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는 법이 아닌 야수가 된 인민이 지배한다

이밥에고깃국 작성일 17.01.05 05: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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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브린이 최근 미국의 포린폴리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기사를 기고했다.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인민이 분노한 신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한국민주주의는 법보다는 인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인들이 중요시 하는 민심이 분노하여 야수처럼 돌변할 경우 법과 행정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엄밀하게 말하면 헌법 전문에 나타난대로 “우리 인민(We the people)”이 통치하지는 않는다. 헌법이라는 법률문서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는 어렴풋이 모습을 보이는 신성한 것일 뿐이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볼 수 있는 양상이다. 법이 지배하는 것이지 대중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도 대중이 직접적으로는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특이한 경우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는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다. 남한은 지배자들이나 지배받는 사람들은 인민이 존재한다고 믿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인민 또는 인민의 집단적인 의지라는 어떤 신비스런 관념이 직접 지배한다는 것을 믿는 나라이다. 이러한 관념의 바탕에는 이 나라의 격렬한 정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왜 이 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직접적인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설명해준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인민의 즉흥적인 집단적 판단을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민이 지배한다는 생각은 이해하기는 쉬워보이지만, 법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를 실제로 유효한 것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 특파원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수십만의 시위자들이 대통령의 청와대 부근의 도심 한복판 거리에 몰려나왔던 사태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12월 9일 국회에 탄핵당한 박 대통령이 실각한 이유는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설명은 박 대통령이 친한 친구로 하여금 삼성 등 재벌회사들에서 돈을 뜯어내고, 비밀엄수 규정을 위반하여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수정했다는 검사들의 발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여섯 번째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실각은 실제로는 다른 것에 의해 촉발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민(We the People)이었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바로 대통령이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의 말을 듣고 조종당했다는 한 TV기사였다. 그리고 몇주가 지나서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만약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미국처럼 법치에 기반한다면, 그러한 과정은 워터게이트 조사 때처럼 2년이라는 긴 기간이 걸렸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8년 2월까지 자신의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인민의 힘(people power)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대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하여, 정책결정과정이나 확립된 법치를 붕괴시킨다. 
한국인들은 이를 “민심(public sentiment)”이라고 부른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표현으로 영어로는 그 말의 근저에 깔려 있는 현상을 전달하지 못한다. 영어로 좀 더 정확한 문구는 “대중의 감정(the emotion of the masses)” 또는 “군중의 감정(mob passion)”이 될 것이다. 그것은 집단적인 정신이며, 초월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한국인들은 “민심은 법보다 위에 있다”는 말도 할 정도이다. 민주주의의 한국적 개념은 인민을 맨 위에 놓는다. 예를 들면, 공공사안을 관리하고, 외교 사절들과 어울리는 중요한 대통령 자리에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인민이라는 것이 대통령과 인민과의 암묵적인 합의이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민심”이 요구하는 바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주 말했듯 “인민이 신이다(The people are God)”- 한국인들은 이 말에 나오는 신을 한국 대통령들이 존중하기를 기대한다. 대중감정의 하나의 관심대상으로서 한국 대통령의 역할은 정부의 거대한 권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반면에 국무총리는 이론적으로는 내각을 운영하지만 상징적인 인물이다. 언제든 한국인들에게 총리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모른다고 답한다. 
