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과와 용서의 의미: 위안부 합의에 부쳐

l죠리퐁l 작성일 23.03.19 17:43:35
댓글 2조회 4,294추천 13

진정한 사과와 용서의 의미: 위안부 합의에 부쳐

 

지난 2019년 12월 6일 의미 있는 기사가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가 광주를 찾아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보도였다.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광주를 찾은 그는 광주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했었다. 그는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사과 했는데 언제까지 사과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광주 시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를 할 것이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사과의 방법과 용서라는 인문학적 의미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사람은 흔히 타인에게 좋지 못한 해를 끼쳤을 때 사과를 한다. 사과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의미와 피해 당사자에게 자신의 실수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공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는 "잘 못했습니다"라는 간단 명료한 표현으로 끝맺음해야만 한다. 물론 이 사과에는 무엇을 어떻게 잘못 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이 앞서야 하겠다. 우리는 흔히 사과하는 당사자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형태의 사과를 많이 본다. 이는 사과하는 방법이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비록 타인에게 끼친 해가 의도하지 않은 과실이라 할 지라도 사족을 다는 것은 곤란하다. 사과에 여러 사족을 다는 것은 지극히 가해자 중심의 사과라 할 수 있다.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 가해자는 이런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기에 자신(가해자) 중심의 사과가 이루어진다. 사과의 중심은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가지 사족을 다는 사과는 곤란한 것이다. 물론 자신의 과오가 의도치 않은 잘못이라면 그것이 흔히 말하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이라 할 지라도 그것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이루어지는 <사고 조사>나 <수사>나 <법적 공방>과 같은 방법으로 가려질 문제이다. 그렇기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과에 사족을 다는 것은 가해자의 진정성을 의심받아 마땅하다.

 

사과는 온전히 피해자 중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사과를 하는 데 있어 용서를 구하는 행위 역시 가해자 중심의 사과법이다. 용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 용서는 온전히 피해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기에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과할 때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과할 때는 허리와 고개를 숙인다. 이런 행동이 주는 의미는 말 그대로 목을 내놓겠다는 의미와 같다. 이형태의 몸짓은 과거 봉건 시대에 통용되는 형태로 허리와 고개를 숙이면 당사자는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알지 못한다. 목을 내 놓을 테니 당신이 내 목을 치든지 용서를 하든 온전히 당신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말과도 같다. 이렇듯 타인에게 허리와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는 것은 피해자의 처분을 달게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가해자의 언행에 구구절절한 사연과 용서를 구하는 행위는 불필요하다.

 

 그렇다면 사과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다시 노재헌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광주 시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사과의 종결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가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과를 해야만 한다. 물론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피해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가해자의 의무이다. 피해 구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구제다. 물건을 손상시키거나 신체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한다. 다른 하나는 정신적 피해 구제다. 피해자는 어떤 피해를 받으면 눈에 보이는 피해보다 더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이런 정신적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사과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과를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한다. 물론 초기에는 피해자는 가해자의 얼굴조차 보기 싫을 테니 사과를 거부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여 정신적 피해 구제를 종결할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회피하기 위해 사과를 거부하는 것인지? 는 각자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사과는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 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이정도 사과하면 됐지 않아? 더이상 뭘 바래? 라며 가해자 중심의 사과를 많이 접한다. 피해자는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데 가해자는 적당한 사과와 금전적 보상으로 모든 피해자 구제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는 피해자가 도망 다녀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전학을 가야하고 성폭행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만 한다. 이는 지극히 가해자 중심의 사과에 따른 결과다.

 

올바른 피해 구제가 끝나면 비로소 용서화 화해가 이루어진다.. 이런 용서와 화해는 미래지향적이다.

 

독일은 2차세계대전에 따른 피해국에게 끊임없이 사과한다. 독일 총리는 해마다 폴란드에게 사과한다. 총리라는 직책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독일 국민이 피해 국가에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폴란드 국민이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하는 게 맞다. 시간이지나면 피해 당사자는 사망할 것이고 그 후손도 나이를 먹는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그래서 기억을 하지 못해도 역사에는 분명히 남는다. 독일이 얼마나 진정한 사과를 했었는지. 이런 사과가 계속되면 언젠가 아픔은 씻겨 사라지고 폴란드는 독일에게 사과 종료를 이야기할 것이다. 두 나라의 평화와 미래를 위한 상호 협력과 동반자 관계가 가능해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이 비록 고노 수상이 담화를 통해 사과하고 일왕이 사과 했다고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다. 그 이후 여러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과는 더이상 없었고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베 수상은 한술 더 뜬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베의 행동은 일본 국민의 행동과 같다. 아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면 이를 엄중히 꾸짖어야 할 일본 국민은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와 일방적인 합의를 했다. 피해 당사자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 국민을 대변한다는 정부가 나서서 돈으로 끝내 버렸다. 사과문을 받았다지만 그 진정성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일본 정부의 올바른 사과없이 준 돈은 피해 구제를 위한 보상금이 아니라 화대와 같다. 말 그대로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적당히 사과문 한 장 던져주고 돈 몇 푼 찔러주면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라는 생각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지극히 가해자 중심의 합의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사과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버려 진정성이 의심받기 충분하다.

 

일본 정부와 합의한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진영의 논리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영역 다툼이 아니라 인간 윤리에 대한 문제다.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에 있다. 옆집 강아지를 죽이면 사과를 하고 같은 품종의 강아지를 사다주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누가 우리 집 아이를 죽였다면 사과 한 번하고 똑 같이 생긴 아이를 데려준다고 그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엄성을 갖기에 개인 이 입은 피해를 정부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개인에게, 강제 징용자 개인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만 한다. 이것이 결여된 합의를 올바른 화해와 용서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인간 윤리와 결부된 문제를 정치 영역으로 끌여 들여서는 곤란하다. 지난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는 이 문제를 감싸고 돌면 곤란하다. 자칫인간 윤리는 돈이면 모두 해결 가능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분명한 태도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보수가 자리잡을 수 있다. 보수든진보든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다 같아야 한다. 그렇기에 인간 윤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필요하다..

 

위안부 합의는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할 문재가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윤리성으로 풀어야만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 재헌 씨는 이제 과거 청산을 위한 올바른 사과를 시작했다. 그의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서 그의 성숙된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끝> 

 

 

l죠리퐁l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