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10년차 앱 개발자의 이런저런 이야기 2

다익스트라 작성일 21.01.05 20:15:02 수정일 21.01.06 12: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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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0년차 앱 개발자 다익스트라입니다.

저번에 이어서 제가 겪은 썰 몇가지를 풀어볼까 하는데요.

이게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언제 어디서 일어난일인지가 가물가물 하네요.

온전히 제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하다보니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부분이 있을거같습니다.

 

 

4. 성공하려면..

 SI회사에서 대리가 되었을때 공기업 프로젝트로 투입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회사는 개발을 총괄하는 ‘병’이었고 ‘을’은 수주를 맡은 업체였는데, 이 업체가 골때리는게 모 중견 SI업체 사장의 와이프가 1인기업으로 있는 업체였습니다. 그런업체가 어떻게 공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했는지 계속 의문이었는데 프로젝트가 끝날무렵 밝혀지게 되었죠….

 우선 우리회사가 ‘병’으로 투입된 과정부터 말해보자면 ‘을’(앞으로 돼지엄마라 부르겠습니다.)인 돼지엄마가 우리회사로 찾아와서 앞으로 수주할 프로젝트가 많으니 이번건 단가를 후려치고 같이 잘해보자 라고 사장님을 꼬셨습니다. 큰 프로젝트가 끊긴 사장님은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래서 얼마 안되는 돈을받고 투입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계약된 M/M과 투입 인력이달라 경력 뻥튀기와 프리랜서고용 등 이런저런 꼼수를 썼고 결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회사는 적자를 보게되었죠. 결국 프로젝트가 끝나기 몇달전부터 월급이 안들어오.. ㅠㅠㅠㅠ 사전설명은 이정도면 된거같고 그럼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은 주옺같은 몇가지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안돼요? 제가 해봤는데요?>

 우리를 관리하는 ‘갑’의 사업관리팀에는 개발쪽으로 끝발좀 날렸다하는 카이스트출신 대리가 한명 있었습니다. 수시로 프로젝트룸으로 들어와 참견하기를 좋아했죠. 어느날 안드로이드 보안때문에 Cross domain이슈가 발생해서 엄청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그 이슈때문에 스트레스받고있는데 그 대리가 찾아왔습니다. 뷰어의 코어를 커스터마이징 하느니 마느니 말하고있을때 갑자기 그 대리가 끼어들어 그거 크로스도메인 문제가 발생할수가 없고, 코드를 잘못짠거같으니 자기가 좀 보겠다고 말하더군요. 몇분을 설명해도 알아먹지를 못하길래 그럼 해보랬더니 자기 노트북을 들고와서 제 옆에 앉더니 코딩을 시작하더라고요. 안드로이드 개발은 할줄아냐고 물어보니 할줄은 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말이 대학생때 렙실에서 게임만들때 해봐서 안다고.. 애들 장난도아니고 그걸 말이라고하는지.. 결국은 제옆에서 물어보기만 옴팡지게 물어보고는 아무것도 해결못하고 퇴근하더군요. 저는 시간만 뺐기고 결국 코어를 커스터마이징해서 해결했습니다.

 

<사인받았어요?>

 어느 겨울날.. 경영진 대상 데모시연 전날에 디자인 이슈가 발생해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그 긴급한 디자인 이슈라는것이 “윗선 결정권자의 핸드폰 폰트크기가 크니 우리도 폰트크기를 빠르게 수정을 해야겠다” 라는게 회의 주제였습니다. 이런저런말이 오갔지만 결국 폰트크기를 일괄수정하고 깨지는 부분만 임시로 수정하는것으로하여 밤샘작업을 했습니다. 겨우겨우 시연 전에 완성해서 데모시연을했고.. 경영진에서 딱 하나의 불만사항이 나왔습니다. “들어갈내용이 이렇게 많은데 폰트크기좀 줄여야하지 않겠어?”.. 우리는 단체로 난리가났고 PM이 이건 좀 따져야겠다며 과장에게 찾아갔습니다. 이상한말 할까봐 그날 작성된 회의록과 메일 전송내역, 녹취록을 들고갔죠. 얼마뒤 돌아온 PM님에게 결과를 물었고, 과장이 내뱉은말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PM) (회의록을 보여주며)녹취까지 되어있다. 우리는 요구사항에도 없고 이해관계자간 협의도 되지 않은기능을 당신의 독단적인 결정때문에 구현 하였고 그로 인하여 일정지연 및 리소스가 낭비되었는데 어떻게 할거냐?(글이라서 공격적이지만 아주 부드럽게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과장) 회의록 녹취 그거 머 중요합니까?