국회는 행정부에서 하는 일을 견제하고 법률을 제정하는 역할이지만, 한국의 권력구조를 담은 사진에서는 미래의 대통령들이 밀치고 싸우거나 점잔빼며 행동하는 토론장으로 보인다. 통치는 대통령이 하며 박 대통령은 인민이 그녀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 놓았기 때문에 통치했다. 대중이 분노한 야수로 돌변한 이유는 박 대통령이 이단(heresy)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인민이 아닌 친구 최순실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절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제 1 계명을 위반했다. 이러한 신학체계는 강력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최순실의 영향력에 대한 기사가 터지고 단 며칠만에 아직 해외 관측통들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을 때, TV를 향해서 소리치는 한국인 배우자들과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야수가 지배하면 정부는 추종한다. 의원들이 제정한 것이든 뭐든, 의사결정, 검찰의 수사, 세무당국의 조사 등은 인민이 주문한대로 대응한다. 인민의 주문은 가두 시위, 인터넷 댓글, 그리고 상당한 분량의 신문기사 등에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2007년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 조승희가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쏴죽이고 17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민심이 분노하여,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로 하여금 한국인들에 대한 비자면제를 철회하도록 하고, 미국 의회에게는 두 나라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을 부결시키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라면 그러한 종류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한국이 여중생 2명이 치어 죽은 끔찍한 교통사고 직후 거의 매일 수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운전병을 살인혐의로 수감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었다. 당시의 군중은 의도된 살인이라고 믿었다. 2008년 광우병 발병 수년 뒤에 정부가 미국 소고기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철폐하자 비슷한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다. 초등학생들도 수천명이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이 자신들이 소비하기에는 부적합한 소고기를 학교매점에 보낸다고 믿었다. 물론 미국은 한국과 워낙 긴밀한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군기지 폐쇄 같은 극적인 조치를 취할 긴박감은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어쨌든 그것은 민심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것을 2002년 시위기간 동안에, 미국의 신문에서 한국인들이 미국을 원하지 않으면 미국이 떠나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알았다. 
그것은 새로운 반미시위를 촉발했다. 당시에 미국이 저지른 실수는 반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한국의 시위자들은 미국이 머물기를 희망하지만, 미군들이 자신들을 보다 더 존중하며 행동하기를 원했다. 그러한 시위가 미군기지의 폐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위는 미군기지 폐쇄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시위로 인해 주한미군 당국은 범죄를 저지른 미군들을 미군사법정에서 다루기보다는 자진해서 한국 법정에 인도하게 되었다. 또 주한미군은 아주 많은 봉사활동을 벌여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법률적인 판단을 할 때에 엄청난 수준의 대중적 압력이 작용한다. 예를 들면 박 대통령의 경우, 그녀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든 아니든 간에,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어느 정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사안이든 민심에 떠밀려가면 검사들에게는 사건이 되도록 법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열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들은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대통령 주변의 보좌진들에게 관용을 베풀면서 검사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동의하도록 할 수 있다. 이것도 안통하면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민심이 가라앉고, 무죄판결이나 가벼운 징벌이 사람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도록 할 때까지, 검사들은 시간을 오래 끌어갈 수도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를 설명하는 말이 있다. 즉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냐?”는 것이다. 
이는 수사가 시작되면, 수사의 배후에 있는 최초의 수사동기와는 무관하더라도, 피의자를 잡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어떤 혐의에서도 무죄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현 단계에서 그녀가 탄핵소추당했지만, 범죄증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중은 그녀에게 유죄를 선언했다. 민심이라는 야수는 잠시라도 생각하는 법이 없다. 10월말에 기사가 터졌을 때 한국인들은 대통령이 신뢰를 저버리고 어떤 정신병동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형제자매와도 떨어져 살며, 농간을 부리는 한 친한 친구로부터 수동적으로 명령을 받는, 한 나이든 독신여성이었다. 
대중은 즉각적으로 분노를 폭발시켰으며 박 대통령에게 적당한 지도자에게 자리를 양도하고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로 검찰로부터 나오는 정보와 신문들의 탐사보도 등을 통해서 증거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박 대통령의 고분고분한 원래의 이미지가 신속하게 변했다. 
현재 초점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직접 지시를 했는가 그리고 최순실이 권력핵심과의 관계를 악용하여 이득을 취했는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한국 대통령들에게 매우 전형적으로 일어났던 내용으로 바꾸어 놓았다. 즉 좋았던 옛날의 부패 이야기가 되었다. 
이전의 대통령 6명 가운데 두 사람은 부패혐의로 투옥되었다. 한 사람은 자살해서 검찰의 조사가 끝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경우는 가족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투옥되었다. (이러한 경우들이 박 대통령과 다른 점은 여러 소문과 혐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이 직권정지된 이후에도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 
그러나 일단 불붙은 민심은 그러한 구체적인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기사가 나오면 정부당국이 맡아 할 일은 대통령이 유죄임을 밝히고 쫒아내는 일이다. 야수의 주장이 각하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 마이클 브린, 한국 전문 저널리스트 번역 | 우태영,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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