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79

갑과을 작성일 18.12.27 0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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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어떤 종류의 일이든 오랜 시간 동안 종사를 하다보면, 직장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직업생활에 하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상적인 용어로는 버릇, 습관이라고 일컫어지는 것이지만, 병리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직업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지금 커피하우스에 앉아 답답이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나는.......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직업병을 앓고 있는 것인가.

 

하샤신이 잘 먹고 잘 사는 시대가 열린다라......생각만 해도 아찔한걸요?”

......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내 건너편에 앉은 이는 무료한지 턱을 괴고 앉아서 바깥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따금씩 시계를 보는 걸로 보아, 아마 만나기로 한 사람을 약속시간이 넘어가도록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 시계를 본 뒤에는 혀를 딱딱거리는 것이 그의 루틴인 모양이다.

울타리 너머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의복을 보아하니, 수비대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공무에 종사하는 것 같았다. 근무시간에 짬을 내서 커피한잔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주변을 끊임없이 둘러보는 것이 아무래도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그러니까 이른바 땡땡이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주변을 관찰하면서도, 나는 답답이의 질문에는 건성이나마 대답을 해나갔다.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느낄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습관적 행동을 하는 것을 답답이가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했거든. 이것이 내게는 단순히 습관적인 행동일지는 몰라도, 그녀에게는 이것이 그녀로 하여금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꼭지가 될 테니까.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후에 발생한 어이없는 사건 하나 때문에 아슬아슬하게나마 균형을 맞추던 대화의 중심축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리고 말았다.

도미노에 손을 댄 것은 커피를 기다리던 수비대원들이었다. 발꿈치로 땅을 푹푹 파내며 무료한 기다림의 시간을 갖던 그들의 얼굴에 일순간 당혹감이 스쳐지나갔다.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나는 그들이 보인 감정변화의 원인을 찾으려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던 대화의 끈을 놓쳐버렸다. 답답이는 내 대답이 점점 성의가 없어지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려는 차에, 그것이 날아 들어왔다.

 

! 숙여!”

?!”

 

설명할 새도 없이 마차 바퀴가 울타리를 부수고 우리 테이블 위로 날아 들어왔다. 나는 답답이의 목덜미를 잡아채 탁자 아래로 몸을 숨겼다. 마차 바퀴는 테이블의 한때 커피를 담고있던 세라믹 그릇을 박살내고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그대로 가게 안에 처박혀 버렸다.

 

...... 뭐죠? 이거?”

글쎄? 모르긴 몰라도 교통사고라도 난거 아닐까?”

고마워요. 하마터면 손도 못쓰고 얼굴이 짓뭉개질 뻔 했어요.”

고마워하는 건 일단 안전한 게 맞는지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군.”

 

우리는 테이블 아래에 몸을 숨긴 채, 동태를 살폈다. 뜻밖의 손님 탓에 가게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남들에게 말해도 허언증 아니냐고 비웃음이나 살 일을 실제로 겪은 이 가련한 이들은 도망칠 의지를 잃어버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커피나 크림을 뒤집어 쓴 이는 있어도 피범벅이 된 이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겠지. 수비대 역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는지 한참동안이나 멍해져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사건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괜히 엮이면 곤란해지는 거 아니에요?”

일단 침착하게 여기서 기다려보자고. 일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 보는게 우선이다.”

 

판의 마수에 빠져들려는 답답이를 추스르는 동안, 왁자지껄한 소음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뭔일인가 싶어 테이블에서 고개를 빠꼼이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이들은.......

 

이런 씨발! 저놈들이 왜 여기있는거야! 야 알샤인! 얼른 지원 요청해!”

.... ! 알겠습니다!”

 

 

 

 

 

 

 

Channel 2. 아이리스

 

당랑포선 황작재후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운터브룩에서 들었던 이야기니까, 아무래도 라스알하게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고사겠죠? 매미는 사마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목청껏 소리 지르며 노래를 하고 있지만, 정작 사마귀 역시 매미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등 뒤에 꾀꼬리가 부리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이야기...... 먹이 사슬이라는 규칙이 빚어내는 한편의 촌극은, 인간 역시 실은 그렇게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이야기겠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이걸 약간 비튼 것이 아닐까 싶어요. 시위대들은 자신들의 등장으로 인해, 수비대원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수비대원들은 또한 자신들의 등장으로 인해 저와 로키군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거든요. 어쨌거나, 적의 적은 친구인 것이 분명했습니다. 시위대들로 인해 수비대들이 긴장을 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매미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니까요.

