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할 수 없는)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1 중동의 매력적인 빌런 카타르(1)

갑과을 작성일 20.06.01 0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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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습니다.
스웨덴 편 마치고 휴식을 가진다고 했는데, 사실 저번 북유럽 이야기를 다루기 전부터, 다루고 싶었던 나라가 있던 터라.....
북유럽 편이 드디어 끝났구나 싶더니 손이 근질거려서 더는 못 버티겠더라구요.
북유럽을 끝마치면서 제가 “다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들에 대해 다뤄본다고 대략적으로 말씀을 드렸는데요.

“우리나라 사람이 잘 모르는 나라”라는 명제에는 다음의 조건들이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1.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라
2. 이름은 들어봤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는 나라
3.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오해하고 있던 나라

지구는 5대양 6대주로이루어져 있고,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곳은 최대의 대륙인 아시아인데, 아무래도 “잘 모른다”라고 생각할 나라들이 몰려있는 곳이 어디인가.... 생각해보니 “중동 / 아프리카 / 남미”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번에 “지식 브로커질”을 할 예정인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도 그런쪽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저의 흥미”와, “저의 놀라움”이라는 다소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나라를 선정해서 시리즈를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1-1) 그래서 첫 나라로 어디를 할 것인가....

사실, 이전 시리즈를 준비하기 전부터 제 기준에 “최애”였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부터 다룰까 맨 마지막에 다룰까 고민을 했는데.....저 혼자 알고 있기엔 이 나라의 매력이 팡팡 터지는 지라, 맨 마지막에 다루는 것은 저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 같아, 이렇게 첫 순서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1-2) 이번에는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나의 나라는 대륙에 속해있으니, 대륙을 전체적으로 개괄하고, 그다음 해당 국가에 대해 다루고(특이한 점, 신기한 점 위주로), 마지막으로 왜 이런 신기한 점이 생기는지 이유를 설명해주는 “역사”를 다뤄 보는 것을 기본 포맷으로 하겠습니다.......만, 지금 소개할 나라는 “안돼 그때까지 못 기다려”하는 마음의 소리 때문에, 시작부터 그 포맷을 깨고,

나라부터 다루고, 그다음 해당 국가가 속해있는 지역에 대해 개괄하고 다른 나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출처를 밝히자면 이 시리즈는 “삼프로tv”의 코너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아 그리고, 제 게시글은 아무래도 글 위주다 보니, 여러분들의 이해를 위해선, 지도어플을 켜두시면서 보시면 이해가 좀 더 원활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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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에 다룰 나라는 Q로 시작되는 나라입니다.

세계에 나라가 200개 정도 된다는데, Q로 시작되는 나라는 딱 하나가 있습니다. 쿠웨이트? 는 K로 시작하구요, 영어 Q는 한국어 자음으로는 “ㅋ”로 되니, “ㅋ”로 시작되는 나라들을 죄다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건 너무 시간낭비가 될테니, 바로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카타르”가 되겠습니다.

카타르라는 나라 들어보셨어요? 저는 예전에 했던 MMORPG게임에서 카타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게임에선 무기 이름이었는데..... 이게 나라 이름이었을 줄이야..... 아마 대다수의 짱공인 여러분들도 카타르? 처음 들어보는데? 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는데요.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있으니, 이 나라가 우리나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연식이 되신분들을 위한 “도하의 기적”

축구 좋아하시면서.... 저보다 연식이 되신 분들은 “도하의 기적”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때가 93년도라는데요. 이때 저는 축구보다는 “소꿉놀이”에 관심이 더 많이 갈 꼬꼬마였던 터라, 저와 비슷한 연배들을 위해 말씀을 드리고 넘어갈게요.

때는 93년, 그 다음해 있을 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예선이 벌어졌대요. 지금이야 “홈-어웨이”식으로 지역 예선이 따로 있지만, 그때는 장소하나 딱 잡고, 거기에서 경기를 쭉 가지는 식으로 진행됬나봐요. 그때 월드컵 예선 장소가 도하, 카타르의 수도였대요.

그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과 마지막 경기로 붙었고, 일본이 이라크와 마지막 경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때 우리나라가 본선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1)일단 북한을 잡는다
(2)이라크가 일본을 잡는다
(3)승점에 따라서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 진출
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지 오래되서 이를 갈고 있었고, 마침 예선전 분위기도 좋아서

“이번에는 올라 가겠는데?”라는 분위기였다지요.

일단 우리나라는 북한을 3:0으로 이김으로서 퍼즐 하나는 맞췄는데, 문제는 이라크와 일본전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던 겁니다.

월드컵 예선, 본선 시즌마다 나오던 그 지겨운 단어 “경우의 수”가 등장한 것이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워낙 일본 분위기도 좋았으니..... 우리나라 선수들은 북한 잡고도 “아 못올라가나?”하면서 벤치로 돌아오는데

이게 왠걸? 벤치에서 난리가 난 겁니다. 이라크 선수가 헤딩골로 마지막 골을 넣었는데, 그게 후반 끝나고 추가시간마저도 끝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인거지요.

후일담을 말씀 드리자면, 이때 골을 넣은 이라크 선수는 그 다음 해에, 우리나라 현대 백화점에서 사인회를 열었다고......

이때의 일을 우리나라는 “도하의 기적”이라고 하고,

일본은 “도하의 참극”이라고 한다는군요.



2-2) 조선업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한 “LNG선박 대량 발주”

조선업계는 한때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던 효자 업계였으나..... 조선 3사의 “해양 플랜트 사업 실패”로 줄창 내리막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중국도 슬금슬급 따라잡고 있었고요.

