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93

갑과을 작성일 19.10.23 01:31:12
댓글 1조회 2,159추천 0

Channel 1. 로키

 

1624930

 

......”

 

리겔의 떡 벌어진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답답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주설은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나도 나 나름대로 그들의 행동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착잡하다라는 뉘앙스의 동작을 해 보였다.

 

이 씨벌럼덜이 또.”

 

‘Cloudia' 공사장의 가림막에 또다시 표식이 발견된 것이다.

 

새로운 목표를 수립한 뒤에, ‘삼민상단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주제 공원에 쏟아냈다. 프로하기온 영주에게서 받아온 소개장은 깐깐하다는 라스알게티 공무원들의 관행의 장벽을 간단히 뛰어넘게 했고, 프로하기온에서 올라오는 각종 물품들은 블라우 브룩에서 우리의 자금으로 전환되었다. 우리의 행동을 기특하게 여긴 영주는 그녀에게 자신의비단들을 그녀가 독점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면허까지 발행해 주었다. 수수료는 30%였지만, 그가 가진 권세가 보여주는 힘에 비한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었다. 자금은 이곳의 건설사들을 움직였고, 인부들이 운터브룩에서 땀을 흘렸다.

 

단 한 번도 건설업계가 손을 대지 않은 쓰레기 산에 처음으로 전문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파격이 언론사의 눈길에 닿으면서 주설을 위시한 우리 삼민상단은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기에 이르렀다. 물론 중요한 발언은 주설의 몫이었고, 우리는 그저 눈치껏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였다. 말하고 나니 떠오르네, 주설이 극적인 효과를 낸답시고, 스테반 로스차일드의 명함을 실수로 떨어트리는 어설픈 연기는 나조차도 웃음을 참느라 애 쓸 정도로 딱해보였거든. 하지만 그 어설픈 연기 덕분에 이곳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부분은 그닥 웃기진 않았다.

 

이제야 뭔가 제대로 일이 굴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운터브룩의 사람들도 우리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이 없는지 기웃거렸고, 그녀는 건물 짓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이곳을 채워 넣을 아이템을 가지고 오세요.’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과제를 내주니, 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답답이와 영 좋지 않은 추억을 공유했던 막주 좌판의 주모가 제일먼저 과제물을 제출했다. 그녀의 자부심인 막주와, 새롭게 도전하는 청주라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막주를 만들 때, 위에 뜬 물들은 버려왔었는데, 그걸 우연히 맛본 뒤로, 막주와는 또 다른 맛의 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막주는 탁한 색채였다면, 청주는 맑은 물 같은 것이었는데 둘 다 마셔본 바로는 후자 쪽이 더 독했다. 답답이를 제외한 모든 시음자들은 이 두 가지 항목에 만족스러운 점수를 매겨주었다.

 

여기까지는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졌던 것이고...... 문제는 그 반작용이었다. PBRC놈들을 모조리 체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 잔당 놈들이 생각보다 지독한 악바리들이었거든. 언론의 순풍은 녀석들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놈들은 우리의 행보를 가로막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지금의 표식은...... 그 혈안 어린 노력의 일환이라고 봐야겠지.

 

이거 지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말......”

 

답답이는 이제야 좀 안정을 찾았는지 손걸레를 꺼냈다. 우리는 그녀를 필두로 해서, 낙서들을 지워나갔다. 사람들로 하여금 PBRC가 건재하다는걸 알리는건 지금까지 일궈놓은 것들을 흔들리게 만들 것이 분명했기에, 사기 진작차원에서 이것들을 지워야만 했다.

 

..... 근데 이번거는 이전거랑 쪼깐 다른디? 여것 좀 봐보씨요.”

 

리겔이 우리에게 표식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표식의 밑에는 꼬부랑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 공용어로 써놓았네.”

이게 공용어다냐? 워매 하도 꼬불탕으로 써놔가꼬 알아보도 못했어야. 뭐라고 혀놨는가?”

...... 우리가 호......? 호구로 보이냐? 그렇게 써놓은거 같은데?”

무슨 자기 인식을 저렇게 뼈가 시리게 해논댜.”

어 밑에 더 있어요. 장사를 접지 않으면 이 빌.....어먹......을 쓰레기...... 산 맞죠 이거?”

응 산이라고 읽을거야. 잠깐만.”

 

나는 답답이의 멘트를 받아 마저 읽어 내려갔다.

