전체는 무지개빛으로 반짝였고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빛이 작열했다. 다양한 색채의 엄청난 탐조등들이 하늘을 찌르듯 공중으로 뻗쳐 있는 가운데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지구 내부 태양의 영구적인 빛보다 밝게 빛나는 엄청난 돌기둥처럼 보였다. 나는 전에 이 경이로운 도시에 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수정으로된 고층건물들과 피라미드들, 그리고 무지개빛으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말이다. 이것은 무지개 도시였고 그곳의 도서관에는 수백만에 달하는 다른 세계들과 시대들에 관한 지식들이 보관된 고대문화의 중심지였다. ” 그들이 탄 우주선은 그 도시의 외곽에 착륙했고, 거기서 롭상은 스승과의 작별을 나눠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의 스승은 아갈타의 그 도시에 남아 그곳에 있는 위대한 대사들과 함께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밍야 돈둡 대사는 또 다른 우주의 신비를 함께 탐사하기 위해 머지않아 또 만나게 될 것이라고 롭상에게 약속하며 각자 헤어져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젊은 제자를 다독인다. 스승과의 작별과 더불어 영혼의 우주선은 다시 한 번 미끄러지듯 위로 날아올랐고 아갈타의 모습은 멀어지며 희미해졌다고 롭상은 마지막 부분에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맑았던 푸른 하늘은 어느새 지구 위 하늘을 가득채운 반짝이는 별들이 흩뿌려진 벨벳 같은 암흑으로 바뀌어져 있었다며 그의 여행 기록은 막을 내리고 있다. (내용) 출처 : 실존하는 신비의 지저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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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바이크] 제네시스 GV80 내·외관 디자인 공개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내·외관 디자인이 드디어 공개됐다. 한국적인 아름다움 '여백의 미'를 추구한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기원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제네시스는 1일 첫 번째 SUV이자 최상위 SUV 모델인 ‘GV80’ 내외관 디자인을 최초로 공개했다. 출시는 이달 중 국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이뤄진다. 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처음 선보이는 후륜구동 기반의 대형 SUV 모델로 초대형 세단인 G90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어갈 플래그십 SUV 모델로 자리하게 된다.제네시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서 럭셔리 감성과 최첨단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바탕으로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대형 SUV를 목표로 GV80를 개발했다. 차명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제시하는 다재다능한 럭셔리 차량의 의미에 대형 차급을 뜻하는 숫자 '80'가 더해져 완성됐다.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로서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확립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기존 SUV에서 볼 수 없었던 날렵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SUV 특유의 강인한 느낌을 함께 조화시켜 새로운 디자인을 완성해냈다.전면부는 브랜드 고유의 품위와 당당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4개의 얇고 날카로운 광채가 빛나는 것과 같은 쿼드램프를 적용,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더욱 강조했다. 또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요소인 '지-매트릭스(G-Matrix)'를 라디에이터 그릴 문양뿐만 아니라 헤드·리어 램프, 전용 휠, 내장 등 곳곳에 적용함으로써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지-매트릭스는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추었을 때 보이는 아름다운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제네시스만의 고유 문양이다.측면부는 쿼드램프에서 시작돼 전륜 휠하우스와 도어 상단부를 거쳐 후륜 휠하우스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완만한 포물선인 '파라볼릭 라인'과 그 아래 마치 야생마의 탄탄한 다리 근육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느낌의 '애슬래틱 파워 라인'의 극적인 대비를 활용, 차체의 볼륨감과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3열을 갖춘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쿠페와 같이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기존 SUV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우아함을 선사한다. 또 국산차 역대 최대 직경의 22인치 휠이 압도적인 볼륨감과 역동적인 비율을 강조하며 물결 모양의 바퀴살 안 곳곳에 제네시스 지-매트릭스 문양을 적용했다.후면부는 전면 램프와 동일하게 상하 2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슬림형 쿼드 리어램프를 적용해 전체적인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으며,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럭셔리 대형 SUV에 걸맞은 섬세한 고급감을 표현해냈다.내장 디자인은 외장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강인함과 품격을 살리면서도, 운전자 및 승객의 안락감과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특유의 미적 요소인 '여백의 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GV80는 수많은 첨단 기술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복잡한 조작버튼을 마주하는 대신에 단순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최상의 안락감을 느끼면서 편안하게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시트 높이는 물론, 주조작부와 팔걸이 부분(암레스트)을 상향시킨 구성을 통해 운전자가 높은 곳에 위치해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커맨드 컨트롤' 배치를 구현함으로써 운전자에게 안정적인 시야와 플래그십 SUV에 걸맞은 우월감을 제공한다.날렵한 형태의 송풍구는 양측 문과 만나는 지점부터 전면부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어 넓고 안정적인 공간감을 구현했다. LCD 터치패드 적용을 확대해 실내 중앙부(센터페시아) 조작버튼 개수를 최소화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주조작부(센터 콘솔)에는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을 얹어놓은 것 같은 회전 조작계(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를 적용해 단순함과 화려함의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이 외에도 운전자의 손이 닿는 곳곳에 지-매트릭스 문양을 활용해 조작 시 미끄럼을 방지하는 동시에 디자인 통일감을 높였고, 손끝에서부터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고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문 손잡이 안쪽에는 부드러운 소재를 입히고 앞좌석 승객의 무릎 바깥쪽이 닿는 부위에도 마름모꼴 박음질(퀼팅 패턴)의 가죽을 더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모든 부위에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제네시스 GV80는 최첨단 신기술을 통해 타협 없는 안전을 확보했으며, 진보된 주행보조 기술을 통해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측면 충돌 시 머리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탑승자들 간의 2차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독자 기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볍게 개발됐다. 이를 통해 승객 간 충돌 사고로 인한 머리 상해를 약 80% 감소시킬 수 있어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GV80는 구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능동형 안전기술과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술을 대거 탑재해 더욱 진보된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 강화된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술이 적용돼 교차로 좌·우측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는 경우 제동을 지원하고, 주행 중 전방에서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이 감지되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회피 조향을 도와준다.GV80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흡사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AI 기반 지능형 항속 기술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제공한다. 또 정밀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진출입로 자동 감속 기술, 방향지시등 작동만으로 차로 변경을 지원하는 고속도로 자동 차로변경보조 기술, 근거리 차로변경차량 인식 기술 등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술(HDAII)'이 대거 적용됐다.제네시스는 GV80에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제네시스 카페이(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인식 조작계) ▲강화된 음성인식 기술 등이 포함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 시 실제 주행영상 위에 정확한 가상의 주행 안내선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로,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띄우고 그 위에 차량의 움직임 감지와 정밀 지도 정보 등을 바탕으로 예측한 주행 경로를 가상의 그림으로 표시해 운전자가 쉽고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제네시스 카페이(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주유소나 주차장 등에서 비용 지불을 해야 하는 경우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타난 명령어를 눌러 결제가 가능한 기술로, 국내 주요 주유·주차 회사 및 카드사와의 협업을 통해 결제 체계를 구현했으며 향후 대형 간이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GV80에는 기존의 화면 터치 방식 외에도 필기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인식 조작계)를 도입했으며, 오목한 형태로 구현해 잘못 입력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동완성 기능과 자세에 따른 각도 조절 기능 등을 더해 편의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진보된 음성인식 기술도 도입해 운전자의 각종 기능에 대한 조작 편의성을 높여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자연어에 기반한 음성인식 제어 범위를 확대해 선루프·창문·트렁크 개폐, 카카오톡 메시지 발신 등도 가능해졌다.GV80는 감성 신기술을 통해 최고급 SUV에 걸맞은 정숙하고 안락한 실내 공간도 구현했다. GV80에는 세계 최초로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해주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l)이 적용돼, 소재와 차체 구조 등 물리적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의 소음 제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은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킴으로써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출범 이래 4년간 G90?G80?G70 등 차별화된 고급감과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고급차를 출시하고 세계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지만 그 동안 동급 SUV 차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급감과 안락함,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차종인 만큼 기존 SUV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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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설명추가)빌보드 선정 2010년대 KPOP 탑100