 

저와 로키군은 수비대의 눈치를 살피면서 소리를 죽여 가며 커피하우스에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어휴, 어찌나 긴장했는지 자리를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는 걸 깨달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나마 로키군 역시 뒷목이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들이 아까 기사에 나왔던 PBRC인가 뭔가 하는 애들이겠죠?”

피켓 보니까 그런거 같은데?”

세상에, 살다살다 극우단체의 도움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코미디의 어머니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 인생의 역설이라는 어미와 가장 친한 모양이다.”

“......”

 

로키군의 입에서 나온 감상적인 말에 대해서 놀리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그의 성장과정을 생각해본다면, 감상적인 탈을 썼지만, 본질은 염세적인 말이 나오는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니까요. 로키군은 신문에서나 보던 이 괴이한 집단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면서 저에게 그들을 따라가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어쨌거나 저 집단은 주설씨의 사업에 있어서 적이 될 것이 분명하니, 그들에 대해 알아두어서 나쁠 일은 없을 것 같거든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을 놓고 본다면 카페에 마차바퀴를 날아오게 만든 범인은 그들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손에 들린 몽둥이와, 그것을 위협적으로 흔드는 모습 그리고 끓는 물처럼 격양되게 들떠있는 분위기는 스스로의 강함에 취해있는 이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거든요. 어떻게 그걸 아냐구요? 작년 12월에 겪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손에는 몽둥이 뿐 만 아니라, 피켓도 들려있었습니다. 단순히 폭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의지였겠지만, 피켓에 적힌 문구는 반대편 손에 들린 몽둥이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은 꺼져라.’ 라든지, ‘더러운 이방인의 피는 우리의 농지를 비옥하게 만들 것이다.’ 하는 글들은 사람을 설득하는데 그닥 효과적인 수단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저건 설득의 수단이 아닐거에요. 집단의 결속을 위한 것이겠죠.

 

라스알게티의 풍요를 뺏는 외국인은 당장 꺼져라!”

당장 꺼져라!”

 

앞장을 서는 이의 선창에, 뒤따르는 사람들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어구를 따라 부르며 거리를 제 것 마냥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식자로서....... 솔직히 말해 그들의 말에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었어요. 라스알게티의 풍요를 외국인들이 빼앗는다고요? 라스알게티의 역사는 그들의 말과는 정 반대를 말하고 있는걸요, 폭력이란 수단을 사용하긴 했지만, 라스알게티는 복속시킨 이들에겐 확실한 보상을 주었습니다. 시민권 매매가 그것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정복전쟁이 한창이었던 그 시기, 대륙의 팽창기,에는 시민권은 큰 특권이었습니다. 시민권자는 세금을 평생 내지 않았고, 송사에 휘말렸을 때 황제가 직접 심판하는 3심까지 받을 권리가 있었어요. 출신 지역, 혈통에 따라 배타적으로 사람을 나누던 다른 도시국가들과는 달리, 라스알게티는 포용적으로 공동체의 범위를 늘려왔단 말이에요. 그것이 지금의 라스알게티를 만든 원동력인데, 저들은 정 반대되는 바보 같은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무식한 것들이 신념을 가지면 정말로 무서워지는 법이지.”

그러게요.”

쥬드는 꺼져라!”

꺼져라!”

 

쥬드에 대한 구호를 듣다보니, 문득 카나리아 이론이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들은 이야기인데요, 광부들은 광산을 내려갈 때마다 카나리아를 담은 새장을 가지고 간다고 해요. 산소량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약간의 가스만 새어 들어와도 죽어버리거든요. 광부들은 카나리아가 죽으면 작업을 접고 재빠르게 탄광에서 탈출함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거에요.

 

그렇다면, 쥬드는 전체주의에 대한 카나리아라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겠죠. 솔직히 말해서, 이 대륙에서 그들만큼 미움 받기 쉬운 자들도 없잖아요?”

하긴...... 대부업자와 친해서 좋을 일은 없지.”