 

산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 뭐야? 쓰레기 산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데?”

뭐여?”

 

 

 

 

 

 

 

Channel 2. 아이리스

 

1624930

 

요 며칠 PBRC들이 극성을 부리긴 했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 시기적으로 영 좋지 않았어요. 우리 필그림들은 내일 PBRC사건의 1심 선고를 보러 가야했고 거기에 오늘은...... 스테반 로스차일드씨가 격려차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여러 가지 일들을 앞둔 터라 우리는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이 눈치없는 작자들은 상대가 어떠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따윈 쓰지 않는 다는 듯, 막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기사...... 아쉬운 쪽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겠죠? 우리는 9월 말 10월 초라는 시기가 무색할 정도로 땀을 흘려가며 표식을 지웠고, 로스차일드씨가 도착하기 전에 후다닥 몸을 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큰일 앞두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입니다.”

 

스테반 로스차일드씨는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주설씨와 악수를 나누었어요. 그의 눈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그녀의 머리칼에 잠시 잠깐 머물렀다가...... 주설씨의 눈을 보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아유 뭐...... 파리 날리는 것 보다는 훨났쥬.”

허허 참, 주설씨는 이런게 참 마음에 들어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생각을 해야되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파이팅이 잘 없거든. 그냥 바빠서 죽겠다 죽겠다 하는 소리만 들으면서 살다보니까 이런 파이팅 넘치는 소리가 신선하게 들린다니까요.”

어르신, 차라도 쪼깐 하시겄습니까?”

아이고 아니에요! 오픈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눈치 없이 주는 대로 덥석덥석 받아마실 수 있나요? 그냥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하던 일 하세요.”

에이, 뭐 술도 아닌데 괜잖지 않겄어요?”

...... 그럴까요? 술도 아닌데?”

 

...... 저 기품있는 태도와, 그 속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 감각 보여요? 역시 1인자의 여유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어디 사막 먼지 풀풀나는 촌뜨기는 백 만년을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할거에요. 어쨌거나, 리겔의 드립조차도 받아주는 그의 면모에 리겔씨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후다닥 가서 찻잔을 내왔습니다. 저도 이때만큼은 그를 도와 찻물을 내렸어요. 후줄근한 임시 사무소에는 이윽고 우아한 찻내음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어요.

 

어떻게 사업 준비는 잘 되가고 있습니까?”

걱정해 주신 덕분에 악셀 풀로 땡기고 있쥬.”

허허, 비유가 재미있군요. 악셀을 풀로 댕긴다라....., 이런 멘트 욕심나는데...... 저도 나중에 어디 가서 인용 좀 해도 되겠습니까?”

돈 안드는 말인데유 뭘, 글고 저희야 어르신이 쪼깐한 거라두 저희 거를 이용해 주신다믄 그만한 영광이 어디있겄어유.”

에이, 저같은 한낱 늙은이가 뭐라고 영광까지야.”

 

말은 그렇게 해도, 주설씨의 멘트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에요. 스테반 로스차일드씨와 주설씨의 찰떡 호흡 덕분에 새벽에 있었던 일들이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주제공원으로 사업을 전환하셨다던데.”

예예. 어르신께서 백화점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구 하셨잖아유. 우리두 나름 머리맞대고 논의를 해보니까. 요즘 시국도 그렇구...... 적극적으로 검토한번 해봤어유.”

솔직히 말해서, 조금 생소했거든요. 이곳에서 돈 벌 분야는 어지간하면 다 해봤다고 자부했는데, 그런 종류의 업종은 난생 처음인지라. 이번에 한 번 배워볼까 해서 방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뭘 하는 사업인건가요?”

 

로스차일드씨의 질문에 그녀는 자신의 사업 개요를 설명해주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그녀의 말끝을 따라하며 그것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사를 하는 등, 그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찌보면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해요. 대륙 최고의 거부라는 사람이, 일개 모험사업가의 말을 오롯이 집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돈 버는 것이라면 이골이 날 만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 해주어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륙의 뉴스에 오를 만큼의 권위를 쌓아올린 사람이 겸허하게 자신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이는 게 말이에요. 그가 스티비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소탈한 모습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Channel 1. 로키

 