https://www.billboard.com/articles/news/list/8544710/best-k-pop-songs-2010s-top-100 100. Chungha, “Gotta Go” (XII, 2019)99. Produce 101 Season 2’s Nation’s Sons, “Never” (35 Boys 5 Concepts, 2017)98. GFriend, “Navillera” (LOL, 2016)97. WJSN, “Secret” (The Secret, 2016)96. NU’EST “Overcome” (Q is., 2016)95. GOT7, “If You Do” (Mad, 2015)94. Pristin, “Wee Woo” (Hi! Pristin, 2017)93. TWICE, “Fancy” (Fancy You, 2019)92. Lee Hi, “Breathe” (Seoulite, 2016)91. Hyukoh, “Comes and Goes” (22, 2015)90. SHINee, “View” (Odd, 2015)89. Beast, “Good Luck” (Good Luck, 2014)88. PSY, “Gangnam Style” (Psy Six Rules, Part 1, 2012)87. Epik High, “Run” (Epilogue, 2010)86. MBLAQ, “Smoky Girl” (SEXY BEAT, 2013)85. Taemin, “Move” (Move, 2017)84. Girls' Generation, “Mr.Mr.” (Mr.Mr., 2014)83. NCT U, “The 7th Sense” (NCT 2018 Empathy, 2016)82. Se So Neon, “A Long Dream” (Summer Plumage, 2017)81. DAY6, “I Wait” (Sunrise, 2017)80. BTS, “I Need U” (The Most Beautiful Moment in Life, Part 1, 2015)79. DALSooobin, “Circle's Dream” (Circle’s Dream, 2017)78. Hoody, “Hangang” (no album, 2017)77. WINNER, “Empty” (2014 S/S, 2014)76. Super Junior, “This Is Love” (This Is Love (Mamacita), 2014)75. OFFONOFF, “Dance” (boy., 2017)74. SunWoo Jung-A, “Springirls” (no album, 2015)73. Sistar, “Alone” (Alone, 2012)72. Seo Taiji, “Christmalo.win” (Quiet Night, 2014)71. Taeyang, “Eyes, Nose, Lips” (Rise, 2014)70. Wonder Girls, “I Feel You” (Reboot, 2015)69. Oh My Girl, “Closer” (Closer, 2015)68. B1A4, “What’s Happening?” (What’s Happening?, 2013)67. 2NE1, “I Love You” (no album, 2012)66. IU, “Twenty-Three” (Chat-Shire, 2015)65. BIGBANG, “Fantastic Baby” (Alive, 2012)64. Sunny Hill, “Midnight Circus” (Midnight Circus, 2011)63. AKMU, “200%” (Play, 2014)62. IZ*ONE, “La Vie en Rose” (Color*Iz, 2018)61. Jay Park feat. Hoody & Loco, “All I Wanna Do” (Everything You Wanted, 2016)60. G-Dragon, “Crooked” (Coup d’Etat, 2013)59. Dean, “Bonnie & Clyde” (130 mood: TRBL, 2016)58. Taeyeon feat. Verbal Jint, “I” (I, 2015)57. Luna, “Free Somebody” (Free Somebody, 2016)56. KARA, “Pandora” (Pandora, 2012)55. VIXX, “Shangri La” (Shangri La, 2017)54. Zico, “I Am You, You Are Me” (Break Up 2 Make Up, 2016)53. Girl's Day, “Expectation” (Expectation, 2013)52. 4Minute, “Crazy” (Crazy, 2015)51. Heize, “Don't Know You” (/// (You, Clouds, Rain), 2017)50. EXO, “Growl” (XOXO (Repackage), 2013)49. FTISLAND, “I Wish” (Five Treasure Box, 2012)48. EXID, “Up & Down” (Up & Down, 2014)47. SHINee, “Lucifer” (Lucifer, 2010)46. After School, “Shampoo” (Virgin, 2010)45. TVXQ!, “Keep Your Head Down” (Keep Your Head Down, 2011)44. HyunA, “Bubble Pop!” (Bubble Pop!, 2011)43. LOONA/ODD EYE CIRCLE, “Girl Front” (Mix & Match, 2017)42. ZE:A, “Ghost of the Wind” (Illusion, 2013)41. Dalshabet, “Someone Like U” (Naturalness, 2016)40. BIGBANG, “Bae Bae” (MADE, 2015)39. AOA, “Miniskirt” (Miniskirt, 2014)38. Block B, “H.E.R” (H.E.R, 2014)37. BTS, “Spring Day” (You Never Walk Alone, 2017)36. 2PM, “A.D.T.O.Y.” (Grown, 2013)35. Pentagon, “Shine” (Positive, 2018)34. IU feat. G-Dragon, “Palette” (Palette, 2017)33. f(x), “Rum Pum Pum Pum” (Pink Tape, 2013)32. Mamamoo, “You’re the Best” (Melting, 2016)31. Apink, “%% (Eung Eung)” (Percent, 2019)30. miss A, “Bad Girl, Good Girl” (Bad But Good, 2010)29. iKON, “Love Scenario” (Return, 2018)28. Sunmi, “Heroine” (Warning, 2018)27. Red Velvet, “Bad Boy” (The Perfect Red Velvet, 2018)26. BLACKPINK, “Whistle” (SQUARE ONE, 2016)25. T-ara, “Roly Poly” (John Travolta Wannabe, 2011)24. Sistar, “Touch My Body” (TOUCH N MOVE, 2014)23. Wanna One, “Energetic” (1X1=1 (To Be One), 2017)22. Brown Eyed Girls, “Sixth Sense” (Sixth Sense, 2012)21. Zion.T, “Yanghwa BRDG” (no album, 2014)20. Orange Caramel, “Catallena” (The Third Single Catallena, 2014)19. Ladies’ Code, “Galaxy” (MYST3RY, 2016)18. TWICE, “TT” (Twicecoaster: Lane 1, 2016)17. KARA, “Step” (Step, 2011)16. Rainbow, “A” (So Girls, 2011)15. Seventeen, “Very Nice” (Love & Letter (Repackage), 2016)14. Lim Kim, “Awoo” (Simple Mind, 2015)13. Wonder Girls, “Be My Baby” (Wonder World, 2011)12. EXO, “Call Me Baby” (Exodus, 2015)11. Gain, “Bloom” (Talk About S, 2012)10. Primary feat. ChoA & IRON, “Don’t Be Shy” (2, 2016)9. f(x), “4 Walls” (4 Walls, 2015)8. BIGBANG, “Bad Boy” (Alive, 2012)7. BTS, “Blood, Sweat & Tears” (Wings, 2016)6. SHINee, “Sherlock (Clue + Note)” (Sherlock, 2012)5. Girls' Generation, “I Got a Boy” (I Got a Boy, 2013)4. 2NE1, “I Am the Best” (2NE1, 2011)3. INFINITE, “The Chaser” (INFINITZE, 2012)2. Red Velvet, “Red Flavor” (The Red Summer, 2017)1. IU, “Good Day” (Real, 2010) 레드벨벳 선정 이유 번역 최고의 팝송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받아들여 그것을 세계에서 가장 크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은 정확한 증류와 증폭을 통해 새롭게 표현될 수 있다. 그것이 "붉은 향기"가 첫날부터 부인할 수 없는 히트를 쳤으며 전 세계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인데, 그것은 첫 번째 순간부터 뚜렷이 보이는 화려함으로 넘쳐난다. 레드벨벳은 역대 K팝 그룹 중 가장 인상적이고 폭넓은 음반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세련된 R&B 던지기 '자동'부터 '하나의 이 밤'의 웅장한 발라드인 광란의 시부야 케이 인디아나 '러시아 루아렛'까지, '덤덤덤'의 놋쇠와 랩 최면술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스스로 강요하는 '빨간색'과 '벨벳' 개념으로 결코 속박될 수 없었다. '레드 플라버'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더스텝 치어리더 랩과 가장 비슷한데, 그 자체가 살아있는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서 f(x)에서 레드벨벳까지 상징적 바통을 이어주는 것이지만, 주방용 싱크의 사치를 쉽게 소화시킬 수 있는 형태로 포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밝은 여름 로맨스를 연상시키는 곡이 번성하고 qu거리는 모든 것에서 느껴진다는 점이다. 소용돌이치는 차임벨과 소녀 같은 한숨소리, 시끄러운 목판, 경적 찌르는 소리, 드럼라인 타악기 그리고 편곡한 성대 샘플-- 제작과 작사 듀오 시저 & 루이가 모든 것을 테이블로 가져왔는데, 연인이 당신의 인생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리콜릿을 넘어, "붉은 향기"는 달콤한 휴식의 순간들을 특징으로 하며, 이 순간들은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여름 맛"이 "당신"이라는 마지막 진심 어린 고백으로 이어진다. 3분만에 레드벨벳은 가장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 즉 사랑이다. 아이유 선정 이유 번역 2010년대가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아이유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무적의 차트 1위"나 "두려움 없는 아티스트" 같은 설명과 동의어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연대가 시작될 때도 이랬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 아직 이 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는 케이팝 산업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좋은 날"이 당시 17세였던 아이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바뀌었다. 그 때부터 아이유는 공식적으로 음악 차트의 여왕("음원퀸")으로 군림했다."좋은 날"은 예상치 못한 장르들을 가로지르며 그것들을 주류로 만드는 케이팝의 드문 능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트랙에서 오케스트라 악기는 브래스 호른의 예상치 못한 취주음과 어우러진다. 키의 미세한 변화들을 통해서, 아이유의 너무나 달콤한 팝 발성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며 이 곡 전체의 배후에 있는 이러한 음악적 결정들을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든다. 단 하나의 노래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아이유는 편안하고, 듣기 좋고,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코러스와 함께 진정한 데뷔를 해냈다. 그러나 리스너들은 각 리프레인마다 클라이막스가 되는 고음이 때리는 것을 들으며 그녀의 진정한 잠재력을 알 수 있었다. 이 노래는 야심차고 복잡해보이지만, 동시에 직선적이고 쉽게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미래 세대의 가수들에게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이유 같은 뮤지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섬세한 균형이다.케이팝 장르는 진보적인 송 스트럭쳐(노래의 구조)나 장르를 가로지르는 어필과 같은 핵심적인 기둥 아래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강화해왔고, 세계 팝의 미래를 보여주는 로드맵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강력한 음악이 있다. 아이유의 "좋은 날"과 같은 노래는 2010년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대를 향해 말하며, 궁극적으로 음악성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기에 이번 연대를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음악 차트에서의 성공, 시각 자료, 미디어의 선전, 비디오, 안무 --- 이 모든 것을 벗겨내도 남는 것은 알맞은 아티스트가 부르는 판을 바꾸는 노래이다.