그런데 작년 즈음에, 대박 사건이 터지면서 조선업계가 반전의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카타르에서 우리나라에 “LNG선박을 100척 발주”를 때린 겁니다. 이게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든거지요.

이 사건으로 망해가던 우리 조선업계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는데요.

왜 그런가를 설명하는 의견중에는 “거 중국 놈들 배 더럽게 못만들잖아? 배 만들어놨더니 배가 바다에서 두동강 나고, 여윽시 우리나라의 발달된 기술을 짱깨새끼들이 따라잡을라면 멀었다~”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 카타르의 큰손 고객이 우리나라라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카타르의 주요 고객이 우리나라와 일본이거든요. 일본이야 조선업을 진작에 ㅈㅈ쳤고, 우리나라는 아직 완전히 무너진게 아니었으니...... 기왕 배 주문 할 거면 큰손한테 사주는게 상도덕 아녀? 한 것도 한 몫을 한 듯 싶습니다.



3) 그래서 얘네는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냐?

여기서부터 구글 지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사전에 찍어놓은 짤을 보시면 더 이해가 되겠습니다만, 카타르는 “아라비아 반도”의 쪼끄만한 소국이에요.

아라비아 반도를 “넙적한 장화”라고 친다면, 워커에서 끈을 매는 매듭? 의 위치에 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로 치면..... 포항정도 포지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타르의 위치상..... 사우디 아라비아 옆나라니, 당연히 사우디 큰 형님과 함께가는 세트메뉴의..... 뭐랄까, 감자튀김정도 될거 같은데

얘 위치가 또 재미있죠. 바다(홍해)를 사이에 두고, 사우디의 철천치 원수 “이란”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어째 우리나라 만큼이나 피곤해보이는 위치에 나라를 잡은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카타르는 이 위치를 십분 활용해 “중동의 해방구”, “중동의 악동”......나아가 “중동의 빌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카타르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4)Show me the (GA$) money!!

중동이고, 사우디 옆나라니 대충 짐작이 되시겠습니다만, 이 나라는 석유/천연가스의 수혜를 받는 이른바 “기름수저국”입니다.

저번 시리즈에서는 노르웨이를 다루면서 “스스로를 촌놈으로 여기는 모범생”의 모습을 보았다면

카타르를 보면
“와 x바!!! 이 형님 돈 쓸줄 아시네!!!!! $wag Yeah!!!!!” “뿌뿌뿌뿌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카타르 하면 일단 제일 잘 알려져 있는건 “에미레이트 항공”의 라이벌 “카타르 항공”입니다. 짤로 보여드렸지만, 전 세계의 미녀들이 승무원으로 있고요 (우리나라 승무원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4명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있는 곳은.....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합니다. 전 비행기 자체를 많이 안 타봤고...... 타도 이코노미만 타봐서ㅠ 비즈니스 클래스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지만, 짤만 보곤 퍼스트 클래스인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전 세계 미녀들이 있다는데 카타르 미녀는 ㅇㄷ? 라고 하실텐데요.
카타르 미녀는 저기서 근무 안합니다. “힘들게 뭐하러 일해?”라는게 일반적 인식입니다.

카타르는 “나라다운 나라”를 두고 따져봤을 때는, 세계 탑 급입니다. 저번에 다뤘던 모범생 노르웨이보다 더 잘사는 나라입니다. 노르웨이의 1인당 gdp가 $82,711라면(2018년 기준), 카타르는 $145,894(2017년 기준) 입니다.

사실 저번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세율로 인해 많이 벌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가처분 소득)이 적어...... “비 자발적 청빈 생활”을 한다면, 이 나라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펑펑 쓰는 거에요.

그도 그럴 것이, 카타르 인구는 270만 정도 되는데(2018년 기준) 이중에서 카타르 국적을 가진 사람은 30만명이거든요. 이 나라는 버는 돈이 가처분 소득과 비슷하거든요. 나머지 240만 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죠.

그럼 30만명의 카타르인들은 무슨 일을 하느냐......? 사장, 회장, 전무, 이사 자리 많잖아요? 이런데 앉으면 되는 겁니다. “그냥 난 공부할래” 하는 사람은..... 그냥 나라에서 돈 주니까, 공부하러 가면 돼요. 이런 나라에 사는데 굳이 승무원 같이 “힘든 일”을 할 리가 있나요?

이 나라의 부의 원천이 무엇이냐.... 천연가스 입니다. 카타르의 나라 크기는 경기도 만 한데요. 가스 매장량이 세계 3위 입니다. (1위 러시아 2위 이란)

원래 여긴 바다였대요. 대륙이 이동하다가 판과 판이 부딪쳐서....깊은바다->얕은바다->육지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의 사막은 소금사막이래요. 참고로, 이런 곳에서 대부분 석유/천연가스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마그마가 굳어지고, 그게 침식작용을 거쳐 깎아져서 만든 지형이니, “혹시 석유가 나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ㅎ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군 할아버지가 제대로 임장도 안하고 이곳에 터를 잡은거 같아요...... 5,000년 전의 부동산 사기사건의 여파가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경기도 크기에, 30만 인구가 살고, 거기에 세계 3위의 가스 매장량, 세계 천연가스 보급의 13%를 차지.....그냥 이 나라는 가스 위에 떠 있는 셈입니다. 그걸 30만명이 나눠먹는데, $100,000을 못 넘으면 이상하겠죠?

중동지역에, 3면이 바다니 여름에는 대구 따위는 “붙이는 핫팩인가?” 할 정도로 덥고 습합니다. 여름철 기온이 50도래요.

