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떠난다 (下)

한국조폐공사 작성일 23.05.24 15: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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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빠랑 떨어지기 싫은데 이번 기회가 너무 좋은것 같아서 많이 고민한거야... 유나가(세나 사촌언니) 세나

 

너무 보고싶어서 같이 미국가고싶다고 하기도 했고 세나도 유나 엄청 좋아하잖아. 둘이 같이 있으면 내가 혼자서

 

케어하는것보다 세나한테 더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이번 기회에 자연사 박물관도 가보고 미국 특수교육 환경도 체험해보고 하면 우리 세나도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나 혼자서 좋다고 결정한게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가는거니까 오빠가 힘들어도 조금만 이해해줘. 알았지?"

 

 

 

사실 우리 세나는 조금 특별한 아이라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에 오래 다니지 못한다. 체력적 조건은 문제 없으나

 

사회성이라든지 다른 발달이 경계선에 걸쳐 있는 아이라 남들보다 3배는 더 신경써서 케어해야하는 아이기 때문에

 

전업주부인 와이프도 아이 케어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산스럽게 준비해야 하고, 치료 센터도 지속적으로(왕복 3시간거리)

 

일주일에 세번씩 다녀야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많이 좋아져서 그런지 힘든 상황에도 조금 더 아이 교육에 박차를 가해서

 

어떤 경험이라도 조금더 시켜주고 싶은게 나와 와이프의 욕심이였다.

 

그깟 돈이 좀 들더라도 아이가 건강하게 클 수 있다면 뭐가 대수겠는가.

 

사준지 한달도 되지 않은 어린이용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세나짱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세나가 웃을 때마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 이것이 아빠의 인생이고 우리 부모님이 걸어오셨던 길이겠지.

 

돈이 조금 든다고 하더라도 마음만은 기쁘게 와이프의 사심 섞인 여행 계획을 허락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는게 흠이 되지만 준비성이 철저한 와이프는 모든 상황을 대비하여 시차적응부터 

 

약, 장난감, 시트 등을 다 준비해 놓았고, 예전에도 5시간 비행시간 동안 아무 말썽없이 잘 있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친동생처럼 세나를 아끼는 유나도 있으니 내가 케어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니까.

 

개인적인 자유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1달이라는 기간동안 세나가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와이프는 세나를 데리고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났다. 오늘부로 일주일 째

 

자유시간이 늘어났지만 생각만큼 진탕 놀지도, 친구들 만나서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동생과 어머니가 있는

 

친가로 내려가서 고등학교 친구들을 한번 본 것 외에는 항상 와이프가 언제 전화올지 몰라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하루에 한번씩 보내주는 세나짱의 사진은 언제나 빛나고 있었고 언제나 행복에 차 있다. 

 

노는데 너무 빠져 아빠와의 화상통화도 잘 안하려 하는 세나짱이지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왠지 모를 눈물이 난다.

 

앞으로 남은 몇주간의 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오늘도 와이프가 해주고 간 카레라이스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와이프가 보내준 사진을 안주삼아

 

와이프가 사 두고간 청하 한병에 소주 잔을 기울이며 그렇게 잠이 들뻔하다 비상금으로 쓰라고 준 카드 결제내역이

 

한도치에 도달했다는 알림음을 듣고 잠이 확 달아난다.

 

 

 

여보… 제발 빨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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