 

 

 

 

 

 

 

Channel 1. 로키

 

그들에 대해선 알만큼 알았고, 이제 더는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통에 나와 답답이는 그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매우 웃기게 된 상황이지만 그들의 집회가 끝날 때 까지 이곳에 계속 붙들려 있어야 할 판인 것 같다. 그래 뭐...... 덕분에 일신의 안전을 보장받게 되었으니, 이 정도는 대가 치고 싼 편이 아닐까.

 

어쨌거나 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들의 바보스러운 행진은 마르가프 대로를 넘어, 란트 광장까지 이어졌다. 그 앞에는 수비대가 만든 폴리스라인이 그어져있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으윽...... 저 더는 견디기 힘들거 같은데요.”

일단 내 손을...... 잡아!”

 

란트 광장에 사람이 올라설만한 표지석을 발견한 우리는 아등바등 표지석 위로 기어올라갔다. 3피트짜리의 작은 표지석이었지만, 그만하면 이곳의 상황을 조망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나와 답답이는 서로에게 기댄채 란트 광장을 한바퀴 휘둘러보았다. 어휴! 대륙의 중심 라스알게티에 이렇게나 많은 바보들이 있다는게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보시오 여러분들!”

 

이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나무로 된 몽둥이를 꺼내 들어 보였다. 나로서는 저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머저리들에게는 마치 그 조잡한 몽둥이가 설화 속에 나오는 성스러운 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남자가 몽둥이를 들어 흔들어보이자 그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거든

 

이제는 말로 해선 안되요! ? 라스알하게 출신이건, 쥬드건, 프로하기온 출신이건 엉? 그 시러배 새끼들은 이 몽둥이 맛을 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옳소!”

거 얼마전에 뉴스 보니까, 라스알하게에서 반란이 났다 합디다. 내가 씨발 전에는 그냥 한 번 보여주기 식으로 몽둥이 좀 휘둘렀는데 지금 마음 같아선 라스알하게 놈들이 보이면 그걸로 대가리를 직접 조지고 싶다는 생각이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옳소!”

벼룩도 낯짝이란 게 있는데, 라스알하게 놈들은 그딴거 개나 줘버린 모양인가 봐요? 내가 라스알하게 출신이잖아? 진작에 여기서 방 뺏어!”

옳소!”

전번에 운터브룩에 그 뭐냐 쓰레기 산! 그래 그 빈대 같은 놈들이 우글거리는 쓰레기 산에서 불났다고 할 때 진짜 신나지 않습디까? 난 그 소식 듣고 춤까지 췄다니까? 그때 그 새끼들이 거기서 다 타죽어 버렸어야 했는데 그 질긴 쓰레기자식들은 아직도 다 안죽고 거기서 버티고 있다고 하데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와아아!”

 

지극히 자극적이고, 그만큼 품위가 없었으며, 또한 더러운 말이었다. 그런 같잖은 소리에 환호를 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그들이 왜 인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그들과 거리를 두려 했는지 그 이유를 절절이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은 약간의 자극만 주어지면 이렇게 추악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눈박이고, 여기는 외눈박이들의 왕국이라는게 문제였다.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운터브룩의 빈대들은 먼저 간 동료들을 더없이 그리워 하게 될거요. 왜냐? 먼저 간 놈들이 겪은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그놈들이 받게 될거거든. 먼저 간 동료들은 타죽었다면, 이제 그놈들은 맞아죽게 될거요. 안그렇소?”

맞소!!!!”

쥬드고 라스알하게고, 프로하기온이고 여기출신이 아닌 놈들은 싹다 잡아 죽입시다!”

죽이자!!”

 

야만적인 구호를 쏟아내는 선동꾼과, 선동꾼의 선동에 쏟아지는 박수갈채, 그리고 거기서 느끼는 선동꾼의 희열이라는 삼자가 만들어내는 악의 선순환은 나로 하여금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지금 내 앞에 서서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이, 불과 8달 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던 이들이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 말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극우 단체의 집회가 끝나고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니, 먼저 와있던 주설씨와 리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노라니, 오늘 다 돌리지 못했던 전단지가 떠올라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주설씨고 리겔씨고 늦게 귀가한 우리를 보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습니다.

 

아따, 다덜 괜잖냐? 오늘 란트 광장서 미친놈덜이 별 짓거리를 다 허던디?”