그리고 사막이라 연간 강수량이 70mm이라서, 이 나라의 수도인 도하에는 “우수관”(빗물 처리 시설)이 없어요. 그래서 가~~~~~끔 비가 내리면, 이 나라는 진흙으로 된 난장판이 되어버립니다.
뭐 그래도 2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알아서 다 치울거니까 별로 걱정은 없겠죠?

스포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여기가 2022년에 도하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확정되었어요.

“돈으로 매수했다.”
“더워서 어떻게 하냐.”라고 말이 많은데, 여기 입장은 간단합니다.

“걱정 마쇼. 경기장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바닥에 찬물 지나가게 파이프 심어서 시원하게 만들거니까”

그럼 실내 경기장을 만들건가??? 하실텐데요, 여긴 돔 경기장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그냥 뚜껑 열고 에어컨 틀어도 시원해질 때 까지 조질거니까.....라는게 유일한 대책이라는 군요.

(허?? : 시무룩) 밑빠진 독에도 계속 물을 부으면, 언젠간 다 찬다라는게 이 나라의 모토인거 같습니다.

이렇게 돈이 문자 그대로 쏟아지는데, 소득세를 굳이 걷을 필요가 없겠죠? 여긴 소득세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업율도 없어요. 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라가 일자리에 꽂아줍니다.

실업률이란건, 일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내가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못 얻는 사람의 수를 말하는 건데.....

(1) “돈이 이렇게 많은데 뭐하러 일해? “라는 인식이 있고
(2) 일자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나 A라는 회사 전무인데, 이번에는 B라는 회사로 옮기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마침 B회사에 자리가 없어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세요” 하는 경우라서....

이것을 놓고 보면 실업률이라는게 이 나라에선 의미가 없는 통계인 거죠.

와...... 씨 진짜 부럽네요. (2)의 사례를 경제학적 용어로 “마찰적 실업”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이 나라의 실업률은 0.1%입니다.

“우와..... 이 나라 사람 하고 싶은데?”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최근까지는 국적 부여를 안하다가, 최근들어서 영주권 제도가 생겼습니다.

(1) 카타르 사람하고 결혼을 하거나 (2) 카타르 정부가 지정하는 업종을 카타르에서 20년간 근무를 하면
영주권을 부여해 준다고 합니다.



4-1) 이 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부자가 됐는가?

사실 이 나라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게 된건 생각보다 얼마 안 됩니다. 1940년대에 들어서 가스가 발견됐구요.

그 전에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어요. 당시 이 나라의 유일한 특산품은 “천연 진주”였는데, 뜻밖에도 일본에게 한방 얻어맞아버립니다. 일본에서 1920년대에 “양식진주”를 개발해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근근이 먹고 살던 카타르는 동냥그릇마저 박살나버린 거지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20년 뒤인 1940년에 석유가 발견됐으니까 그때부터 잘 살았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그땐 영국의 보호령이라 별로 재미도 못 봤다고 합니다.

다만, 영국도 “저 쪼꼬미 반도에서 나봐야 얼마나 나오겠냐?”라고 생각해서인지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1970년대에 독립을 한 뒤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왕이 “저 천연가스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어, 그냥 우리나라 안에서 조금씩 쓰고 말자”라고 생각을 했대요.

그걸 20년간 지켜본 아들이..... ‘와 우리 꼰대 개 답답하네.’라고 생각했는지...... 1995년에

“Succeeding you father”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를 시전해 버립니다.

이 때의 사건은 향후 카타르의 “빌런화”를 가지고 오는 단초가 되는데요. 그건 다음에 다룰 역사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왕위를 계승한 아들은 본격적으로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깨닫게 된 것이죠.

“우리가 깔고 앉았던 것이..... 생각보다 더 컸네?”

세계 3위의 가스 매장량, 혹은 세계 최대의 단일 가스전이었다는 소식에

영국은 땅을 쳤고,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영국 저 꼴보기 싫은 놈들, 닭쫓던 개 됐네. 꼴 좋다 깔깔”을 시전했습니다.

본인들이 버거워서 식민지에 놓아줬는데 다시 낼롬 먹어버릴 수가 없으니 말이죠.

알고보니 세계 3위의 가스 매장량인걸 알게 됐을때..... 이때의 왕이라면 “요걸 어떻게 팔아먹지?”라고 고민했겠죠?

왕위 계승을 마친 새로운 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사니”는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팔아먹기 좋은 곳은 유럽이다. 아무래도 가까우니까.
근데, 유럽은 이미 사우디 큰 형님이나 나머지 친구들이 파이프 꽂아서 퍼나르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팔아봐야 단가만 낮아지고 재미가 없다.

“그럼...... 재미있을 곳을 찾자”

그래서 지구본을 떼굴 떼굴 굴리던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사니”왕은 드디어 재미있을 곳을 찾고야 말았습니다.

(1) 석유 천연가스는 죽어도 안 나오는데 그거 소모는 조오오오오온나 많은 곳
(2) 그런데 우리나라랑 조오오오오온나 멀어서 파이프론 죽어도 연결 할 수 없는 곳
(3) 그래서 비싸게 팔아먹기 좋은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나라가 세계에 딱 두 곳, 그리고 심지어 그 두나라는 딱 붙어있는 이웃나라였습니다.

