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어린시절

망고맛싫어하는사람 작성일 21.04.14 1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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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뭘 자르다가 뜬금없이 옛날 생각이 났네요.

 

어렸을때 학교 숙제하고 있었는데 무언갈 칼로 자르다가 부엌에 있는 상에 기스를 내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비싸거나 좋은 상도 아니고 전통적인 적갈색의 다리가 접히는 둥근 상이었는데.. 기스가 크게 난거도 아니고 대략 2~3센치의 작은 기스였죠.

 

그런데 평소 화를 잘 내지도 않던 엄마가 엄청나게 화를 내며 저에게 모진말들을 했습니다.

어렸을때라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겨우 상에 기스 조금 낸게 이렇게 화를 내야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억울하고 분해서 울면서 가출 아닌 가출을 했었죠. 그렇게 동네를 배회하면서 이대로 집에 안들어가버릴꺼라는 다짐을 하며 저녁 8시쯤 되었을때, 퇴근하신 아버지랑 형이 동네들 돌아다니며 저를 찾아 다녔고 결국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솔직히 그 이후에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몇 년이 지난후에 어머니께 그때 왜그렇게 화를 냈냐고 물어 봤습니다.

어머니는 그때 당신 스스로도 그렇게 화를 냈던게 당황스러웠다고 조심히 말씀하시고는.. 이유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늦둥이로 태어나셔서 집안의 사랑을 듬뿍받고 자라셨고 특히 어머니의 어머니 (제게 외할머니)와 사이가 각별히 좋았는데.. 제가 그 사고를 치기 몇일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상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일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사주신 상이었죠. 그래서 어머니는 평소 그걸 접어서 부엌 구석에 소중히 아껴두신건데.. 그걸 제가 꺼내서 칼질을 했던거였습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하셨는지 잘 알기에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내가 만약 어머니 입장이었다면.. 전 어머니보다 분명 더 화를 냈을거라고 생각했고 늦게라도 어머니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온전히 내물건이 아닌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물건은 어떤것이든 소중히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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