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인생 이상하게 사는 썰

오디너리피플 작성일 21.01.04 18: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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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워낙 글재주가 없어서..

대단한 위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사는 인간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는 담 쌓고 지냈어요.

중학교때까지 부모님이 교복 빨아주면 바짓단 허옇게 될때까지 공만 차고 살았어요.

게임도 아주 좋아해서 점심 시간에 도시락 들고 PC방으로 갈 정도였어요.

시험공부는 전날 가방에 책 가져가면 공부하는거고 아니면 그냥 치는 수준이었죠.

숙제는 귀찮은 것이고 몸으로 떼우는게 진리라고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고교 비평준화인 지방에 살다보니 성적이 안되면 실업계로 진학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실업계 가긴 싫어서 어째어째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긴 했습니다.

막상 고등학교 진학하니 죽을맛이더군요.

공부라곤 진득하니 해본적 없는데 10시까지 야자를 시키니 몸살나는거 같았어요.

부모님이랑 대판 싸우고 대학은 안 가는걸로 매듭지었습니다.

중학교때 독학으로 C언어를 공부하고 당시 게임 개발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진로를 게임 개발자로 정했습니다.

막상 2학년 겨울 방학이 되니 남들 다 가는 대학이 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딱 전문대만 가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독서실 끊었어요.

제가 참 공부를 안했더라구요.

저는 그때까지 Be 동사가 B 동사인줄 알았어요. (A 동사는 어디 간거지..)

고3 때 스케쥴이 딱 이거였어요.

학교 마치고 나면(야자는 좀이 쑤셔서 못함)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독서실 가서 30분 정도 잔 다음에 새벽2시까지 공부하는 패턴이었죠.

이때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기 싫은 날은 시원하게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었기에 모의고사 망해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그게 득이 된거 같았어요.

그냥 꾸준하게 공부했더니 마지막쯤에 거의 인서울도 가능하겠더라구요.

뭐 당연하겠지만 수능은 그것보다 좀 못해서..

어쨌든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다시 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은 천국이었어요.

수업에 안 들어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풍족하지 않아서 술먹고 놀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수업을 제끼고 일용직 노가다를 많이 했습니다.

별별 일을 다해본거 같습니다.

햇빛에 그을려서 도저히 학생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죠.

낮에는 노가다를 그리고 수업 끝난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저녁에는 술을 먹는.. 생활을 하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정신 개조가 많이 됐습니다.

제대할 때는 돌도 씹어먹을거 같았습니다.

근데 아니더라구요.

2학년때도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수업도 3분의 1은 대리출석으로 떼우고, 코딩에는 자신 있었기에 과제는 제가 다하고 그랬습니다.

돈 없이 학교 다닐려니 매사가 걸림돌이라서(특히 연애..) 1년 휴학하고 금형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아차하면 손가락 잘리겠다 싶더라구요.

복학후 3학년이 되니 관심도 없던 대기업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근데 현실이 시궁창이라서 학점이 2점대...

아시겠지만 학점이 너무 낮으면 면접에서 불이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안 좋은 과목을 전부 삭제하고 성적우수자가 추가 이수할 수 있는 학점까지 꽉꽉 채웠습니다.

어째어째 학점이 오르긴 오르더라구요.

학점도 채우고 열심히 준비해서 S전자에 입사하게 됩니다.

사내메신저로 대학동기에게 쪽지를 보내니 놀라더군요.(그 친구는 저와 달리 공부를 열심히 했던 친구..)

어쨌든 입사 후 좋았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었고 급여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근데 한 3년 지나니 그만두고 싶더라구요.

천성이 꾸준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회사 생활이랑 맞지 않는것 같았고,

무엇보다 회사에서의 비전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그때 필요한 시기마다 위기를 모면했는데 살면서 제일 막막했던거 같아요.

회사를 그만두자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것 같고,

계속 다니자니 가슴이 갑갑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주식을 하게 됐는데, 이게 인생의 반전이 될 줄은 몰랐네요.

카페 주인장 요청으로 주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조금씩 만들게 됐는데 이거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퇴근 후에 버닝, 주말에도 버닝해서 퀀트 트레이딩에 입문하게 됩니다.

3년 정도 더 회사 생활하다가 퇴사했습니다.

지금은 퀀트 트레이딩으로 그냥 저냥 먹고 사는 수준입니다.

누가 보면 세상 참 이상하게 산다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 말이 딱 맞더라구요.

'싫어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게 제 천성이고 저에게는 맞는 해답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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