짐작 되시나요? 하나는 대한민국, 나머지 하나는 일본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파이프 꽂아서 팔아 넘기면서도 서로 가격경쟁을 할 때, 발상의 전환을 한 카타르 국왕은 유조선에 천연가스를 담아 우리나라와 일본에 팔아넘겼고

“액화”천연가스는 단가가 파이프 꽂아서 팔 때보다 훨씬 더 올라가니 카타르는 그야말로 때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왜 카타르가 우리나라에. LNG선박을 100척이나 주문 했는지, 왜 우리나라가 카타르의 큰 손이라 했는지 이젠 이해가 되시죠?

어째 태종이방원 같은 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왕의 또 다른 면모는 계속해서 나올 예정입니다.

어쨋건, 우리나라와 천연가스로 묶여서 불가분의 관계가 된 나라인데요.
우리나라가 잠깐 풀려났다가 다시 깜빵으로 돌아가신 그분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고 해서 소개 드립니다.

천연가스를 카타르에서 우리나라로 가지고 올 때, 유조선 비슷한 “LNG”선박을 이용하겠죠. 이게 하나의 거대한 탱크인 겁니다. 얘가 카타르->우리나라 일 때는 배 안에 가스를 가득 싣어서 오지만, 우리나라 ->카타르 일때는 빈 배만 떨렁떨렁 가더란 말이지요.

이때 당시 정부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보자, 빈 배만 가는건 낭비잖아? 저 배가 돌아갈 때 팔아먹을 만한걸 담아서 보내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카타르는 연간 강수량이 꼴랑 70mm에 불과한 사막국가니...... 저기에 제주 삼다수라도 담아서 보내봐?!?”

기름 탱크에 물을 담아서 보낸다라....상식적으로 말이 되겠냐? 싶지만, 당시 정부는 꽤나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연구 용역까지 했나보더라구요. 뭐..... 물론 상식의 승리로, 그건 그냥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쨋거나 95년도에 쿠데타를 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탐사, 개발을 했을테니 잘 살게 된게 얼마 안 됐겠죠?

이 나라는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당시 성장률이 20%였다는군요. 5년 뒤에 소득이 따블이 되는 놀라운 마술을 부린 겁니다.

후발주자라서 선발 주자들이 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어떻게 보면 애플을 따라가거나 때론 따라잡는 삼성 같은 성격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5)숙명의 라이벌?

이 나라는 석유로만 잘 먹고 잘 살 것 같은데, 은근 다방면으로 욕심을 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사우디같은 사이즈도 워낙 큰 형님을 라이벌로 삼기 보단

사우디 옆에 쪼꼬미 같이 붙어있으면서도, 석유 말고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아랍 에미리트”를 라이벌 삼아서 열심히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카타르 항공은 “에미리트 항공”을 따라잡기 위해서 맹추격중이고, 두바이를 따라잡겠다고 경제 자유구역을 건설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앞서 다뤘던 카타르 항공을 자세히 말해 보면..... 얘들은 세계 항공사 시장에 생태계 교란종입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휩쓸리고 있는 중인데요.

일단 얘들은 입지가 좋아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3개 대륙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항공의 환승센터 입니다. 뭐..... 전 해외여행을 잘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유럽이나 아프리카를 가려면 직항이 아닌이상, 환승을 하나봐요. 이때 대표적인 환승지가 중동, 그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얘들은 덤핑이 가능해요. 석유가 넘쳐난다는건, 그 비싼 항공유도 거의 공짜라는 거겠죠. 그리고 기름국이니 나라에 돈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A-380기체를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종)을 한방에 몇백대 단위로 구매해버리는 거지요. 물론 비행기 콜렉팅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고요. (라이벌이 그 유명한 에미리트 항공이니)

비행기도 최신이고, 항공유값이 공짜다 시피하니...... 유럽을 갈 때, 직항으로 가는 것 보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서 경유해서 가는게 더 쌀 지경입니다.

카타르항공과 에미리트 항공의 1위 경쟁전의 유탄은 한국에도 튀게 되었으니.... 카타르와 에미리트가 우리나라에 “야 한국 취항편 증설해..... 물론 쟤들보단 더 많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에미리트 항공의 경우..... 우리 가카의 “원전수주”가 일종의 인질처럼 잡혀 있어서 특별히 더 위협적이라고 하는 군요.

이러면 제일 피 보는데가 어디일까요?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겠죠.

어쨋거나 가격 경쟁 뿐 만 아니라 퀄리티도 경쟁중인지라.... 삼프로 티비의 김프로의 증언에 따르면

비행기 타면 제공되는 세면백이..... 명품이래요. 그리고 비즈니스 좌석 기준으로 좌석마다 미니 바가 마련 되어 있고, 좌석에 나와서 화장실로 가면 정식 기내 바가 또 마련되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거기에 항공유 값도 거의 안드니, 거기서 세이브 된 돈을 스튜디어스들에게도 쏟아 붓는대요. 그래서 에미리트 항공과 카타르 항공을 타면, 전 세계의 미녀들을 한 비행기에서 모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허허 참 부럽네요.

여행도 딱 한 번, 그것도 이코노미석으로 간 저는 그저 눙물만 삼킵니다 ㅠㅠ

그리고 경제 자유구역은 어떤 특전이 있느냐.... 경제 자유구역이 아닌 곳에서 외국인이 “아 우리 여기서 회사 차려서 사업할게요.”라고 할 때, 회사 지분의 51%는 카타르에서 댄다. 즉..... 경영권은 우리꺼임ㅋ 이라면
경제 자유구역에서는 100%니네 자본으로 해도 돼요. 하는 거지요. 그리고 20%에 달하는 법인세도 까짓거 안받는다. 회사만 세워라! 하는 거지요.

이렇게 나서는데는 나중에 다룰 역사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의식을 하는가..... 원래는 역사에서 다루고자 했는데, 그냥 지금 이야기 할게요.