정난정3작성일
2019-11-27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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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프레디 머큐리의 알려지지 않은 10가지 사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humor&no=323619 프레디 머큐리의 알려지지 않은 10가지 사실-롤링스톤즈 일본반 2018년 11월 16일 기재-다이애나 비를 변장 시켜 게이 클럽에 데리고 간 에피소드나 섹스 피스톨즈와의 대립, 마이클 잭슨과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비밀에 둘러 쌓인 묘지까지. 퀸의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알려지지 않은 일생을 쫓아본다. ‘Lover of life, singer of songs’. 브라이언 메이의 심플하고도 탁월한 이 표현은, 프레디 머큐리라는 복잡한 인물을 간단 명료하게 정의한다. “후회 없는 인생을 보낸 그이기에 이렇게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는 BBC의 다큐멘터리에서 말했다. “그는 마음이 넓고 살갑지만 어떨 때는 매우 성미가 급한 사람이었어요.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일생을 바치겠다고 정한 것은 바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영국 보호 영토였던 동아프리카의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프레디 머큐리(본명: 파로크 불살라)의 넘치는 재능은, 그의 활력이나 화려함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것들 전부가 퀸의 악곡 제작에 쏟아졌음은 엄청난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생전 그가 가진 4옥타브의 굉장한 음역은, 과학자들도 연구했을 정도로 통상의 록밴드 보컬의 한계를 넘고 있었다. 그의 사후에는 그 목소리가 에이즈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기도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이 세상을 떠난지 25년이 되는 2018년, 머큐리가 남긴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1. 퀸의 작품 보다 먼저 더 로네츠나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커버곡을 발매하고 게리 글리터를 모방하다. 퀸의 레코드 데뷔에 앞서, 머큐리는 밴드 2명의 협력으로 솔로 앨범을 만들었고 상당히 우쭐해하고 있었다. 1973년 초, 아직 햇병아리였던 밴드는, 런던에 있는 트라이덴트 스튜디오에서 데뷔 앨범 레코딩을 하고 있었다. 비틀즈나 데이비드 보위가 사용한 최신 기기가 갖춰진 스튜디오였으나 아직 무명이었던 퀸에게는, 당연하게도 피크 시간을 피한 오전 3시에서 7시까지의 시간대에만 사용이 허용되었다. “그들은 이른바 ‘다크 타임’을 할당 받은 셈이었죠.” 프로듀서 존 앤소니는 전기 작가 마크 브레이크의 저서 ‘Is This the Real Life? The Untold Story of Queen’에서 증언했다. “엔지니어가 좋아하는 밴드의 프로듀싱을 하거나 종업원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런 시간대였어요.” 어느 날 밤, 스튜디오가 비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머큐리에게 트라이덴트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를 하고 있던 로빈 제프리 케이블이 다가왔다. 케이블은 당시, 레코딩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개발한 ‘Wall of Sound’ 스타일을 재현하려고 했는데 퀸의 보컬의 목소리가 그의 프로젝트에 완벽히 일치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머큐리는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에게 연주를 의뢰했고, 로네츠의 ‘I Can Hear Music’과 캐럴 킹과 제리 고핀의 작품이자 더스티 스프링필드 버전으로 유명한 ‘Going Back’의 레코딩을 시작했다. 퀄리티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케이블은 정식으로 발매할 것을 제안했다. 머큐리는 제안에 동의했지만 퀸의 데뷔 앨범의 완성도 가까워졌었기에,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펜네임을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래리 루렉스라는 색다른 이름을 골랐다. 본인은 게리 글리터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조크’라고 말했다. 글리터는 당시 영국 차트에 군림하고 있었다. 성으로 쓴 ‘루렉스’는, 글리터를 비롯해 글램 록 스타들이 애용한 보디 슈트에 사용된 금속 실의 브랜드에서 차용했다. 성범죄로 투옥되어 세상의 신용을 잃은 수십년 전, 글리터는 수많은 팬들을 무기로 내세웠다. 글리터의 팬 누구도 머큐리가 날리는 잽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분풀이로 머큐리의 음반 구입을 거부했고, 수많은 DJ들은 곡을 트는 것을 거절했다. 래리 루렉스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싱글은 1973년 6월 말에 발매됐지만, 완전히 실패로 끝나버렸다. 일주일 후 발매된 퀸의 첫번째 앨범은 솔로 싱글 보다는 나았다. 머큐리는 밴드에 정력을 쏟으면서도, 래리 루렉스의 실패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에 반한다고 생각 했고 상당히 아쉬워했다. “굉장한 작품이었다고 믿고 있어요.” 그는 훗날 회상한다. “어떤 퍼포머라도 카피를 당했다면 매우 영광이라 생각할 겁니다. 상대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그저 약간 장난을 쳤을 뿐이었죠.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런 식이라면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의 퍼포머들은 전부 패러디를 한 거 아닌가요?” 솔로 싱글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머큐리와 케이블에 관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다음 해 두번째 앨범 ‘Queen II’의 레코딩 중, 머큐리는 엔지니어에게 ‘Funny How Love Is’에서 ‘Wall of Sound’ 스타일을 입히도록 요청한다. 2. 머큐리가 퀸의 로고를 디자인하다. ‘퀸’이라는 밴드명을 프레디 머큐리가 고안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밴드명 후보에는 ‘빌드 유얼 원 보드’, 더 그랜드 댄스’, ‘더 리치 키즈’등도 있었지만 어떤 것도 머큐리의 비전을 이루어 줄 만한 것은 없었다. “퀸의 컨셉은 위엄과 장대함이라 할 수 있죠. 우리들은 댄디 하고 임팩트 있는 참신한 밴드가 되고 싶어요.” 영국의 음악 전문 주간지 멜로디 메이커에서 머큐리는 말했다. 그리고 퀸은 그의 바램대로의 길을 걷게 된다. 머큐리는 밴드명 뿐만 아니라, 왕가의 문장을 연상시키는 특징 있는 로고를 디자인했다. 로니 우드와 피트 타운젠드도 다녔던 런던의 ‘Ealing Art College’에서 기술을 갈고 닦은 그는, 데뷔 앨범의 표지용 로고를 그리기 시작했다. 로고는 4명의 멤버 각각의 별자리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 되어 있다. 존 디콘과 로저 테일러는 두마리의 사자로, 브라이언 메이는 게, 머큐리 자신은 두명의 요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처녀자리를 이미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부에는 희망과 부활의 심볼인 불사조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머큐리가 졸업한 ‘St. Peter's School’의 문장을 차용했다. 로고의 중심부에는 우아한 ‘Q’의 문자가 그려져 있고 그 중심에는 왕관이 배치되어 있다. 3. 머큐리가 데이비드 보위를 위해 스테이지를 구상하고 빈티지 부츠를 사주다. 1981년에 공개되어 세계적인 히트 곡이 된 ‘Under Pressure’를 보위와 머큐리가 공동 제작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2명의 관계는 무명 시절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조금 팔리는 수준이었던 보위가 ‘Ealing Art College’에서 작은 라이브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머큐리는 기쁘게 보위의 짐 운반을 거드는 등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곳에서 보위와 머큐리는 몇 대의 테이블 붙여서 간이 스테이지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를 같이 했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머큐리와 로저 테일러는 켄싱턴 마켓에 옷가게를 열고 빈티지 의류를 팔기 시작했다. 음악 활동 수입만으로는 생활하기가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은 에드워드 7세 시대의 낡은 옷을 입곤 했어요. 수상한 업자에게 실크 스카프를 잔뜩 사들여서 다리미로 주름을 펴서 팔았었죠.” 테일러는 작가 브레이크에게 말했다. 브라이언 메이는, 들여온 의류에 그 정도로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고 기억한다. “프레디는 그렇게 들여온 옷들을 집에 잔뜩 갖고 와서 보기에도 끔찍한 헝겊들을 잡아당기며 외쳤어요. ‘이 아름다운 옷들을 보라고! 이건 반드시 돈이 될거야!’ 그래서 제가 답했죠. ‘프레디, 그건 그냥 천쪼가리일 뿐이라고. 누더기 같은.’ “ 머큐리와 테일러는 장사 솜씨가 형편없었기에, 결국 거리 건너편에서 의류 장사를 하던 친절한 앨런 메이어라는 남자가 그 둘을 고용하기로 했다. “그는 언제나 시원시원하게 일하는, 매우 예의 바른 청년이었어요.” BBC의 다큐멘터리 ‘Freddie’s Millions’에서 메이어는 프레디의 인상을 회상했다. “단 한번도 손님에게 클레임을 받은 적이 없었죠. 그만큼 그의 태도는 전혀 문제 없었어요. 기끔 지각을 하곤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요.” 메이어는 보위의 초기 시절 매니저와 알고 지낸 사이로, 어느 날 훗날 대스타가 되는 보위 본인이 그들의 가게에 나타났다. “‘Space Oddity’는 꽤 팔린 앨범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가난한 상태였어요.” 브레이크의 저서 ‘Is This The Real Life’에서 메이어는 말했다. “’음악 비즈니스는 이래야지! 그냥 공짜로 가져가라구!’라고 내가 말하자 프레디는 보위에게 부츠 하나를 골라줬어요. 일개 점원이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에게 부츠를 사준 셈이었죠.” 4. 뜻밖에 섹스 피스톨즈에게 큰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머큐리 1976년 12월 1일, 퀸은 새로운 앨범 ‘A Day at the Races’의 홍보 차 토크쇼 ‘Today with Bill Grundy’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머큐리는 15년 동안 미뤄왔던 특유의 치아를 교정하기 위해 치과에 가야 했었다. 밴드의 레이블이었던 EMI는 당시 새롭게 계약했던 섹스 피스톨즈를 대신 내보내게 된다. 방송 측이 준비한 많은 양의 술은, 그렇지 않아도 감당하기 힘든 펑크 록커들을 더욱 더 통제 불능으로 만들었다. 피스톨즈의 멤버 못지 않게 취해 있었던 쇼의 진행자 빌 그런디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에 흥분한 스티브 존스와 존 라이든은 F-Word를 비롯한 방송 금지용 용어를 쏟아 냈다. 런던 지역에 한정된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엄청난 반발에 의해 섹스 피스톨즈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게 되었다. 데일리 미러지의 1면에는 ‘The Filth and the Fury!’라는 문자가 춤을 췄고 그 외의 수많은 타블로이드지에서도 일제히 다뤄졌다. 화를 참지 못한 트럭 운전수가 TV를 부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런던 시의회의 보수계 의원들은, 섹스 피스톨즈를 ‘구역질이 나는 인류의 안티 테제’라고 표현했다. 