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귀신

허달삼 작성일 22.08.23 15: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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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유 첫 글이군요. 요즘 심야괴담회를 재밌게 보고 있기도하고 제보할 정도의 얘기는 아니지만 군복무 중에 겪었던 경험담을 적어 볼까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년 전 02년에 겪었던 무섭다기보다 좀 소름 돋았던 일입니다. 기갑여단에서 영외대대로 따로 빠져나온 전차대대에서 복무했었는데요. 

K1전차 한소대에 3대씩 지휘반 1대있고 장갑차도 있고 뭐 암튼 몇십대 안되는 영외 전차대다 였어요. 파주에 있었던지라 당시에는 지금과 다르게 논과 밭으로 펼쳐져 있었지요. 

각설하고 01년도 입대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02년 월드컵은 못보겠구나하던 아쉬움이었죠. 뭐 결국 대대장이 티비시청을 허락해 티비중계로 볼 수 있긴 했지만요ㅎㅎ. 그렇게 월드컵이 끝나고서 여름이 지나며 가을이 오는지 새벽녘엔 제법 쌀쌀해지고 스산했던 밤이 오던 가을이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새벽 두세시 사이 초소근무 였어요. 당시 상병 꺾이고 몇달후면 상말과 병장을 바라보던 저는 후임과 함께 초소로 향했고 항상 변함없고 반복되던 근무교대를 한 후 계단을 올라 이층 초소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십여분이 지났을까... 

예전 체육관이었던 창고 쪽을 바라보며 경계근무를 서던 후임이 저를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는겁니다. 

" 허달삼 상병님! 허달삼 상병님 " 

뒤돌아 봤을땐 이미 애가 좀 겁에 질린듯 창고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킬뿐 쭈구려 앉아 사색이 되어 있었어요. 저는 영문을 몰랐고 많이 놀랐습니다. 

바로 후임 하이바 한대 쥐어박고 어깨잡고 흔들며 정신차리게하고 물었습니다. 대화 내용은 정확하지 않지만 기억을 되짚어 씁니다. 

" 왜 그래? 뭘 봤길래 이지랄이여! 새끼야!!" 

" 창고 앞에 가로등! 가로등 밑을 보십쇼! " 

창고쪽을 보니 가로등만 밝게 어둠을 비출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가로등 밑에 뭐 이새끼야. 아무것도 없자나!! " 

" 허달삼 상병님. 저게 안보이십니까? 가로등 밑에 남자 한명 서있지 않습니까!! " 

............ 

느낌이 싸했고 등줄기가 오싹했습니다.. 

하지말 저에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남자도 없었습니다.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나서야 좀 진정을 했어요. 물어보니 우리가 입는 군복이 아니었고 (처음보는 마치 옛군복처럼) 다리를 보니 전투화를 안싣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다리가 없더랩니다. 얼굴은 검게 형상만 보일뿐.. 

믿기지가 않았죠. 아니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후임에게 너가 피곤해서 힘들어서 잘못본 것이다. 헛것을 본거다. 다시한번 봐바라 하니 겨우 힐끔보더니 아직 서있다고 무섭다고 벌벌떠니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뭐가 보여야 대처라도 할텐데 말이죠. 

할 수 없이 근무내내 후임은 초소안에 쪼그려 앉아있게하였고 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앉아있어라 진정해라. 괜찮다며 다독이니 좀 진정하였고 혹시나 의구심에 가족이나 일가친척쪽에 무속인이나 뭐 신내림같은걸 물어보았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얼 보는게 아닌가해서 말이죠. 근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도대체..뭐지?... 저도 무서워 지더라구요... 

아무튼 겁먹은 강아지마냥 있길래 장난은 절대 아니었고 근무교대 시간까지 쉬게 해주었습니다. 딸딸이로 행정반 일직사관에게 보고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다 보고는 안했습니다. 시간이지나 근무교대를 하였고 특이사항 없음으로 끝내고 막사로 돌아가는 그 길이 어찌나 으스스하던지.. 

후임놈은 제 옆에 딱 붙어서는 울기일보직전이고.. 

그렇게 복귀하고 담배한대 피게하고 뽀글이 먹을까하니 죄솜하다며 너무 놀랬고 힘들다 하여 그냥 어서 자라고 그러라했죠. 당시 일직사관이 좀 친했던 김중사였던지라 커피한잔하시죠 하면서 담배 한대 피면서 말했습니다. 아까 있었단 일들을요. 역시나 믿겠습니까? 아무도 안믿죠. 저도 못봤으니까요. 

그리고 내무실로 들어가 후임을 보니 잠들었더군요. 잠든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얼마나 힘들면 헛것을 볼까하구요. 저도 그렇게 확인 후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되어 후임보니 괜찮더라구요. 

" 좀 괜찮냐? 잘 잤어? " 

" 네. 잘 잤습니다. 허달삼 상병님은 괜찮으십니까?" 

" 괜찮지 인마~ 너가 피곤해서 헛것 본게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대화 후에 점호를 끝내고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판들고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데 일직근무 섰던 간부들이 한식탁에 모여 밥먹고 있었어요. 저는 그 옆 건너편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본부중대 간부 왈 

" 다들 일직서느라 수고했고, 식사들 맛있게 해. 간밤에 별일 없었지? " 

그 얘기에 2중대 일직사관이 말하길 

" 아 새벽에 초소근무하던 놈 하나가 귀신을 봤다나 뭐라나 상황보고하고 소란떨길래 근무교대하고 혼구뇽을 내줬죠.ㅎㅎ 귀신이 어딨다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밥을먹던 저와 우리중대 일직사관 김중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바로 3중대 간부가 얼굴이 경직되더니 

" 박중사님! 그게 몇시쯤에 그랬습니까!! 아니 우리 애도 한놈이 초소에서 근무서다가 어떤 남자가 계속 보인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언제 그런겁니까?"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 김중사와 다시한번 눈이 마주쳤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우리중대 김중사가 말을 시작했어요. 

" 이중사님 박중사님... 놀라지 마십쇼... 두세시 근무조였던 저희 애들도 봤답니다... 확실히 본거 맞습니까? " 

근처 식탁에 앉아있던 몇몇 병사들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저와 후임은 눈이 마주쳤고 제 입에서는 나즈막히 한 단어가 흘러나왔습니다. 

" 이런 시버럴..." 

정말 그때만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니 약간 소름돋네요. 이게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보면요. 

글 도입부 처음에 복무했던 부대가 영외대대라고 했습죠? 산을 밀어버리고 막사짖고 연병장 만들고 전차 주차장 세우고 그렇게 만든 부대입니다. 그러니 부대 주변은 사발그릇마냥 산등성이로 둘러 쌓여있습니다. 그러니 초소도 산길에 위치해 있지요. 

본부중대,1,2,3중대로 이루어져 초소는 본부중대를 제외한 삼개중대가 경계를 하니 삼각형 모양으로 초소가 있고, 저희 1중대 초소가 체육관으로 쓰던 창고에 제일 가깝고 그다음 2중대는 좀 멀리서 보이고, 3중대가 조금 더 멉니다. 

초소에서 ㄱ자 후레쉬로 신호보내면 중대 초소마다 다 볼 수 있고 밤이라도 창고 앞에 가로등이 있기에 그 밑에 사람이 서 있다면 제일 먼 3중대 에서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거였어요. 

뭐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부대 내에서는 쉬쉬했구요. 그래도 병사들 사이에 금방 소문 났었죠. 그때 보이고 난 후에는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그 남자는 뭐였을까요?... 부대내 떠돌아 다니는 혼령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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