아랍에미리트는 연합국가에요. 안그래도 쪼꼬미인데, 더 쪼꼬미들 일곱개가 뭉쳐서 만든 나라입니다. “에미리트”라는 단어가 한국말로 하면 “토후국” 혹은 “부족국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일곱개의 부족국가가 한 세트로 연합한 나라라는 거지요.

원래 카타르도, 영국이 “너네들 슬슬 독립할 준비 해라.” 할 때, 독립을 준비하던 부족국가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아홉명의 부족장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아구가 잘 안맞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일단 모여있기도 하고, 마음도 잘 맞는 일곱 개 부족이 먼저 독립을 하고, 뜻이 안맞던 두 개의 부족이 각각 독립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중에 하나가 카타르,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옆나라인 바레인이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랑 아예 쌩이냐.... 유럽만 해도, 왕족들끼리 혼인으로 맺어지고 했잖아요?

여기도 마찬가지라서, 사우디 부족, 카타르 부족, 바레인 부족, 아부다비 부족등 여러 부족장들끼리 혼맥으로 이어져 “우리가 남이냐? 친척이지” 하는 관계입니다.

일종의 방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서열로 치면..... 사우디가 종갓집이면 바레인은 둘째, 카타르가 셋째 정도 위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너네 마음에 안들었어”하는 사이인데다가,
아랍에미리트가 카타르를 보고 “너네야 뭐, 옛날에 진주만 캐고 살다가 벼락 부자 된 놈들이 ㅋ 그리고 언제까지 석유 천연가스가 나올거 같냐? 대세는 소프트 파워야 임마.”라고 하니....

꼴보기 싫어서라도 바싹 추격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린 석유도 파는 소프트 파워다”라고 뻐기고 싶은가 보죠 뭐.

천연가스도 그냥 팔아먹기만 하다가.... 이제 좀 더 재미를 보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재미있는 기술이 개발됐대요. 천연가스를 석유로 만드는 “Gas to Liquid”기술인데요.

천연가스는 뭐..... 자동차 연료나 난방용 정도로밖에 쓰임새가 없는데 반해, 석유는 각종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잖아요? 좀 더 재미를 보기 좋겠지요. 안그래도 세계 14위의 석유 생산국이라 지금 페이스로 팔아도 100년은 더 파먹을 수 있는데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있는 겁니다. 참.....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인 것 같아요.



5-1) 아랍의 해방구?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일단 차도르, 히잡, 부르카 같은게 떠오릅니다.

여기서 좀 더 파고들어가면 술도 못 먹게 하죠. 마호메트가 술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어서....

더 파고들어가면 아랍 경제는 특이하죠. 돈을 빌려주면 이자도 안 받아요. “무슬림 형제들끼리 이자놀이 하는거 아니야.”라는 꾸란의 구절이 있기 때문에요.

어쨋거나 이런 것들을 두 글자로 요약을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약”일 겁니다.

그런데...... 짱공유 게시글 보면, “어디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가 부르카 벗고 생얼 찍어서 인스타 올렸다가 ㅈ돼버렸다”라는 게시글이 있던데, 이것은 “사람을 아무리 제약으로 쥐어짜도, 뭔가 자유롭고 싶은 욕구가 있다”라는 걸 반증 하는 걸 겁니다.

너무 말이 복잡 했는데요. 쉽게 말하면 “거기도 결국 사람 사는데다”라는 걸 겁니다.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이슬람.... 특히 아라비아 반도쪽은 사람 쥐어짜는데 익숙한 곳이란 말이죠...... 그러다보니 사람들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하...... x바, 사람들만 없으면 어디서 술 한 잔 땡기고 싶은데”
“하..... 내 개쩌는 몸매를 보고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리는거 보고 싶은데”
“하..... 돈을 이자좀 받고 빌려주고 싶은데.”

이런식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은밀한 욕망을 해소 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을 해방구라고 하지요?

이제까진 아랍에미리트, 그중에서도 두바이가 바로 그런 해방구였습니다. 이제 그걸 카타르가 바싹 추격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 나라는 적당히 슬슬 숨어서 술도 한 잔 하고, 번개팅도 하고, 이자놀이도 하고..... 아라비아 반도에 점점 쌓이는 독기를 풀고 가는 일종의 파라다이스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아까 파트에서 지적했듯이 카타르는..... 서열 3위의 준 종가집인데?!? 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여러분들의 의구심을 더하자면,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는 꼰대, 익숙한 표현으론 “이슬람 근본주의”국가입니다.
앞에서는 “청산리~~~~벽계수야~~~”하면서도 밤이 되면 은밀한 욕구들이 꿈틀대는..... 상당히 모순되지요?

어쨋건 해방구는 해방구니까, 인근 국가들의.... 그중에서도 플래티넘 수저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 나라를 자주 놀러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기름국의 위엄”이라고 해서, 아랍부자가 미녀들한테 돈 뿌리는 짤이 예전에 돌았는데 그런 짤의 장소가 바로 두바이와 카타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6) 얘들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 봅시다

흔히 기름국의 위엄 정도로만 생각을 할 뿐, 얘들은 어떻게 살까?를 다루는 게시글은 짱공 기준으로 잘 없더라구요. 이번에는 기름국의 생활상을 다뤄보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나라들의 전기 생산 수단, 즉 발전소 양식은 화력 발전입니다. 석유랑 가스가 넘쳐나는데 수력발전을 돌릴 필요가 없잖아요?

거기에 물이 부족한 사막이니..... 발전소를 돌리는 김에 담수화 시설, 즉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시설도 같이 돌린다고 해요.