직후에 예정되어 있던 영국내 아레나 투어의 대부분이 취소되는 등 반대 운동도 일어났지만, 미디어의 언급이 끊이지 않았던 탓일까 되려 그들의 인기는 높아져 갔다. 슈퍼 스타 밴드를 늘 바보 취급 해왔던 섹스 피스톨즈는, 특히 화려하고 뛰어난 연주 기술을 뽐내던 퀸을 경멸했다. 그런 감정은 두 밴드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듯했다. 머큐리는 피스톨즈의 거친 스타일의 록 음악을 결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머큐리는, ‘펑크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어.’라고 말하곤 했어요.”라고 어느 EMI 간부는 전기 작가 브레이크에게 증언했다. “프레디에게 펑크는 음악이 아니었어요.” 1977년, 런던의 웨섹스 스튜디오에서 퀸은, 데뷔 앨범을 레코딩 중이었던 섹스 피스톨즈와 마주쳤다. “복도에서 우연히 그들과 마주쳤지요.” 메이는 브레이크에게 말했다. “저는 존 라이든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요. 우리들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그러나 로저 테일러는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에게 도저히 경의를 표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시드 비셔스는 그냥 바보였어요. 얼간이 같은 놈이었죠.” 다큐멘터리 ‘Queen: Days of Our Lives’에서 테일러는 회상했다. 어느 날 비셔스가 취한 채 퀸의 스튜디오에 비틀거리며 들어와서 “관객들 앞에서 발레를 춘 다는 놈이 누구야?”라며 머큐리를 비꼬았다. 시드는 그 직전에 머큐리가 NME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머큐리는 그리 간단히 시드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를 ‘미스터 표독씨(Mr. Ferocious)라고 불렀는데 영 맘에 들어하지 않더군요.” 머큐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 ‘그래서 뭐? 어쩔건데?’라고 말했더니 그가 미친듯이 화를 냈어요. 제가 덧붙였죠. ‘오늘은 거울을 보며 확실하게 네 몸 이곳저곳을 그어봐!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 다른 곳에도 해보고!’ 그는 제가 그런 식으로 말 할 수 있다는 걸 매우 싫어했어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5. 로얄 발레단과의 협연 섹스 피스톨즈에 대해선 아는 곡조차 없는 머큐리였으나 발레에 대해서는 달랐다. ‘발레를 퍼트리겠다.’라고 공언한 것을 정말로 실현하려 했다. 1979년 8월, 로얄 발레단의 프린시펄이었던 웨인 이글링은 자선 공연에서 협연이 가능한, 특히 유연한 신체를 가진 스타를 찾고 있었고 그러던 중 프레디 머큐리를 발견하게 된다. 당초 머큐리 측의 반응은 긍정적이진 않았다. “걔네들 미친거 아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EMI의 대표였던 조셉 락우드 경과 이야기를 나누며 출연 오퍼에 흥미를 갖게 된다. 락우드는 마침 로얄 발레단의 이사장이기도 했다. “프레디는 원래 발레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지만, 락우드가 그의 의욕에 불을 붙인 셈이었어요.” 퀸의 매니저였던 존 리드가 다큐멘터리 ‘The Great Pretender’에서 말했다. ‘락우드는 장대한 스케일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프레디의 퍼포먼스도 장대 했었죠.” 완벽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퀸의 무대에서의 머큐리의 퍼포먼스는 마치 스포츠 같았지만, 발레에서는 그 레벨에 닿기까지 격한 리허설이 필요했을 것이다. “바를 잡거나 다리를 뻗는 등 얼추 비슷한 모습으로 연습을 하며 그들이 몇 년에 걸쳐서 습득한 것을 1주일만에 할 수 있도록 했었죠.” 머큐리는 런던 이브닝 뉴스에서 이야기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연습을 시작한지 이틀만에 뻗어버렸죠.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체의 여러 새로운 부분에 고통이 느껴졌어요.” 머큐리는 1979년 10월 7일, 런던의 콜로시엄 시어터에 모인 2500명의 후원자들 앞에서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3명의 남성에게 들려진 채 ‘Bohemian Rhapsody’와 퀸이 곧 발표할 싱글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를 열창했다. 퍼포먼스의 후반, 은으로 된 보디 슈트를 몸에 두른 머큐리는 고난이도의 풀보디 플립을 보여줬다. “저런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 오직 한 명뿐이었어요.” 관객석에서 보고 있던 로저 테일러는 브레이크에게 말했다. “프레지는 평균 연령 94세의 딱딱한 로얄 발레단 관객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한 겁니다. 그들은 눈 앞에 무대에서 허공을 날라다니는 은색 물체가 도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었겠죠. 정말 용기 있는 일이었고 굉장히 달아올랐어요.” 머큐리 자신은 그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바리시니코프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이 먹은 초심자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믹 재거나 로드 스튜어트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 6.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은 목욕 중에 떠올린 곡 1979년 6월, 퀸은 ‘The Game’ 앨범 제작을 위해 뮌헨이 체류 중이었다. 머큐리는 호화로운 Bayerischer Hof 호텔에서 여독을 풀기 위해 욕조에 들어갔다. 그 때, 어떤 멜로디가 그의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마치 딸꾹질을 하는 것 같은 로커빌리 스타일로 약간 비꼬는 듯한 곡이었다. 소년 머큐리의 보컬에 큰 영향을 끼친, 수년전에 세상을 떠난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 한 곡이기도 했다. 머큐리는 어시스턴트인 피터 힌즈에게 방으로 어쿠스틱 기타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바스 타올을 두른 채 그로서는 신기할 정도로 심플한 곡을 불안불안한 기타 연주로 만들기 시작했다.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은 5분인가 10분만에 완성했어요.” 1981년 머큐리는 멜로디 메이커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기타로 만든 거였어요. 전 코드라고는 두세개 밖에 모르니까…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거죠. 한정된 좁은 프레임 워크로 심플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코드가 많았더라도 제대로 정리가 안됐을 거에요. 그런 제한이 있던 덕분에 좋은 곡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곡의 골격이 완성된 순간 그는 엔지니어 레인 홀드 맥에게 레코딩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바로 뮤직랜드 스튜디오로 직행했다. “재빨리 준비해야 했지요.” 맥은 다큐멘터리 ‘Queen: Days of Our Lives’에서 이렇게 말했다. 멤버들도 바로 모이라고 했지만 메이는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머큐리는 메이를 기다리려 하지 않았다. 그러긴커녕 메이의 완벽주의로부터 조금은 해방됐다는 걸 깨닫고 오히려 안심했다. “머큐리는, ‘브라이언이 오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자. 녀석이 오면 대장정이 되어버릴 테니까’라고 말했어요.” 맥은 웃으며 회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대부분의 작업이 끝나가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맘에 들어하지 않을거야.” 누군가가 말하는 걸 머큐리는 듣고 있었다. 그 말대로 메이는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애당초 메이는 이 곡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레드 스페셜 기타(그 때까지의 퀸의 레코딩 대부분에 사용되었던)를 보다 1950년스러운 펜더 텔레캐스터로 바꾸도록 요구받았기에 더욱더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재밌지 않았어요.” 메이는 브레이크에게 말했다. “전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 말대로 1979년 가을에 싱글로 선행 발매된 이 곡은 세계 차트 1위에 등극한다. “그 당시에는 아직 앨범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우리들은 계속 레코딩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테일러는 다큐멘터리 ‘Queen: Days of Our Lives’에서 회상한다. “뮌헨의 길을 걷고 있으면 누군가가 다가와 말해주곤 했죠. ‘당신들, 미국에서 차트 1위가 됐다고!’ 우리들은 엄청난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7. 다이애나 비를 변장시켜 게이 클럽에 데리고 가다. 1980년대 중반까지의 퀸은, 밴드명대로 왕실과도 가까운 관계였다. 머큐리는 훗날 웨일즈의 왕비가 되는 다이애나 스펜서와도 친분이 있었다. ‘서민의 왕비’는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에게 쫓기는 것은 젊은 그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차에 머큐리는 그녀를 밤의 거리로 데리고 나갈 계획을 세웠다. 여배우 클레오 로코스가 2013년에 출판한 회고록에 의하면, 어느 날 오후 다이애나와 머큐리는 영국의 코메디언 케니 에버렛의 주택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샴페인을 마시며 TV 방송 ‘The Golden Girls’의 재방송을 소리를 끈 채 대사를 외설스러운 언어로 바꿔 말하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제 뭘 할 지를 묻는 다이애나에게 머큐리는, 모두 함께 Royal Vauxhall Tavern에 갈 거라 대답했다.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 클럽이었다. 다이애나는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Royal Vauxhall Tavern는 난폭한 분위기로 유명하고 손님들끼리 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었다. 확실히 다이애나가 갈 만한 곳은 아니었다. “우리들은 안된다고 했어요. ‘만약 네가 게이바에서 싸움에 휘말리거나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말렸었죠.” 이렇게 말하는 로코스에게 다이애나는 신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프레디가 말했다. “좋아, 이 고귀하신 분을 즐겁게 해주자고!”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변장은 필수였다. 에버렛은 자기가 입으려고 했던 옷을 다이애나에게 입혔다. 밀리터리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검은색의 비행 조종사용 안경을 쓰고 가죽 모자로 머리카락을 가렸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현시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독특한 복장을 한 남성 게이 모델처럼 보였죠.” 로코스는 회상한다. 그들은 다이애나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바에 잠입시키는데 성공했다. 머큐리, 에버렛, 로코스에게 시선을 빼았긴 손님들은, 변장 한 공주의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덕분에 다이애나는 혼자서 음료를 주문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산인해를 해쳐가며 겨우 바까지 갔어요. 