늙은 구렁이는 거짓된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샀고, ‘필그림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헤헤거리며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미주알 고주알 다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기가찼다. 아주 그냥 서까레까지 죄다 뽑아서 가져다 바칠 기세가 아닌가. 지켜보는 입장으로선 열통터질 노릇이었지만,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가증스러운 혓바닥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산 이상, 내가 나설 자리는 없었다. 공연히 나서봤자 상황은 상황대로 바뀌지 않고, 내 입장은 입장대로 난처해지기만 할 뿐이다.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상황에 더욱 기름을 끼얹는건 답답이었다. 그 녀석은 필그림들 중에서도 특히나 열성적이었다. 그의 작은 손가락질 하나에도 거의 혼이 나갈 지경이었거든. 그때 내가 해시시 쇼크로 쓰러졌을 때, 나를 돌보던 그녀에게 그의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폭로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 멍청한 여자야...... 이 남자가 너의 수양어미를 죽게 만든 흑막이란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대충 분위기를 맞춰주며 영혼 없는 웃음을 흘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정한 마음이 망가지면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서는 딱히 후회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지독하게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이런 감정을 몰랐더라면.......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던가? 이 늙은 구렁이도 단 한 순간, 디뎌선 안 될 자리에 발을 올려버리고 말았다.

 

아 그런데 말이에요. 이곳에 오면서 공사 가림막에 뭔가가 그려져 있던데....... 그게 뭔가요? 가림막 그림 치고는 제법 전위적인 것 같던데

“.......”

 

표식을 말하는 것일까? 이런 추측은 나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 좋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싸늘함에 당황한 그는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냐?’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이제야 이 짙은 최면의 독무에서 나올 타이밍이 잡혔다. 나는 그들에게 더욱 착잡한 마음을 주고자 한마디 거들었다.

 

혹시 그 그림 어디에서 발견하신 겁니까?”

............ 어디였더라? 공사장 입구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50피트 떨어진 곳에 있던데......”

아이고 저런......”

 

나는 마음에도 없는 탄식을 흘리며, 그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분위기를 망칠 타이밍을 잡았다.’는 짜릿함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가면서 표식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그의 얼굴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 개놈의 자식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거군요.”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개연성이 높다는게 우리의 결론입니다.”

 

그는 답지않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탄식을 토해냈다. ‘필그림들은 자신의 곤란한 처지가 공감 받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꽤나 좋다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능구렁이가 비속어를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당황을 감추기 위한 술책으로 보였거든, 그만큼 이번 일은 그의 의표를 찌른 것이 분명했다는 반증이다.

 

천벌을 받아도 시원찮을 것들...... 귀신은 그런 놈들 안 잡아가고 뭐하나 모르겠군요.”

귀신은 안 잡아가도, 기사단들이 글겅이질을 해 갔으니 뭐가 나와도 나오지 않겄습니까?”

맞아요 맞아. 대부분은 잡혀들어갔고 이제 재판을 앞두고 있으니, 잔챙이들이 설치는건 그냥 그러려니 해 둡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봐야....... 뭐 지렁이겠지만요.”

 

 

 

 

 

 

 

Channel 2. 아이리스

 

스테반 로스차일드씨는 어두침침한 화제는 그만하자면서, 자신에게 주제공원의 면면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누구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죠. 여행의 가이드는 저와 주설씨가 나서기로 했습니다. 로키군과 리겔은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라는 말을 하곤 사무실 문을 닫았어요. 이제 저와 주설씨의 차례에요.

 

저희는 스테반 로스차일드씨와 함께 주제공원을 입구부터 찬찬이 돌았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주제는 바로 라스알하게의 문화 체험이었어요. 아무래도 소재가 워낙 특별하다보니, 로스차일드씨는 풀포기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모든 것을 오롯이 자신의 눈에 담아갈 기세였습니다.

 

, 저건 과녁인거 같은데.”

잉 맞어유. 여근 라스알하게의 활을 쏘는걸 체험하는 코너로 계획하고 있쥬.”

...... 저게 바로.”

, 라스알하게의 특산품인 각궁이에요. 대륙의 활과는 달리 이 활은 소의 뿔을 얇게 자른 것을 활용하는데, 탄성이 나무보다는 훨씬 더 좋아서 크기는 작아도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하더라구요.”

호오, 신기하네요. 이 작은 활로 그렇게 멀리 날린다는거죠? 한 번......”

쏴보셔유. 여그 화살도 있으니께.”

