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vs 기혼 (20대)

묘묭이 작성일 23.03.03 22: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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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일단 픽션을 써 보려고 합니다.

 

소설이나 마찬가지 이지만, 결혼과 육아에 해당이 많이 되는 듯 하여 연애결혼육아 게시판에 씁니다.

 

 

비혼 20대 남

 

중고등학교때 성적도 무난하고 그저 무난한 대학 공과대학에 진학함.

 

남들 다 한다는 전자전기과에 가서 머리에 쥐나게 공부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취직도 그냥 적당히 했음.

 

이것저것 경험을 쌓겠다며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영어공부도 나름 열심히 함.

 

여친은 있다가 없다가 하기도 함.

 

대학을 약간 늦게 졸업하고 적당한 회사에 취직하였음.

 

집안이 잘 사는건 아니라서, 대학 등록금은 대출을 받았기 떄문에 취직과 함께 대출금을 갚아야 했음.

 

 

월급 250만원 받는데 원룸 월세 60만원, 등록금 대출비 상환, 통신비 교통비, 용돈 등 빠듯하지만 나름 직장인으로서 할건 다 하고 살고 있음.

 

취직 2년차 정도에 일단 차를 질렀는데 이게 좀 타격이 있음.

 

차라는 것은, 단순히 할부비, 보험료, 유류비만 내는 것이 아니었음.

 

차가 생김으로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건 사실임.

 

원하는 곳은 언제 어디든 달 수 있게 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음.

 

언제는 갑자기 감성에 취해서 친구 한명 불러 옆에 태우고 정동진에 가서 해뜨는것을 보고 온적도 있고,

 

국산 준중형차지만 벌써 차가 있다는 사실에 친구들도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허세도 약간 부려볼 수 있음.

 

게다가 새로 만나게 된 여친도 있는데 여기저기 전국 돌아다니며 재밌게 데이트를 할 수 있음.

 

뚜벅이 생활때는 데이트하다가 힘들거나 지치면 서울 시내 사람 치이는 카페에 앉아 쉬어야 했지만,

 

차가 생긴 이후, 어디 놀러가더라도 힘들면 커피 사다가 차에 가서 쉬면 되기 때문임.

 

그리고 ㅁㅌ같은 곳도 좋은 곳으로 찾아다니기도 좋고 놀기도 좋기 때문에 돈 씀씀이가 커질 수 밖에 없음.

 

이래서 직장 선배들이 차를 최대한 늦게 사라고 했나 봄.

 

 

나는 비혼주의이고 나름 능력남이기에 친구들에게 꿀려보이긴 싫음.

 

그래서 가끔 친구들 모임에서 술도 한잔씩 사야 하고, 여친과 바닷가 등 놀러가면 칼국수가 아니라 조개구이 정도는 먹어줘야 함. 

 

뭐 그래도 월급은 계속 꾸준히 들어오니 대출금과 품위유지를 하기 위한 용돈을 쓰느라 돈을 많이 모으긴 힘들지만 생활이 유지가 됨.

 

결혼보다는 그냥 폼나는 연애만 하면 되고, 또 집값이 비싸니 그냥 이렇게 즐기며 살아가도 좋을 거 같음.

 

얼마전 클럽에서 만난 ‘미영이’와 같이 원룸에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시켜먹는 데이트도 가끔은 색다르게 재밌음. 

 

 

 

 

기혼예정 20대 남

 

대학다니던 여친과 같이 취직을 하게 되었음. 여친은 딱히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성실하게 삼.

 

나중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일단 결혼자금을 모으기로 결심함.

 

월급 250만원 받아서 학자금 대출 갚고 원룸 월세비 내고 기타 잡비 하면 남는것도 별로 없는건 사실임.

 

한달 50만원 저축하기도 빠듯함. 그래도 1년이면 600만원씩 모을 수 있고 여친도 같은 마음이라 같이 돈을 모음.

 

연차가 오르며 월급이 조금씩 오르게 됨. 저축액이 월 50에서 60만원으로 오르지만 이것으로 집을 사기엔 택도 없는 것을 알고 있음.

 

부모찬스를 쓸 수 없는 형편이라 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을 수 있을 까 생각하다가, 여친과 그냥 합쳐서 같이 살면 어떨까 싶기도 함.

 

 

나이 30되기 전에 일단 양가 부모님 인사를 정식으로 드리고 결혼 승낙을 받음.

