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뭔가 보여

연착륙피자 작성일 24.11.02 17: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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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동네에 커다란 공장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깊게는 모르나

사장이 도망간건 확실했고

공장이 며칠내로 폐허가 됐으며

사장은 돈 내놔라 라는

원망이 가득한 현수막에 분위기가 영 개판이었다.

사람이 몇은 그 터에서 자살했다는 말도 돌고

그렇게 폐허가 된지 몇개월이 지났다

당시 아는 친구가

컨셉잡고 사진 찍고 싶다고

그 공장으로 가자고 했다.

장비를 챙겨서 그곳으로 모였다.

동네에 작은 산이 있는데

거기 입구에 있는 회사라

가는 길은 많이 험하지는 않았다.

근데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딱봐도 아무리 도시의 변두리지만

지역상 밤에 전기 안 들어오고

이래저래 나뒹구는 드럼통과 나무 그리고 건물을 부순 잔해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뭐 어쩌겠나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던 시점이라

조금 추워서 그리고

조금 있으면 어둑어둑해질 시간이라

노을이 지는듯한 컨셉의 사진과

초저녁의 분위기를 답은 컨셉을 원해서

 

어쩔수 없이 주변에 마른 나무들과

굴러다니는 잡지 신문

그나마 좀 괜찮은 고추장 통으로 보이는 작은 드럼통

불을 지피고 그나마 그 온기와 빛덕분에

안전하게 찍을수 있었다.

 

그런데 일행중 하나가 살짝 얼었다.

 

‘ 나 순간 저 연기에서 어떤 얼굴본듯’

 

순간 벙졌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애가 아니라

다들 에이 하하하하 했지만

순간 뭐가 찌릿하며 싸한 분위기

몇장만 더 찍고 가자고 생각했고

시간을 보내야하니 불을 좀 더 짚여놨다

 

그리고 거의 끝나서 정리를 하려는데

우리들은 시선을 돌리다 동시에

뭔가를 보곤 한순간에 놀라서

고함을 지르고

짐을 빨리 챙기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동안 친구들과 그 얘기는 절대 안 했으며

가끔 생각날때마다 으스스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우리끼리 얘기를 나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연기에 뭔가 얼굴로 보이는게

한명만 본게 아닌 전부 다 봤다고

집으로 가는길 내내 다들 기분이 으스스했다고

 

별거 아니겠지만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다가 예상 못 한 뭔가를 봤을때

깜짝 놀랜 그 기분 잊을수가 없다…

 

정말 우린 뭔가 얼굴같은걸 본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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