중동 국가들 중에서 사우디같이 전통적 기름국은 발전을 할 때.... 그냥 보일러에 원유를 들이 부어요.

와..... 위엄 쩔죠?

그런데, 요즘 러시아의 푸짜르가 슬쩍 사우디 옆구리를 찌르고 있대요. 뭐라고 하면서 찌르냐.....

“싸게 줄 테니까 우리가 캐는 천연가스 수입하실라우?”

으응......? 이게 무슨 남극에 에어컨 파는 소리인가 싶을 텐데요.

놀랍게도 말이 되는 소리입니다. 자기네 나라에 나오는 석유를 발전소 보일러에 부어버리면 그걸로 땡이잖아요?
근데 그걸 가져다 팔면..... 부가가치가 더 커지는 겁니다.

비유하면 소고기집에 도시락 업체가 가서 “삼시세끼 소고기 드시잖아요? 그냥 우리꺼 도시락 드시고, 당신들 먹을 소고기까지 가져다 파시죠.”하는 겁니다.

그럼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사다가 그걸로 발전을 하고, 석유를 팔아서 더 돈을 벌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남극에서 에어컨 팔고가 되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중동만의 특이점이라기 보단, 사막국가의 특이사항이 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석유를 수입하니까 전기를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는거죠. 그래서 “전력 예비율”이라는 걸 항상 신경쓰는데요.

카타르 등,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국들은, 전력예비율 + “담수 예비율”이라는걸 따로 설정해서, 항상 15%는 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기가 나가면 블랙아웃이라고 하는데 카타르같은덴 물이 떨어지면..... 블루아웃이라고 하려나 싶습니다.



7) 중동의 빌런

카타르 항공 뿐 만아니라 카타르 하면 유명 한 것은...... 나아가 중동의 빌런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방송국 때문이에요.

방송국 하나 때문에 빌런이 됐다고?
근데 중동에 유명한 방송국이 있나?

우리나라는 그 전까지 모르고 있다가, 2001년 9.11테러를 시작으로 알게된 방송사가 하나 있지요?

발음이 참으로 거시기한.... 알자/지라 방송국입니다. 얘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단독 인터뷰를 해서 그렇게 됐죠.

우리나라는 이 특유의 민망한 발음 때문에 놀림감 처럼 되었지만, 중동에서 이 방송국의 입지는 절대적입니다.

어느정도냐....몇년 전 박그네-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한 JTBC의 전성기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이 방송국이 카타르에 세워지게 된 계기가 참 흥미로운 것이, 사우디가 하려던 프로젝트를 홀라당 주워먹기를 한 결과였거든요.

사우디가 걸프전을 치르면서 “아랍세계의 수호자는 무슨” “저 위선자 새기들”이라며 욕을 무지하게 먹었습니다.(이건 나중에 중동을 아우를때 다루겠습니다.) 이걸 만회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소식도 좀 알려주고, 왕실 홍보도 하고 그래야겠다 싶어서 방송국을 세우기로 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사우디 왕가가 BBC랑 콜라보를 해서 방송국을 만들긴 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까 부담스러워진 겁니다.

안그래도 걸프전때 외세를 끌어들였다고 욕을 먹는데, BBC는 영국 언론사니, 또 눈깔 퍼런 놈들이 사우디에 들어오고
그리고 왕실 홍보를 잘 하고 있나.... 하고 검열하는 시늉만 해도 기자들이 거품물고 대드니 이거 참 계륵도 이런 계륵이 없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만들고 폐업하려는 것을 카타르가 쭉 지켜보다가

“형님 어차피 버리는거 같은데 내가 델고 가도 되죠?”
“ㅇㅇ 그래라”
라고 해서 그대로 흡수를 합니다.

이때 우리나라로 치면 주진우 기자같은 탐사보도 기자들도 추가로 채용 하고요. (주기자님, 미래는 알자/지라에 있는거 같습니다)

데리고 온다음, 당시의 카타르 왕(Succeeding you father를 시전한)은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내가 니네한테 요구하는 건 없다. 알아서 해라. 너넨 그저 사실을, 진실만을 보도해라. 금기는 없다...... 근데 카타르 왕실은 좀 살살 해줘잉. ㅎㅎ”

마지막 말만 안했으면 100점짜리였겠지만..... 전제군주정 국가에서 그리고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 기자들 앞에서 저 정도 이야기 했으면 대단한 거겠죠?

알 자지라 방송은 위성방송을 베이스로 성장했어요. 위성방송은 “송신자”에게는 비싸지만, “수신자”에겐 저렴한 방송입니다. 송신자는 인공위성을 쏴야 하니 비싸지만, 송신자는 케이블 안 끌어와도 되잖아요? 그냥 안테나만 설치하면 끝이니까요.

그리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오히려 인프라가 열악하다보니, 케이블 방송보단 위성방송이 더 널리 퍼져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알-자지라 방송은 디폴트로 깔려있으니, 널리 퍼질 수 밖에요.

여기까지만 보면 이게 카타르가 중동의 빌런이 된거랑 뭔 상관이냐 하실 거에요.

언론의 자유와 넓은 시청자 층이 만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자/지라가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어떤 방송을 했느냐.....각국 왕실의 퇴폐 / 향락 / 부패를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해 버린 겁니다.

예를 들면 “사xx왕가의 모 왕자가, 해외에서 히잡도 안 쓴 미녀들과 광란의 알콜 파티를 벌여”라는 뉴스 영상을 여과없이 뙇!!!