우리들은 장난끼 넘치는 초등학생처럼 서로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댔죠. 다이애나와 머큐리는 킥킥거리며 웃어 댔고, 다이애나는 아무렇 지도 않게 화이트 와인과 맥주를 직접 주문했어요. 주문을 마치고 우리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승리로 끝난 모험을 자축했어요.” 우쭐한 기분은 잠시, 그들은 약 20분만에 자리를 떠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이애나에게는 잠시라도 유명인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또 해볼거야!” 그녀는 켄싱턴 궁전으로 돌아가면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머큐리와 에버렛이 AIDS로 인해 잇달아 세상을 떠나고 다이애나는 영국 AIDS 기금의 후원자가 되었다. 이 기금은 영국을 대표하는 AIDS 환자 지원 조직이다. 다이애나의 Royal Vauxhall Tavern에서의 하룻밤은 2016년 뮤지컬화 되어 그 클럽에서 상영되었다. 8. 마이클 잭슨과 레코딩을 했던 머큐리, 팝의 황제의 라마에게 방해 받다. 퀸의 결성 이전부터 머큐리는,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다. 그는 하드록을 좋아하는 룸메이트들에게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의 굉장함을 소리 높여 설명했다. “프레디는 마이클의 경외심을 갖고 있었어요.” 머큐리의 퍼스널 어시스턴트였던 피터 프리스톤은 전기 작가 브레이크에게 말했다. 잭슨이 1982년 대히트곡 ‘Thriller’로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한단계 더 올라섰던 때는, 팝의 황제와 퀸의 프론트맨이 협업을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다. 1983년 봄, 머큐리는 데모 세 곡을 제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엔시노에 있는 잭슨의 홈 스튜디오에 방문한다. ‘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는 퀸의 1982년 앨범 ‘Hot Space’의 세션 중에 만들어진 곡으로, 가사는 미완성인 상태였다. 세션 테이프에는 머큐리가 잭슨에게 애드리브로 가사를 붙이도록 재촉하는 모습이 수록 되어있다. ‘State of Shock’는 대부분 잭슨이 만든 곡이었고 ‘Victory’는 두 사람의 공동 작품이었다. 이러한 곡들이 결국 완성되진 못했지만, 데모의 부틀랙에선 고생의 흔적이 느껴진다. ‘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는 다른 버전으로 1985년 머큐리의 솔로 앨범 ‘Mr. Bad Guy’에 수록 되었다. ‘State of Shock’는 잭슨이 믹 재거와의 듀엣 버전으로 1984년에 싱글 발매 되었다. ‘Victory’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완성 되지 못한 채 어딘가에 묻혀있다. 잭슨과의 공동 작업이 세상에 공개 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때의 머큐리는 매우 신중한 자세였다. “무언가를 완성시키기에는 두 사람 모두 다른 나라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1987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다른 인터뷰에서는 팝의 황제에게 욕구불만 같은 것을 느꼈다고 서술했다. “그는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히고 말았어요. 예전엔 같이 클럽에 가서 즐기기도 했지만 지금의 그는 요새에서 나오려 하질 않아요. 슬픈 일이죠.” 퀸의 매니저였던 짐 비치에 의하면, 세간에서 거론 되던 잭슨의 기행이 머큐리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한다. “프레디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와선, ‘빨리 와서 나 좀 스튜디오에서 데리고 나가줘’라고 부탁 받기도 했어요.” 피치는 다큐멘터리 ‘The Great Pretender’에서 회상한다. 잭슨 측도 머큐리의 나쁜 습관을 싫어했다고 한다. 머큐리의 전 퍼스널 어시스턴트가 더 선지에 투고한 이야기에 따르면, 머큐리가 100달러 화폐로 코카인을 코로 들여 마시는 모습을 잭슨에게 목격 당했기 때문에 세션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어쨌든 머큐리는 세상을 뜰 때까지 잭슨과의 콜라보레이션의 실패에 대해 신경질적이었다. “프레디는 마이클과 레코딩 한 작품이 잭슨즈의 발표 곡이 되고 자기는 쫓겨난 꼴이 되었을 때 화를 냈었어요.” 메이는 다큐멘터리 ‘Is This the Real Life’에서 이렇게 말했다. ‘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는 윌리엄 오빗의 프로듀스로 리믹스 되어 2014년 컴필레이션 앨범 ‘Queen Forever’에 수록 되었다. 머큐리와 잭슨의 나머지 공동 작업 곡 두 곡은 아직도 미발표인 채로 남아있다. 9. 투어로 부재중일 때는 기르던 고양이에게 전화를 걸고,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였던 딜라일라를 위해 곡을 썼다. 프레디 머큐리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했다. 그는 생전에 자택에서 수많은 고양이를 키웠고 고양이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였다. 퀸의 투어로 해외에 나가 있을 때는 언제나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대화 하기 위해 자택에 전화를 걸곤 했다. “호텔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를 걸었어요. 그는 정말로 자신의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지요.” 피터 프리스톤은 회고록 ‘Mr. Mercury’에서 회상 한다. “절친인 메리 오스틴이 톰과 제리를 바꿔가며 수화기에 대고 프레디의 목소리를 들려줬어요. 1년 내내 이런 식으로 했었죠.” 머큐리의 마지막 애인 짐 허튼이 그의 저택 Garden Lodge으로 이사할 때까지, 고양이들은 오스카, 티파니, 골리앗, 미코, 로미오, 딜라일라 이렇게 여섯 마리로 늘었다. “프레디는 고양이들을 자기의 아이처럼 돌봤어요.” 허튼은 자서전 ‘프레디 머큐리와 나’에서 서술 한다. “그는 언제나 고양이들과 장난을 쳤어요. 그가 부재중일 때는 집이고 정원이고 전부 다 고양이 천하로 난리였고, 밤이 되어서야 겨우 전부 모아서 집에 들여 보낼 수 있었죠.” 허튼은 저서에서 고양이 골리앗이 행방불명이 됐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 했다. “프레디는 크게 절망했고, 나중에는 반쯤 미쳐서 화로를 창 밖으로 던져 버리기도 했죠.” 머큐리는 고양이를 찾아 온 사람에게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주겠다며 현상금을 걸려도 했지만, 다행히 골리앗은 그 전에 발견 되었다. “프레디는 정말 기뻐했어요.” 허튼이 서술한다. “5분 넘게 껴안고 쓰다듬고… 그러고선 마치 엄마처럼 쇳소리를 내며 혼내기도 했지요. 옅은 검은 털뭉치는 가만히 앉은 채 프레디의 설교를 듣다가 천천히 목을 울려댔죠.” 허튼이 ‘리틀 프리센스’라고 불렀던 딜라일라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확보 되어 있었다. “Garden Lodge에 사는 고양이들 중에서 가장 프레디의 사랑을 받은 고양이였어요. 항상 껴안고 쓰다듬곤 했었죠. 프레디와 제가 잠자리에 들 때는 딜라일라도 함께였어요. 딜라일라는 침대 끝에서 자다가 밤이 깊어지면 몰래 빠져나가 근처를 배회 하곤 했지요.” 머큐리는 ‘Delilah’라는 곡을 써서 이 삼색 얼룩 고양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다. 다른 멤버들은 이 곡에 큰 애착이 없었지만, 마지못해 받아 들였다. 메이는 특히나 싫어했던 토크 박스를 써서 기타로 고양이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결국 마지막엔 굴복해서 토크 박스를 쓰기로 했었죠. 토크 박스가 준비 되면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냐옹이라는 소리를 내려면 이거 밖에 없구만’.” 1991년 기타 월드지에서 메이는 회상했다. 이 곡은 머큐리의 생전 마지막으로 발매 된 앨범 ‘Innuendo’에 수록 되었다. 머큐리의 당시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울 것 같은 때에 너는 나를 미소 짓게 해줘. 너는 희망을 주고 나를 웃게 해줘. 좋은 느낌이야’라는 가사는 가슴에 꽂힌다. 10. 머큐리는 자신이 묻힌 곳을 비밀로 하도록 했고, 지금도 그 장소는 수수께끼다. 머큐리는 1987년 봄에 AIDS라고 진단 받고 그 후 서서히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택에 우리들을 모아놓고 진실을 이야기 했어요. 어쨌든 우리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었죠.” 테일러는 다큐멘터리 ‘Freddie Mercury: The Untold Story’에서 이야기 했다. 약해지고 마르고 작아져 가는 머큐리의 모습에서 불멸일 것 같았던 프론트맨이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라는 미디어의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밴드는 전원 일치해서 어떤 문제도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우리들은 모든 것을 비밀로 했어요. 거짓말을 했던 거죠.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지키고 싶었어요. 메이는 다큐멘터리 ‘Queen: Days of Our Lives’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연말, 밴드는 ‘Innuendo’ 앨범을 완성 시켰다. 이 앨범에는 애수가 깃든 발라드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도 수록 되어 있다. 머큐리의 쇠약해진 신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퀸의 초기 시대를 생각나게 한다.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는 1991년 5월 30일에 촬영 된 이 곡의 뮤직 비디오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흑백으로 촬영 됐는데도 불구하고 AIDS에 침식 된 머큐리의 몸 상태를 가릴 수는 없었다. “그는 긴 시간을 들여서 메이크업을 했고 마음을 진정 시켜 평안한 상태로 보이도록 했어요. 프레디는 이 비디오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던 거에요.” 메이는 2011년에 인디펜던트지에 이와 같이 말했다. 머큐리가 사랑한 고양이들을 그린 특별 제작한 조끼를 입은 마지막 씬에서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I still love you’라고 속삭인다. 이것이 카메라 앞에서 한 그의 최후의 말이었다. 촬영하기 몇 주 전에 머큐리는 스위스의 몽트뢰에 체류 중이었고 몸이 허락하는 한 레코딩을 이어가고 있었다. 메이의 의하면 레코딩은 머큐리의 정상적인 감각을 유지시켜줬다고 한다. “당시 프레디는 이렇게 말했어요. ‘곡을 써줘. 내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건 이미 알고 있어. 가사를 계속 써줘. 나한테 더 시켜줘. 나는 노래 할 테니까 너희들이 나머지를 좋을 때로 해서 완성시켜줘’라고.” 메이는 다큐멘터리 ‘Queen: Days of Our Lives’에서 회상 했다. 프로듀서인 데이브 리차드는 세션을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악기를 튜닝 하는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건 이미 과거의 이야기였다. “곡을 만들면서도 그는 죽음에 가까워져 갔어요. ‘레코딩을 끝내면 난 죽겠지’라고 자각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는 ‘지금 바로 부를게. 멤버들의 연주를 기다릴 시간이 없어. 드럼 머신만 울리게 해줘. 나머지는 멤버들이 완성시켜 줄 거야’라고 말했었죠.” 메이가 쓴 슬로 템포의 장대한 곡 ‘Mother Love’에서 머큐리는 평상시 같은 모습으로 노래 했다.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메이는 텔레그래프지에서 회상 했다. “아마도 보드카가 에너지의 원천이었을 겁니다. 프레디는 약간 워밍업을 하고 ‘한 잔 줘’라고 말하곤 바로 잔을 비워 버렸어요. 항상 스톨리차나야를 마셨죠. 