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당시 겪은 강도 사건(내용 깁니다.)

Kyb 작성일 21.12.03 10:18:31 수정일 21.12.10 17: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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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댓글로만 쓰던 내용인데 어느 분이 썰 좀 풀어달래서 써 봅니다. 내용은 100% 제 경험입니다.

내용 쓸 때 없이 기니까 귀찮으신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2007년인가 2008년 부터 패밀리마트 야간 알바를 했어요.

2007년에 야간대학을 다니는데 낮에 직장에서 받는 급여가 너무 적어서 생활비만으로 빠듯하니까 등록금 좀 모으려고 처음에는 주말에 알바뛰고 방학 때는 야간, 주말 다 알바뛰는 형식으로 해서 근무를 섰습니다.

 

2008년에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2010년에 친구들이 모여서 납골당에 모였습니다.

그 때 친구들하고 인생 얘기 하다가 제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사람일 어찌 될 지 모른다고 우리 중 제일 오래 살 것 같던 놈이 이렇게 갈지 몰랐다. 각자 몸 조심하자. 막말로 내가 오늘 알바 뛰다 강도 만날 수도 있는거 아니냐.”

당시 편의점 강도 사건이 간간히 기사 나오던 시점이라 얘기한건데…

 

그렇습니다. 말이 씨가 됐습니다.

정말 그날 당일 야간 알바로 출근했는데

새벽 3시??4시 쯤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손님인 줄 알고 “어서오세요” 인사하고 고개 드는데

눈 앞에 칼이 있었고 저한테 손 들라고 해서 저는 저항 없이 손을 들었습니다.

강도 : 안에 있는 돈 다 꺼내.

네.. 저항 한 번 없이 다 꺼내서 줬습니다. 눈 앞에 칼이 있었고 다른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눈 앞에 칼이 있는데 저항 잘못 했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략 2~30만원 정도 털렸습니다. 사전에 금고로 정산해서 넣어뒀거든요.

강도는 제가 저항 한번 안하니까 저한테 무릎 꿇고 엎드리라고 해서 엎드렸고 강도는 그대로 도망갔습니다.

 

저는 강도가 나간 걸 확인하고 경찰 호출하고 사장님한테 전화했습니다. 

 

당연히 경찰이 먼저왔고 저한테 상황 묻고 CCTV확인하고 주변 조사하고 다 했습니다.

당시 경찰들은 제 앞에서 얘기 하는데 다른 경찰들은 듣고만 있는 입장이고 나이 좀 있어 보이는 경찰이 혼자 얘기합니다.

 

경찰 : 요즘 편의점 강도 증가하는데 점주들이 알바들한테 저항하지말고 돈 그냥 다 주라고 한다. 그거 문제다. 그러니까 강도들이 더 늘고 편의점만 노리는거 아니냐.

 

그걸 제 앞에서 얘기하는데 그냥 신경 껐습니다.

정확히는 얼떨떨해서 다른 걸 생각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오전 7시인가 경찰들 돌아가고 사장님이 8시 쯤 저 퇴근시키더라고요. 제가 진정좀 하려고 맥주를 사니까 사장님이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맥주 2캔 들고 집에와서 먹고 잠들었습니다.

몇 달간 강도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잠자다 깨고 그랬습니다.

 

강도는 결국 못 잡았고 경찰이 몇 달간 순찰 강화하는게 보였습니다.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제 앞에서 큰 소리 치던 나이 좀 있는 경찰이 또 와서

얘기합니다. 다른건 잊어도 그 말은 못 잊겠더라고요.

경찰 : 보니까 힘 좀 쓸 거 같은데 다음에 그런 일 또 생기면 잡으려고 해봐요. 포상도 나오니까.

Kyb : 지금 그런일 생기면 잡아보라고 하는 그게 피해자한테 와서 할 말입니까? 지금도 그 때 일 생각하면 잠을 못 자는데…나가세요.

경찰 : 아니 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다고..그냥 다음에는

Kyb : 나가시라고요.

경찰이 뭐라고 중얼 거리면서 나가긴 했는데 별로 듣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뒤로 경찰이 찾아와서 얘기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강도 사건 이후 진술서?? 쓰러 간 적도 있는데 다들 뭐 꿔다논 보릿자루 취급하다가 진술 한 10분 하고 나왔습니다.

일단 강도 썰은 이게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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