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82

갑과을 작성일 19.03.28 01: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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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주설은 블라우 브룩의 점포로 들어가자마자, 작정한 듯이 자기 그릇들을 깨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답답이가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의 의중을 알아차린 리겔이 답답이를 막아섰다.

 

뭐혀? 니들두 얼른 도와!”

알았다.”

 

나는 주설과 합세하여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 순식간에 가게 안은 쑥대밭이 되었고, 그릇이 비어가는 만큼, 그것들이 박살나는 소리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 나도 나지만, 그녀는 문자 그대로 최선을 다해 물건들을 박살냈다. 한동안의 소란 끝에 더 이상 박살낼 물건이 남지 않자, 그녀는 사금파리를 잡아 자신의 몸을 그어댔다. 사금파리가 손과 몸에 박혀 더 이상 잡을게 없어지자 자신의 머리로 벽을 찧어댔다. 이윽고 그녀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강요는 안하겄다마는...... 현장감을 위해선 니들도 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어쩔거냐?”

어쩌긴 뭘 어쪄. 주사장이 한다는디 당연이 해야제라.”

 

리겔은 두말할 것 없다는 투로, 남은 도자기 그릇을 잡아 자신의 머리에 내리쳐버렸다. 무식하리만큼 충직한 녀석의 액션은, 머리가 터져 피분수가 솟구치는 것으로 그 결실을 맺은 듯 했다. 리겔의 이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는 매장 곳곳에 흩뿌려져, 살풍경을 이루었다. 언 듯 본다면, ‘휠맨들 중에 데코레이터들이 손을 본 것이 아닐까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나는 어떻게 했냐고? ‘삼민상단에서 나의 입지는 엄밀히말해 주주였기 때문에, 리겔만큼 충직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럴 의지가 없기도 했고 말이지. 나는 그저 바닥에 떨어진 사금파리를 집어, 내 얼굴에 몇 가닥을 죽죽 그었을 뿐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상처나는 건 매 한가지니까...... 그 정도면 됐지 뭘.

 

답답이는 우리 셋이 벌이는 자해극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런걸 보면...... 답답이라는 별명은 잘 지은 것 같기도 하다. 녀석으로서는 지금 우리 셋이 하는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순간 만큼은 그녀는 철저하게 타자화 된 것 같았다.

 

대체...... 뭘 하는거에요.”

인자 이만하믄 된 것 같은디? 아야, 피 굳기 전에 얼렁 신고혀라와.”

......?”

그려, PBRC 넘덜이 우덜 가게에 난장을 놔났다고 혀야 할거 아니냐.”

 

 

 

 

 

 

 

Channel 2. 아이리스

 

소식을 들은 알샤인 형사님은 한달음에 우리 가게로 달려와 주었습니다. 그는 함께 온 감식팀에게 증거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뒤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왔지요.

 

지독하게 당한 것 같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로스차일드의 파티를 다녀오고....... 가게 한번 살펴볼라구 문을 열었는디......”

 

주설씨는 울먹이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와 정말...... 어쩜 저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줄줄 늘어놓을 수 있을까요?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너무나도 호소력이 짙은 나머지, 전후 사정을 전혀 몰랐다면, 그녀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녀의 처연한 몸짓과 말투는 불쌍한 사람들의 코제트가 한 수 접어줄 정도였어요. 거짓이 진실을 덮는 현장을...... 저는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녀의 거짓을 윤색하고자, 리겔과 로키군은 구석에 앉아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토해냈어요. 정말...... 저럴때는 한심하다 싶을 정도로 쿵짝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 PBRC놈들이 이런 식으로 테러를 벌이는 것은 처음이군요. 그동안은 집회 날만 치안에 신경을 쓰면 된다는 것이 지능범죄과의 분석이었거든요. 이번 일이 극우집단 테러양상의 다각화를 의미하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나쁜 넘덜이 나쁜 짓 허는디 택일을 하고 하겄어유? 아고고고......”

 

주설씨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 알샤인 형사의 머리에 자라날 의심의 싹을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알샤인 형사는 그녀를 부축하면서 동료 형사에게 마실 물을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주설씨에게 물을 먹이면서 어찌나 조심스러워 하던지...... 이스트민스터의 피에타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증거 수집 끝났습니다.”