너네도 그거 봤냐?”

. 한참 찌라시 뿌리는디 로열 퓨너럴쪽에서 겁나게 사람들이 몰려와버리드만, 깜빡하믄 좆되겠다 싶어가꼬 주사장 들쳐업고 후닥닥 튀었제.”

쓸데없이 사족은 붙이덜 말어...... 근디 그놈 새끼덜 독기가 장난 아니드만유? 몽뎅이 들고 눈에 띄는건 죄다 박살을 내드만......”

가게는 괜찮았어요?”

, 다행이 우리 가게는 건들덜 않더라고.”

 

주설씨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 한켠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만, 가벼워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종류의 무게추가 제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설씨 또한 그 소식을 접했다면...... 그 집회에서 리더로 보이는 이가 라스알하게 사람들에게 퍼부은 폭언과 망언 또한 알게 되었을게 분명하잖아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같은 라스알게티 사람으로서 그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고, 미안해해야 할 일이에요. 그녀에게, 그리고 그에게 그건 모든 라스알게티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에요. 그저 그냥 일부의 의견일 뿐이에요.’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제가 할 모든 말들을 한낱 변명으로 만들 뿐이었습니다.

 

정말로 미안했고, 더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라스알게티인이라는게 말이에요. 하지만 주설씨의 반응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근디 생각해보면 잘된겨.”

?”

글잖어. 일이 생각보다 빨리 진척 될 거 같은디?”

“......?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

그 뭐냐...... 우덜이 여서 장사허는게....... 단순히 돈만 벌려구 하는건 아니잖어, 수비대쪽의 인사헌티 빨대한번 꽂아벌라고 이 지랄을 허는거 아녀...... 마냥 장사가 잘 되기만 해서는 수비대랑 연이 닿기가 어렵지.”

그럼......”

“PBRC인가 뭔가 하는 것덜이 우리 Cloud서 깽판을 쳐버리믄...... 좋든 싫든 수비대가 우덜을 찾겄지...... 그렇게만 되버리믄 우덜이 거따가 빨대 꽂는거는...... 일도 아녀.”

 

주설씨의 말을 듣다보면, 그녀의 시야는 정말로 넓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른바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그녀의 눈을 가릴 수 없었어요. 위기가 닥쳐오면 일단 겁부터 먹는게 자연스러운데, 그녀는 겁을 먹기는커녕, 역으로 이를 통해 자신이 얻을 이익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지 않습니까? 이익에 대한 그녀의 자제력과 의지는...... 감히 제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 같습니다. 진짜 강한 여자에요 그녀는......

 

이런거는 마음껏 칭찬혀두 되야.”

 

주설씨는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손가락 두 개를 펴서 V자를 만들어 보이며 씩 웃어보였습니다. 그녀의 여유로운 태도와 미소 덕분에, 저는 사업이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라스알게티 출신이라는 원죄가 빚어낸 죄책감이 크게 덜어지는 것 같았어요.

 

근데 운터브룩이라는 데에...... 우리 삼민 출신 사람들이 살고 막 그런겨?”

네 그래요.”

잉 그려유? 근디 아까침에 이야기 하는거 보니께....... 거기 사람들이 쪼매 궁색허게 사는거 같던디,,,,,, 실지루도 그려유?”

.......”

 

 

 

 

 

 

 

Channel 1.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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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었다고 하면 제법 충격적이었던 PBRC와의 첫 대면 이후, ‘필그림들은 향후 전략에 대해서 양초가 뭉개질 때 까지 토론을 했다. 나는 사업은 사업이고, ‘수비대와의 접점 찾기는 접점 찾기로 분리해서 생각하자는 쪽이었고, 주설은 수비대와의 접점찾기와 사업 확장성은 함께 갈 수 있다는 쪽이었다. 우리 둘의 의견대립은 제법 팽팽해서 주설은 내게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분리해서 처리한다면 비효율적이다.’라면서 내 주장의 허점을 찔렀다면, 나는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는 것은, 두 마리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너의 주장은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말로 녀석의 주장을 가로막았다. 중재역을 맡은 답답이와 리겔은 한참을 생각한 뒤에, 주설의 손을 들어주었다. ‘리스크 없는 사업이 어디 있냐?’는 게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든 근거였다.