 

지금까지 모은돈은 남자 2천 좀 안되고, 여자 천 조금 넘음. 둘이 합쳐 삼천이라서 전셋집도 구하기 힘듬.

 

학자금 대출은 이율이 낮고 연말정산 때 유리하여 천천히 갚기로 하고 일단 반전세를 구해보기로 함.

 

 

여친직장과 본인 직장 둘 다 출퇴근에 용이한 중간지점 정도에 집을 구하는건 쉽지 않았음.

 

하지만 유투브나 부동산 책을 보면서 틈틈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여기저기 집보러 다닌 결과 15평정도 투룸이지만 아담한 집을 찾을 수 있었음.

 

근데 말이 반전세이지 실제로는 월세에 가까운 집임. 보증금 5천에 월세 70… 개 비쌈.

 

하지만 일단 결혼을 하려면 집을 구해야 했기에 부족한 돈은 대출을 받기로 함.

 

둘이 합쳐 월 소득액이 500만원 좀 넘고 학자금 대출과 월세, 통신비, 점심값, 최소 생활비 등을 빼면 200정도가 남게 됨.

 

결혼하면 굳이 돈쓰는 데이트를 안해도 되고 집에서 같이 보내도 되기에 데이트 지출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

 

각자 용돈 50만원씩 쓰고 월 100씩 적금을 들기로 함.

 

결혼식 스드메는 최소로 하고, 여친도 딱히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어 결혼식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나가진 않음. 700정도로 식장 예약을 했음. 그래도 여친은 나름 기대가 되는지 웨딩드레스에 몸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함.

 

부모님을 설득해서 예단 예물도 최소로 했음. 예단은 500받고 300정도 돌려주었고, 예물 중 다이아는 살때만 비싸지 팔때는 헐값이어서 순금반지에 큐빅박힌 것으로 했음. 

 

여친도 이런 내용에 동감하면서 친구들 SNS 자랑질 할정도만 하고 실속을 챙기기로 함.

 

친구들 중 결혼이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다들 결혼식에 오겠다고 관심이 엄청 많음.

 

본인과 여친은 둘다 실속파라, 친구들이 결혼식장에 오는 것은 돈이 안된다는거 알고 있었음.

 

그래도 도리는 해야 겠기에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 모임에 가서 청첩장도 돌렸고, 직장에서도 청첩장을 돌림.

 

본인 밥값정도만 축의금 주면 된다고 생각을 했음.

 

진짜 돈 턱턱 내는 하객은 부모님의 인맥임..ㄷㄷㄷ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여기저기 결혼식 다니며 쓴 돈 회수하는 자리가 결혼식이라고 생각했음.

 

따라서 축의금 받은 것은 다 부모님 드리기로 하였음.

 

 

두둥.!!

 

결혼식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결혼한다는 실감이 안옴.

 

집은 이미 구해 놨기 때문에 이젠 전여친이 되어버린 여자와 결혼식 하는 날 새벽에 같이 미리 예약해둔 샵으로 감.

 

 

각자 흩어져서 신랑화장, 신부화장을 하고, 턱시도 웨딩드레스 등을 챙긴 뒤 결혼식장으로 향함.

 

들러리 이모에게 드릴 현금도 챙겨드린 후, 결혼식장에 가서 각자 흩어지게 됨.

 

 

남자인 나는 식장에 가서 직장 선후배 동기들, 친구들, 부모님 인맥들,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지어야 했음.

 

전 여친은 신부대기실에 앉아서, 친구들 SNS 사진 배경이 되어 주었음. 여자들은 다들 난리법썩을 피우며 신부대기실에 있는 전여친을 배경삼아 자기 셀카를 열심히 찍어댐 ㅋㅋ 

 

기억도 안날정도로 결혼식은 후다닥 지나가고, 폐백을 한 후 하객들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드림.

 

유치원때 내 얼굴을 봤다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아버지 동네 당숙이네 누구네 처음보는 친척들에게 ‘기억한다’ 는 척을 하며 인사드리는게 쉽진 않았음.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어서 배가 고픈 참에, 전 여친의 동생이 이미 뷔페에서 음식을 떠놔서 그것을 후다닥 먹고 어른들께 께 인사 드리고 신혼집(반전세로 부르지만 보증금 비싼 월세)에 감.

 

지금까지 참았던 식욕 등을 터뜨리고 다음날 신혼여행을 기대하며, 이젠 와이프가 된 전 여친과 맥주한잔 하고 영화를 보다가 푹 잠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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