어 그래요? 고생했어요. 이만 가보도록 하죠.”

 

감식반을 돌려보내면서, 알샤인 형사님은 우리에게 사건정황에 대해 파악을 해야 하니, 몸이 회복되는 대로, 경시청에 방문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 말을 기다려온 주설씨는...... 끙끙 앓으며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Channel 1. 로키

 

162486

 

우리는 병원에서 떼어온 갖가지 진단서를 들고 라스알게티 수비대를 찾았다. 수비대 청사는 The Cloud가 있는 블라우브룩과 그닥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로열 퓨너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우리에 있을 때엔 이런 곳과는 가급적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프로하기온 때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두 번째로 방문을 해보고 느낀 점이라면....... 그래도 역시 수도는 다르다는 거? 프로하기온 수비대 청사는 비좁은 공간에서 오는 특유의 복닥복닥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뭔가 정갈하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워터프런트 역사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면 되겠군.

 

이런 나의 감상이 단순히 내 개인적인 심증에서 확신으로 굳어지는 건...... 사람들의 복식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프로하기온 수비대의 내근기사들은 잔뜩 헤진 가죽자켓을 착용해 억세고 강단 있는 이미지였다면, 이곳의 내근기사들은 프로하기온의 마초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저런 샌님들한테 우리의 요원들이 잡혀있다고.....?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서 오세요. 몸은 좀 괜찮습니까?”

예 걱정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많이 괜찮어졌어유.”

 

알샤인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의 책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서류들이 쌓여있었다. 이 서류에 우리의 서류가 더해질 것이다.

 

...... 잠깐 살펴볼까요? 아이고...... 두부열상에...... 전신 타박상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하셨습니다.”

그래두 하날이 도와서 초상은 면했구먼유.”

그래도 재산상의 손해가......”

 

주설이 알샤인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끄는 동안,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핑계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내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나와 주설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다름 아닌 기사단의 유품 소지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수로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품소지자를 찾아 내냐고?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 일은 몇 달 전 주설이 자신 몫의 유품인 쉐다르를 각성한 것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주설의 아비 클라우드에게서 니할의 사용방법에 대해 배운 뒤에 현실세계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쉐다르로 거하게 사고를 친 주설과 마주쳤다. 그때 나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참이기에 정확하게 쉐다르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물건을 보자마자 그것이 니할과 동류의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었지...... 그때는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을 했지만, 실제로 냄새가 난다기보다는, 같은 유품 상속자들 사이에 일종의 공명현상이 발생하고, 그걸 감지한 게 아닐까 하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이곳 경시청을 돌다보면, 분명 그때 느꼈던 것과 동일한 공명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그걸 감지한다면...... 기사단 쪽의 유품소지자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알샤인은 오늘을 위해 우리가 준비한 패였던 거고.

일단 대 신민 행정 공개라는 명분하에, 관공서 이곳저곳이 일반 신민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외부인사가 경시청을 돌아다니는 데는 일정정도 한계가 있다. 나는 그래서 화장실 칸에 들어가 가방 속에 미리 챙겨두었던 청소노동자 복장으로 환복을 했다.

 

...... 그럼 시작해 볼까?”

 

 

 

 

 

 

 

Channel 2. 아이리스

 

162486

 

밥먹게 나와.”

“.......”

, 리겔 밥먹게 나오라구!”

“.......”

!”

 

리겔이라는 사람은 말이죠...... 알면 알수록 사람 복창 터지게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아까 전만 하더라도 식사는 언제 나오냐, 배가 고파 죽겠다고 사람을 그렇게 달달 볶더니, 정작 식사가 나오자마자 신문을 펼쳐들고 나몰라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저런 식으로 나올거면 처음부터 신문을 보던가...... 이쯤 되면 일부러 저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몇 차례 그를 더 불렀지만, 리겔은 묵묵부답이었고, 아침부터 이 사내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진을 빼고 싶지 않아서, 저는 식기구를 갖추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 시벌 간밤에 또 일이 터졌구만.”

“.......”

경찰 이 호로새끼덜언 그 많은 세금을 어따가 처묵고도 요런 미친넘 하나 못 잡아서 이 난리 브루스를 추게 만드는거여.”