와...... 듣기만 해도 아찔하죠? 박그네-최순실 사우디ver. 박그네 최순실 이라크ver. 이런 식으로 보도를 때리는데 중동 사람들 입장에선 연일 흥미진진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들죠.. 대체 왜 저런 핵폭탄급 보도를 하는거지?

자 생각해 봅시다..... 과연 알자/지라가 확보한 뉴스 소스가 저것들 뿐일 까요? 과연 보도한게 다 일까요?

아랍 민중들은 보면서 “와 핵폭탄 급인데?”라고 흥미진진해 하겠지만, 당사자 왕실 입장에선...... “와 x바, 저것보다 더한 짓도 했는데 그건 아직 안깠네?”하면서 전전긍긍해 하겠죠.

눈치 없는 타국 왕실에서 화를 내면 카타르는 이렇게 응대 하는 겁니다.

“지금 보도한게 다인거 같냐? 후속편 틀어줘?”

즉...... 알자/지라 방송국이 카타르의 소프트 파워가 된 셈이죠.

우리나라 방송국이야 광고주라는 것이 있어서 “아이고 사장님 이런 보도를 내시려고 하는데, 다음달 부터 광고 끊어도 되지요?” 라고 압박이라고 넣겠지만...... 알자/지라 방송국은 국영방송이라 광고도 없어요. 아니, 딱 하나 하네요. 카타르 항공 ㅋㅋㅋㅋ

그래서 알자/지라 방송국은 96년 개국 이래 아랍왕족들을 여러번 곤란하게 만들었고, 중동 민중들에겐 “공정과 진실의 보도”로 각인이 되었기에......

9.11 테러를 저지른 오사마 빈 라덴도 “알자/지라라면, 진실을 보도할 것이다.”라면서 걔네들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입니다.

중동 방송국이니까 아랍어만 하겠지? 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세계에 중동/아프리카의 소식을 알리는 대표 창구이니만큼, 영문판 홈페이지도 존재합니다. 나중에 시간 나시면 홈페이지에 방문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코로나 소식도 자세히 다뤘더군요.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자기네 나라 왕실의 치부를 여과없이 드러내는데.....다른 나라에서 좋게 볼까요?

특히 큰형님 사우디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카타르에선 지금 큰 사단이 나버렸습니다.

역사를 다룰때 자세히 다루겠지만...... 사우디와 이란은 순니파와 시아파의 대표 주자다보니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요.

이란과 바다를 사이에 둔 카타르는 이란과 척을 완전히 질 수 없기에 알자/지라에서 우호적 보도를 했고 그 결과.....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사우디가
“저 선넘는 것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버리겠다.”라면서

나머지 동생들 (아랍에미리트)들을 펌프질 해서 하루아침에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카타르 항공의 영공 통과도 막아버려요. 물론 카타르로 오는 모든 물자 이동을 제한해 버립니다.

완전히 말려 죽여버리겠다는 건데요. 이때 카타르는

“아이고 형님 죄송합니다 살려줏메.”라고 하는게 아니라(그러면 빌런이 아니죠)

”야이c foot 덩치만 크면 다냐?”라고 발끈을 해버립니다.

....... 깡 좋죠? 사실 이게 그냥 깡이 아니에요. 믿는 구석이 있으니 부렸던 겁니다.

어쨋거나 분명 사우디 계산 대로라면 카타르는 말라 죽어야 하는데..... 동쪽과 북쪽에서 구원투수 두 명이 등판을 했어요.

동쪽의 구원투수는.....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란.
북쪽의 구원투수는..... 의외겠지만 터키에요.

얘들이 사우디를 향해 “에휴 ㅉㅉ 덩치만 크지 쪼꼬미를 잡네 잡아”하면서 비행기로 카타르에 물자들을 공짜로공급해 주기 시작했지요.

명분은 “어려운 형제를 돕는건 무슬림의 의무다”이지만 물론, 속사정은 있었습니다. 그건 다음 역사에서 다루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카타르가 아니죠. 알자/지라 방송이 카메라를 몇십대를 동원해서 이란과 터키에서 오는 수송기와 민항기를 생중계 하는 겁니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시오. 자칭 무슬림의 큰형이라는 사우디가 쪼꼬미 카타르를 말려 죽이려 하고 있소. 그런 모습에 분개를 한 이란과 터키에서 종파를 초월해 카타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소~~~~”라고 동네방네에 나팔을 불어제끼는 거지요.

말 안듣는 셋째 동생을 한대 쥐어 박으려다가 아랍권에서 개망신을 당하게 된 사우디는 꼭지가 돌다못해 날아가 버리고 그래서......

카타르와 사우디의 국경에 운하를 파버리겠다고 선언해 버립니다.

약 1조원을 들여서 폭 200m, 깊이 20m, 길이 60km의 운하 (이걸 봉쇄운하라고 합니다)를 파고 국경 근처에 미사일 기지와 핵 폐기물 저장 시설을 지어버리겠다는 거지요.

지금의 실권자가..... MBS, 무함마드 빈 살만이니..... 그래 그럴법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지니까, “이대로 가면 멸망이야”라고 생각한 쿠웨이트가 중간에서 “자자 다들 머리 식히시고, 대화로 해결합시다.”라며 중재를 하려고 하는데요. 그 중재의 조건이

알자/지라 문 닫아라 라는 거래요.

중동 왕가에서 얼마나 이 방송국을 미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입니다.

사실 뭐 마냥 공정하다고 볼 수 없는게 공정하다고 알려진 방송사를 권력이 뒤에서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느냐....