 

나참 너네는 너무 안일한 것 같다.”

로키군은 너무 보수적인 거구요.”

 

답답이는 갓 내린 커피를 내밀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오늘따라 율무차가 지독하게 땡겼다.

 

그래도 로키군 말대로 하면 일일이 전략을 짜야 하잖아요. 우리가 그럴 정도로 시간이 많은 사람들도 아니구요.”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 이쯤되면 말이지. 울궈먹어도 너무 울궈먹는거 아니야?”

 

주설은 내 입장에선 이미 골수가 다 빠진 사골곰탕 같은 전략을 또 꺼내들었다. 먼저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도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건 몇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데 우선 이 작전은 이미 프로하기온에서 써먹은 바가 있다는 것이고, 그때는 총독이라는 든든한 뒷배라도 있었지만, 이곳 라스알게티에서 우리는 끈이라곤 하나도 없는 일개 잡상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수비대와의 접점은 고사하고, PBRC의 집중포화를 감당해야 할 판이다. ‘사업에 리스크는 당연하다.’라지만, 이건 커도 너무 큰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라스알게티의 법체계를 믿는다는 거겠지요. 저는 주설씨를 보면, 볼 때 마다 놀랍다는 생각뿐이에요. 그녀는 라스알게티인보다 더 라스알게티인 다운 걸요.”

한때 자기 고향에서 매국노 취급을 받았을 정도니까.”

라스알게티를 싫어하면서 말이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자존심 따위는 헌신짝같이 버릴 줄 아는 사람이에요. 적을 이기기 위해 적에 대해 공부함으로써, 적처럼 생각하는걸 넘어서, 적보다 더욱 적같이 생각하게 될 때 까지 말이죠.”

“....... 그래서 이젠 나 말고 주설을 알고 싶어졌다?”

에이, 어떻게 이야기가 그렇게 되요?”

그나저나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그때도 그랬는데, 또 두들겨 맞으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요. 요즘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언제 다쳤나 싶게 금방 낫게 해줄게요.”

애초에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거든?”

 

내가 봐도 가시 돋친 말이었지만, 답답이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내 어께를 두드렸다. 나와 답답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설과 리겔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거리 나가보니께 그넘덜이 행진허구 있드만, 곧 올거 같은디 준비는 다 혔냐?”

준비랄게 있기나 해? 그냥 시비 걸고 몇 대 줘 터지면 되는거지. 그런데 아침 벽두부터 어딜 그렇게 다녀왔냐?”

손님 몇 분 모셔왔어야. 인사 드려라와.”

 

리겔은 주설의 말을 가로채며 자신들의 뒤에 서 있는 사람 몇을 우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이 데리고 온 이들은, 다름아닌 운터브룩의 주민들, 즉 라스알하게계 라스알게티인들 이었다. 나 역시 그들에 속해있었던 시절, 운터브룩에서 살았던 지라, 그들이 소개하는 이들 중 몇은 이미 낯이 익었다. 심지어 그중에 한 명은 일전에 나와 답답이가 도깨비 시장에서 막걸리를 기울였던 주막의 주인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려는데 일순간이나마 주막 주인을 비롯한 손님들은 나를 보고는 굉장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티를 내보았자, 이득 될 것은 없다는 점에서 상호의 이해가 일치했기에, 우리는 짐짓 모르는 척 하고 서로에게 악수를 건넸다.

 

......분들은 무슨 일로 불렀어요?”

원래 우리 삼......라스알하게에서는, 삼민의 일원이 타지서 오믄, 회당에 신고를 혀야 허는 전통이 있어유.”

 

딱 보아도 상투적인 대답이었고, 그 속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걸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주설의 귀에 대고 그녀의 진정한 의중을 물었다.

 

상투적인 명분은 집어치우고, 진짜 의도를 말하지 그래? 무슨 이유로 데리고 온 건데?”

보험이여. PBRC넘덜이 이 가게를 습격 혔을 때, 가장 떳떳하게 신고 헐 수 있는 사람덜이 필요허니께.”

 

그러면 그렇지, 녀석이 아무런 사심없이 전통을 운운할 리가 없지. 그래도 발상 자체는 꽤 괜찮은 것 같다. 자신의 손으로 신고하는 것 보다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쪽에서 신고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그림이 되거든.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하자면, 녀석이 전통을 대하는 태도는 그들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익이 된다면 어떤 것도 추구할 수 있다.’는 극한의 실용성을 보여주는 그들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전통을 이용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한 수 접어주지 않을까.......