“......”

아야, 니는 사람이 말을 허는디 돌아오는 리액션이 없냐.”

너는 뭐 내가 말 할 때 콧구멍으로나 들었냐?”

“......에휴. 말을 말자 말어.”

 

리겔이 투덜대며 신문을 내려놓는걸 보노라니 퍽 고소해졌어요. 그건 그거고, 신문은 신문이니 저는 그가 내려놓은 신문을 펼쳐보았습니다.

 

“......! 이게 다 뭐야?”

 

신문 1면에는 갈기갈기 찢겨졌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시신이 가로수에 걸려있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습니다.

 

설마 저거....... 사람 아니지?”

아따 즘생이믄 1면에 싣리겄냐?”

왜 화를 내고 난리야. 짜증나게......”

 

저는 포크를 내려놓고 신문의 내용을 찬찬이 읽어보았습니다. 기사의 요지는 간단했어요. 몇 달 전에 이 도시에 출현한 연쇄 살인마가 아직도 살인행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오늘 그 73번째 희생자가 발생했고요.

 

아야, 진짜 로키넘네 식구들 짓거리가 아닌게 확실한거여?”

본인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 그런거겠지...... 그에 따르면 하샤신들은 저렇게 일관된 시그니처를 남기는 일은 잘 없다고 하더라구.”

 

시그니처가 뭐냐구요? 이 살인자가 유명해진 것은 바로 그 시그니처 때문이니 언급을 안 할 수가 없겠군요. 이 살인마는 누군가를 살해하고 난 뒤에는 항상 피칠갑이 된 가면을 시신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대체 왜 가면을 놓아두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이런 행동 때문에 그는 가면살인자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혹자는 살해된 피해자를 희화화 하는 악마적인 행동에 초점을 두고 아르트고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지만 당사자가 어느 쪽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지는 알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희생자는 누구래?”

 

 

 

 

 

 

Channel 1. 로키

 

기세좋게 시작하긴 했지만, 발품을 파는 건 확실히 쉽지 않았다. 몸은 열기로 덥혀져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이따금씩 모자를 벗으면서 그 속에 감춰둔 건물의 설계도면에 표시를 해놨지만, 이젠 더 표시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젖어버렸다. 이다지도 운이 없을 수가 있을까? 웬만한데는 다 뒤져보았는데 유품소지자는 기척도 없었다.

 

에이씨...... 여기도 허탕이라 이거지?”

 

나는 조심스럽게 모자를 벗어 설계도를 확인했다. 지상 9층부터 시작된 나의 여정은...... 지하 3층까지 내려온 지금까지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보자, 이젠 정말 둘러볼 만한 곳은 다 둘러본 거 같은데?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 감사합니다.”

이것 좀 드시면서 일 하세요.”

 

내가 딱해보였던지, 지나가던 수비대원 몇이 내게 인사를 건네면서 종이컵을 건넸다. 거기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커피가 들어있었다. 내 동료를 잡아간 수비대원들에게 호의를 받는 다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이었지만, 내 세포하나하나는 의미 없는 대의명분에 목을 매지 말자.’라고 강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껄 원한다는데 별 수 있는가? 나는 목울대를 울려가면서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혀끝은 씁쓸했지만, 머리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이 정도로 둘러봤는데도 소득이 없다면, 유품 소지자는 이곳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지. 일단 떠오르는 가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오늘이 녀석의 비번일이라는 것. 수비대의 업무 특성상, 교대근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녀석과 마주칠 확률은 1/3이었던 셈인 거지. 다른 하나는...... 이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인데, 애초에 수비대엔 유품 소지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근데 그럴 수가 있나......? ‘유품 소지자들이 가진 유품이 자유길드의 전통과 결속이 된 것이라는데...... 대표적인 자유길드의 하나인 수비대에 유품 소지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이!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 잠깐 쉬고 있었습니다.”

증거 보관실에 소방시설이 오작동한 모양이니까. 얼른 그곳으로 가봐.”

