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함께한 강아지가 지난 수요일 연휴 첫날 하늘나라로 떠나갔네요...
짱공유 한지 오래지만, 정보만 얻어 가다가 어딘가에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2002년, 결혼하기 전에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모든것을 함께 해온 아이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잡종인 믹스견... 어찌보면 귀엽지도 이쁘지도 않은 투박한 생김새이지만 언제나 퇴근하고 집에 올때면
집사람과 딸아이들보다 더 절 반기곤 했죠. 이상하게도 딸아이들이나 집사람보다 유독 저만 따라서... 집안 어디에 있던
항상 제 옆에서 맴돌았습니다. 쇼파에 있으면 쇼파 아래 방석에 누워있고...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컴퓨터 본체 옆에 누워
있고... 그렇다고 놀아달라거나 짖거나 귀찮게 하지도 않고... 항상 제 옆자리에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끔씩 눈이
마주 칠때면 꼬리도 흔들어주고, 고개도 갸웃거리던 식구였습니다.
8개월전부터 기침도 심해지고 기운도 없어보여서 동물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었습니다.
심장과 신장이 많이 안좋고, 간수치도 높아서... 오래 못살거라고... 약처방으로 관리해보겠지만 치료는 힘들꺼라던
수의사님의 말씀에 한없이 길고 긴 밤을 보냈었더랬죠... 그때부터 매달 검사비, 약값등 60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발생했습니다. 흔하디 흔한 40살 월급쟁이에게는 큰 돈이지만, 저나 집사람이나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가족이니까... 식구니까....
비록 처음에는 단돈 만원에 직장 동료네 강아지가 새끼를 출산했다고 해서 데려온 놈이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온 가족이니까..
그렇게 한달 두달 ... 잘 버티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8월부터 걸음걸이에 힘이 없어지고, 잘만 오르던 침대도 못오를 정도로 근력도 약화가 되었습니다.
수의사 말대로 약도 좀 쎈걸로 바꿔도 보고... 오메가가 들어있는 간식도 먹여보고...
그래도 믹스견의 본능인지... 치킨 먹을때면 꼬리를 세차게 흔듭니다...
수의사가 먹이지 말라고해서 못먹게 하지만, 마음은 이미 닭 다리 하나씩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이였습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악화되는 시간 속에서...
지난 주 화요일 애들 재우고 저도 자려고 하는데, 강아지 쿠션에서 평화롭게 누워있는 걸 보았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표정이 너무 평화로워보였습니다.
기침을 한다거나... 몸을 떨거나... 그런 것없이 그냥 편안하게 누워있는걸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느낌이 들더군요..
날 떠나려는거구나....
이제 가려는거구나...
새벽 두시까지 그냥 눈물 흘리면서 쓰다듬어줬습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게 기분이 좋았떤지 이놈이 스르륵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을 뒤로 하고 저도 너무 졸린 나머지 침대에 몸을 뉘어 잠이
들었습니다.
자면서 얼굴에 따스한 햇살과 체온이 느껴져 눈을 떴습니다.
반년 넘게 오르지도 못하던 침대에 올라서 제 얼굴 옆에서 잠이 들어있더군요...
제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니 이놈도 따라서 잠에서 깨어 꼬리를 흔듭니다.
그런데 자꾸 제마음이 무거워져서 안되겠더라구요..
오전 8시. 연휴라고 딸아이와 늦잠 자고 있던 집사람을 깨웠습니다.
여보.. 우리 동물병원 가보자.. 기침하고 힘들어보이는건 아닌데, 마음이 무겁다.. 말은 못하지만 많이 아픈건지 모르겠다..
집사람도 급하게 일어나서 이 녀석 보러 방을 나오는데, 이놈이 그새 침대에서 내려와 집사람한테 꼬리를 흔들며 반기네요.
순간, 저도 모르게 괜찮은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병원은 9시에 문을 여니 커피 한잔하고 가자라며, 커피를 타려는데, 집사람을 반기던 녀석이 갑자기 자기 몸을
못가누며 비틀 거립니다.
타고 있던 커피를 싱크대에 버려두고 급하게 집사람과 동물 병원으로 내달렸습니다.
차를 타고 신호도 무시하고 무조건 달렸습니다.
차안에서 갑자기 이녀석이 기침을 심하게.. 급박하게 하기 시작합니다.
참아라.. 곧 병원에 도착이다...
아직 가면 안된다...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고, 이제 겨우 고생 고생해서 아파트도 사서 담달에 이사인데...
우리 새집에 같이 가야지...
좀만 더 버텨라... 참아라...
아무리 애원해도 이녀석의 기침은 멈출줄 모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수의사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기침의 간격이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천천히...
집사람과 전 울부짖습니다...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그렇게 부여잡기를 5분...
결국 수의사가 출근하여 심장이 멎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맞아들이 떠나갔습니다.
항상 딸아이들에게도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우리 은둥이...
연휴 기간 장례식과 화장까지 치르면서
많이도 울었고, 많은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의 눈물이 아닌,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맙다...
이런 내게 와줘서...
내게 준 그 조건없는 사랑에 너무나 고맙다...
니가 준 사랑은 내가 평생 잊지 않으마..
이젠 더 아프지말고, 지켜봐주렴...
언젠가 우리 두 딸들이 다 커서 시집가고 잘 사는걸 보게된다면,
내 그때 너를 보러 가마...
금방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꺼다..
지난 14년 동안 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한번 더 나를 기다려주렴..
그때는 내가 니가 좋아하던 백숙에 프라이드 치킨 양손 가득 가지고 널 보러 가마..
사랑한다 은둥아
고마웠다...