그러고선 ‘테이프를 돌려줘’라고 말하곤 노래를 시작했죠.” 오랜 시간 서있을 수 없었고 걷는데도 지팡이가 필요했던 머큐리는 ‘Mother Love’의 보컬을 컨트롤 룸에서 레코딩했다. “끝에서 두번째의 절까지 레코딩을 했을 때 프레디가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음에 와서 완성시킬게’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그 후 그가 스튜디오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요.” 결국 메이가 마지막 부분을 불러서 곡을 완성시켰다. 머큐리는 그 후 Garden Lodge로 돌아갔고 짐 허튼과 메리 오스틴이 그를 돌봐주었다. 오스틴은 그의 전 애인으로 1970년에 처음 만나 7년간 함께 살았다. 더 이상 동거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생활은 함께 했었다. 인터뷰에서 머큐리는 언제나 그녀를 진정한 친구라고 표현 했었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언이 주제가 됐을 때, “모든 재산은 메리와 고양이들 앞으로 남길 겁니다.”라고 말했었다. 퀸의 섬세한 명곡 ‘Love Of My Life’는 그녀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오스틴은 소울 메이트의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타임 리미트를 정해뒀어요. 레코딩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을 때, 그런 기력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 끝이 왔다고 생각 했지요.” 그녀는 다큐멘터리 ‘The Great Pretender’에서 이렇게 회상 한다. “그의 인생도, 그의 기쁨도 그런 식이었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그만큼의 힘을 쏟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피할 수 없는 죽을 앞에 둔 머큐리는, 준비를 시작했다. “일요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내가 묻히고 싶은 장소는 이미 정해뒀어. 하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줘. 파헤쳐 지는 건 질색이야. 그냥 편안하게 잠들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1991년 11월 24일, 머큐리는 AIDS가 원인인 기관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런던 서부의 어느 켄살 그린 묘지에서 화장 되었다. 유골은 항아리에 담겨져 오스틴의 침실에 2년간 놓여졌고 그 후 그녀에 의해 몰래 그가 원한 장소로 옮겨진다. “주위 사람들에게 평소와는 뭔가 다른 모습인 것처럼 비춰지기 싫었어요. 그래서 ‘미용실에 갔다 올게’라고 말하고 나갔지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했어요. 타이밍을 재는 것이 어려웠지요.” 그녀는 2013년 데일리 미러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항아리를 들고 살금살금 집을 나섰어요. 스태프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평소처럼 할 필요가 있었죠. 스태프는 가쉽을 좋아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니까요. 그이가 원했던 대로 누구에게도 묻힌 장소가 알려질 일은 없을 거에요.” 머큐리의 부모에게 조차 비밀로 하고 있다고 알려진 그 장소를, 묘에 들려 인사를 하고 싶은 많은 팬들은 밝혀내려 했다. 머큐리의 출신지인 잔지바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자택의 정원에 심은 벚꽃 나무 밑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2013년,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여겨졌다. 머큐리의 출생 시의 이름(Farrokh Bulsara)과 날짜 (5 Sept. 1946 ? 24 Nov. 1991)가 새겨진 묘석이 켄살 그린의 묘지에서 발견 된 것이다. ‘Pour Etre Toujours Pres De Toi Avec Tout Mon Amour ? M’라고 프랑스어로 적힌 메시지의 최후의 M은 메리 오스틴을 가리키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했다. 오스틴 자신은 “프레디는 절대 그 묘지에 있지 않아요.”라고 부정하고 있다. 그 후 묘석은 떼어내 졌고 아직도 그가 묻힌 장소는 밝혀지지 않았다.
민초의난작성일
2018-12-10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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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76
Channel 0. Prelude 1624년 8월 4일 “알고 계셨습니까?” 남자의 질문에, 소녀는 눈이 똥그래져 그를 쳐다보았다. 음식을 먹느라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를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라는 의문문의 형식이 고스란이 비쳐보였다. “파멸과 질투가 만났습니다.”“아 그거? 진작에 알고 있었지. 어차피 그것들이야 같은 곳에 있었잖아. 어디보자...... 걔들 근처에 뭐가 또 있었더라?”“위선입니다.”“아 맞아. 그랬지......” 그녀는 ‘오래전에 휘갈겨쓴 일기장이 어디 있었더라?’는 투로 물었다가, 남자의 대답에 ‘아 그래, 앨범 위 칸에 쳐박아 뒀었지.’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박고 음식에 몰두했다. “이제는 슬슬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음...... 그래?” 그녀는 남자에게 자신의 빈 그릇을 내밀었고, 남자는 그릇에 밥을 담아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기왕 일어난 김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또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자는 난로의 불이 시들해진 것을 깨닫고, 난로 옆에 쌓아둔 장작개비를 집어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7월에 난로는 좀 심하지 않아?”“아무래도 육신이 이 모양이다 보니, 몸이 덥혀지지 않으면 몸이 둔해지더라구요...... 더우십니까?”“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구나, 내가 너 같은 유기물처럼 더위를 느낄 거 같니?”“요즘 들어 많이 헷갈립니다. 이렇게 밥도 맛있게 드시니까요.”“이건...... 옛 시절에 대한 반추라고 해두자구.” 단순히 추억을 곱씹는 것 치고는 먹는 양이 꽤 많았지만, 그는 소녀가 보여주는 언행의 불일치에 대해서는 지적할 생각이 딱히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팔을 연신 쓸어대면서 그녀와 마주앉았을 뿐이었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다녀오려고 합니다.”“그래? 걔들 하는거 보면 워낙에 사고뭉치들인데, 네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배워올 거 같지 않아?”“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면 더 빨리 달릴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녀는 남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볼이 미어지도록 음식을 머금은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번 애들은 이전에 비하면 유망주들이긴 하지. 반역자와 위선자에 매국노라니. 어쩜 저렇게 길 가다 칼맞아죽어도 할 말 없는 애들만 골라놨는지 원. 아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네?”“내 원수의 종놈도 거기에 있지?”“......네? 아! 네. 거기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흠...... 진짜 가보긴 해야 될 거 같구나. 혹여나 그 녀석이 우리 이쁜이들 한테 접근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려 들지도 모르잖아?”“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그래 근데, 급할건 없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해.” Channel 1. 로키 1624년 7월 4일 “아무래도 위장신분이 필요할 것 같다.” 내 말에 일행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래, 뜬금없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 그렇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겔과 주설까지는 그러려니 한다고 치더라도 답답이마저 그런 표정을 짓는걸 보노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이 녀석은 나와 도망치듯이 그곳에서 나온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냐고...... 답답한 동료를 만난 죄로, 결국 설명은 내 몫이 되었다. 나는 혹여나 듣는 귀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본 뒤에, 아무도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뒤에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다. 완전히 절망스러운 상황은 아니어서, 답답이는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내가 무슨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이해를 했고, 나아가 내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마다 적절한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리겔은 턱을 움켜쥐며 껄껄 웃었다. “아따, 대단들 하시네잉. 네 명중에 두 명이 지명수배자냐? 일 꼬라지 참말로 잘 굴러 가겄다.”“니까지 허믄 셋이여.” 저 방정맞은 입을 틀어막으려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주설이 눈치 빠르게 리겔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리겔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찔른대 또 찌르지 마야.’라고 중얼거렸다. 주설은 리겔을 제압하고서 한숨을 쉬었다. “일행이 넷인디, 그중에 셋이 지명수배자라....... 일이 지법 빡세구먼....... 글치만 그 정도야 뭐......” 그녀는 자신의 어께에 걸린 색을 열어서 자그마한 카드 세 장을 꺼냈다. 다름 아닌 백지 신분증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신분증을 건네준 뒤에, 열차가 라스알게티 역에 도착하기 전에 알아서 적당한 가명을 생각해두라고 말했다. 나는 카트에서 산 말린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가명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이름과 연관성이 있는거라면....... 아무래도 토르? 아니면 오딘? 흠...... 그런 식으로 지어버리면, 눈에 더 띄겠지?”“눈에 띄는것도 문제지만, 너무 이름에 허세가 들어간거 아니에요?”“음...... 그래, 왠지 망치를 들거나, 눈 한쪽을 떼버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로키군 이름의 철자를 반대로 해보는건 어때요? LOKI니까, IKOL....... 아이콜요.”“왠지 아프로 컷을 하고 공룡 한 마리 데리고 다녀야 할 느낌이야. 넌 뭐 생각해둔 이름이라도 있는건가?”“음...... 약간 남자 같은 이름이긴 한데.” 답답이는 이걸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기색이었다만, 이대로 나만 당할 순 없다는 생각에 좀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딱히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는 터인데, 녀석이 생각한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물론 후자보다는 전자가 내 행동에 더 큰 동기가 되기는 했지만...... 