 

제복을 입은 수비대원이 내게 와서 나의 게으름을 지적하며 열심히 일할 것을 독려했다. 참나...... 기가 차는구만, 모르긴 몰라도 내가 이 건물에서 오늘 통산 제일 열심히 일 한 사람일걸? 인간은 이래서 문제다. 자기 눈에 일하지 않으면 그냥 농땡이를 피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많거든. 이 무슨 터무니없는 자기중심성이란 말인가. 보존개념이 없는 신생아들에게서 의식수준이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저능아들이 이곳에서 수비대랍시고 껄떡거린다니, 이 대륙의 안보가 상당한 수준의 위협에 노출되어있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 무능한 꼰대가 내게 의도치 않게 도움을 하나 주긴 주었구먼, 증거보관실을 생각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일개 청소부로 분장을 한 내가 그곳을 갈 명분이 없었던 차였는데, 이 양반이 걱정 말라며 당당하게 출입할 수 있는 명분을 건네준 셈이 아닌가...... 좋아. 꿩 대신 닭이다. 유품 소지자를 찾을 수 없다면, 유품을 찾으면 되는 거다. 수비대 같이 유서 깊은곳이라면, 분명 유품도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을 것이다. 그곳은 바로 이 건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테고......

 

"얼른 안 가고 뭐하냐?“

네 네 얼른 갑니다.”

 

 

 

 

 

 

 

Channel 2. 아이리스

 

리겔에게서 희생자의 이름을 듣자마자, 저는 벙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솔직히 말해서 리겔에게서 대답을 들었어도, 제가 아는 사람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반대급부가 된 것일까요? 리겔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은, 대륙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 중 하나였던 지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짜로?”

그렇다는디?”

 

조각조각 찢겨진 시신의 주인은...... 리버티 라스알게타 당의 원내대표인 펠른 드 아너경이었습니다.. 의회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로 알려진 사람인데 어쩌다가 저렇게 됐는지 놀라웠어요. 한 당의 당수나 다름없는 사람이 저렇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 인걸까요?

 

안되긴 뭐가 안되? 배때기에 돈 쑤셔 박음 칼침이 안 들어갈 거 같어?”

물론 죽음 앞에선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지만...... 이건 아니지.”

안 될 거 있는겨? 어차피 쟈도 생전에 겁나게 말이 많드만...... 학내 비리다 뭐다로 갔다가 존나게 시끄럽던거 기억 안나냐?”

 

리겔은 말과는 달리, 흥미가 동했는지 이것저것 다른 신문들도 찾아보았어요. 저도 그 부분에 있어선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였기 때문에 빵조각을 입에 물면서 다른 신문을 찾아봤지요. 그러다보니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봤어?”

뭔디?”

가면 살인마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한 기사야.”

그려? 한 번 읊어 봐라잉.”

 

저는 리겔에게 기사의 내용을 읊어 내려갔습니다. 이 기사는 하필 빅 스케일에서 나온 것이라 그닥 믿을게 못 되긴 하지만,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내용을 갖추고 있었어요. 기사는 이제까지 살인마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크든 작든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군납 비리’, ‘뇌물 수수’. ‘재단 비리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연쇄 절도’, ‘사기와 같은 비교적 결이 얇은 사건에 말려든 사람들까지 다양했어요. 기자는 기사의 말미에 범죄자를 미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나라는 밑밥을 깔아두면서도 가면살인마를 법망을 비웃으며 도주하는 이들을 향한 공적 울분을 대변하는 흑기사 정도로 묘사하는 듯 한 결론을 내렸답니다.

 

긍께로 그놈이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

뭐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한 모양인데?”

개소리지 씨벌 그게 말이 되냐? 그냥 그 새끼는 인간 백정이여. 사이즈 본께로 그저 사람 한 번 담그고 싶어 몸이 달은 넘이 지 하는 꼬라지를 정당화 할라고 하는게 딱 뵈는구먼...... 그게 사실이믄 갸넌 하샤신만도 못헌 위선자여. 하샤신 넘덜은 솔직허게 돈 때문에 사람 쑤신다고 하기라도 허지.”

근데......”

?”

아니야.”

아따 밑밥을 깔았으면 헛챔질이라두 혀야제 뭐더는 짓거리냐?”

...... 그냥 뭔가 아이러니해서. 너 같이 질 나쁜 사람한테 그런 소리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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