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간 싸움은 남자보다 무섭다 [상편]

한국조폐공사 작성일 22.06.12 14:53:59 수정일 22.06.12 1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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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출근해서 무료하게 있다가 오랜만에 끄적끄적여보네요. 옛날이야기라 약간의 각색과 추억보정 들어갑니다

 

 

 

 

나는 대학교를 두 번 졸업했다.

 

첫 번째 대학교 때는 뭐 크게 대외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사고는 넘칠 만큼 쳤다…)

 

두 번째 대학교 때는 학생회 쪽에서 일을 하긴 했는데 그때는 조금 의욕적으로 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잘 따라주지 못했다.

 

상황인즉슨, 선배 학년이 1년 후배인 학년을 지도하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는데 유독 내 맞선배 학년이

 

후배 학년에게 터치가 좀 심했는데, 우리 학년보다 한 학년 위의 학생회는 대부분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학업 관련 업무와 학과 시스템 역시 여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내가 속한 학년과 학생회는 남녀 성비가 적절히 구성되어 서로 업무 분담을 효율적으로 하여 잡 소리가 안 나는 수평적

 

구조였지만 바로 위의 학년의 경우는 대표를 비롯하여 비중 있는 위치의 여자들이 나머지 학생들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좋게 말해) 걸크러시 구조로 운영되었다.

 

학과의 특성 상 대표를 필두로 한 임원들의 역할과 입김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 집단에서 그들의 권력은 알게 모르게

 

보통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고 임원들의 성격이 나쁘게 말해 지랄맞을 경우에는 

 

한 학년 구성원 모두가 학업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필 윗학년에는 개성이 독특한 여자 선배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 특히 학년학생회장과 학습관리부장의 끗발은 강남 8학군 아줌니들 치맛바람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었는데, 뱀 대가리는 둘이 될 수 없듯이 그 둘 사이의 세력은 그들을 지지하는 남자 임원들을 중심

 

으로 대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 둘은 자기 맡은 분야의 일처리는 부족함이 없었고 외모도 둘 다 “매우” 출중하여 많은 남학생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부분들 역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되어 음지에서 눈치 싸움을 형성하고 있었다.

 

학생회장은 중형급 셰퍼트 같은 기럭지와 이미지에, 칼각잡힌 단발 머리스타일은 맨날 실망만 하는 중대장의 포스를 풍길 정도로 군인 스타일이였고,

 

친한 측근에게도 얄짤 없는 공사 관계는 이 친구가 진로를 택해도 정말 잘못 택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나보다 어렸음)

 

다만 그런 철벽녀도 학습위원장과 관련된 일에는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입장을 고수했는데, 아마 그 둘간의 알력 다툼때문일 것이고

 

남자나 제 삼자가 개입해도 될 정도로 단순한 일은 아니였기에 

 

나는 그냥 그런 상황에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 싸물고 눈치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실 이 갈등은  앞으로 설명할 이 사건의 시발점이기도 하였다.

 

학습위원장은 페르시안 블루같은, 날카로우면서도 매력적인 인상에 태어나서부터 전교 1등을 한번도 놓쳐보지 않은

 

(친구를 통해 검증됨) 엄친딸급 스펙과 브레인을 보유했는데 학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엄청나서 남자에 대한 철벽이

 

반데사르급이라 선배들이나 동기들조차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성이 강하거나 기가 센 여자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맘 터놓고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학생회 업무상 몇 번 만나 일하고 뒷풀이를 가는 경우 이 두사람이 함께 참석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다만 학생회장과 우연히 둘이서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내가 나이가 많았지만 서로 존대함) 학생회장은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이였으며 공적인 자리에서 보는 것처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많은 사람을

 

통솔하려면 남자든 여자든 없는 카리스마 줄줄 뽑아가며 가오를 세워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성격이 융통성 있는 건 절대 아니고, 쌈마이웨이 기질은 타고났을 정도로 자기 행동에 대한 확신이

 

컸던 것 같다. 

 

남자친구는 없었지만 거의 탈 일반인급 외모에 집안도 빵빵해서 우리들 사이에서는 재벌집 며느리 후보 0순위니

 

뭐니 하는 말을 했었지만 내가 막상 결혼 하게 된다면 평생을 학생회장 손바닥 안에서 줄달린 피노키오처럼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니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여자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던 학생회장의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면, 아니 단점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학습부장보다는 부족한 학업능력이였다

 

내색은 안했지만 거기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을테고, 음지로 양지로 피가 나게 공부했지만 학습위원장보다 시험을 잘 본적은

 

한번도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당연한 듯이 여겨질 정도로 등수의 갭은 컸었다. 물론 그 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꽤나 자존심 털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외모 역시 학습위원장에 비한다면 티어가 조금 밀리는 편이였고 겉으로 보이는

 

세력 집단의 구도도 질적으로는 학습위원장 쪽이 조금 더 우세하기도 했다.

 

게다가, 둘다 철벽은 철벽이였지만 학생회장의 군대의 통곡의 벽과는 달리 학습위원장의 경우는 철저한 어장관리를 통한

 

가두리 양식이 활발하여 수컷 아귀에서부터 다금바리까지 꼬이지 않는 날이 없었고 실제로 몇몇과는 사귀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남자 관계가 복잡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성적은 Top1을 놓치지 않았고 옷을 입는 패션도 학생회장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었다. 또한 떠도는 말에 의하면 xx부 장관이 아버지라 그쪽에 연줄이 있어

 

핵다이아 수저라는 100% 신뢰하기 힘든 썰이 돌기도 하였다.

 

이러한 팩트만 본다면 학습위원장>학생회장 간의 구도가 성립될 수 밖에 없었고, 여자들은 이러한 평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는 사실을 어떠한 사건을 통해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그 사건"의 불씨는 바로 이러한 자격지심에서 비롯되었다

 

 

 

                           -중편에 계속-

 

 

 

반응 좋으면 연달아서 열심히 써보겟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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