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시골에서

리처드파인만작성일 12.09.01 1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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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때 아버지는 일나가시고 여름방학이라 모처럼 엄마랑둘이 서산 농촌에 계시는 외할머니댁에 놀러갈 일이


있었어. 외할머니댁이 워낙 서산 시골지역이라 집이 작은도로에서 좌회전하고 딱 일방통행 정도의 비포장거리를 차타고


한 5분은 갔어야 했어. 물론 그 비포장 도로 양옆은 논과 숲이었고. 나는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할아버지는 내


가 5살때 돌아가심) 바로 막내삼촌방에 들어갔어. 나는 할머니댁에 오기 좋아했는데 왜냐면 삼촌이 엄청난 게임광이라 우리집 컴


퓨터보다 삼촌 컴퓨터가 훨씬 좋았거든. 그래서 삼촌이 일나가신거 확인하고 바로 컴퓨터켜서 그때당시 가장 유행했던 둠3를 즐기


고 있었어. 한 2두시간 정도하니 삼촌께서 일에서 돌아오시더라. 삼촌이 오시니 엄마와 할머니 또 둘째 고모가 모처럼 왔는데


읍에나가서 장좀 봐야겠다고 하셔서 저녁 7시쯤에 나빼고 모두 장보러 가셨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녀오시라고 했지.


왜 쾌재를 불렀는지는 불필요한 설명이라 생각하고 생략할께. 한 한시간 반정도 쾌락을 즐기고 있었는데 삼촌께서 전화가 왔어.


지금 바로 도로에서 좌회전하기 근처인데 앞바퀴하나가 펑크가났다고. 그래서창고 (원래는 사랑방이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창고로봐뀜)에가면 새타이어 있으니깐 좌회전하는데 입구까지좀 가지고 와달라는 거야. 앞에서 말했지만 우리 할머니댁


은 도로에서 좌회전하고나서도 얇은 비포장길 한 5분은더 가야했어. 근데 걸어가면 아마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리지. 근데 생각


해보면 상당히 겁나는게, 그 비포장길에는 가로등하나없고 주위는 논과 숲이라는거야. 그때 시간은 거의 9시였고 촌이라 8시만되


면 꽤 어두워지거든 그래서 솔직히 너무 겁이났지만, 내 평소 이미지가 겁안타는 애였기때문에 할수없이 갖다 주기로 했어.


타이어 챙기고 집 나와서 비포장길에 이르니깐 저기 아주 멀리 삼촌이 헤드라이트를 내쪽으로 비추는게 보였어.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두개의 큰 노란 점처럼 보였지. 아무튼 반대편에 삼촌과 가족이 있다는 생각때문에 약간 마음은 놓였지만, 밤거리는


꽤 어두웠기 때문에 공포감 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어. 계속 걷다보니깐 그런거 있잖아, 어둠에 익숙해지면 그 주위가 뚜렷히는


아니지만 형상이 보일때. 그때 그게 칠흑같은 어둠보다 훨씬더 무섭다는것을 느꼈어. 그 공포심때문에 그때 내 머리속은 내가 만


들어낸 망상때문에 상당히 어지러웠다는게 기억이나. 예를들면 막 내가 걷고있는데 옆을 흘깃 보니깐 논에 왠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다던가 아니면 숲쪽을 봤더니 어떤사람이 수풀가운데 턱괴고 쪼그려앉아서 나를 쳐다보고있다는지 막 이런 잡생각때문에 식음


땀 닦으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참으며 걸어갔어.


한 20분정도 걸어갔나, 삼촌쪽을 바라보니깐 이제 왠만큼 거리가 가까워 졌다는게 보였어. 나는 그게 너무 반가워서 타이어를


더 빨리 굴려갔지. 한시라도 빨리 갖다주고 싶었기에 걸음을 재촉하는데 저기 저 앞에 뭔가가 있는거야. 약간 거리가 있어서 뭔지


는 모르겠는데 무슨 검은 형태였어. 순간 나는 이상한 낌새를 체고 바로 걷는속도를 줄였지.


최대한 멀리서 확인하고싶어서 나는 고개를 쭉빼고 눈쌀찌푸리면서 확인할려고하는데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어.


무서웠지만 약 300m거리에는 삼촌과 가족이있었기에 나는 무슨일있겠어 라는 마인드와함께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막상 가까워지니깐 드러나는 형태에 나는 발걸음을 멈출수 밖에 없었어.


왠 할머니한분이 이 늦은 저녁에 입벌린체로 쭈구려 앉아서 논쪽을 바라보고 있던거야. 그러니깐 나는 그 할머니 옆모습 밖에


보지를 못했는데, 그 입벌린 멍한 표정이 이상하게 어둠속에서 너무 뚜렷이 보였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정신을 차려보니깐 내가 언제이렇게 가까이 왔는지 모르지만 그 할머니랑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졌더라고. 나는 그냥 지나치는게


더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할머니께 "할머니 지금 늦었는데 여기서 뭐하시고 계세요??" 라고 겁먹은 목소리로 여쭈었지만 대꾸는


없었어. 계속 논쪽만 바라보고 계셨지.


아 그래서 약간 울것같이 "아 할머니이이!" 라고 소리치니깐 그제서야 내쪽을 돌아보는데 그때 내 처음으로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


을 받았어. 그 어둠속에서 똑똑히 보이는데 허연머리 파마에 눈동자는 흰자만 있었고 또 가장 날 몸서리 치게했던것은


엄청난 주름과 기미가 얼굴을 뒤덮고 있는거야. 입까지 벌린체.


그 광경에 나는 진짜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그 순간 약간 이상한 느낌이 내 뇌리에 밖히는거야. 그 할머니랑 눈 마주치는데


초첨이 너무 아래에 있어. 그러니깐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던거지. 나랑 눈마주치고 몸통도 내쪽으로 돌리는데,


세상에 나는 그 할머니가 쭈구려앉아있는건줄 알았거든? 보니깐 하체가 없는거야. 상체하고 머리만있는데 두팔로 땅을 지탱하고


서있던 거였어. 그때 나는 아 내앞에 사탄이 있구나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드는데 그 중 한생각에 정신이 들더라고,


그게 만약 내가 여기 이렇게 얼어붙어있으면은 그 할머니가 두팔로 막 나를 향해 뛰어올것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래서 그순간 눈 질끈 감고 굴리던 타이어 안고서 전력질주를 했지. 얼마나 뛰었을까 정신이 약간 느슨해지는데 눈뜨니깐


다음날 아침 할머니집 안방이더라고. 내가 엄마한테 물어보니깐 다 차안에서 기달리는데 저기 멀리 내가 타이어를 안고


고개숙인체 미친듯이 뛰어가다 갑자기 앞으로 픽 고꾸라지더래. 그래서 깜짝놀라서 다 나왔다는거야. 내가 이말듣고


엄마하고 딴 가족들한테 내가 겪은일을 말해주니깐 할머니가 이게 여름에 더위나 먹었다고해서 그날 저녁에 삼계탕을


해주시더라고. 삼촌은 이제 공포게임 그만하라면서 둠3도 못하게 하고 결국 할머니댁 있는동안 스타워즈 레이싱게임만


하다왔어.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날 내가 본게 귀신이 아니라 내 허약해진 정신때문에 헛것을 본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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