답답이는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내 추궁은 계속되었고, 결국 답답이는 두 손 두 발을 들고 내게 자신이 생각한 이름을 말했다. “티리스요.”“티리스?”“어.....음. 좀 그렇죠? 그냥 생각만 해본 거에요 생각만.”“잉 너무 남자 같은 이름디유? 너무 튀어버리믄 의심사기 딱 좋으니께, 흔한 이름으로 해보드라구유. 에바 워뗘유?”“에바요?” 에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구면인 것일까? 주설의 제안에 답답이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본인 딴에는 그 기색을 숨겨본다고 나름 노력을 기울인 것 같고, 주설과 리겔의 반응을 보면 그녀의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답답이의 반응을 보니 주설의 제안을 거절하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답답이는 마뜩잖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감추고, 슬퍼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예쁜 이름이네요.’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억지춘향이라도 춘향은 춘향이다, 본인이 수긍을 한 마당에 굳이 제 3자가 뜯어말리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그 이름의 임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답답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이리스씨는 이미 정했구....... 인자 너그 둘이여. 어쩔려?”“음......” 답답이도 마뜩잖아 하는 이름을 정한 만큼, 나도 그녀에게 맞춰서 이 이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 이름을 꺼냈다. “난 산냐신으로 할게.”“산냐신?”“어...... 예전에 프로하기온에서 은신할 때도 이 이름을 쓰긴 했었다.”“아따, 안 어울리게 이쁜 이름을 써브렀다?”“예뻐서 썼다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이름이지.”“종교? 니네겉은 하샤신 넘덜도 종교를 믿었냐?”“애초에 우리 집단이 컬트집단에서 출발 한거다. 물론 지금은 종교색이 다 빠지긴 했지만......”“그래서 그 뜻이 뭣인디?”“...... 있다. 그런게.”“아따 사람이 묻자네. 뭔 뜻인디?”“아 있다고 그런게.”“둘 다 조용 좀 혀! 가만보니께 둘다 애기여 아조.” 우리 둘이 티격태격 하는 꼬락서니가 못마땅했는지, 주설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신분증 두 장에 뭐라고 휘갈겨 쓰고는 나와 리겔에게 던져주었다. 내 몫의 신분증에는 산냐신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고, 리겔의 신분증에는...... 레이거라고 적혀있었다. “옴마? 뭐여? 왜 내 이름도 니가 정해부렀냐? 음...... 쪼깐 까리헌디? 이건 워쩌케 생각을 한 것이여?”“뭐긴 뭐여, 니 이름 반대로 적은건디?”“......뭐여? 왜 나만 이따구로 하는디?”“제한시간 초과 했잖어.”“야이......” 나와 리겔의 다툼의 양상이 리겔과 주설로 전환되려는 차에, 기차가 꽤액하는 경적소리를 내며 검은 검은연기를 토해냈다. 소음과 매연이 만들어내는 환장의 콜라보에, 기차의 승객들은 기침을 해대면서 창문을 닫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매연이 더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화통이 울부짖는 소리만큼은 기어코 창문의 방해를 뚫고 우리의 귓속으로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이쯤 되면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하기에 싸움 또한 그만둘 법도 했건만, 저 둘은 소음 따윈 우리의 의사소통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듯, 손짓 발짓을 동원해가며 치열하게 다툼을 이어나갔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 싶다. Channel 2. 아이리스 1624년 8월 4일 “흐미, 뭔 공기가 요로코롬 탁허다냐? 이래가지고 숨이나 쉬고 살겄어?” 벌써...... 저 말도 한 서른번 쯤 들은 것 같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 그의 투덜거림은 검문소를 거쳐 이곳 라스알게티역 광장앞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처음에는 제가 마치 라스알게티의 대표가 된 것 마냥 송구스러워했었지만...... 라스알게티 역 앞에서도 그의 투덜거림이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해지자, ‘아버님’께서 왜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만드셨는지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도 사업체를 꾸릴 생각이에요?”“명장은 칼을 안가리구, 명필은 붓을 안가리는디, 장사꾼이 장소를 가릴 리가 있겠슈?” 리겔을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라스알게티 개탄 시위라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주설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다행이 주설씨도 그의 앵무새 같은 화법에 염증을 느꼈던 것인지, 제가 던진 화두를 얼른 받아 살을 붙이고 형상을 만들어가더군요. 리겔은 우리 일행들의 관심이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로키군 옆구리를 찔러가며 동감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로키군은 찬바람이 춥다고 징징댈 정도로 그의 손을 홱 쳐내더군요, 여지껏 그를 보아온 시간을 통틀어 가장 날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만, 프로하기온서 했던거를 고대로 하진 않을거라.”“아 그래요?”“잉, 정확히 말하자믄...... 그렇게 못하는 거겠쥬. 여그는 프로하기온보담두 훨씬 체제가 잘 잡혀있을 것이구...... 시장 자체가 워낙 커버리니께 비단쪼가리 가지고는 함부로 설치덜 못 허지 않겄어유? 글고......”“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로스차일드라는 거대 자본이 떡 버티구 있는디, 고 턱밑에서 사재기 같은 장난질을 쳐버린다는 건...... ‘나럴 잡아 조져주슈.’ 하는 거랑 진배가 없는 것이쥬.”“사업도 사업이지만, 여기서는 ‘유품 소지자’와 합류해야 된다.” 끈덕지다 못해 질척거리는 리겔의 공세를 피할 방법은 이 대화에 합류하는 것 뿐 이라는 걸 깨달은 것일까요? 로키군은 리겔의 옆구리를 뻥 걷어찬 뒤에,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로키군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필그림’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그것에 있습니다. 아, ‘필그림’이 뭐냐고요?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필그림이라고 부르기로 정했어요. 적당히 ‘우리’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지만, 이미 그 단어는 로키군이 한때 몸담았던 ‘하샤신’이 선점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칭할 다른 표현을 찾아야했거든요. 마침 우리의 행보가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던 ‘필그림’들과도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해서, 적당히 가져다 붙여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제가 제안한 거에요. 제안할 당시에는 다들 마뜩찮아 했지만, 계속 밀어붙이고 솔선수범해서 사용하다보니, 나머지 분들도 포기한 것인지 수용한 것인지 스스로를 ‘필그림’으로 표현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는데, ‘필그림’의 본질은 ‘유품 소지자’들과 합류해 궁극적으로는 이른바 ‘흑성왕’이라 불리는 미지의 존재가 재림하는 것을 막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설씨의 사업 확장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요. 주설씨는 마뜩치 않았지만...... 결국은 동의한 부분이고요. “일단 여그에 소재하고 있는 자유길드는 무엇이 있는가?” 결국 백기 투항한 리겔도 화재를 우리와 함께 공유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의 용기있 는 결단에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저는 이곳에 있는 두 개의 자유길드 - 교회와 기사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수도라는 위상 탓에 라스알게티에는 두 개의 자유길드가 있거든요. 다만...... 교회 소속인 저는 ‘유품’을 소지하진 않았어요. 어머니, 원장수녀님의 말씀에 따르면, 저를 위한 ‘유품’은 아케르날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우리가 접선해야 하는 ‘유품소지자’는 ‘기사단’으로 압축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압축이 되겠구먼. 우선 기사단의 유품 소지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겠고, 그다음에는 그 혹은 그녀를 ‘필그림’에 합류시켜야겠어.”“하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을겨. 암만혀두 너그덜이 쪼깐...... 그렇잖어?”“.......” 맞는 말입니다. 일단 주설씨가 준 가짜 신분증으로 위장을 하긴 했지만, 저와 로키군 그리고 리겔은 본질적으로 ‘지명수배자’니까요. 기사단 쪽의 ‘유품 소지자’는 어쨌거나 저희를 체포해야 할 입장이겠구요. 우리를 체포해야 할 사람을 포섭해야 한다라...... 일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일단 목표를 명확히 해보자고. 최선으로는 우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서 ‘유품 소지자’에게 접근해 그를 포섭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최선책일 뿐, 현실화 되긴 어려워.”“그렇담 최악의 상황도 생각을 혀봐야쓰겄지? 최악은 ‘유품 소지자’는 만나덜 못허고 정체는 정체대로 탄로나서 고대로 잡혀들어가는 것이겄제.”“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이의 어딘가에 반드시 속해야 하는 거겠군요.” 제 말에 모두들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냔 말이지요. 정체를 들키지만 포섭을 한다, 포섭은 못하지만 정체는 들키지 않는다....... 애초에 포섭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게임 오버가 되는 셈이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둘로 압축이 됩니다. 정체를 들키든 들키지 않든, ‘유품 소지자’를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그럼 유품 소지자는 어떻게 파악허지?”“음...... 저번에 쉐다르와 처음 접촉했을 때, 니할이 반응을 보였어. 공명이라고 해야하나......? 뭐라 말로는 설명하긴 힘든데,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생각보다 기능이 좋은디? 그라믄 인자 그 놈 시끼랑 어떻게 접촉하냐는 건디......” 주설씨는 이제야 자신이 나설 차례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빙그레 웃었습니다. “뭣하러 발버둥 처감서 줄을 설라고 혀? 막말루다가 갸가 우덜헌티 오게 맹글믄 되는거 아닌감?” Channel 1. 로키 답답이는 주설의 말에서 프로하기온의 추억을 떠올렸는지, 진저리를 쳤다. “사재기는 이제 안한다면서요?”“당연히 사재기 혀서 잡혀가는 작전은 안쓰쥬. 대신에, 갸덜이 우리를 신경쓰게 맹글면 되는거 아녀유? 말이 질어지는디, 일단 점포나 한자리 알아보러 가봐유.” 주설은 답답이를 다독인 뒤에, 우리에게 ‘이곳에 부유층들이 주로 찾는 상권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뭐...... 내가 알기로는 그런데는 딱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리버 다운’이다. 