 

더러운 외국인은 당장 꺼져라!”

 

어느덧 우리 근처까지 왔는지, 희미하게 들리던 그들의 구호가 점점 커져왔다. 주설은 나와 리겔에게 절대 때리면 안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는 이 식상한 통속극을 다시 해야 한다는데 불만이었지만, 리겔의 경우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았다.

 

야이씨, 왜 자꾸 줘 터져야 하는거여? 생각 헐 수록 좆같네. 나 같은 경우는 줘 터지고도 체포되지 않냐.”

잡소리는 집어 치고 얼렁 준비혀.”

솔직히 말해서

 

평소라면 리겔녀석의 푸념따위는 무시하고 넘어갔을테지만, 이번만큼은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녀석을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슬쩍 운을 뗏다.

 

리얼리티를 위해서는 무조건 맞고 있을 수 만은 없을 것 같은데?”

“.......”

 

주설은 내 제안에 한숨을 쉬며, ‘그럼 딱 세대만 때려라.’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리겔은 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Channel 2.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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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C의 구호는 점점 커져갔고, 그들의 구호가 커질수록 'The Cloud'에 내왕한 손님들은 불안한 기색이 심해졌어요. 주설씨는 손님들을 달랠 요량으로 과장되게 웃으며 그들을 다독였어요.

 

걱정 안혀두 되유. 쩌그 둘이 겉으로 보믄 오합지졸처럼 뵈두, 실력은 괜잔어유. 안그려유?”

...... 네네! 그럼요! 제가 저기 은발머리 남자 보이시죠? 저 사람하구 산전수전 다 겪어봐서 알아요. 제가 보증할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남자는 최고에요.”

 

주설씨의 눈치에 저도 지원사격을 나섰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손님들, 특히 그중에서도 주막의 아주머니는 제 말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어요. 그나저나 참 세상이 은근히 좁아요? 여기서 저분들을 다시 만나게 될 줄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뵈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까 인사할 때도 그렇고, 저와 로키군의 형편이 마음 편이 인사를 나눌 상황은 아니니까, 이런식으로라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에요.

 

그나저나 제 말이 손님의 마음은 달랠 수 있었어도,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었는지, 리겔은 내 말에 기분이 팍 상해서 저를 향해 손을 내밀었어요. 마치 태엽을 감듯이 다른 손을 빙빙 돌리더니...... 아뿔싸! 그의 가운뎃손가락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켜올라갔습니다. 그는 그와중에 천연덕스럽게 어머나 세상에 이게 왜 튀어나온담?’이라는 얼굴로 가운뎃손가락을 접으려 애를 쓰는 모션을 취했지만, 그 손가락은 용수철 마냥 다시 튀어오르더군요. 약은 오르지만 손님 앞인지라 화는 못내겠고....... 리겔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신이났는지 낄낄 거렸습니다.

 

주설씨...... 제가 깜빡하고 리겔을 치료하는걸 잊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거에요?”

글씨유? 쫌 시간은 걸려두....... 결국은 낫겄쥬?”

 

어쨌거나, PBRC의 행렬이 블라우브룩에 초입에 다다랐는지, 상인들이 서둘러 장사를 접고, 가게 셔터를 내리는 걸 보니, 우리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저와 주설씨는 손님들과 함께 얼른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로키군! 안다치게 조심해요!”

글쎄, 힘들겠지만 최대한 덜 맞도록 노력은 해 봐야지.”

 

저와 주설씨는 가게 2층에 올라가, 창문을 빠꼼이 열었습니다. 어휴...... 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들 몰려오는지, 저런 명분없는 일에 왜 저리 사람들이 환호하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블라우브룩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 이거 생각보다 많은디?”

어차피 때려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맞는 게 목적이니까, 알아서 자기 몸 챙기자.”

 

로키군과 리겔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격려하고는, 자리에 털퍼덕 주저앉았습니다. 이제 그들의 위험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시작하려나 봅니다. 주설씨와 손님들은 입술을 깨물고, 그리고 저는 두 손을 모은채로 창밖의 풍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더러운 새끼들은 당장 방빼라!”