(PM) 예?? 아니 회의시간에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아닙니까.

(과장) 아니 내가 말했다고한들 실제 진행을 지시했어요?

(PM) 네 그때 하라고 하셨습니다.

(과장) 증거 가져와봐요.

(PM) 그래서 회의록과 녹취록…

(과장) 아니 그런거말고 내가 사인한 서류 가져와보라고요. 내가 결재한 사항이냐고요. 비공인 문서말고 결재서류를 가져오라고요.

(PM) ………………

공기업에서 과장정도 달면 저정도는 책임회피는 해야되나 보더라고요.

 

<통수의 통수>

 무슨일이 있어도 실실거리고다니던 ‘갑’의 과장이 어느날 똥씹은얼굴로 들어와서 이거저거 시비를 걸더군요.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우리회사 부장님께서 파견사무실로나와 우리를 소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리고는 과장놈이 왜 실실거리고 다녔고 갑자기 왜 시비터는지 알게되었죠. 과장의 조울증은 위에말했던 돼지엄마 때문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규모가 좀 있는 프로젝트로 ‘갑’의 부장이 총괄담당이고 그 아래로 과장들이 각 담당부서의 일을 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우리를 맡은 사업관리쪽 과장은 개발총괄이었고요. 그럼 이렇게 어느정도 규모가있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돼지엄마 혼자 따냈느냐? 개발총괄 과장에게 프로젝트 완료 후 뽀찌를 떼준다고 했더군요. 개발용역발주는 사업관리쪽의 개발팀에서 담당하기때문에 과장만 구워삶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왜 갑자기 과장이 꼭지가 돌았느냐.. 이 돼지엄마가 갑자기 라인을 바꿔서 부장이랑 쇼부를 보고 과장은 팽시켰더라고요. 부장과 돼지엄마한테 팽당한 과장은 우리한테와서 꼬라지부리고 있던거고요.

 그리고 그다음 우리회사 부장님의 말씀. “우리도 돼지엄마한테 팽당했다”..  돼지엄마가 생각없이 제안서를 작성한바람에 ‘갑’의 모든 요구조건을 다 받아줬고 그로인해 투입되는 인력이 개발에비해 과해서 우리는 적자를 보고있었는데, 다음 프로젝트를 우리한테 안주고 또 다른 호구를 잡은거죠.

 그 돼지엄마.. 서울대출신에 인맥이 좋아 아직도 승승장구한다고 들었는데.. 세상참..

 

 프로젝트가 끝나고 모든내용을 특히나 사업 수주와 관련된 비리내용을 국민신문고에 작성해 올렸으나.. 놀라울정도로 아무런일이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 말고도 공기업이라 여름에 에어컨을 켤 수 없다면서 자기들 사무실은 빵빵하게 틀어놓고 우리가 계속 에어컨을 켜자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로 밀어넣은일, 점심시간 기독동호회가 기도를 해야하니 매일 점심시간에 잠시 나가있으라고 했던 일, 개발량이 많이 우리가 고생하는걸 보더니 “아이고 어떻게해.. 내가 라꾸라꾸 사줄테니 여기서 주무시면서 하세요”라고 안쓰러운 얼굴로 씨부리던 돼지엄마.. 애가아파서 무단결근했다고 울며말하는 디자이너(프리랜서)의 애가 알고보니 애완견이었던 일. 등등 진짜 엄청나게 많은일이 있었는데 줄이고 줄여 몇가지만 추려봤어요.

간단하게 쓰려고했는데 작성하다보니 제가 속이터져서 길어져버렸네요;;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혹시나 다음에 시간이되면 다른 썰도 풀어보겠습니다~

 

아 결국 이 프로젝트가 트리거가되어 회사는 폐업했고, 저는 어찌어찌 밀린월급을 다 받았습니다.

퇴직금은..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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