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갯길에서 만난 자전거 아재

레이팍 작성일 21.04.08 11: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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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정도 전인데, 진해와 창원을 장복산이라는 

 

산을 넘어 오갈수 있는 안민고개라는 산길이 있음.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느긋하게 넘어가곤 하는데

 

봄에는 싱그러운 초목의 색과 생동감 넘치는 

 

연두빛 풀비린내가 좋고 벚꽃터널이 기가 막힘. 

 

여름엔 뜨거운 볕을 벚나무의 무성한 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서 시원한 라이딩을 하기도

 

좋고. 

 

 

여튼 그런 길을 클래식 바이크를 타고 

 

살랑살랑 산을 넘어가면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찌든 머릿속을 한번 행궈내기

 

딱 좋음. 

 

 

자전거 타고 오르시는 분들도 꽤 많은데

 

MTB가 대부분이고 한번씩 로드 싸이클로

 

오르시는 분들도 있음. 

 

이분들은 낮은 기어비땜에 오르막은 

 

피똥싸면서 올라가는데 (간혹 끌바 하시는분도

 

있음) 일단 정상에 도착하면 한타임 쉬었다가

 

내리막길에 속도 붙여서 코너 즐기시는 분들이 

 

꽤 있음. 

 

 

차나 오토바이를 모는 입장에서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늘 간격을 두고

 

운전하고 위협을 준다는 느낌을 주는것도 

 

싫어서 어지간하면 억지로 추월하거나 

 

꽁무니에 붙지 않는 편. 

 

편도 일차로에 도로 폭도 좁아서 

 

위험하니까. 

 

 

 

그러던 어느날.

 

내가 타던 오토바이는 가와사키라는 

 

회사의 W650이라는 모델인데

 

병렬2기통 공냉식 엔진에 출력은 

 

배기량대비 형편없는(?) 와이어 스포크휠에

 

고만고만한 클래식 네이키드임. 

 

연식도 당시 기준으로 18년쯤 지난 

 

모델에 캬브레이터 방식이라 매연도

 

매캐한… 암튼 친환경적이지 않은 

 

배기가스를 방출하는 애물단지였는데

 

 

이놈을 타고 느긋하게 정상까지 잘

 

올라갔음. 경치구경좀 하고 옛검문소

 

건물 옆에서 쪼그려 앉아 몰래 담배한대

 

피우고 산불날까봐 이등병 처럼 신발 

 

바닥에 비벼끄고 꽁초는 탈탈 잘 털어서 

 

사이드백에 넣고 맘속으로 산에서 흡연은

 

쓰래기 짓 이지만 이정도 했으면 재활용

 

쓰래기다. 라고 쓰래기 같은 생각을 하며

 

시동을 걸고 내리막으로 출발함. 

 

 

출발하는데 로드 타시는 두분이 길가에 

 

자전거 새워놓고 나한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며 뭐라 뭐라 쑥덕이던데

 

그 옆을 지날때 살짝 들린 소리는 

 

자전거로 저걸 따니 마니 뭐 이런 내용이였음.

 

 

 

코너도 많고 직선 구간도 별로 없어 

 

그럴수도 있겠네 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감. 빨리 내려가면 창원 시장이 

 

돈주는것도 아니고. 

 

 

여튼 느긋하게 가는중

 

절반도 못내려 갔는데

 

사이드 미러에 정신병걸린 

 

맷돼지 같은게 겁네 빨리 

 

쫓아오는게 보임. 

 

쫄쫄이 입은 변태가 

 

“뒤… 뒤를 보자!”

 

하고 덥치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더럽고 불쾌해서 

 

배수로 쪽으로 비켜줌. 

 

 

그냥 지나갔으면 

 

좋았을껀데. 이 도라지 같은게

 

닿을듯 말듯 하게 일부러 

 

바짝 붙어서 추월함. 

 

그리고는 내 바로 앞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엉덩이를 씰루씰룩이며

 

페달을 밟고 있음. 일분정도 멍하니 그 광경을

 

봤는데 쫄쫄이 입은 더러운 궁둥짝과 

 

한껏 땀에 젖었을 부랄. 그 더러운것들에

 

쫙 들러붙은 쫄쫄이. 그 위를 지나는 신선한 

 

공기가 아니, 신선했을 공기가…… 

 

내 폐부 깊숙히 들어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분은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음. 

 

이제부터는 놈이라 부르겠다. 

 

한놈은 내 앞에서 엉덩이 춤을 

 

한놈은 뒤에 있는데 사이드 미러로 보니

 

핸들에 액션캠도 붙어있네. 

 

 

앞에놈의 엉덩내와 부랄내에 영혼의 

 

상처를 받고 속도 줄임. 

 

뒤에놈도 날 앞지르고 지나감. 

 

 

이놈들이 거기까지만 했어도 

 

별로 열받지 않았을텐데 

 

날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갈지자로

 

밍기적거리며 

 

“잔차한테 따여서 삐졌어요?뿌우뿌우?”

 

이러는것만 같아 

 

공연비 세팅안된 캬브레타와

 

촉매없는 20세기 오토바이의

 

날것 그대로의 숨결을 선사해주기로 

 

마음먹음. 

 

아무리 썩은 오토바이지만 

 

배기량이 깡패라고 

 

땡기면 빠름. 

 

내가 출발하니까

 

그놈들도 영혼의 페달링을함. 

 

그것도 두놈 다 일어서서. 

 

직빨에서 재껴봐야 심심하니

 

연속으로 3번 가벼운 커브 뒤에

 

꽤 깊은 커브에서 스텝 시원하게

 

긁고 두놈 다 땀. 

 

로드자전차 고수들이 다운힐 

 

살벌하게 타는건 인정하지만

 

2종 소형 면허는 고스톱쳐서 

 

딴게 아니다. 붓산 남부시험장에서

 

7000원인가 주고 땄지. 

 

 

여튼 20세기의 매운내를 한동안 

 

맡으시더니 아이고 의미없다

 

싶었는지 끝지점에 왔을때쯤 

 

주차장으로 들어가더라. 

 

 

그러고 나니까

 

내가 저 모지래이들한테

 

놀아난거 같고

 

오토바이로 자전거 

 

재끼고 깨스좀 먹였다고

 

잠깐이였지만 속으로

 

낄낄거렸던 내가

 

을매나 모양새가 웃기던지. 

 

 

 

옛 이야기를 왜 또 끄집어 내었냐면

 

오늘 출근길에 왕복 8차로를 크로스컨트리 

 

해버리는 쫄쫄이 아재를 봐서일까. 

 

야생 고라니 처럼 차와 차 사이를 가르고 

 

중앙선에 홀로 서서 고개를 빼고

 

기웃기웃 기회를 엿보던 쫄쫄이 

 

자란이. 슬쩍 안장도 보였는데 

 

꼴에 전립선은 어지간히 챙기는가 보더라. 

 

오래오래 사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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