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 추천

거리의연주자 작성일 22.10.20 17: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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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려고 보려고 하다 딱히 끌리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봤다.

 

보고 나니 그 많던 호평들이 이해가 갔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리뷰는 스포가 될까 싶어 안 하겠다.

 

보면서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건 너무 마음이 아파 더 얘기 못하겠다. 

 

이웅평 귀순 사건, 진짜 그 때 대한민국은 난리도 아니었다.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비상방송이 나오고 온 국민이 비상음식을 사재기하고 가게에 라면이 바닥났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 귀가 따갑게 듣던 그 사건들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정재와 정우성의 두 입장이 어느 하나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고 각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게끔 그려진건 이 영화의 백미다.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재자를 제거해도 국민들이 변하지 않으면 그 독재자가 얼굴과 모습만 달리하고 언제든 살아난다는 것을.

 

전두환은 죽었지만 이 국민은 또 굥을 대통령으로 뽑고 독재자를 부활시켰다.

 

어렸을 때 내 아버지는 나에게 전두환 전기를 사주면서 내가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셨다.

 

독재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용인하고 부러워하는 내 아버지 같은 국민 하나 하나가 더 무섭다.

 

나는 국민들이 무식해서 굥을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식해서가 아니라 악해서이다.

 

자신의 악함으로, 자신의 이기심으로 자기에게 어떤 세상이 더 유리한지 지혜롭게 판단한 것이다.

 

나는 굥이 무섭다기 보다는 이러한 국민들을 이웃으로 두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더 무섭다.

 

내가 가는 미용실 아줌마가 티비에서 거니가 나오니 멋지다고 칭찬하는 얘길 들었다.

 

이런 마음들, 악인들을 증오하는 마음이 아니라 악인들을 부러워하고 추구하는 그 마음들이 이웃이란 이름으로 나타날 때

 

정말 무섭고 끔찍하다.

 

나는 세월호 사건도 그네의 잘못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큰 사건으로 터졌다고 생각한다.

 

그네를 탄핵한 것 만으로 이 사건의 책임자가 처벌 받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책임자들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살아가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사설이 길었지만 잘 만든 영화다. 박수를 쳐 줄만큼.

 

현대사의 사건들을 모티브로 재구성해서 이정재와 정우성의 서로 다르면서 목표가 같은 두 관점을 잘 조명했다.

 

보기 망설여졌다면 잘 만들어진 영화니 보아도 후회 없을 것이다.

 

이 현대사를 겪은 사람이라면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고 많은 상념에 잠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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