 

로스차일드씨는 처음 본 물건을 만지는 아기처럼 활과 화살을 만지작거렸어요. 어찌나 그 모습이 어설프던지, 주설씨가 나서서 그의 자세를 코치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나름 라스알하게 이족의 일원이었던 터라, 그녀의 코치는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파고들었고, 수 분이 지나지 않아 로스차일드씨는 그래도 어찌어찌 궁사의 폼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오른짝 눈 감으시고...... 숨 한 번 들이마시고...... 쏘세유!”

!”

명중이에요!”

허허 참! 이거 코치대로 따라가니까 이렇게 쉽게 되네요.”

어르신이 제법 소질이 있는 편이네유. 쪼깐만 더 연습허믄, 쩌기 미간 맞추는 거는 일도 아니겄네유.”

아아, 저기 동물의 미간이 과녁의 중앙인가보네요?”

, 라스알하게선 과녁을 동물 형상으로 놓구다 허쥬. 아무래두 활로 사냥을 해묵고 사는 사람이니께......”

 

그녀는 스테반씨에게 라스알하게식 궁도의 매너 몇가지를 알려주었어요. 한 번에 50발을 쏘는데, 왕과 같은 경우는, 49발을 명중 했을 경우, 마지막 한 발은 일부러 다른데다가 쏜다는 것 같은걸 말이지요. 50발을 모두 명중시키면 사람이 좀 겸손함이 없다고 여긴단다나? 아무튼 그 부분은 저도 처음 듣는 부분인지라, 저도 로스차일드씨와 마찬가지로 흥미롭게 그녀의 말을 들었답니다.

 

야 이거 참 재미있는데요? 이렇게 일적으로 오는게 아니라, 나중에는 활 한 번 쏴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한 번 와야겠어요.”

하하, 좋게 봐주셔서 고맙구먼유. 저희야 언제든 환영이니, 언제든 편할 때 오셔유.”

 

국궁장을 뒤로하고, 우리는 주제공원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았습니다. 라스알하게의 관청을 꾸며놓은 곳을 보기도 하고, 줄타기며, 접시돌리기며 각종 묘기를 선보일 큰 마당도 살펴보았어요. 그 모든 것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니, 저는 이 사업이 성공하겠구나.’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잘 되거에요. 분명히 말이지요.

 

그리고 모든 것들을 관람하고 스테반 로스차일드씨는 이제는 다음 일정을 가야한다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주설씨를 위시한 우리 모두는 공손하게 로스차일드씨의 손을 맞잡으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그는 우리의 어께를 두드려주면서 격려의 말을 해주었어요.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지만, 원래 좋은일에는 마가 끼는 법이니, 너무 염려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도움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물심양면으로 도와 드릴테니, 언제든지 찾아주십시오.”

알겄습니다. 어르신, 기왕이믄 좋은 소식만 가지고 찾아 뵐게유.”

 

 

 

 

 

 

 

Channel 1. 로키

 

1624102

 

아침부터 필그림들은 부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이 1심의 선고가 있는 날이거든. 나는 눈을 뜨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향했다.

 

어따? 늦게 인났다잉?”

 

언제 일어났는지 리겔은 양치를 하며 내게 알은체를 했다. 녀석의 붉은 머리칼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아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난 평소에도 이 시간에 일어나.”

시방 시국이 어느 땐디 평소대로 인나고 그러냐. 평소보담 두 세 시간은 일찍 인나야제.”

지금...... 여섯신데?”

뭐든.”

 

내 말을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는지, 리겔은 어께를 으쓱하면서 입안의 치약을 뱉어냈다. 나는 잠도 좀 깰 겸, 문설주에 기대서 녀석의 양치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굳이 말 안혀도 잘 생긴 거 알아야.”

뭐래 미친놈이.”

 

리겔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면서 목욕탕을 나갔고, 나는 뒤이어서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왔다. 확실히 어제 지배인에게 말해두길 잘 한 것 같다. 나는 머리카락에 비눗물을 묻히면서 나름의 명상을 했다. 아무리 바빠도 할건 해야지. 이 행동은 일종의 루틴인데, 내가 그들에 속했던 시절, 우연히 이런 행동을 하고나니 의뢰를 멋들어지게 끝내버렸거든. 그 이후로, 이걸 안하면 뭔가 하루가 찝찝하게 시작되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하게 되어버렸다.

 

안그래도 오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개운하게 시작해서 나쁠 일은 없을 듯 싶다.