 

PBRC의 참가자들은 사뭇 폭력적인 구호를 외치며 블라우 브룩으로 진입해왔습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철시한 시장이었죠. 평소와는 달리, 개미새끼 보이지 않는 조용한 시장의 모습에 그들은 승리감에 도취된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들이 더러운 본색을 드러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PBRC의 일원들은 자신들이 들고 온 스프레이로 가게 외벽에 외설적인 낙서를 했고, 몽둥이로는 셔터를 위협적으로 두드려댔습니다. 심지어는 블라우브룩의 시작점에 있는 분수대위에 올라가 오줌을 갈기는 이도 등장했습니다. 세상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토록 영락할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러운 새끼들은 대륙에서 사라져라!”

 

그들의 선두주자들은 마치 수비대라도 되는 듯이 과장된 몸짓으로 조각상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이 현장에서...... 로키군과 리겔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

 

어찌보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저 공깃방울이 섞인 점액질의 액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작은 물방울들이 어디로 튀었냐가 문제겠지요. 로키군의 입에서 나온 작은 침방울들은 방울방울 날아가 선두주자가 들고있던 플랜카드에 그대로 튀었습니다.

 

뭐야?”

 

선두주자가 이 말을 꺼낸 뒤에는 험악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어찌보면 세 살배기의 손에 작두가 들린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요. 여기서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냐에 따라 상황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로키군네도, 그리고 PBRC도 잘 알고있었는지 함부로 발을 디디지 못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왐마 씨바 존나게 멀리도 날아갔네잉. 이거 이러다가 내가 지는거 아녀?”

 

침묵에 돌을 던진 것은 다름아닌 리겔이었습니다. 리겔은 호탕하게 웃으며 로키군의 등을 탕탕 두드렸어요.

 

뭐야?”

아따 신사덜이 쪼잔하게 뭘 그리 화를 내고 그러씨요? 그냥 친구허구 내기하나 하구 있었구만.”

내기?”

그냥 침 멀리 뱉기 내기였소. 아까츰에 나가 저그꺼정 날렸는디, 내 친구넘이 열받는다구 한판 더 하자구 하드마는 저짝까지 날려브렀네? 아따 오늘 점심내기였는디, 까딱하믄 내가 점심 사게 생겨브렀구먼.”

말투보니 더러운 프로하기온 놈인거 같은데 험한꼴 보기 전에 얼른 꺼지지 그래?”

아아, 그러는게 맞는거 같구만, 아까 죽자고 소리 질러대는거 듣자허니 딱히 나같은 것덜헌티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은거 같으니께로.”

프로하기온 개 치고는 말이 통하는구먼, 그럼 이제 그 더러운 면상을.......”

근디 워쩌나? 이대로 내기 접어블면 내가 침도 못뱉고 지는거 아뇨. 그럼 첨보는 사이에 요런 부탁을 허는게 쪼깐 거시기 허다마는, 잠깐 기다려 줄 수 있겄소? 나가 얼른 침 뱉어블고 돈이나 따블랑게.”

 

리겔의 말에 PBRC 회원의 이마에는 핏줄이 돋아났습니다.

 

“...... 이게 디질라고.”

아따, 뭔 말을 그리 험하게 하쇼? 아야,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

 

부창부수라는 표현이 여기에 쓰이는 걸까요? 리겔은 천연덕스럽게 로키군에게 질문을 던졌고, 로키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손목시계를 꺼내더니 초세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0, 9, 8......”

이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웜마 시간이 별로 안남았는디? 쪼매만 기다려 보씨요.”

야이씨. 뭔 개소리야?”

아니 그렇게 맘에 안들믄, 10파운드만 내놓고 가씨요. 그게 내기 값이니께.”

진짜 이것들이 죽고싶어?”

“5, 4, 3......”

크아악! 험한꼴 보기 싫으믄 얼른 비키씨요!”

야이......”

!”

 

리겔의 입을 떠난 노란 가래침이....... 그들과 실랑이를 하던 이의 얼굴에 정통에 꽂히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기가막힌 순간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어, 기도하던 손을 슬쩍 풀어 제 눈을 가렸습니다.

 

아따, 긍께로 얼른 비키라고 하지 않았소.”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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