우리는 마차를 잡아타고 ‘리버 다운’으로 향했다. 뉴빌리지나, 이스트민스터와 달리 그곳은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나도 멀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복장을 한 네명이 마차를 잡아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잡아타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수월했다. 주설은 마부에게 ‘리버 다운’을 가자고 이야기했고, 이 간단한 한마디는 흡사 마술같은 일을 일으켰다. 우리와 말을 섞기 전만 하더라도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던 마부가, ‘리버 다운’이라는 한마디에 순식간에 유들유들해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불과 며칠 전에 야자수 아래에서 먹었던 셔벗이 이렇게 사르르 녹아내렸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부는 번개같이 마차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는 가식 섞인 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먼지 묻은 구두를 윤이 나도록 닦아주었다. ‘옷이 날개라고 구두하나 닦았는데 신수가 훤하십니다.’라는 직업정신에 투철한 멘트는 덤이었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말은 발굽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거리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기차만큼은 아니지만, 속도는 걷는 것 보다 훨씬 빠른 편이었고, 기차와 달리 거리 중앙을 지나는 터라, 풍경은 정신없이 우리를 지나쳐갔다. 직업적인 목적에서의 방문이지만, 왕도는 왕도였던지라 주설과 리겔은 왕도의 풍경을 두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따 뭔 사람이 이렇게 많다냐?”“여긴 기본 단위가 천만이라구요.” 답답이는 잔뜩 신이 난 채로 그 둘에게 왕도의 이모저모를 소개해주었고, 그들의 진심어린 리액션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신명이 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이것이 바로 선 순환적 대화인 것일까? 답답이가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바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 ‘리버 다운’은 나도 처음 방문해보는 것이니만큼,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발자국 비켜서서 내 눈앞을 스치는 왕도의 풍경을 찬찬이 살펴보았다. “왐마? 왕도에는 바다도 흐르는 갑소?”“아아, 이건 바다가 아니라 강이에요 강.”“잉? 이게 강이여? 음청 넓은디?”“그랜드 스트림이라구 들어봤죠? 바로 이 강이 바로 그랜드 스트림이에요.”“와......씨, 나는 핵교에서나 들어봤는디, 이걸 요러게 실제로 보는 날도 있네. 오매..... 그냥 대륙서 질루 큰 강이라는 말만 들었는디 실제로 봐븐께...... 느낌이 또 다르구마잉.” 둘은 그랜드 스트림을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핀잔을 주거나 낮잡아 볼 이유가 없는 것이, 당장 나만하더라도 워터 프런트같이 라스알게티 남쪽의 위성도시에 있는 의뢰를 수행하러 갈 때면 으레 그랜드 스트림을 횡단해야 했거든,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그들보다 그랜드 스트림을 더 많이 접했을 테지만...... 접할 때 마다 그 강의 거대함에 나도 모르게 넋을 잃을 때가 왕왕 있어왔다. 대륙 곳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알려진 바로는 이런 거대한 강을 낀 대도시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견줄 수 있는게...... 아마 내가 알기론 그루미엄 정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루미엄은 수상도시이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강을 ‘끼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테지. 마차는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스레 둔치를 타다가, 서서히 고도를 올려 강을 횡단하는 대교에 올라탔다. “이봐, 이 다리의 이름은 뭐지?”“클라허 타히 대교입니다요.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그쪽으로 연결이 되지요.” ‘클라허 타히’라면 ‘리버 다운’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다. 대륙 각지의 산물들이 왕도로 모여든다고 하지만, 천만의 시민이 모두가 부유계층은 아닌지라 산물에도 급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가려는 ‘클라허 타히’는 그 명성답게 대륙의 여러 산물 중에서도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만이 흘러간다. 오죽하면 ‘클라허 타히’에서는 50파운드 지폐 한 장은 개도 안 물어간다는 말이 있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주설과 리겔은 ‘클라허 타히’에 대해 물었고, 답답이는 자신이 아는 한도에서 성실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설은 답답이가 했던 수많은 말들 중에 명품 거리라는 말에 크게 동한 모양이었다. “거그서 점포 하나 맹글면 괜찮겄는디유?”“뭘 팔지는 모르겠지만, 쉽지는 않을거다. 거긴 콧대 높은 라스알게티 치들 중에서도 가장 치수가 높은 동네거든.”“그러냐? 콧대가 높으면 꺾어버리믄 되제. 안 그렇소? 주사장?”“잉 그류. 높은 콧대 꺾는 것이 우덜겉은 반골덜 업계에는 질루 큰 포상 아녀?” 저런 부분에서는 찰떡이 울고 갈 정도로 잘 맞는단 말이지...... 리겔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설이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저 녀석은 진정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고 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겔 쪽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반쯤은 허세라면, 주설의 경우에는 단순한 반항심을 넘어서 실제로 뒤집어 엎어버리는 수완까지 겸비하고 있단 말이지...... 나로서는 이 도시에 있는 동안은 별다른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만, 그건 저 붉은 머리칼의 양아치 자식이 주설을 어떻게 충동질 하냐에 따라 좌우될 것 같다. “이 다리만 건너면 ‘클라허 타히’인데 어디로 모실까요?”“명품거리로 갑시다.” Channel 2. 아이리스 그랜드 스트림을 넘은 마차는 그길로 우리를 ‘클라허 타히’에 데리고 갔습니다. ‘클라허 타히’에 가까워 지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거리는 우리에게 ‘곧 있으면 클라허 타히야’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어요. 건물들은 점점 더 높아졌고, 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더 세련되어져 갔거든요. 땅거미가 져 하늘은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까매졌지만, 건물들과 간판들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불빛들 때문에 거리에는 어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도착했습니다. 손님들,” 그의 위치선정에는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마천루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천루의 꼭대기에는 붉은 방패가 조명을 받으며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지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조형물을 보여준 답례로 그에게 팁을 건넸고, 그는 허리숙여 인사를 한 뒤에 다음 손님을 찾아 거리로 나섰습니다. “여그가 ‘클라허 타히’인 갑소?”“예 맞아요. 여기부터 ‘리버 다운’이 시작되는 거에요. 마차에서도 말했지만, 이븐 타운이나 뉴 빌리지가 구시가지라면, 이곳 ‘리버 다운’은 신시가지에 속해요. 그런 탓에 여기에는 ‘젠트리’라는 신흥 부유층이 많이 찾아온답니다.”“음...... 확실히 뭔가 흥청거리는 느낌이구먼...... 까리한디유? 이곳이라면 새로운 아이템이 잘 먹힐거 같구먼유.”“새로운 아이템이요?”“잉.” 우리 필그림들은 ‘클라허 타히’의 일대를 찬찬이 돌아보았습니다. 거리 중앙에는 어림잡아도 100피트가 넘는 거대한 마차 전용 도로가 깔려있고, 그 양쪽 끝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놓여져 있었어요. 도로의 양식만 보아도, 그랜드 스트림 이북의 중심지들과는 느낌이 달랐지요. 이븐타운이나 뉴 빌리지에는 ‘마차 전용 도로’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거든요. 인도에는 거대한 마천루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건물 높이가 어찌나 높은지, 그 끝을 보다보면 저절로 뒷목이 지끈거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건물에는 거대한 통짜유리 안에 갖가지 물품들이 우리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네밀고 있었답니다. 여긴....... 문자 그대로 별세계였어요. 리겔은 물론이고 로키군까지도 이곳의 풍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주설씨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지켜보는 바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물건 자체의 화려함에 홀려 있다기 보다는, 좀 더 거시적으로 보는 것 같았어요. 이 건물에는 이러한 종류의 물건이 있구나, 그런데 비단 이런 게 한 건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되는 건물 몇 개에 이르는 공통적인 현상이구나, 그렇다면 이곳은 옷가게 거리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이렇게 네명이 동상이몽이다보니, 우리는 주설씨의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지기 일쑤였고, 그녀는 결국 우리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돈 주는 사장의 엄명이 엄명인지라, 우리는 아쉬움을 삼키고 그녀의 뒤를 따라야만 했었지요. “대체 뭘 보려고 그렇게 정신없이 다니는거에요?”“......”“뭘 찾는지 알려줘야 우리도 협조를 할거 아니냐. 그런것도 공유하지 않고 무작정 소리만 지르면 다야?”“......”“아따 주사장 스타일 좆같네. 얼렁 말 안허냐!”“찾았어.” 그녀는 리겔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우리에게 이 건물을 가리켰습니다. 건물의 쇼윈도에는....... 옷걸이며 의자 소파며 각종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가구?”“잉. 여그구먼.”“여기서 뭘 팔 건데? 아이템이 뭐야?” 주설씨는 대답 대신에 자신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던 캐리어를 가리켰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이 캐리어를 프로하기온에서부터 한시도 손에서 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별 생각없이 지나쳐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그녀의 새로운 사업 밑천이었던 모양입니다. “이거여.”“그게 뭔데?”“허영심이지. 일단 들어가 보드라고.” 그녀는 또 다시 알 듯 모를 듯 한 소리를 하며 캐리어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갑과을작성일
2018-10-29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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