 

 

 

 

 

 

 

Channel 2. 아이리스

 

아침 일찍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리니 벌써 여섯시 반이에요. 나름 일찍 준비한다고 했지만 머리말리는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요. 하아....... 머리를 잘라야 하나? 하지만 단지 불편하단 이유로 머리를 잘라버리면, 그 아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함부로 머리에 손도 못 대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보다 더 길지도 짧지도 않게 다듬는 게 고작입니다.

 

여자로 산다는 건, 확실히 보통일은 아니에요.

 

식사하러 얼렁 나와유.”

. 거의 다 됐어요.”

 

주설씨의 재촉을 받으며 응접실로 나오니 따끈한 김을 내뿜는 스프와 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찍 일어난데다, 부산스럽게 움직였던 반작용이었던 걸까요? 저는 후다닥 자리에 앉아 빵을 찢어서 스프에 찍어서 입안에 우겨넣었습니다. ...... 갓 구운 빵이라 그런지 입안에서 녹아 내리네요 녹아내려.

 

준비들은 다 혔어?”

. 인자 옷만 챙겨 입으면 끝나부러.”

 

리겔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쓱쓱 닦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아까 제가 했던 것처럼 빵을 찢어서 입안에 쑤셔넣었습니다. ....... 설마 제가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은 건 아니겠죠?

 

로키군은?”

갸는 인자 씻으러 갔는디? 원래 먼저 온 넘이 임잔께 얼렁 먹어버리자고.”

 

리겔은 게걸스러운걸 넘어서, 우악스럽게 빵과 스프를 흡입하더군요. 운터브룩에서 신세졌을 때 사용했던 청소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정말 로키군 것도 다 먹어버리는거 아니에요?

 

어지간히 퍼먹네 퍼먹길.”

먹는게 남는거여. 글고 중요한 대사를 치르러 가는디, 배가 든든혀야제?”

대사를 니가 치르냐? 나랑 주설씨가 치르지.”

아 거시기 준비는 다 혔냐?”

 

 

 

 

 

 

 

Channel 1. 로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십시오.”

 

경위의 말에 법정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판사는 자기 자리로 걸어와 착석했다. 그녀가 착석하자마자, 경위는 우리에게 자리에 앉아달라고 말했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나는 슬쩍 답답이와 주설을 건너다보았다. 얼핏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매우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라스알게티 북부 지방 법원 1624 고단 2602호 특수 폭행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피고인 출석했습니까?”

예 출석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 모두 출석하였나요?”

예 출석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피고인석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판사의 말에 PBRC의 개들이 피고인석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어께를 건들거리며 피고인석에 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인지라, 얼굴이 조금은 일그러져 있었다.

 

피고인은 본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인 그리고 재판관의 심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피고인 데네브 맞습니까?”

“........”

 

피고인들의 대표로 보이는 이가 담담하게 답변을 했다. 판사는 어차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피고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검사를 바라보았다.

 

검사는 기소 요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피고인 데네브는 이른바 ‘PBRC'라고 불리는 극우단체의 일원으로, 1624831일 블라우 브룩에서 인종혐오 집회를 하던 도중 그곳에 소재하고 있는 ’The Cloud'의 직원 겸 주주 에바 테펠리나를 다수의 회원들과 폭행하고 ‘The Cloud’의 시설 및 집기를 일부 파손하였습니다. 이 일로, 피해자는 안와 골절 등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게 되었고, 'The Cloud'2주간 영업을 하기 어려워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51항과 형법 제 261, 366, 368, 369조에 의거하여 기소하는 바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 집회 및 시위의 금지, 형법 제 261: 특수폭행, 형법 제 366: 재물손괴, 형법 제 368: 중손괴, 369: 특수손괴)

 

검사의 기소에 답답이와 주설은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봤지만...... 나라고 뭐 아는 바가 있겠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IATP에서 교육사회학이 아니라, 법학을 선택할 걸 그랬다. 나는 혹시.....?’하는 마음으로 리겔을 바라봤지만, 녀석도 백지상태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름 우리 중에서 기사단 신세를 제일 많이 졌을 텐데도 불구하고 녀석도 아는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 큰 죄를 지었다는 거겠지 뭐.

 

혼란에 빠진 것은 데네브라고 불린 PBRC의 끄나풀도 마찬가지였나보다. 그래도 녀석은 우리보단 사정이 조금 더 나아서, 바로 옆의 변호인에게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 조항에 대해서 이것저것 캐묻는 모양이었다. 녀석에게 기소 요지의 뜻을 풀어주는 변호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무래도....... 형량이 제법 세게 나오는 모양이었다.

