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형 이야기 Vol.[2]

한국조폐공사 작성일 21.09.17 1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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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아님…

 

 

 

 

형의 첫 인상은 누가봐도 선남이였다. 멋있게 각진 얼굴,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샤프한 이목구비, 홍대가면 루저지만

 

어딜봐도 적당한 170대 후반의 키, 딱봐도 운동(헬스말고)좀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몸 비율.

 

그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여자들이 안좋아할래야 안좋아할 수가 없었던 그런 사람이였던것 같다

 

“저 이번에 이 방 배정받았어요. 잘부탁드려요”

 

“아…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형은 인상좋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고 난 데면데면하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피했었다. 형은 딱봐도 내가

 

동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존댓말을 했는데 워낙 학번제에 찌들린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였다. 사실 이때 밴드부를

 

했었는데 밴드부는 철저히 학번제라 동갑에게도 존대를 해야해서 스트레스긴 했다.

 

어쨌든 저녁시간이 되어 방에서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형은 25살로 나보다 4살이 많았고 서울토박이에

 

군 복학후 유학갔다 3년만에 복학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숙사는 정원이 3명이였는데 한명은 지난학기부터 아는 동생이였고 전날까지 도착하지 않아 그날은 둘이서 콜라에

 

치킨을 뜯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걸로 기억난다.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형은 농구 매니아에 실력도 탈일반인 급이였고 

 

교우관계는 나와 비슷했지만 대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했다고 들은 것 같았다.

 

그렇게 첫 만남이 대충 지나갔고, 과가 달랐고 시간표가 애매해서 형과 자주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주말에 같이 농구하고

 

밖으로 나가 치맥하면서 많이 친해졌었다. 결정적으로 형은 교인이 아니라 나와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시간만 나면 교외로 나가거나 종교 외적인 활동을 찾아(봉사활동같은) 나돌아다녔고, 공부도 학교와는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서 공부하였는데, 나도 같이 따라다니면서 더욱 친해졌었다

 

그렇게 반 학기를 다니면서 형과 지내본 결과 “엄친아”라는 말이 이 형때문에 나온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외모및 키 - 지적이며 날카로우면서 적당한 키에 밸런스 잡힌 근육

 

성격 -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움

 

운동 - 구기종목 발군, 농구하면 여자들 쓰러짐

 

성적 -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항상 상위권

 

집안 - 서초 고급맨션, 아버지 대기업 간부, 형 청와대근무, 

 

자가용 - CLA

 

형은 누구 앞에서 자기 자랑을 전혀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런 사실을 우연히 알아낼 때마다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그리고 가장 놀란 것은 여자친구였는데, 서울에서 사는 여자친구가 지방에 있던 학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매주

 

찾아온 다는 것이였다. 여자 친구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형은 여자친구보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싶어 했고 난

 

거기에 대해 해줄 말이 거의 없어서 항상 부끄러웠었다

 

“덕훈이는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없냐?”

 

“네 ㅋㅋㅋ 뭐 어쩌다 보니 그렇죠 뭐. ㅎㅎㅎ”

 

“형 생각엔 덕훈이는 외모도 멋있고 내면도 착한 친구라 분명히 좋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야. 여기 여자애들은 교회만 다니니까 그런걸 잘 모를지도 몰라. 조금만 기다리면 멋진 여자친구가 생긴다고 형이 장담할게"

 

빈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형은 진지하게 이런 말을 자주 했고, 평상시 나의 행동거지를 잘 아는 형이 그렇게

 

나에 대해 좋게 보고 있으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마웠었다. 

 

그런 얘기가 오가고 난 이틑날이였었나, 형 여자친구를 방 동생과 넷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자친구분의 외모를

 

보고 형이 이때까지 했던 말이 나를 기만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역시 좋은 남자 옆에는

 

좋은 여자가 모이는구나… 탈 일반인급 외모의 여자친구가 매주 KTX도 없는 여기까지 행차(?) 해주시고, 운전과 데이트

 

코스까지 전부 준비해 오는걸 보고 개구리 페페의 심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1학년 2학기는 형과 함께 대학생다운 대학 생활도 누려보고 적어도 1학기보다는 즐겁고 나름 보람 찬 일들(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보냈었다

 

그리고 학기말이 되어 나는 군대에 다녀올 결심을 하였고, 종강총회 겸 빠른 군 작별주를 형과 룸메 동생과 셋이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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