예를 들어 중동에 디즈니랜드를 세우려고 한다고 칩시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유치전으로 치열하겠죠. 이때 선정과정에서 A국가가 1등, B국가가 2등이라면.... B국가에서 알자/지라에 슬슬 접근하는 겁니다.

“아이고 기자님~ 진실만을 보도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그런데 그 소식 들었어요? A국가 왕세자가 디즈니사 임원하고 어디 해외에서 골프를 치는데 뭐가 왔다갔다 했다던데.....아이고 이런 말 실수를 했네요 그려 허허허.” (디즈니는 예를 든 것일 뿐 실제로 그랬다는게 아닙니다 판사님)

이러면 이제 그날 알자/지라 뉴스에선 그에대한 보도로 불이 나는 거지요. 카타르는 알자/지라 방송국을 통해 얻은 소프트 파워를 자기방어로 쓸 뿐 만 아니라, 중동 정세에 암묵적으로 개입을 하는 식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카타르는 “우린 이런식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라고 천명은 하지만 말이죠.(물론 전 카타르의 주장을 100% 신뢰합니다 전하)

중동의 빌런 소리 들을만 하겠죠?



7-1) 유연한 태도의 나라

카타르의 다크 사이드한 매력을 봤으니, 이젠 다른 결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나왔지만, 카타르는 유연한 태도를 가진 나라에요. 얼마나 유연하냐..... 아랍국가 최초로 성문 헌법이 제정되어있고 (공식적으론 입헌군주국이란 겁니다) 1999년에는 여성 투표권도 보장이 되어있으며, 여성도 운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카톨릭 성당도 짓도록 허용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알자/지라건을 통해 사우디와 껄끄러워졌는데..... 사과하거나 굽히고 갈 생각은 없으니 “안전판”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안전판을 어디서 구하나.... 하고 백방을 알아보면서 노력을 해요.

그중 하나가 걸프전 이후에 그동안 사우디에 있던 미 공군기지를 유치했어요.
이게 사연이 있는데, 미국이 2000년대 이라크로 침공을 해야하는데 사우디가 미 공군의 출격을 거부해 버렸어요.

미국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겠죠. “아씨 작전 다 짜놨는데 여기서 막히네” 한 겁니다.

이때 그걸 지켜보던 카타르가 SSG 접근을 한거죠.

“험험. 헬로우 미스터 프레지던트? 거 듣자하니 작전 다 짜놨는데 사우디가 거부해서 비행기가 한대도 못 뜬다면서요?”
“오 유얼 마제스티, 안그래도 그거때문에 미치겠네요. 항공모함으론 뚜까 패는것도 한계가 있는데.... 이거 후세인 모가지 따기도 힘들겠어요.”
”음.... 썰? 우리가 기지 엄~~~청 크게 만든거 있는데. 한 번 써 보실래요?”

미국은 급한대로 비행기를 띄워야 하니 잠깐 공군기지를 활용해 봤는데.....
일단 시설이 깔끔할 뿐 만 아니라 하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거죠.

그렇습니다 카타르는 “중동의 해방구”였단 것을 말이지요.

사우디에선 홀짝이는 순간 욕도 먹는 술을 카타르에선 “holly shit yeah~”하며 벌컥벌컥 마실 수 있으니 미국 입장에선 뿅 갈 수 밖에요.

그래서 사우디에 주둔해 있던 중부 사령부를 카타르로 이전해 버렸어요.

이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레인도

“거 장사 잘 하는데 우리도 좀 낍시다?”라면서, 미 함대 사령부를 바레인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얘네가 미국만 끌어들였냐.... 안전판이 하나면 불안 하잖아요? 그래서 카타르는 미국과 맞서 싸우는 탈레반도 끌어 들였습니다.

카타르는 중동에서 거의 유일한 탈레반 대표부를 유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분명 테러리스트 집단인데..... 그리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미국이 입주해 있는데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상주하는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물밑협상이 자주 일어나고요. 미국 외교관이 가족들과 식사하러 식당에 가면, 먼저 식사하고 있던 탈레반 대표부 관계자와

“여 양키들 왔냐?”
”ㅇㅇ 이 터번 새키들 그와중에 여기서 돼지고기 처먹고 있네 무함마드 형이 보면 울겠다.”
”뭐래? 저번에 다마스쿠스에서 우리가 보낸 선물 잘 받았지? 니네 애들 몇명 잘 구워졌더라 ㅋ.”
“ㅇㅇ 잘 받았고, 마냥 받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며칠뒤에 거기 폭격 할거임 ㅋ”

라며 농담 따먹기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게 카타르에서 이루어진다는걸 생각해보면, 카타르는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참 재미있게 쓰는 거 같죠?

이 모습을 어떻게 보면 카타르는 중동 세계의 일원으로만 있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카타르의 모습을 우리나라 최고의 중동전문가 임남식 교수님은 이렇게 표현을 한다고 해요.

“탈 걸프 입 세계”

.... 일본의 탈아입구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나라가 중동의 쿠웨이트라고 합니다.

8) 마치며
와.... 아홉시에 녹취를 시작했는데 벌써 열두시가 넘어버렸습니다. PC로 작성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랐을 텐데 모바일로 자판을 치려니 속도가 더 느렸던 것 같아요.

힘든 작업이었지만 나만 알고있기엔 너무 아까운 매력을 가진, 최애국을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이런 빌런빌런한 모습을 보인 카타르가 대체 왜 이렇게 빌런을 자처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통해 이유를 찾아보는 내용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마치기 전에, 다시한번 언급을 드리자면, 이 게시글은 유튜브 “삼프로tv”의 코너 “최준영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토대로 했음을 밝힙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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