 

피고인은 기소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제가 그날 블라우 브룩에서 저...... 여자와? 그렇게 표현해도 되죠? 저 분......과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당하게 신고를 한 집회에 저 여자가 무리하게 난입해 들어와서 회원들을 도발하며 충돌을 유도한 것입니다. 또한 저희는 'The Cloud‘가 저 분들의 소유인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한 일들에 있어서 고의는 없었습니다.”

 

재판이 시작됐다는 것이 실감됐는지, 녀석은 판사의 질문에 굽신굽신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검사의 기소요지를 평가절하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던 저 악마 같은 놈들이 저렇게 맥을 못추는 걸 보니, ‘법의 심판이라는 것도 믿어볼 만은 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알 샤인이 그렇게 법타령을 했던 걸까?

 

이어서 증거조사를 하겠습니다. 검사측, 증인 및 증거 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소인 에바 테펠리나와 주설의 진술서, 목격자 아모개의 진술서, 피고인에 대한 검사 및 기사단이 작성한 신문조서, 에바 테펠리나의 상해 진단서, ‘The Cloud’의 수리 견적서를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변호인은 검사가 제출한 증인과 증거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판사의 말에 변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름하나 없이 말끔한 재킷과, 그 위에 동동 떠 있는 어두운 얼굴이 묘한 이질감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소인의 진술서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동의합니다.”

검사측은 추가로 신청할 증거가 있습니까?”

, 피고인 측이 고소인의 진술서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고소인 에바 테펠리나와 주설, 그리고 목격자인 아모개를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변호인은 신청할 증인 및 증거가 있습니까?”

, 저희는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같은 단체 회원 제이콥, 고소인에 대한 증언을 해줄 클라허 타히 코퍼레이션의 이요브, 피고인에 대한 증언을 해줄 알비레오, 'The Cloud'의 건물에 대한 증언을 해줄 나자렛 요슈아를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증거로는 제이콥의 학생기록부 사본과, PBRC 홍보물 사본, 그리고 ‘The Cloud'가 있는 블라우 훈의 건축물 대장 등을 신청합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및 증거를 모두 채택하겠습니다.”

그리고 재판장님. 검사측이 제시한 증거자료 일체와 진술조서의 열람을 요청합니다.”

인정하겠습니다. 이것으로 1차 공판은 마치고, 2차 공판은 10910시에 본 법정에서 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Channel 2. 아이리스

 

검사님은 재판에서의 승리에 대해서 강한 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는 기사단이 간만에 한 건 했다.’라면서, 이번에야 말로 라스알게티의 골칫거리인 PBRC를 완전히 뿌리 뽑아버리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죠. 검사님은 우리에게 109일 공판이 끝나면 술 한 잔 하면서 회포나 풀자고 말한 다음, 검찰청으로 들어갔습니다.

 

저거...... 믿어도 되겄쥬?”

일단은 믿어봐야죠. 저렇게 강하게 확신을 하고 계신데요.”

 

검사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설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로키군과 리겔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리겔은 다짜고짜 검사님에 대한 칭찬부터 하더군요.

 

아따, 검사양반이 말씀 한 번 시원시원 하게 하드만. 나가 고놈 새끼들이었음, 담 공판 때 찰 귀저기 부터 주문 허겄소잉.”

고생했다.”

 

겉만 번드르르한 리겔의 말 보단, 담백한 로키군의 말에 더 큰 위안을 받았고, 저희는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식사라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너무 일찍 먹어버린 터라, 정오도 안되서 배가 쑥 꺼져버렸거든요. 법원이 있는 구트 그라스는 제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라 이곳 지리는 빠삭하니 제가 식당을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이거 졸업도 못하고 끝나버린 대학생활이지만, 그래도 나름 추억이 어린 곳을 가노라니 마음 한켠이 푼푼해 지는 것 같았어요

 

이야 이거 타이밍 좋은디유?”

그러게요. 하마터면 이대로 쫄딱 젖어버릴 뻔 했어요.”

 

구트 그라스 언덕에서 제가 다니던 학교로 내려가는 길에 하늘이 꾸릉거릴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먼지잼 정도겠거니 했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이곳 파전집 문설주를 넘자마자 장대비가 솨하고 쏟아졌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정오에 파전집이라,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운치는 있는 정경이지 않나요?

 

어서오세요.”

이모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아이리스 아냐? 통 안 보이길래 휴학 했겠거니 했는데...... 이제 다시 복학 하는 거야?”

아뇨 뭐......”

? 왜 이리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자퇴라도 하려고?”

...... 그렇게 됐어요. 하하.”

에그...... 학교다닐 때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고 그러드만, 무슨 일이래 대체......에휴 뭐. 그래. 학력이 밥먹여주냐? 그까짓 졸업장 없어도 이모 봐봐. 얼마나 잘 사냐?”

아유 그럼요. 저도 이모님 보고 시원하게 자......”

됐어 이 녀석아. 보아하니 일행분들인거 같은데, 얼른 자리에 앉기나 해.”

 

파전집 이모님께선 괜히 제 마음이 불편해지지나 않을까, 얼른 화제를 바꾸며 우리에게 자리를 권해주셨습니다. 저희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파전과 술을 주문했습니다.

 

단골집인가봐?”

그런 셈이죠. 학교 다닐 때 여기에서 파전 많이 먹었는데......”

어휴 파전을 먹기만 했어? 이보셔들, 아이리스하구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웬만하면 술은 먹이지 않는게 좋을거에요. 얘가 학교 행사 쫓아다니면서 여기 길바닥에 얼마나 파전을 많이 만들었......”

어휴! 됐어요 됐어!”

 

이모님의 장난스러운 일화에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우기 전에, 저는 손을 저어가며 얼른 이모님을 보내버렸습니다. ..... 하마터면 지금도 자다가 이불을 걷어찰 일화들이 한가득 쏟아질 뻔했네요.

 

길바닥에 파전을 만든다고?”

아니에요!”

 

저는 필그림들이 더 관심을 갖기 전에 얼른 정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에 대해 더는 말을 못하게 함과 동시에, 얼른 파전을 쭉쭉 찢어 그들의 앞접시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눅눅해지기 전에 얼른 먹어요.’라는 말과 함께 말이지요. 비를 피하려 온 게 컸지만, 그래도 이곳에 온 건 좋은 선택이었나 봅니다. 주설은 물론이고 리겔과 로키군은 파전의 바삭거리는 식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거든요.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제가 고른 메뉴를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걸 보니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드는거있죠?

 

그래 뭐...... 잘 되겄제. 검사들이 괜히 검사들이겄냐? ..... 고시원에 쳐 박혀서 법전 딸딸 외우던 양반덜인디 어련이 알아서 잘 쳐넣것지.”

 

리겔이 파전을 먹으며 말하는 동안, 로키군은 묵묵히 파전을 집어먹기만 했습니다.

 

그려...... 인자는 그짝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는거 같어. 듣다보니께, 갸덜이 위반한 법령이 음청 많드만, 집회.....그거랑 형법...... 막 뭐라고 허던디? 하여간 법을 그렇게다가 존나게 어겨놨는디, 눈에 불 켜고 갸들 잡아 넣을라고 혈안 된 사람덜이 가만이 두간?”

 

주설씨도 거드는 동안 로키군은 입을 닦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도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그쪽도 내놓은 증거와 증인은 많아.”

아따 니는,,,,, 매사를 고런식으로 봐야 쓰겄냐? 물이 눈 앞서 딱...... 거시기하믄 일단 노부터 꺼내야제. 젓으라는 노는 안 젓고 맨 후진 기어를 갖다 박으면...... 속이 시원 허냐?”

딴지를 걸자는 게 아니라,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거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음마? 이놈새끼가 눈 땡그렇게 뜨는거여? 아야, 그럼 우리 내기 한번 해볼텨? 나는 그 새끼덜이 깜방 간다는디 니는 그 새끼덜이 풀려난다는디로...... 밥내기 어뗘?”

내가 이겨봐야 분위기 초상집 될텐데. 그런 내기는 하지 말지. 나도 그놈들이 잡혀가길 바라는 쪽이니까.”

 

로키군의 만류에도 리겔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건지 계속해서 그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고, 저와 주설씨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법정에선 그렇게 떨었는데...... 그때의 일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결국 리겔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며 파전을 씹었고, 로키군은 술을 기울였습니다.

 

함께할 사람이 있고, 함께 먹을 식사가 있고, 함께 마실 술이 있으며, 그 가운데 온 누리를 덮는 빗줄기까지...... 간만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작은 휴식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저기 무슨 연기 같은 게 나는거 같은데? 어디 불이라도 났나?” 

갑과을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